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숙이 엄마 품을 떠나 남의 집 살이를 한 지도 일 년이 지났다.
밤마다 엄마 생각을 하다 눈물로 베개를 적시던 화숙은 점점 똑순이가 되어 갔다.
처음 희영의 집에 둥지를 틀 때는 새카만 얼굴의 계집아이에서 이제는 제법
처녀 티가 나는 것이 그동안 서울 물을 먹은 덕분인지 땟국물이 줄줄 흐르던 매무새도
어느 정도 다듬어져서 이제는 밖에 나가도 흘끔흘끔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덜 느끼게 되었다.
희영의 집 맏아들인 민철은 중학생이 되자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동네 불량스러운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성적이 자꾸 떨어지고 담배까지 몰래 피우고 있었다.
원래 자식 교육이나 가정 살림에는 취미가 없는 희영은, 남편이 출근을 하면, 요란스레 화장을 하고
외출하기를 좋아했다. 시어머니인 안 여사는 처음에는 며느리 희영을 가르치려 들었지만
배운 게 없고 성질대로 못하면 분이 풀리지 않은 성미의 며느리를 길들이지 못하고 말았다.
어느 날 희영은 민철의 담임으로부터 학교에 상담을 받으러 나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는 순간 민철이 학교에서 작은 사고를 쳤다는 직감이 있었다.
민철의 담임은 희영의 방문을 받았다. 희영은 민철의 담임에게 줄 케이크 상자를 들고 교무실 문을 두드렸다.
민철의 담임은 민철이 학교에서도 공부는 하지 않고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다 학생부 선생님께 걸려서 혼이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희영도 민철이 가끔 담배를 피운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학교에서 까지 담배를 피우고 있는지 몰랐다.
담임은 민철을 이대로 방치를 하게 되면 결국은 고등학교에도 입학하지 못하고 불량 청소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한다. 순간 희영은 가슴에 싸한 충격이 온다.
자신이 학교에 다닐 때에도, 담임은 집으로 전화를 해서 엄마를 불안하게 했던 일이 생각이 났다.
학교에서 돌아온 희영은 민철을 인문계고 입학을 시키려면, 억지로 공부를 시켜서 성적을 올리는 길 오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희영은 민철의 공부를 도와줄 수가 없었다. 자신도 공부에 취미가 없어
중학교를 중퇴를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다 민철의 아빠를 만나 결혼을 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철이 더 이상 삐뚤어지기 전에, 붙잡아 둘 누군가가 필요했다.
희영 남편인 영수는 공장에서 직원들과 야근을 자주 하기에, 자식 교육보다는 돈을 버는 일에만 관심을 쏟았다.
민철은 동네 만화방에서 성인 만화를 몰래 빌려다 보면서 성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어느 날은 화숙이 빨래를 하는 것을 몰래 훔쳐보다, 할머니 안 여사에게 혼이 나기도 했지만
민철의 성적 호기심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 그즈음 화숙은 밋밋하던 가슴이 봉긋 솟아나,
한창 성에 눈을 뜬 민철을 부채질을 했다. 민철은 화숙이 일을 하고 있으면 몰래 화숙의 가슴께로 눈길이 갔다.
그러나 가족들은 민철의 이런 태도를 알지 못했다.
며칠 후 민철의 과외 선생이 방문을 하게 되었다. 민철의 과외 선생으로 오게 된 수남은 K대 영문학과 3학년 생으로
군대에 제대를 하고 이번 학기에 복학을 한 학생이다. 부모님의 학비 부담과 용돈을 벌기 위해 학생을 가르치는
과외 선생을 나서게 된 배경에는 생활비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학생 과외를 하게 되면 다른 아르바이트 보다
몸이 덜 고달프고, 공부할 시간이 주어지기에 학교 공부 하기에도 훨씬 수월 했다.
수남은 희영의 집에 일주일에 3번 2시간씩 민철의 공부를 봐주기로 했다.
희영은 수남에게, 공부에 취미를 가질 수 있도록 민철을 보살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처음 화숙을 본 수남은 여동생 진희 또래의 화숙을 보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공부할 나이의 화숙은 아이들을 키우고 집안일을 하느라 손이 퉁퉁 부어 있었다.
민철이 과외를 하게 되면 화숙은 부엌에서 민철과 수남이 먹을 간식을 챙겨야 했다.
그래서 화숙은 일거리가 늘어나게 되어 몸이 훨씬 고달프게 되었다.
수남은 화숙이에게 뭔가 조언을 해 주고 싶었다. 어느 날 수남은 화숙에게
넌지시 공부하고 싶은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화숙 씨? 혹시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 없어요?"
하고 수남이 묻자 화숙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화숙은 대학생인 수남이 자신에게 친절하게 굴자 괜히 가슴이 쿵쾅 거린다.
화숙에게는 오빠들이 여럿 있지만, 공부하고 싶어 하는 화숙을 대신해서
방법을 알려줄 오빠가 없었다. 그래서 수남이 공부 이야기를 하자 첫눈에 수남이 좋아졌다.
수남이 민철의 과외를 시키기 위해 집에 오는 날이면 안 여사 몰래 맛있는 것을 살며시
민철의 방에 넣어 주었다. 화숙은 밤마다 공부하는 꿈을 꾸었다. 까만 교복을 입고 책가방을 들고
학교에 다니는 꿈을 꾸었다. 그런데 화숙은 야학을 하고 싶은데, 짬이 없다. 화숙의 눈치를 챈
수남은 희영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야학이 열린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화숙은 수남의 이야기를 듣고
친구들처럼 까만 교복을 입지 않아도 좋으니 꼭 다시 공부를 하고 싶었다. 며칠 뒤 화숙은 희영의 가족들이
저녁 식사 후 텔레비전을 보는 사이 살그머니 대문을 열고 야학이 열리는 어느 대형 교회로 달려갔다.
밖에서 몇 번을 망설인 화숙이 출입문을 빼꼼히 열고 바라보자
그곳에는 화숙이 또래와 나이가 젊은 청년들이 칠판을 바라보며 열심히 필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화숙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야학을 통해서 검정고시를
준비할 생각을 하니 마치 학생이 된 것처럼 날아갈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화숙이 정신없이 수업을 지켜보다 집으로 돌아왔다.
대문을 열고 희영의 집으로 돌아오자 집안을 발칵 뒤집혀 있었다.
마치 화숙이 집을 나간 것처럼 안 여사와 희영은 얼굴이 상기되어 화숙을 야단을 친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