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i Hong Lounge)
* 간보기 :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숨이 멎을 정도로 진한 중국적 분위기에 압도된다. 그 넓은 홀에 가득한 중국 사람들, 본토보다 더 중국적인 사람들이 중국색 그대로인 음식을 식당을 날려버릴 정도로 큰 중국어로 떠들며 식사를 한다. 그것도 가만 들어보면 보통화가 아니고 광동화다.
의식주 중 유난히 식생활을 즐기는 식도락가 중국인들, 아니 화교들은 이런 정통 중국음식을 그대로 보존해 왔다. 덕분에 싸고 맛있는 중국 음식을 미국에서도 그대로 맛볼 수 있다. 2017년, 2018년 미슐랭 맛집에 선정된 집이다. 2019년 선정되지 않은 것은 미슐랭 실수이다. 이렇게 맛있는데도 누락된 것은 실수라고 아니할 수 없다.
1. 식당 얼개
주소 : 1416 Powell St, 샌프란시스코
전화 : 415 397 2290
먹은 날 ; 2019.5.1.수. 점심
2. 맛보기
부추딤섬과 통새우딤섬을 주문했다. 부추딤섬은 부추에 새우를 갈아 넣어 맛을 냈다. 통새우는 새우 국물을 만두피안에 그대로 담고 있어 맛과 통새우의 통통 튀며 쫄깃거리는 식감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북경 등 중국 본토에서는 부추물만두는 보통 계란과 같이 속을 넣는다. 이 딤섬은 새우를 부재로 써서 부추만두를 만들었다. 부추의 향긋함은 살리고 부담스러운 강한 맛은 새우로 완화시켰다. 예술적인 맛이다.
새우 만두는 통새우의 싱싱함과 쫄깃거리는 식감을 그대로 살렸다. 국물까지 보존하여 딤섬의 최고 맛을 보여준다.
식사보다는 식후 간식으로 즐기면 더 좋을 듯하게 약간 단맛이 돈다. 실제로 속도 땅콩과 과일을 넣었다. 쫄깃거리는 양피의 식감과 잘 어울린다.
국물이 먹고 싶어 쌀국수를 시켰다. 미엔티아오, 면발이 가늘어 요리가 용이하다. 먹기에도 부드러운데, 이거 한 사람이 먹기에는 너무 많다. 딤섬집에 와서 면만 먹고 가기는 아깝지 않은가. 양이 많으니 주의해서 주문할 일이다.
면에는 시엔차이와 숙주, 닭고기 등으로 고명을 띄웠는데 국물의 시원함과 잘 어울린다. 좀 더 개운한 맛을 원하는 한국사람이라면 고추기름과 중국식 고추장이 있으니 넣어 먹는 것이 좋을 듯하다. 베트남 쌀국수와는 전혀 다른 풍미다. 중국 냄새가 강하다.
차는 보이차를 주문했다. 맛이 진하지만 억세지 않다. 부드러운 맛이 상당히 질이 좋은 차로 보인다.
식탁 위 양념이다. 고추기름, 중국고추장, 간장, 소금 등이다. 검은 액체는 식초라고 생각했는데 간장이었다. 중국 본토는 어김없이 식초이다. 물만두는 식초와 먹는다. 그것도 식초의 생산지를 따져가며 어울리는 식초로 물만두의 약간 느끼한 맛을 잡아 먹는다. 여기 딤섬은 별로 느끼하지 않아 그럴 필요가 없나보다. 그러나 간은 적당하니 특별히 간장에 찍어먹을 필요는 없을 거 같다.
3. 먹은 후
음식점을 찾을 때부터 이름의 의미가 궁금했다. 올 래에 붉을 홍이라 생각했다. 래홍, 중국어로 라이홍, 중국에서 기끔 볼 수 있는 상호다. 그런데 아니었다. 여지 려 자, 여향, 그럼 리샹이어야 하는데 라이홍,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 나오면서 카운터에 물어봤다.
처음에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설명을 못 해주다가 과일 여지의 의미냐는 말에 그렇다, 그럼 왜 리즈샹이 아니냐, 리즈는 보통화 발음, 라이는 광동화, 광동화로 라이홍이란다. 큰 숙제가 풀렸다. 동시에 보통화, 광동화의 거리도 알게 되었다. 이곳에 광동 사람, 홍콩 사람이 많다더니, 이름에도 반영이 되었구나. 광동음식이 많다더니 이 또한 그렇구나.
샌프란의 20%가 중국인이라는 통계가 있다. 샌프란 도심의 상당부분을 점유한 차이나타운은 세계 제1의 규모다. 철도 건설을 위해 유입된 사람들, 금문교 건설을 위해 유입된 사람들이 기반이 된 중국 사람들은 중국문화를 그대로 화석화한채 안고 살아왔다. 옷도, 외모도, 음식도. 어쩌면 북경보다 더 옛날 도시에 온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이처럼 공동체 문화 고수의 결과이리라. 그 덕분에 이렇게 정통 중국 요리를 먹어볼 수 있게 되었다.
식당 안 손님의 95% 정도는 토종 중국인들, 나처럼 이방인은 5% 정도, 유럽계 사람들도 젓가락질을 제법 잘해가며 먹었다. 토종 중국음식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된 것이다. 정체성 보존의 열매를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누리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식당과 사람들이 궁금해서 밥먹고 나올 때까지 심지어 화장실에서까지 5명 정도와 짧은 인터뷰를 했다. 이 식당 정도의 맛을 내는 식당은 주변에 여럿 있단다. 두세집 정도는 추천할 만하게 맛있는 식당이란다. 아쉽게도 시간 때문에 자세히 듣지 못했지만, 식당 명성은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자주 이 식당을 이용한다. 여기 온 지 30년 되었다는 한 부인은 아주 맛있는 식당이라고 극찬하였다. 이렇게 사람들 불러모아 회식할 수 있게 하고 음식문화를 보존해가는 이 식당은 여러가지 기능을 하는, 이민공동체의 중심적 존재임에 틀림없다.
*차이나타운 여기저기 풍경들이다. 건물 위에는 중국의 오성홍기, 대만의 청천백일기가 같은 거리 안에 나부낀다. 성씨의 본관별로 모임을 하는 종친회 간판도 곳곳에 보인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중국인의 분위기다. 역사가 멈추어버린 동네, 중국 사람들도 이전 역사, 생활 탐구를 위해서는 이 동네로 와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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