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산>
동네마다 오래된 터줏대감 중국집이 있다. 전주의 홍콩반점, 진미반점, 수원의 수원 등등, 주민들과 영욕을 같이 해온 중국집들, 한식의 대신이기도 했지만, 한식을 향해 끊임없이 진화하기도 했다. 중국에 가면 먹어보지 못하는 중국음식들, 중국집 상당부분의 메뉴가 그렇다. 그러다보니 한국화된 중국음식이 되어 한식인지 중식인지 구분이 안 된다. 군포 산본의 터주대감 중국집은 연화산이다.
1.식당얼개
상호 : 연화산
주소 : 경기 군포시 산본로 323번길 4-7(산본동 1129)
전화 : 031) 399-6622
주요메뉴 : 중국음식
2. 먹은날 : 2021.11.24.저녁, 2021.12.1.저녁, 2022.1.15.점심
먹은음식 : 굴짬뽕 9,000원, 잡탕밥 13,000원 등등
3. 맛보기
1) 오늘은 짜장면이 아닌 짬뽕과 잡탕밥이다. 날이 추워 국물이 필요해서 요즘 제철인 국 요리 짬뽕을 주문했다.
잡탕밥. 정작 중국에 가면 만나기 힘든 음식. 고추기름을 넣어 칼칼한 맛이 있다. 갖가지 해물을 고추기름 소스에 볶았다. 이런 해물, 이런 소스는 중국에 없다. 해삼에, 오징어에, 새우에, 키조개 관자까지 있다. 중국에서는 맛있는 해물 만나기가 쉽지 않다. 북경도, 천진도, 멀리 해남도에 가도 별로 신통한 해물요리를 못 만나봤다.
죽순이나 부로컬리는 많이 만난다. 여기 죽순도 당연히 중국산일 것이다. 죽순요리는 중국이 자랑할만하다. 부로컬리는 시란화라 하여 중국에서도 채소 단독요리로 일상화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과 해물의 조합에 밥을 더해 잡탕밥이라고 하는 요리는 한국산 중국요리로 보인다. 특히 이 집 요리는 고추기름에 볶아 매케한 맛이 아주 개운하고 좋다. 밥이 딱딱하고 뻐신 것은 조금 불편하다. 그러나 중국요리가 밥에는 초점을 맞추지 않으니, 불평을 해도 안 먹힐 거 같아 참는다.
나가사끼에서 짬뽕이 나왔다는데, 나가사끼보다 한국산 짬뽕이 맛도 좋도 종류도 더 다양하다. 굴짬뽕은 몇 년 전에는 이름도 생소했던 최근산이다. 음식 개발이 거침이 없다. 중국음식 중 짬뽕이 특히 그렇다. 짬뽕이 특화된 중국집들이 늘어난 덕분이 아닌가 한다.
사실 짬뽕은 일본보다 한국에 더 적절한 음식이 아닌가 한다. 나가사끼 짬뽕은 매운 거보다 안 매운 하얀국물이 더 많은 거 같다. 직접 나가사끼에 가서 먹어본 나가사끼짬뽕은 색이 빨간 국물이었어도 많이 맵지 않았고 우리 보통 짬뽕과 비슷한 맛이었다.
우리가 짬뽕맛에 기대하는 매운 맛은 우리 기대 덕분에 한국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1970, 80년대만 해도 중국집 면은 짜장면, 우동, 짬뽕으로 3분되어 있었는데, 맵지 않은 우동은 구석에 몰리고 지금은 거의 짜장면과 짬뽕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강력하고 선명한 맛을 쫓는 식중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한다.
나가사끼 짬뽕의 근원설은 여러가지다. 한국인천에서 중국인들이 중국음식을 개조해서 만든 것이라는 설, 일본 나가사끼의 중국집에서 개발했다는 설 등이 그것이다. 한국에서 개발한 것에도 일본의 '여러가지 뒤섞음'을 뜻하는 일본어 짬뽕이 붙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짬뽕은 중국집의 주메뉴가 되어 한참 전부터는 맵기 경쟁을 하더니 요즘은 재료 다양화경쟁을 한다. 덕분에 식중은 더 즐거워졌다.
굴짬뽕. 국물이 약간 매운맛을 더해 개운하기 그지없다. 굴도 새우도 잔뜩이어서 밀가루음식이라는 부담도 덜어준다. 고춧가루 없이도 개운한 짬뽕, 정통짬뽕보다 풍미도 못할 게 없다. 좋은 음식이다.
2) 맛보기
먹은날 : 2021.12.1.저녁
먹은음식 : 매코스요리(1인당 3,5000원)
코스요리 끝, 짜장면과 짬뽕으로 입가심한다. 주식이 나중 나오는 중국 음식 상차림 방식이 여기서도 똑같다.
2021.1.15.
3) 맛보기
이제 배달음식이다. 고전적인 음식으로 탕수육과 짜장면을 주문한다.
*탕수육과 간짜장. 가장 정통의 중국음식, 외식의 추억 공간에서는 대부분 이 두 음식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
탕수육. 짜장면만 먹으면 좀 서운할 때 1번으로 찾는 요리가 탕수육이다. 졸업식날 와서 주문할 때 가장 많이 찾던 음식, 누구나의 향수 속에 자리한 탕수육, 기억속의 전통의 맛을 보여준다. 배달이어도 짜장면과 달리 맛이 거의 변화가 없어서 좋다.
요즘 많이 먹는 찹쌀탕수육, 꿔바로우도 좋지만 추억속의 음식은 여전히 밀가루 탕수육이다. 바삭거리면서도 안이 부드러운 탕수육, 고기를 튀길 수 있는 특권을 가진 탕수육, 항상 일관된 맛으로 추억의 힘을 보여준다.
꿔바로우는 중국음식이어서 연길에 가면 정통요리를 먹을 수 있다. 그러나 탕수육은 탕수리지라고 해서 우리 탕수육과 비슷하지만, 소스맛이 더 강렬하여 상당히 다른 풍미를 낸다. 탕수육은 짜장면처럼 우리 중국음식이다. 하지만 꿔바로우는 중국음식으로 우리에게는 조금 새로운 요리다. 추억 속에서는 이런 정통 밀가루 탕수육이 있다.
짜장면. 맛은 좋은데, 아무리 칼같이 배달을 와도 절대 소요시간은 어쩔 수 없나보다. 좀 불었다. 탕수육을 먹은 후에 비비니 더욱 문제다. 제맛을 제때 누리지 못해 아쉽지만, 짜장면에 대한 향수풀이는 충분히 하는 걸로 위로한다.
2022.8.1.
쟁반짜장 : 1인 8,000원
쟁반짜장. 진화한 짜장면이다. 국민외식 짜장면의 진화, 삼선짜장과는 어떻게 다른지 알기 힘들다. 여기도 해물이 잔뜩이기 때문이다. 맛은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넓은 그릇에 담아 내와 느껴지는 풍성함도 좋다.
2023.7.26.
냉채 45000
표고새우 45000
전가복 65000
4. 먹은 후 : 짜장면과 탕수육의 추억
인천 차이나타운 짜장면박물관에 가보니 그 옛날 중고생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중국집에서 먹고 있는 장면을 재현해 놓았다. 교복 입고 짜장면 먹고, 흔했던 풍경이기도 하지만 그때는 매우 부러운 풍경이기도 했다. 누구나 그 모형을 보면 아, 그때 저랬었지,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짜장면은 외식의 대표음식이고, 특별하고 맛있는 대표음식이었다. 거기다 탕수육을 보태면 호사의 극치였다. 남녀학생이 함께 교복을 입고 먹는 상에는 대부분 탕수육은 없었다. 비싼 음식으로 그야말로 특별한 날에나 가능했던 음식이었으니까. 짜장면 식탁이 한 등급 격상하면 탕수육 식탁이 된다. 그것은 졸업식날, 생일날이나 먹는 음식이었다.
재밌는 것은 나만 아니라 그 시절의 누구의 기억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경상도에 살았든, 전라도에 살았든, 서울에 살았든 비슷한 것이다. 탕수육과 짜장면은 맛으로 유행으로 전국을 통일해서 석권했던 것이다. 그 뒤 외식음식으로 각광받은 불고기나 삼겹살은 좀더 기다려야 한다. 그 유행도 중국음식의 통일성을 이기지는 못했다.
짜장면과 탕수육은 전국 어디서나 맛이 비슷하다. 다른 중국음식은 맛의 편차가 제법 큰 편이지만, 이 두 음식은 거의 비슷하다. 외지에 가서 현지음식점을 제대로 찾을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중국음식으로 떼우자, 그때 이걸 먹어도 된다. 두 음식은 전국적으로도 비슷하지만, 옛날맛과도 동일하다. 시공을 넘어 같은 맛을 내고 있으면서도 한식과의 괴리가 커서 외식 기분이 확실히 나는 것, 이것이 짜장면과 탕수육을 외식의 대명사로 만든 이유가 아닌가 한다. 이 두 음식은 중국음식 영역 속에 있지만 매우 한국적인 중국음식이어서 외식기분을 내면서도 또한 편안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2023.10.9.점심
잡탕밥 15,000원, 짜장면 7,000원
전통적인 짜장면. 옛날 졸업식날 식구들 둘러앉아 먹던 짜장면. 중국집 따뜻한 방안 아랫목에서 먹던 짜장면 맛과 별로 다르지 않다. 약간 단맛이 더 강해졌는가, 하는 정도의 변화만.
중국 음식 중 가장 싸다는 것도 여전히 똑같고. 비비는 시간이 세상에서 제일 지루한 시간이라는 것도 똑같고. 직접 식당에 와야 집에서 시켜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는 면을 먹는 것도 똑같다. 집에서 먹는 것보다 맛이 최소 1.3배는 올라가는 거 같다. 짜장면은 1.5배. 고등학교 때처럼 여전히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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