네 앞에 서있음이 이토록 기막힌 경험인줄, 한여름이 되고서야 알게 된다. 콰르릉 콰콰콰 쏟아지는 너의 멜로디가 이토록 경쾌한 줄, 실로 몰랐었다. 널 바라보는 것만으로 묵은 체증이 확 사라진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네가 주는 신비로운 쾌감, 나도 모르게 다가간다. 네게 홀린 게다.
영월 상동 이끼계곡 소충호
인제 아침가리계곡 유창우
올챙이들 노니는 아침가리계곡 유창우
거울처럼 맑은 아침가리계곡 유창우
방태산 적가리골 김승완
잘못 든 계곡에서 비경을 만난 적 있다. 돌아가야 하는데, 돌아가지지 않는,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순간.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맞닥뜨리면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 점점 다가갈수록 뿜어 나오는 냉기. 퍼뜩 정신이 들었을 땐 이미 깊이 들어가 돌아가기엔 너무 늦어 버렸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돌아오지 않은 사내 몇이 있다.
일주도로 따라 울릉자생식물원, 대풍감 등 비경들 둘러보기 내수전~석포 잇는 걷기 좋은 숲길 트레킹과 관음도 약 9km
울릉도행 막차가 곧 떠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울릉도인지라 11월이 지나면 비밀의 설국雪國처럼 가기가 어려워져 지금이 울릉도를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쯤 된다는 것이다.
울릉도 주민조차도 한겨울엔 육지로 나와 살다가 봄이 되어서 다시 들어간다고 할 정도이고, 울릉도를 오가는 배편도 11월 중순부터는 포항에서 출발하는 단 한 척만 남기고 모두 휴항하니 지금 바로 울릉도 가는 배표를 끊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울릉도 여행의 중심은 도동항과 저동항이다. 도동항 남쪽의 신항인 사동항도 있지만 두 항에 비해서는 한가하다. 울릉도에 왔다면 최소한 2박3일은 머물러야 섬을 둘러보고 독도에 다녀온 후 옛길 트레킹이나 성인봉 등산을 즐길 수 있다. 추석을 앞둔 9월 말, 2박3일간의 울릉도 여행에 나섰다.
강릉항에서 아침 배를 타니 가을 성수기인지라 입추의 여지없이 만석이었다. 성수기에는 많게는 하루 4,000여 명의 관광객이 울릉도에 들어온다고 한다.
“한때는 여행객이 너무 많아서 울릉도가 가라앉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죠.”
울릉도 여행에 동행한 ‘korkim’ 김규대 대장은 “산악회 인솔자로 울릉도에 올 때마다 관광객이 너무 많아 방 잡기 어려울 만큼 고생했다”며 “그나마 배가 제때 뜬 게 다행”이라고 했다.
울릉도는 기상상태에 특히 민감해 배가 뜨지 않는 경우가 잦다. 오죽하면 전국을 누비며 ‘행사의 여왕’으로 불리는 여성 트로트 가수가 울릉도 공연만은 하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겠는가.
저동항에 배가 닿자 손님들을 태우기 위해 몰려온 미니버스와 택시, 승합차 등이 일제히 움직이며 활기를 불어 넣는다. 우리는 예약해 둔 렌트카를 찾아 타고 사동으로 넘어갔다.
일주도로 따라 서면~북면 관광
첫째 날은 울릉도 일주도로를 따라 반시계 방향으로 사동→통구미→남양→태하→현포→천부→나리분지→섬목까지 돌며 관광지를 둘러볼 심산이었다.
둘째 날은 내수전에서 석포를 잇는 옛길을 걸은 후 관음도를 함께 둘러보고, 셋째 날은 독도에 갔다가 육지로 나오는 계획이다. 사동에 도착해 우선 울릉자생식물원(054-790-6482)으로 향했다.
“울릉도에는 우산고로쇠, 울릉국화, 울릉장구채, 울릉미역취, 우산제비꽃, 추산쑥부쟁이 같은 이곳에서만 자라는 귀한 식물이 많지요. 이런 것들을 특산식물이라고 불러요.”
흔히 명이나물도 울릉도에서만 난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울릉도에서 나는 건 잎이 넓고 주름이 큰 울릉도종일뿐, 오대산과 지리산 등지에서도 각각의 종이 있다.
울릉자생식물원에서는 특산식물 등을 보는 재미 외에도 짧지만 잘 정비된 산책로를 걷는 재미도 있다. 산책로에서는 다른 두 항구에 비해 비교적 한가로운 사동항의 모습이 오롯이 눈에 들어온다. 해송숲도 멋지다.
식물원 구경을 마친 뒤 다시 차를 타고 가두봉등대와 통구미몽돌해변을 지난다. 곧 만나는 거북바위는 바다에서 마을 쪽으로 머리를 곧추 세운 모양이다. 바위가 있는 마을 이름인 통구미桶龜尾는 거북이가 골짜기, 즉 통을 향한다는 뜻이다.
거북바위 동쪽 건너편에는 가재굴바위가 있다. 구멍이 송송 뚫린 이 바위는 물개(가재는 물개의 울릉도 방언)가 앉아 놀던 바위다. 바위 정상에는 천연기념물 제48호인 통구미 향나무 자생지가 있다.
서면 쪽 여행의 중심은 북쪽 태하리 부근이다. 태하리에는 우리나라 10대 비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대풍감待風坎이 있다. 대풍감전망대는 태하향목관광모노레일(054-790-6638)을 타면 훨씬 편하게 갈 수 있다.
6분 정도 모노레일을 타고 하차장에 내려 대풍감 숲길을 걷는다. 이 길에는 동백나무가 많아 초봄에는 붉은 꽃길로 변한다. 10분 정도 걸어 대풍감에 닿는다. 대풍감은 ‘바람을 기다리는 구덩이’란 뜻이다. 육지 사람들이 목재가 많은 울릉도에 와 새 배를 만든 후 바위 구멍에 닻줄을 묶고 돛을 올린 후 육지 쪽으로 세찬 바람이 불면 닻줄을 끊어 그 기세로 육지까지 내리 달렸다고 한다.
2층 정자 뒤쪽에는 투명 유리바닥이 설치된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북면의 해벽이 바로 한국사진작가협회가 선정한 우리나라 10대 비경 중 하나다. 해안선을 따라 현포항과 노인봉, 송곳바위과 코끼리바위가 줄줄이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이제 북면으로 간다. 도중에 왼편으로 코끼리바위가 보인다. 바다에 코를 박고 물을 마시는 모습이 영락없는 코끼리다. 코끼리 바위 맞은편 육지 쪽에는 뾰족한 송곳니를 쏙 빼닮은 송곳봉이 있다.
“송곳봉 아래 평리마을에 가수 이장희씨의 울릉도 집인 ‘울릉천국’이 있어요.”
‘울릉천국’ 근처에는 경북도와 울릉군이 70여억 원을 들여 조성한 ‘7080문화원(울릉천국아트센터)’이 있다. 하지만 이 새 건물은 운영 주체와 연간 운영비 등이 조율되지 않아 6개월 넘게 개관을 못 하고 있다고 한다.
악어입터널을 지나면 천부리에 닿는다. 천부리에는 해중전망대, 천부풍혈, 천부일몰전망대 등 소소한 볼거리가 많지만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주된 이유는 차를 타고 나리분지로 갈 수 있는 입구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산으로 이루어진 울릉도에서 유일한 평지지대인 나리분지는 성인봉이 폭발할 때 생겨난 화산 분화구로, 이곳에 서면 미륵산, 형제봉, 간두봉, 나리봉 등의 주변 봉우리들을 장엄하게 바라볼 수 있다.
“울릉도 산채비빔밥은 나리분지에서 먹는 게 제 맛이지요”
어느 새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배가 출출했지만 울릉도의 첫날밤은 도동항의 오징어 물회와 함께 질펀하게 치르기로 해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렸다.
저동과 석포를 잇는 울릉주민의 길
이튿날은 내수전~석포를 잇는 울릉옛길을 걸었다. 이 길은 과거 폭풍우로 배가 뜨지 않을 때 천부, 석포와 저동을 잇는 4.4km의 숲길이다. 현재 이 구간은 울릉일주도로에서 유일하게 연결되지 않았다. 때문에 저동에서 관음도까지 직선거리는 5km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차를 타고서는 서면과 북면을 지나 무려 34km 거리를 둘러가야 한다. 내년 11월에 내수전~천부리를 잇는 4.75km 길이의 터널이 개통되면 1시간 거리를 불과 10분 만에 닿을 수 있게 된다.
옛길의 출발지는 내수전일출전망대 입구이다. 옛길을 걷기 전에 전망대에 다녀오기로 한다.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마가목과 동백나무가 터널을 이룬 오르막을 20분쯤 올라 해발 440m의 전망대에 오르니 새파란 동해바다와 함께 저동항의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시야가 좋은 날이면 울릉도에서 87.4km 떨어진 독도까지 바라다 보인다는데 오늘은 그 정도로 맑지는 않다.
“밤에도 사람들이 많이 올라와요. 저동어화苧洞漁火를 보기 위해서죠. 저동항을 밝히는 오징어배들의 풍경을 말해요. 울릉8경 중 하나죠.”
전망대에서 내려와 본격적으로 옛길 걷기를 시작한다. 해국이 흐드러지게 핀 콘크리트길을 걷는다. 오른쪽 바다로는 죽도가 계속 따른다. 콘크리트길이 끝나면 삼림욕장과 다름없는 숲길이 이어진다. 이 옛길에서는 아름드리 섬고로쇠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단풍 또한 주인공이다.
“여기 단풍은 좀 늦어요. 성인봉은 10월 중순~하순 사이, 나리분지는 11월 초순 무렵이 절정이죠. 그에 비해 이 길의 단풍은 11월 초부터 물이 들기 시작해 12월 초까지 이어져요. 아마 산자락이 동쪽을 보고 있어서 그럴 거예요.”
옛길은 잘 정비되어 있어 조금이라도 골이 있는 곳엔 어김없이 나무다리가 설치되어 있었다. 30분 정도 걸어 구름다리를 건너니 바로 왼쪽으로 몇 개의 탁자와 정자가 있는 정매화골쉼터가 보였다.
정매화골은 옛날 이곳에서 주막을 열었던 정매화라는 사람의 이름을 딴 골짜기다. 이 골짜기에는 1962년부터 1981년까지 이효영씨 부부가 정착해 살았는데 이들은 폭우와 폭설로 조난당한 300여 명의 인명을 구조해 화제가 되었다. 울릉군은 이 부부의 선행을 기리며 그들이 떠난 후 정매화골쉼터를 만들어 걷기꾼들이 잠시 다리를 쉬어갈 수 있게 했다.
정매화골쉼터에서 완만한 오르막을 10분 정도 오르면 지금은 폐쇄된 와달리 갈림길을 지난다. 동백나무와 산죽이 어우러진 옛길은 일부러 돌을 깐 길과 나무다리만 제외한다면 원시의 숲길 그대로다.
벼랑 경사면마다 고사리 등 산나물들이 지천이고, 햇살이 드는 곳엔 이름 모를 야생화들도 고개를 내밀고 있다. 나무뿌리는 그대로 드러나 있고 어느 곳에선 크고 작은 산사태의 흔적도 보인다. 새들의 지저귐도 선명하다. 울릉도에는 섬참새와 박새, 직박구리 등이 많이 산다.
‘←울릉읍, 북면→’ 이정표가 있는 쉼터를 기준으로 북면에서 울릉읍으로 들어선다. 이제 완만했던 오르막은 평탄한 내리막으로 바뀐다. 북면 경계로부터 30분 남짓 걸으면 콘크리트길과 만난다. 흙길로 된 옛길은 여기에서 끝난다.
이제 내수전둘레길이 끝나고 석포둘레길이 시작된다. 콘크리트길 삼거리에서 오른쪽 석포마을 방향으로 가면 안용복기념관을 지나갈 수 있지만 콘크리트길이 너무 길다. 우리는 왼쪽 생태탐방로·일주도로 방향을 택했다. 이 코스로 가면 관음도까지 4.8km 정도면 닿는다.
관음도 앞에 이르니 더 이상 앞으로 갈 곳이 없다. 내년에 저동까지 터널이 개통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현수교를 건너 관음도 절벽 아래에 닿는다. 관음도는 원래 울릉도 본섬과 붙어 있다가 떨어져나갔기에 ‘땅섬’으로도 불린다. 절벽에 설치한 가파른 나무계단을 걸어 관음도 정상에 오른다. 이곳은 동백과 억새의 땅이다. 울릉도의 동백은 짙은 붉은색이라기보다는 주홍에 가깝다. 봄·가을에 피는 춘백과 추백도 있다.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도는데 서쪽의 첫 번째 전망대에서는 옥황상제의 딸 셋이 아버지와의 약속을 어겨서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을 가진 삼선암이 잘 보인다.
“옛날에는 관음도에서 소를 방목해 키우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소도, 사람도 살지 않는 무인도지요.”
관음도 동쪽 전망대에서는 죽도가 아주 잘 보인다. 울릉도의 부속섬 중 가장 큰 섬인 죽도에는 현재 ‘죽도 부부’로 알려진 두 명만이 더덕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한눈에 봐도 아늑하고 고즈넉해 보이는 죽도를 바라보고 다시 관음도 다리를 건넌다.
집착을 버려야 더 아름다운 섬
천부리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기다리며 스넥카에서 호박막걸리를 사서 시원하게 한 잔씩 나눠 마셨다. 그런데 스넥카 주인아주머니가 내일은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높아 독도에 접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단다.
“울릉도에선 조급하지 않아야 마음이 편하다우. 육지의 편함을 생각하면 속 터져서 못 머물러요. 울릉도에선 여유가 가장 큰 덕목이지요.”
맞는 말이다. 울릉도에서 관광지만 후다닥 둘러보고 독도 갔다가 성인봉만 찍고 돌아간다면 진정 울릉도에 다녀왔다고 하지 못할 것이다. 시간을 쪼개 쓰기보다는 시간 가는 대로 움직일 때 울릉도의 진가는 더욱 높아진다. 그런 의미에서 울릉도 둘째 날의 긴 밤에도 시간가는 대로 진득하게 술이나 마시기로 했다.
성인봉 등산 가이드 도동항~성인봉~나리분지 약 9km 코스 가장 인기
울릉도의 성인봉(986.7m)은 제봉, 미륵봉, 나리령 등 크고 작은 산봉우리를 거느리고 있으며 겨울철 눈꽃 산행지로 특히 인기가 좋다. 동해 바다의 습기를 머금은 눈이 나무와 바위에 붙어 만들어 내는 설경은 환상적이다.
성인봉 등산코스는 도동리의 대원사 코스, KBS중계소 코스, 안평전 코스, 나리분지 코스 등이 있다. 이 중 도동항에서 출발해 남동릉을 따라 성인봉에 오른 후 북쪽 나리분지로 내려오는 코스가 가장 인기 있다. 약 9km, 약 5시간 소요.
도동항 부근 울릉군 보건의료원 왼쪽 버스정류장 옆에 대원사 가는 이정표가 있다. 콘크리트도로를 따라 10분쯤 오르면 성인봉 등산로가 시작된다. 산길을 따라 오르다 쉼터를 지나면 478.5m봉 북사면을 가로지르는 산길이 나타난다. 이곳부터 산이 깊어진다.
516.7m봉 북사면으로 접어들면 고정로프가 설치된 지점이 나타난다. 이후 간이휴게소를 지나 가파르게 오르면 팔각정 쉼터(약 2시간)와 만난다. 동해바다가 시원스레 눈에 들어온다.
팔각정에서 나와 바람등대라 부르는 능선 상의 안부를 지나면 다소 경사가 급해진다. 15분 정도 오르면 헬기장이라 부르는 쉼터가 나온다. 헬기장에서 정상까지는 10분 거리다. 정상에는 ‘聖人峰’ 정상석이 있고 북쪽으로 20m 정도 내려가면 조망대가 있다. 북서쪽으로 뻗은 형제봉~송곳봉 능선과 나리분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산은 오른 길을 되짚어 내려가거나 나리분지 방향으로 가 천부리로 내려간다. 정상 직전 쉼터에서 서쪽 아래로 나리분지로 가는 등산로가 나 있다. 급경사 통나무 계단길을 20분쯤 내려가면 나오는 작은 공터에서 우측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리분지 가는 길이다.
나리분지에서 성인봉을 왕복하는 코스는 평지와 계단이 많아서 좀더 수월하다. 약 3.9km. 왕복 3시간 정도 소요.
교통(지역번호 054)
울릉도로 들어오는 배는 강릉, 묵호, 후포, 포항의 4개항에서 출발한다. 강릉항과 묵호항에서는 씨스포빌(1577-8665, seaspovill.co.kr)이 운항한다.
울릉도↔독도 저동항과 사동항에서 각기 다른 배들이 하루 1회씩 총 4~5회 오간다. 사동항에서 07:20 출항하는 돌핀호(791-8111)가 첫 배다. 이외 씨스타5호 씨플라워호, 엘도라도호 등이 있다. 정확한 시간은 선사에 문의.
울릉도에서는 공용버스나 택시, 렌터카 이용.
숙식(지역번호 054)
도동과 저동에 숙소가 몰려 있다. 사동항 근처의 대아울릉리조트(791-8800)에는 레스토랑, 카페, 노래방, 사우나 등 부대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이외 리조트라페루즈관광호텔(791-0114), 마리나관광호텔(791-0020), 울릉관광호텔(791-0081) 등이 있고 모텔과 민박도 많다.
울릉도에서는 신선한 회와 오징어 요리, 물회, 산채비빔밥 등을 먹을 수 있다. 오징어의 내장을 넣고 맑게 끓인 오징어 내장탕은 해장국으로도 좋다. 도동의 다애식당(791-1162), 동해식당(791-2820), 99식당(791-2287) 등. 별미인 따개비밥, 홍합밥은 1만5,000원 선, 따개비칼국수는 9,000원 정도다. 울릉도의 풀과 약초를 먹고 자란 약소와 산에서 채취한 산채로 만든 산채비빔밥도 별미.
[화제 | 산림복합경영의 메카 ‘윤제림’] 국내 최대 사유 ‘힐링 숲’으로 윤제림 오픈
글·사진 월간산 박정원 편집장
입력 : 2018.06.01 17:41 [584호] 20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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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 손님맞이… 337ha 규모에 편백나무 등 4계절 즐기는 숲 조성 ‘숲 속의 비밀정원’ 따로 100ha 가꿔… 표고버섯‧명이나물 등 산나물 체험도
국내 최대 사유림으로 복합 힐링 숲체험단지를 조성한 ‘윤제림允濟林’이 6월 1일 성대한 개막식을 갖고 문을 연다.
윤제림은 전남 보성군 주월산과 초암산 일대 약 337㏊(약 100만 평)의 빽빽한 숲에 100㏊(30만 평)의 숲을 사계절 즐길 수 있는 꽃과 구상나무, 주목 등 멸종위기식물이나 희귀종들로 가득 채워, 따로 조성했다. 이른바 ‘숲 속의 숲’이다. 여의도의 절반 가까운 숲 면적에 ‘숲 속의 비밀정원’을 따로 꾸민 셈이다.
뿐만 아니라 표고버섯과 명이나물, 꾸지뽕, 산나물, 고로쇠수액 등 천연의 숲 속 임산물을 직접 채취해서 생산, 가공 유통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인체에 유익한 피톤치드가 가장 많다는 아름드리 편백나무숲 30㏊에는 30~40m 높이의 편백나무들이 하늘 높이 쭉쭉 뻗어 명실상부 사유림으로서 국내 최고 ‘힐링의 숲’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소유주인 정은조 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은 “사유림으로 대규모 산림경영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하게 되어 뿌듯하다”며 “아버님의 유산을 이어받아 한국의 산림을 1차 생산에만 그치지 않고 명실상부 6차 산업으로 나아가는 기반을 조성해서 윤제림이 6차 산림산업의 대한민국 메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6차 산림산업의 메카가 될 윤제림은 크게 숲 속 휴식지구, 숲 속 힐링지구, 숲 속 체험지구, 숲 속 야영지구로 나뉜다. 숲 속 가장 깊숙한 자리에 있는 체험지구는 명이나물, 표고버섯, 꾸지뽕, 산나물을 이용객이 직접 채취해서 먹도록 할 방침이다. 휴식지구는 산채 재배단지와 인접해 있는 숲속의 집에서 숙박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힐링지구는 삼나무가 빽빽이 우거져 있고, 그 사이로 겸백천의 발원이 되는 계곡이 있는 장소로서 가족 단위로 숲을 즐기면서 아치하우스에서 숙박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야영지구는 완만한 경사의 삼나무 및 편백나무숲 사이에 차량의 접근이 좋은 지역을 선정해서 오토캠핑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 외 임도와 겸백천 사방시설을 활용해서 숲을 체험할 수 있는 동시에 자연 수영장까지 즐길 수 있는 숲속 및 수변 체험지구와 모든 시설관리를 책임질 관리지구를 포함해 총 6개 지구시설로 나뉜다.
윤제림, 대를 이어 50여 년간 조림
윤제림의 숲을 이루는 수종은 지난 2012년 정 회장이 아버지의 대代를 이어 50여 년 동안 조림한 공로로 받은 동탑산업훈장 수상내역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조림은 2000년대 들어서도 계속됐다. 2000년 상수리·편백·잣나무 16.5㏊, 01년 잣·상수리·고로쇠 15㏊, 02년 고로쇠·상수리·밤나무 8㏊, 03년 백합·상수리·고로쇠 5㏊, 09년 편백나무 5㏊, 10년 소나무·편백 8㏊ 등 실제 산림면적보다 더 많은 339㏊의 경제수와 숲을 가꿨다. 특히 12㏊의 참나무림은 한국의 참나무림을 대표하는 산림으로 인정받아 국가 지정된 ‘채종원’으로 지정됐다.
채종원으로 지정된 이후 15년간 우량종자를 전국에 공급해 정 회장의 아버지는 ‘상수리 할아버지’로 불리게 됐다. 자연 정 회장 아버지의 별명으로 불려졌다. 또 매년 120㎥씩 10년간 1,200㎥의 표고자목용 참나무를 인근 장흥·보성 지역 표고재배농가에 공급해 표고버섯 주산단지로 지정받아 고소득을 올리는 데 밑거름이 됐다. 정부에서 인정한 정은조 회장과 아버지가 숲을 이룬 공로내역이다. 이 수종들은 원래 있던 구상나무, 주목 등과 어울리면서 그 이후 굴거리나무, 홍가시나무, 배롱나무 등이 더해져 숲이 더욱 풍부해졌다.
‘상수리 할아버지’란 별명은 윤제림을 들어서는 순간 어느 정도 알아차릴 수 있다. 윤제림 입구에 다람쥐 모형이 방문객을 반긴다. ‘이게 뭔가’ 들여다보면, 그 사연이 상수리 할아버지와 연결된다. ‘다람이’와 ‘아람이’ 암수 두 마리로 상징되는 다람쥐는 정 회장이 아버지 별명인 ‘상수리 할아버지’를 생각해서 모형화했다. 도토리를 가장 많이 맺는 나무는 상수리나무이고, 상수리 할아버지는 그의 아버지의 별명이기 때문에 상징적인 모형으로 만든 것이다.
또한 ‘윤제림’이란 이름도 정 회장 아버지의 아호인 윤제에서 따왔다. 원래 정 회장의 아버지가 가꾼 숲은 ‘수남농장’이었다. 서울대를 졸업한 뒤 20년 가까이 대기업 해외주재원과 무역업을 청산하고 아버지의 끈질긴 설득으로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서 정 회장이 귀산촌하면서 수남농장을 윤제림으로 바꾼 것이다. 아버지가 이룬 가업을 이어 받으면서 산림을 더욱 빛내 고생한 대가를 후대에 남기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의미에서였다. 곳곳에 아버지의 흔적을 기리고 가꾼 정성을 엿볼 수 있다. 전체 면적도 좀 더 키워 지금 규모로 키웠다. 철쭉으로 유명한 초암산과 주월산 정상까지 확대했다.
철쭉 명산 초암산과 주월산 일대
초암산草庵山(576m)은 산 중턱 평지에 금화사란 절이 있었는데, 풀로 엮은 절이라고 해서 유래했다. 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다. 금화사는 백제 때 건립돼서 한때 융성했으나 절에 빈대가 심해 폐사됐다고 전한다. 현재는 마애석불만 남아 있다. 원래는 금화산이라고도 불렸다 한다. 정상 바위가 서 있는 듯하다고 해서 선바우산이란 별칭도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군의 서쪽 10리에 있으니, 일명 존자산尊者山이다’고 나온다. 존자는 부처의 제자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아마 주변 산들보다 조금 더 높은 지형에서 유래하지 않았나 짐작할 수 있다. 정상에서 살펴보면, 조그만 봉우리들이 봉긋 봉긋 솟아 마치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유래했지 싶다. 초암산은 전국 최고의 철쭉 군락지로 유명하다. 5월 초 철쭉이 절정을 이루면 온 산이 붉은색으로 물들어 장관이다.
초암산과 마주보고 있는 주월산舟越山(557m)은 능선으로 바로 연결된다. 한자의 의미로는 배가 넘어가는 산이란 뜻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정상에 서면 꼬막으로 유명한 득량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북서쪽으로 초암산, 남서쪽으로 방장산, 남쪽에 득량만이 있다. 주월산의 명칭은 바로 이 득량만과 관련 있다.
지금은 상당 부분 매립해서 농지로 사용하고 있지만 옛날에는 주월산 바로 아래 조성·득량면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한다.
주월산과 초암산의 경계가 바로 무남(넘)이재다. 무남이재는 물이 넘나들던 고개라는 의미다. 주월산 정상은 또한 전국의 패러글라이더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바닷바람이 제법 불어 패러글라이딩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주월산은 숲을 즐기면서 등산도 하고, 철쭉도 보고, 패러글라이딩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주월산 정상에 가면 선수船首 모형의 배를 볼 수 있다. 정 회장이 주월산의 의미를 담아 이물 모형으로 만들어 산 정상에 건립, 등산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 의미를 알 수 있도록 했다.
윤제림의 ‘제濟’자가 사실 다중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 숲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는 잇고 구제한다는 의미이다.
윤제림은 아버지의 숲을 이어받은 정 회장이 더욱 빛을 낸다는 의미인 것이다. 수남농장에서 윤제림으로의 변신은 글자 그 자체에서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은 숲을 미래의 가치를 담은 6차 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다.
또한 주월산과 초월산을 잇는 무남이재는 산과 바다를 잇는 장소이자 산과 산을 잇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과거 1차 산업이었던 숲을 임산물 생산과 가공, 유통, 그리고 휴식과 힐링을 겸한 미래의 숲을 지향하는 소통의 공간으로 이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1차 산업에서 6차 산업으로 숲을 구제해서 전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한국 사유림의 메카로서 자리매김하는 공간으로 상징되는 것이다.
약사인 부인도 임산물 가공‧발효 연구
이 모든 것이 윤제림에 들어서면 ‘소통의 숲 윤제림’이라고 적힌 이유를 대변한다. 이는 다시 말해 아버지와 아들이 소통하고, 주월산과 초암산이 소통하고, 산과 바다가 소통하고, 과거와 미래가 소통하는 숲, 윤제림인 것이다. 산림 미래 전문가, 정 회장이 지향하는 바와 딱 맞아 떨어진다. 그는 ‘산림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높은 삶의 질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꿔야 한다’는 신념에 가득 차 있다.
약사인 정 회장의 부인도 남편의 일에 열심히 내조하고 있다. 약사 일을 접어둔 지 오래다. 지금은 오로지 윤제림에서 채취하는 임산물을 어떻게 하면 사람들 몸에 유익하게 가공하고 발효할지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한창 여행 다닐 나이에 남편이 왜 이렇게 일을 많이 벌여 못살게 구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하지만 사람을 위하고, 사람을 살리는 일이기에 더욱 열심히 배우고 실험하는 중이다. 조만간 뭔가 큰일을 낼 심산이다.
정 회장은 “윤제림에서 족욕을 겸한 수치료, 명상이나 다도를 통한 정신요법, 풍욕이나 일광욕을 통한 기후요법, 기체조나 요가·숲 상상놀이터·패러글라이딩을 통한 운동요법, 산나물 및 채취를 통한 식물요법, 체질개선 같은 식이요법 등 모든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면서 “대한민국 최고 사유림으로 숲을 즐길 수 있는 진정한 대한민국 힐링 숲의 메카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수남농장에서 윤제림으로 ‘숲 속의 전남’을 꿈꾸다 ‘숲 속의 대한민국’까지 왔다. 앞으로 ‘숲 속의 세계’를 꿈 꾸는 건 아닌지.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직 꿈을 꾸는 정 회장이다. 그 속에 대한민국 최고의 사유림 ‘윤제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