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하이엔드 브랜드'가 시공사 선정을 가르는 주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프리미엄 단지에서도 설계부터 시공까지 하이엔드 브랜드가 가진 차별적 요소를 꼼꼼히 따지는 분위기다.
실제 정비사업 곳곳에서 하이엔드 브랜드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 새 시공사를 뽑은 광주 서구 광천동 재개발조합은 컨소시엄 금지와 함께 '하이엔드 브랜드 보유 건설사는 하이엔드 브랜드로만 제안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수주 과정에서 조합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요구하는 일은 암암리에 성행돼 왔지만, 이제 입찰 조건부터 하이엔드 브랜드를 명시화하는 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사업지가 ▶5000세대 규모 ▶공사비 약 1조8000억원의 사업성 ▶광주 내 중심지 입지 등을 갖춘 사업지다보니 이런 조건을 내거는 것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시 시공사가 하이엔드 브랜드를 출시하면 도입할 것을 약속 받은 곳도 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21차 재건축 단지는 최근 시공사인 포스코 건설이 선보인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가 도입된 1호 사업장이 됐다. 지난 2000년도 시공사 입찰 당시에는 포스코 건설에 하이엔드 브랜드가 없었다. 그래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는 ‘신반포 크레센도(가칭)’을 받아들여 시공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정비사업지 ’하이엔드 브랜드' 요구 높아져
하이엔드 브랜드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무늬만 프리미엄' 단지도 많아 조만간 옥석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엔드 브랜드는 수주 제안 때부터 초호화 설계가 진행돼야 한다”며 “간판만 바꿔 달고 준공된 단지들은 설계 반영이 안됐을 뿐만 아니라 공사비 자체가 낮아 외관부터 커뮤니티, 마감재까지 다 수준이 낮아 당연히 차이가 날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하이엔드 브랜드 사이에서도 시공사들의 저력과 브랜드 차별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건설사들도 고급화·희소성에 대한 수요자 눈높이에 발맞춰 하이엔드 브랜드 차별화를 위한 전략 수립과 이를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보면 브랜드 차별화를 위해 엄격한 기준에 의해 심사를 거친 곳에만 선별적으로 브랜드를 적용하고 있다. 지역별로 ▶가장 우수한 입지 조건을 갖춘 곳이어야 하며 ▶시공품질관점 ▶서비스관점 ▶사후관리와 고객관리관점 등 7가지 조건을 충족해야만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한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가 들어간 단지는 최초·최대·유일의 아이템이 3개 이상 적용돼야 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입주한 ‘디에이치 라클라스(삼호가든3차)’는 강남에서도 처음 유선형 외관을 적용했다.
건설사 '고급화·희소성' 살려 차별화 경쟁
하이엔드 브랜드를 가장 먼저 도입한 DL이앤씨도 차별화된 전략을 갖고 있다. DL이앤씨는 전 세계 최고급 주거환경 트렌드를 분석하고, 실 거주자들의 요구와 개선점을 반영해 혁신적인 평면설계를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실제 DL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크로‘는 혁신평면 외에도 다양한 특화기술과 시스템을 적용한다. 우선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를 저감을 위해 조경식재와 미세먼지 신호등, 세대 내 스마트 공기제어 시스템을 도입한다. 또한 기존 차음재(3cm) 보다 2배 두꺼운 차음재(6cm)와 욕실 층상배관 공법을 적용해 층간소음 저감에도 힘썼다
이들 외에도 현재 하이엔드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건설사는 대우건설(써밋), 롯데건설(르엘) 등이 있다. 포스코건설(오티에르)과 SK에코플랜트(드파인)는 올해 들어 새 하이엔드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 삼성물산(래미안)과 GS건설(자이)만 여전히 단일 브랜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 한 전문가는 “시장에서 하이엔드 브랜드가 이처럼 성행하는 것은 차별화된 설계와 편의시설이 곧 아파트 집값으로 이어기 때문”이라며 “이름에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다 같은 하이엔드가 아니기 때문에 수요자들도 시공사들이 하이엔드 브랜드 원칙을 제대로 세우고 적용했는지, 착공 막판에 간판을 바꿔 달지는 않았는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