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인이란 어떤 수준이나 한계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문화생활은 동물적 삶으로부터 인간다워지려는 본능적 추구이다. 그 결과론적 깊이를 드러내는 척도는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존중하는 품성과 언어를 지닌 격조 높은 삶을 위하여 자신을 들여다보며 사색하고 배우려는 지속성에 바탕을 둔 사람이다.
행복하게도 우리 고성군에는 <바우지움조각미물관>이라는 수준 높은 문화공간이 있다. 울산바위와 마주 바라보며 소통, 교감하듯 지어진 아름다운 건축물 안에 200여 점 이상의 훌륭한 조각작품들과 멋진 조경은 이미 미디어와 메신저를 통하여 널리 알려진 대로 국내외 방문객들이 즐겨 찾는 문화명소가 되었다. 바우지움조각미술관은 A관 우리나라 근현대조각관, B관 조각가 김명숙(관장)조형관, 기획전시관 아트스페이스로 크게 나눌 수 있다. 5,000평의 부지 위에 소나무정원, 물의정원, 돌의정원, 잔디정원, 테라코타정원 등 다섯 가지의 테마 정원은 서로 다른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어 멋진 포토존을 이루고 있다. 테라코타정원을 뒤로하고 출구로 나오면 길 건너 맞은 편에 아트스페이스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계절의 향기>라는 주제의 회화전이 4월부터 3개월간 전시 중이다. 1967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출신의 성기점 작가의 유화작품은 참 놀라운 예술의 깊이와 감동을 주고 있다. 추상적이며 입체적인 선과 공간성의 구상으로 자연과 사랑, 희망 등을 제시하는 작품의 특성이 예사롭지 않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첫눈에 들어오는 정면의 <푸른하늘 은하수>는 감탄사와 함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제목을 아는 순간 푸른 빛 가득한 하늘의 수많은 하얀 별들이 가득한 우주, 그 아뜩한 원근감에 압도당하고 만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수많은 선들과 그 선을 메우고 있는 서로 농도가 다른 푸른색과 흰색의 대비. 그것뿐이다. 단지 그 두 가지만의 단순함이 어떻게 이렇게 마주하는 사람마다 가슴 뛰게 만드는가. 우리는 일제강점기 때 국민들에게 독립을 염원하며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던 <반달>이라는 노래를 잘 알고 있다. 일본은 동쪽에 있기에 ‘...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라며 어려서부터 친구와 둘이서 손바닥을 마주치며 부르던 노래 ‘푸른하늘 은하수...’. 한국민의 정서에는 은하수라는 강물 빛 이미지 이외에도 밤하늘의 별들은 당연히 푸른하늘이 배경일 것이라는 느낌으로 살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거대한 작품 속 수많은 선들은 연속성, 확장성의 대단한 파워로 액자 밖으로 한없이 달려나갈 듯 그어져 있고 크기가 다양한 하얀 별들은 모두의 시선을 수억만 광년의 거리와 깊이로 빨아들이고 있다. <푸른하늘 은하수>를 가까이에서 홀린 듯 들여다보다 정신을 차리고 다른 작품들을 감상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내 마음의 보석>이라는 작품 앞에서 다시 오래 머물게 된다. 역시 수많은 직선, 직선들. 그 가운데에 얼기설기 매달려 있는 듯 보이는 다이아몬드나 사파이어를 연상케 하는 푸른빛의 다각형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에 섞이어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그래도 저렇게 보석 같은 가치 있는 강점들이 있기에 지금까지 그 자존감으로 견디고 버티며 살아내는 힘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빼앗아갈 수 없는 나만의 그 귀한 존재감으로 인해 앞으로도 희망적인 삶을 꿈꾸며 달려가는 에너지가 되는 것이 아닐까. 그 외에도 열두 편의 작품들 중에는 정겹고 인간미가 넘치는 제목들이 붙은 <사이로 부는 바람> <오후의 그림자> <호수로 가는 길> <속삭임> 등 신비스러운 블루톤 색채의 이미지와 스토리로 가득한 작품들로 풍성하다.
아트스페이스 바로 앞, 유명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 판매하는 아트샵에서 는 소장가치가 높은 다양하고 특별한 작품들과 고품격 생활도자기, 액세서리 등이 진열되어 있다. 옆 건물 <카페바우>로 옮겨가면 이제 들뜬 마음을 갈아 앉히고 잔잔한 음악과 함께 향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창조주의 위대한 작품인 대자연, 그 안에서 여러 장르의 창작문화에 참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작품들을 함께 즐기며 누리는 사람들로 인해 문화는 더욱 발전해가고 문화인으로서의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커피잔을 앞에 두고 뜨거운 한 김 날아오르는 동안의 시선을 옮겨본다. 돌과 바람이 지어낸 <바우지움조각미술관> 노출 콘크리트의 거칠어서 더욱 멋진 돌덩이 담 너머, 산세 수려한 울산바위와 설악 골짜기로 오월, 짙은 봄빛이 물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