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비공개 입니다
제 4 편
귀신 및 사람의 혼에 관한 이론(異論)을 분석하고 천하 만물은
한 몸(一體)이라고 말할 수 없음을 풀이함
(第三篇 : 辯釋鬼神及人魂, 而解天下萬物不可謂之一體)
정인재 역
4-1 ◈ 중국 선비가 말한다.
昨吾退習大誨 果審其皆有眞理
작오퇴습대회 과심기개유진리
어제 제가 물러나와 큰 가르침을 복습해 보니 그것은 과연 모두 진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不知 吾國迂儒 何以攻折鬼神之實爲正道也
부지 오국우유 하이공절귀신지실위정도야
우리나라(중국)의 ‘꽉 막힌 선비(迀儒)’들이 어째서 귀신들의 실재함을 공격하는 것이 올바른 도리라고 생각하는지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 서양 선비가 대답한다.
吾遍察大邦之古經書 無不以察祀鬼神 爲天子諸侯重事
오편찰대방지고경서 무불이찰사귀신 위천자제후중사
저는 큰 나라(중국)의 옛날 경서를 두루 살펴보았는데 귀신에게 제사 지내는 것을 천자와 제후의 중요한 일로 삼지 않음이 없었습니다.
故敬之如在其上 如在其左右 豈無其事而故爲此矯誣哉?
고경지여재기상 여재기좌우 개무기사이고위차교무재?
그러므로 귀신이 마치 그들 위에 있는 듯이, 마치 그들 좌우에 있는 듯이 공경하였습니다. 어찌 실제로 그런 일이 없었는데도 일부러 이런 것들을 거짓으로 꾸며서 속였겠습니까?
盤庚曰 失于政 陳于玆 高后丕乃崇降罪疾 曰 何虐朕民?
반경왈 실우정 진우자 고후비내숭강죄질 왈 하학짐민?
반경(盤庚)편에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정치에서 잘못함(失)이 여기에 펼쳐있으니 우리 왕실을 세우신 높으신 시조께서 죄에 대한 벌을 크게 내리시고 어째서 나의 백성들을 학대하느냐? 하고 말씀하시지 않겠는가!”
又曰 玆予有亂政同位 具乃具玉 乃祖乃父丕乃告我高后 曰 作丕刑於朕孫
우왈 자여유란정동위 구내구옥 내조내부비내고아고후 왈 작비형어짐손
迪高后丕乃崇降弗祥
적고후비내숭강불상
또 말하였습니다. “여기서 나와 정치를 함께 하면서 벼슬자리를 같이한 이들이 많은 재산을 갖추고 있으면 너의 할아버지는 우리 높으신 시조에게 크게 알려주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 자손들에게 커다란 형벌을 내리소서!’ 이에 높으신 시조는 불행을 크게 내릴 것이다.
西伯戡黎 祖伊諫紂曰
서백감려 조이간주왈
서백이 이미 여(黎)를 이겼다. 이에 상나라 주(紂) 임금의 신하인 조이(祖伊)가 紂 임금에게 이렇게 간언하였다.
天子 天旣訖我殷命 格人元龜 罔敢之吉 非先王不相我後人 惟王淫戱用自絶
천자 천기흘아은명 격인원구 망감지길 비선왕불상아후인 유왕음희용자절
“하늘의 아들(天子)이여, 하늘이 이미 우리 은나라의 명을 끝마치었으므로 지극히 지혜로운 사람과 으뜸가는 거북점도 감히 길함을 알지 못합니다. 선왕이 우리 후손을 도와주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오직 왕께서 음란하게 놀았기에 스스로 천명을 끊어 버린 것입니다.”
盤庚者 成湯九世孫 上違四百祀 而猶祭之 而猶懼之
반경자 성탕구세손 상위사백사 이유제지 이유구지
반경은 성탕의 9대 후손으로 서로 거리가 400년이나 되었는데도 오히려 그 성탕에게 제사를 지냈으며 또 오히려 그를 두려워하였습니다.
而猶以其能降不祥 勵己勤民
이유이기능강불상 여기근민
그리고 반경은 그 성탕 임금이 벌을 내리고 불행을 내리며 자기 자신을 독려해 주고 백성들을 바르게 권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則必以湯爲仍在而未散矣
칙필이탕위잉재이미산의
그렇다면 반드시 탕(湯)임금이 하늘에 여전히 존재하여 아직도 그의 영혼이 흩어지지 않았다고 반경은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祖伊在盤庚之後 而謂殷先王旣崩 而能相其後孫 則以死者之靈魂爲水在不滅矣
조이재반경지후 이위은선왕기붕 이능상기후손 즉이사자지영혼위수재불멸의
조이는 반경보다도 뒤에 살았는데 은나라 선왕은 이미 돌아가셨지만 그 후손을 도울 수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죽은 이의 영혼이 영원히 존재하며 소멸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겠습니다.
金縢 周公曰 予仁若考能 多才多藝 能事鬼神
금등 주공왈 여인약고능 다재다예 능사귀신
상서(尙書)의 금등(金縢)편에 주공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인애하고 조상에게 효도했으며, 많은 재능과 재주로 귀신을 섬길 수 있다.”
又曰 我之弗辟 我無以告我先王
우왈 아지불피 아무이고아선왕
또 말하였습니다. “내가 법대로 하지 않으면 나는 나의 돌아가신 임금에게 알릴 것이 없도다.”
召誥曰 天旣假終大邦殷命 玆殷多哲王在天 越厥後王後民 (玆服其命)
소고왈 천기가종대방은명 자은다철왕재천 월궐후왕후민 (자복기명)
소고(召誥)편에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하늘은 이미 큰 나라 은(殷)의 천명을 끝내었으나 이 은나라의 많은 지혜로운 왕들은 하늘에 있었다. 그 뒤의 왕들이나 그 뒤의 백성들도 이처럼 이 선조들의 명령을 따랐다.”
詩云 文王在上 於! 昭于天 文王陟降 在帝左右
시운 문왕재상 어! 소우천 문왕척강 재제좌우
詩經에서는 또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문왕의 혼이 하늘 위에 계시니, 아! 하늘에서 밝으시도다. 문왕은 하느님을 도와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하느님(帝)의 좌우에 계시도다!”
周公召公何人乎?
주공소공하인호?
주공과 소공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其謂 成湯文王 旣崩之後 猶在天陟降 而能保佑國家 則以人魂死後爲不散泯矣
기위 성탕문왕 기붕지후 유재천척강 이능보우국가 즉이인혼사후위불산민의
“옛날의 성탕이나 문왕이 이미 세상을 떠난 뒤에도 여전히 하늘에서 오르내리며 국가를 보호하고 도와 줄 수 있다.”고 아마도 우리는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영혼은 죽은 뒤에도 흩어져 없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貴邦以二公爲聖 而以其言爲誑 可乎?
귀방이이공위성 이이기언위광 가호?
선비님의 나라에서 이 두 공후(주공, 소공)를 성인으로 여깁니다. 그런데 (천상 영혼들의 존재를 언급한) 그들의 말을 속임수로 여기는 것이 옳겠습니까?
異端熾行 譸張爲幻 難以政詰 後之正儒 其奈何?
이단치행 주장익환 난이정힐 후지정유 기내하?
이단이 치열하게 성행하여 터무니없는 말로 속이고 미혹하니 공격하고 힐난하기가 어렵습니다. 후대의 올바른 선비들이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必將理斥其邪說 明論鬼神之性 其庶幾矣!
필장이척기사설 명론귀신지성 기서기의!
장차 반드시 올바른 도리로써 그들의 사특한 이론들을 배척하고 귀신의 본성을 명백하게 논한다면 아마도 문제는 거의 다 해결될 것입니다.
4-2 ◈ 중국 선비가 말한다.
今之論鬼神者 各自有見 或謂 天地間 無鬼神之殊 或謂 信之則有 不信之則無
금지논귀신자 각자유견 혹위 천지간 무귀신지수 혹위 신지칙유 불신지칙무
오늘날 귀신을 논하는 이들은 서로 다른 견해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천지 사이에는 귀신같은 특이한 존재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어떤 이는 “그것을 믿으면 있고 믿지 않으면 없다.”고 말합니다.
或謂 如說有則非 如說無則亦非 如說有無得之矣
혹위 여설유칙비 여설무칙역비 여설유무득지의
어떤 이는 “만약 있다고 해도 잘못이고, 만약 없다고 해도 또한 잘못이며, 만약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고 말한다면 마땅하다.”고 말합니다.
◈ 서양 선비가 대답한다.
三言一切以攻鬼神 而莫思其非 將排詆佛老之徒 而不覺忤古聖之旨
삼언일절이공귀신 이막사기비 장배저불노지도 이불각오고성지지
그 세 가지 주장은 모두 귀신의 존재를 공격하지만 자신의 잘못됨을 생각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들 유교의 선비들은 불교나 도교의 신도들을 배척하고 비판하지만 자신들의 생각도 옛 성현의 뜻에 어그러짐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且夫鬼神有山川宗廟天地之異名異職 則其不等者矣
차부귀신유산천종묘천지지이명이직 즉기불등자의
또한 무릇 귀신들에는 산천이나 종묘나 하늘과 땅이라는 각각 다른 이름과 다른 직분이 있다고 한다면 그런 귀신들은 똑같은 모습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所謂二氣 良能造化之迹 氣之屈伸 非諸經所旨之鬼神也
소위이기 양능조화지적 기지굴신 비제경소지지귀신야
이른바 성리학에서 말하는 두 氣의 ‘본래적 능력(良能)’과 음양의 기에 의한 ‘창생과 변화(造化)’의 흔적이란 결국 ‘기’의 ‘오그라짐(屈)’과 ‘펼쳐짐(伸)’ 만을 말하는 것이니 여러 경전들(詩, 書, 易)에서 지적하고 있는 귀신들과 전혀 같지 않습니다.
吾心信否 能有無物者否? 講夢則或可 若論天地之大尊 奚用此恍惚之辭(亂)耶?
오심신부 능유무물자부? 강몽칙혹가 약론천지지대존 해용차황홀지사(란)야?
우리 인간들의 마음이 믿고 안 믿고에 따라서 어떤 것이 있을 수도 있습니까? 꿈이라고 한다면 혹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천지의 위대하고 지존한 분을 논한다면서 어찌 그런 애매모호한 말을 쓸 수 있겠습니까?
譬如西域獅子 知者信其有 愚人或不信 然而獅子本有
비여서역사자 지자신기유 우인혹불신 연이사자본유
서역의 사자에 비유해 봅시다. 아는 사람은 그것이 있다고 믿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아마도 믿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자는 본래 있는 것입니다.
彼不信者 能滅獅子之類哉? 又況鬼神者哉?
피불신자 능멸사자지류재? 우황귀신자재?
저들이 믿지 않는다고 사자라는 부류를 없애 버릴 수 있겠습니까? 또한 하물며 귀신과 같은 존재를 어떻게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凡事物有卽有 無卽物 盖小人疑鬼神有無 因就學士而問以釋疑
범사물유즉유 무즉물 개소인의귀신유무 인취학사이문이석의
무릇 사물이란 있으면 있는 것이고 없으면 없는 것입니다. 대개 어리석은 소인들은 귀신의 유무를 의심하기 때문에 학식 있는 선비를 찾아가 물어 보아서 그 의혹을 풀어야 할 것입니다.
若答之以 有無 豈非愈增其疑乎?
약답지이 유무 개비유증기의호?
만일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말만 가지고 대답을 한다면 어찌 그 의혹을 더욱더 증폭시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諸言之旨無他 惟曰 有 則人見之 人莫見之 則無矣
제언지지무타 유왈 유 즉인견지 인막견지 즉무의
(사물의 존재 여부를 결판하려는) 이런 여러 주장들의 뜻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오직 있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볼 수 있을 것이고, 사람들이 그것을 볼 수 없다면 그것은 없는 존재이다”라는 말일 뿐입니다.
然玆語非學士諸議論 乃郊野之誕耳
연자어비학사제의론 내교야지탄이
그러나 이런 말들은 학식 있는 선비가 따지고 논한 것이 아니라 바로 시골뜨기들의 허튼 소리일 뿐입니다.
無色形之物 而欲以肉眼見之 比方欲以耳淡魚肉之味 可乎?
무색형지물 이욕이육안견지 비방욕이이담어육지미 가호?
색깔도 형체도 없는 존재를 육안으로 보려고 하는 것은 귀를 가지고 바야흐로 고기의 맛을 보려는 것에 비견되겠으니 어찌 그런 것이 가능할 수 있겠습니까?
誰能以欲眼見五常乎? 誰見生者之魂乎? 誰見風乎?
수능이욕안견오상호? 수견생자지혼호? 수견풍호?
누가 세속의 눈으로 오상의 도덕률을 볼 수 있습니까? 누가 산 산 사람의 영혼을 볼 수 있습니까? 누가 바람의 모양을 볼 수 있습니까?
以目覩物 不知以理度之 夫目或有小差 惟理無謬也 觀日輪者 愚人則之以目
이목도물 부지이리도지 부목혹유소차 유리무류야 관일륜자 우인칙지이목
謂大如甕底耳
위대여옹저이
사물을 눈으로 보는 것은 이치로써 따지는 것만 못합니다. 대체로 눈은 간혹 오차가 생기겠지만 이치만은 오류가 없습니다. 등근 태양을 보는데 어리석은 자는 눈으로 그것을 측정하고 크기가 옹기 밑바닥만하다고 말할 뿐입니다.
儒者以理而計其高遠之極 則知其大乃過于普天之下也
유자이리이계기고원지극 즉지기대내과우보천지하야
선비들은 이치로써 그 태양의 높고 멀리 있는 맨 끝을 계산하면 그 크기가 바로 온 세상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압니다.
置直木于澄水中 而浸其半以目視之 如曲焉 以理度之 則乃自爲直 其本非曲也
치직목우징수중 이침기반이목시지 여곡언 이리도지 칙내자위직 기본비곡야
곧은 나무를 맑은 물속에 넣고 그 반쯤을 잠기게 하고 눈으로 그것을 보면 마치 굽은 것 같지만 이치로 그것을 헤아리면 여전히 나무는 곧은 것입니다. 그 나무가 굽은 것이 아닙니다.
任目觀影 則以影爲物 謂能動靜 然以理細察 則知影實無光者耳已
임목관영 즉이영위물 위능동정 연이리세찰 즉지영실무광자이이
눈으로 그림자를 보면 그림자를 물건으로 간주하여 그것이 움직이거나 고요히 정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치로써 자세히 살펴보면 그림자란 실제로 빛이 없는 것 일 뿐임을 알게 됩니다.
決非有物 況能動靜乎?
결비유물 황능동정호?
(그림자란) 결코 어떤 것이 있는 것이 아닌데 하물며 움직이거나 고요할 수 있겠습니까?
故西校公語曰
고서교공어왈
그러므로 서양 학교에는 이런 공리가 있습니다.
耳目口鼻四肢 所知覺物 心揆之于心理 心理無非焉 方可謂眞 若理有不順 則捨之就理 可也
이목구비사지 소지각물 심규지우심리 심리무비언 방가위진 약리유불순 즉사지취리 가야
“귀, 눈, 코, 입과 몸뚱이가 지각하는 것들은 반드시 마음의 이치로써 그것을 재어 보아야 한다. 마음의 이치에 그릇됨이 없어야 비로소 참되다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어떤 이치가 순조롭지 못하면 그것을 버리고 다른 이치에로 나아가는 게 옳다.”
人欲明事物之奧理 無他道焉 因外顯以推內隱 以其然驗其所以然
인욕명사물지오리 무타도언 인외현이추내은 이기연험기소이연
우리들이 사물의 오묘한 이치를 밝히려고 하면 거기에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밖에 드러난 것으로 안에 숨겨진 것을 추리하고 그것이 실제로 ‘그렇게 드러난 모습(其然)’으로써 ‘그렇게 된 까닭(其所以然)’을 검증해 냅니다.
如 觀屋頂烟騰 而屋內之必有火者 可知
여 관옥정연등 이옥내지필유화자 가지
지붕 꼭대기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 집안에 반드시 불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昔者因天地萬物 而證其固有天地萬物之主也
석자인천지만물 이증기고유천지만물지주야
지난번에 천지 만물로 말미암아 그것들은 진실로 천지 만물의 주재자를 가져야 함을 증명해 냈습니다.
因人事而證其有不能散滅之靈魂也 則以證鬼神之心有 亦無異道也
인인사이증기유불능산멸지영혼야 즉이증귀신지심유 역무이도야
‘인간이 하는 일’들로 말미암아 인간이란 흩어져 없어질 수 없는 영혼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귀신이 반드시 있음을 증명하는 것도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如云 死者形朽滅 而神飄泯然無迹 此一二匹夫之云 無理可依
여운 사자형후멸 이신표민연무적 차일이필부지운 무리가의
“죽은 자의 육체(形)는 썩어 없어지고 정신(神)은 훌훌 흩어져 버려서 흔적이 없게 된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한두 명의 하찮은 사람의 이야기이며 의거할 만한 아무런 이치도 없습니다.
奈何以議聖賢之所其按乎哉?
내하이의성현지소기안호재?
어떻게 그런 주장을 가지고 성현들이 이미 정해 놓은 확고한 생각을 논박할 수 있겠습니까?
4-3 ◈ 중국 선비가 말한다.
春秋傳載 鄭伯有爲厲 必以形見之也
춘추전재 정백유위여 필이형견지야
춘추전(春秋傳)에 “鄭나라의 백유가 죽은 뒤 ‘여(厲)라는 귀신이 되어 반드시 형체로서 보였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人魂無形 而移變有形之物 此不可以理推矣 夫生而無異于人 豈死而有越人之能乎?
인혼무형 이이변유형지물 차불가이리추의 부생이무이우인 개사이유월인지능호?
사람의 영혼은 형체가 없는 것인데 형체가 있는 존재로 변하였다는 것이니 이것은 이치상 그렇게 추론할 수 없는 것입니다. 또한 무릇 살아서는 남들과 다름이 없는데 어찌하여 죽어서 귀신이 되면 사람을 초월하는 월등한 능력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若死者皆有知 則慈母有深愛子 日旦化去 獨不日在本家 顧視向者所愛子乎?
약사자개유지 칙자모유심애자 일단화거 독불일재본가 고시향자소애자호?
만약 죽은 이가 모두 다 지각을 가지고 있다면 인자한 어머니는 자식들을 깊이 사랑하고 있는데도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나 버리고 나면 유독 어찌하여 날마다 생전의 자기 집에서 전에 사랑하던 자식들을 돌보지 못하는 것입니까?
◈ 서양 선비가 대답한다.
春秋傳 旣言伯有死後爲厲 則古春秋世 亦已信人魂之不散滅矣
춘추전 기언백유사후위여 칙고춘추세 역이신인혼지불산멸의
“춘추전에서 이미 백유가 죽은 뒤에 ‘여’라는 귀신이 되었다고 말하였다면 옛날 춘추시대에도 사람의 혼이 흩어 없어져 버리지 않았음을 이미 믿은 것입니다.
而俗儒以非薄鬼神爲務 豈非春秋罪人乎?
이속유이비박귀신위무 개비춘추죄인호?
그러나 세속의 선비들이 귀신을 비난하고 천박하게 여김을 일삼고 있으니 어찌 춘추를 거역하는 죄인들이 아니겠습니까?
夫謂人死者 非魂死之謂 惟謂人魂耳 人形耳 靈魂者 生時如拘 縲絏中
부위인사자 비혼사지위 유위인혼이 인형이 영혼자 생시여구 유설중
무릇 사람이 죽었다고 말하는 것은 혼이 죽었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오직 사람의 魄이 죽었음을 말할 뿐이요, 사람의 육신이 죽었음을 말할 뿐입니다. (사람의) 영혼이 살아있을 때에는 마치 감옥 속에 갇혀 있는 것과 같습니다.
旣死則如出暗獄 而脫手足之拳 益達事物之理焉 其知能當益滋精 踰于俗人 不宜爲怪
기사칙여출암옥 이탈수족지권 익달사물지리언 기지능당익자정 유우속인 불의위괴
일단 죽고 나면 마치 어두운 감옥에서 빠져 나와 손발을 묶어 둔 것에서 벗어나는 것과 같아서 더욱 사물의 이치를 이해하게 됩니다. 그 앎의 능력은 더욱더 정확해져 세속의 보통 사람들의 능력을 뛰어넘으니 괴이하게 보는 것은 마땅하지 않습니다.
君子之其然 故不以死爲凶惧 而忻然安之 謂之歸于本鄕
군자지기연 고불이사위흉구 이흔연안지 위지귀우본향
올바른 선비는 이런 까닭을 알고 있으므로 죽음을 흉측하고 두려운 것으로 여기지 않고 그것을 기쁘게 편안히 여기면서 죽음이란 본래의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天主制作萬物 分定各有所在 不然則亂 如死者之魂仍可在家 豈謂之死乎?
천주제작만물 분정각유소재 불연칙란 여사자지혼잉가재가 개위지사호?
천주께서는 만물을 지어 만들고 그들에게 각기 있을 곳을 나누어 정해 주셨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것은 뒤죽박죽일 겁니다. 만약 죽은 자의 영혼이 여전히 집에 있을 수 있다면 어찌 그를 죽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且觀 星宿居於天上 不得降於地下 而雜乎草木 草木生於地下 亦有得升於天上
차관 성숙거어천상 부득강어지하 이잡호초목 초목생어지하 역유득승어천상
而雜乎星宿 萬物各安其所 不得移動
이잡호성숙 만물각안기소 부득이동
또한 별자리들이 하늘에 있으며 땅으로 내려와 초목과 뒤섞일 수 없고 초목은 땅에서 생겨나니 역시 하늘로 올라가서 별들과 뒤섞일 수 없음을 관찰해 본다면, 만물은 각기 자기 자리를 편히 여기고 이동할 수 없는 것입니다.
譬水底魚饑將死 雖有香餌在岸 亦有得往而食之
비수저어기장사 수유향이재안 역유득왕이식지
물속의 고기가 바야흐로 굶어 죽게 되었는데 비록 맛있는 먹이가 언덕에 있다 하더라도 가서 그것을 먹을 수 없음에 비유됩니다.
人之魂雖念妻子 豈得回在家中?
인지혼수염처자 개득회재가중?
사람의 혼이 비록 아내와 자식들을 그리워한다고 할지라도 어찌 집안으로 되돌아올 수 있겠습니까?
凡有回世界者 必天主使之 或以勤善 或以懲惡 或驗以死之後其婚猶存
범유회세계자 필천주사지 혹이근선 혹이징악 혹험이사지후기혼유존
與其禽獸婚之散而不回者異也
여기금수혼지산이불회자이야
무릇 (죽은 영혼이 다시) 이 세상으로 되돌아오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천주께서 그 일로 하여금 혹 선행을 권면하거나 혹은 악행을 정벌함으로써 사람들이 죽은 뒤에 그 영혼들은 여전히 남아 있어서 저런 짐승들의 혼이 흩어져서 돌아오지 못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시려는 것입니다.
魂本無形 或有著顯於人 必托一虛像 而發見焉 此亦不難之事
혼본무형 혹유저현어인 필탁일허상 이발견언 차역불난지사
혼은 본래 형체가 없습니다. 혼이 혹시 사람들에게 뚜렷하게 드러났다면 그것은 반드시 하나의 허깨비에 의탁하여 보여진 것입니다. 이러한 일들은 또한 실로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天主欲人盡知死後魂存 而分明曉示若此 而猶有罔詆無忌 亂敎惑民
천주욕인진지사후혼존 이분명효시약차 이유유망저무기 난교혹민
죽은 뒤에도 영혼이 존재하고 있음을 사람들이 다 알기를 천주께서는 원하시기에 이와 같이 (혼을 허깨비에 가탁하여 드러내 보임으로써)명백하게 알도록 보여 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후의 영혼불멸설을) 거리낌 없이 멋대로 헐뜯으며 올바른 가르침을 어지럽히고 백성들을 미혹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以己所不知妄云 人死魂散 無復無跡 非但悖妄易辯 且其人身後之魂 必受妄言之殃矣
이기소불지망운 인사혼산 무복부적 비단패망이변 차기인신후지혼 필수망언지앙의
(이들은) 자기 자신들도 알지 못하면서 “사람들이 죽으면 (바로) 영혼이 흩어져서 다시 형체나 흔적이 있을 수 없다,”고 망령되이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이 얼마만큼) 어긋나고 망령된 것인가를 (누구나) 쉽게 논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그렇게 말한 사람들의 죽고 난 뒤의 영혼은 반드시 이런 망령된 주장에 대한 재앙을 받게 될 것입니다.
何不愼乎?
하가신호
(말하는 것을) 어찌 신중히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4-4 ◈ 중국 선비가 말한다.
謂人之神魂 死後散泯者 以神爲氣耳 氣散 有速漸之殊
위인지신혼 사후산민자 이신위기이 기산 유속참지수
사람의 정신이나 혼이 죽은 뒤에 흩어져 없어진다는 말은 정신을 氣로 여기는 것일 뿐입니다. 기의 흩어짐에는 빠른 것과 점진적인 것의 차이가 있습니다.
如人不得其死 其氣尙聚 久而漸泯 鄭伯有是也
여인부득기사 기기상취 구이점민 정백유시야
만약 사람이 자기 명대로 죽지 못하면 그 기가 아직도 모여 있는 것이요, 오랜 기간이 지나야 점차적으로 사라집니다. 정나라의 백유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又曰 陰陽二氣爲物之體 而無所不在 天地之間 無一物非陰陽 則無一物非鬼神也
우왈 음양이기위물지체 이무소부재 천지지간 무일물비음양 즉무일물비귀신야
또 “음양 두 기운이 사물의 몸이니 음양의 기가 있지 아니한 곳이 없다.”고 말합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어느 한 사물도 음양의 기가 아닌 것이 없으니 백유처럼 귀신이 결국 ‘기’라고 한다면 어느 사물 하나라도 귀신 아닌 것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如尊敎謂鬼神及人魂如此 則與五常所聞 無大異焉
여존교위귀신급인혼여차 즉여오상소문 무대이언
만약 그리스도교에서 귀신 및 사람의 혼이 이와 같다고 말한다면 제가 성리학자들에게 늘 들어온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 서양 선비가 대답한다.
以氣爲鬼神靈魂者 紊物類之寔名者也
이기위귀신영혼자 문물류지식명자야
氣를 귀신이나 영혼으로 여기는 것은 사물들의 부류에 대한 실제 이름을 문란하게 하는 것입니다.
入敎者 萬類之理 當各類以本名 古經書曰 氣 云 鬼神 文字不同 則其理亦異
입교자 만류지리 당각류이본명 고경서왈 기 운 귀신 문자부동 칙기리역이
올바른 가르침을 세우려면 모든 부류의 관념이 가각 그 부류에 합당하게 본래대로 이름을 지어야 합니다. 옛날 경서에서 기를 말하고 귀신을 말하는 글자가 같지 않았다면 그것들의 이치들 역시 다른 것입니다.
有祭鬼神者矣 未聞有祭其者 何今之人紊用其名乎?
유제귀신자의 미문유제기자 하금지인문용기명호?
귀신들에게 제사 지낸 일은 있었지만 기에 제사를 지냈다는 것은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귀신과 기는 서로 기본 관념이 다르기 때문에 마땅히 그 이름들이 서로 달라야 하는데 어째서 오늘날 (중국의) 사람들은 그들의 이름을 문란하게 사용하는 것입니까?
云 氣漸散 可見 其理已窮 而言之盡妄
운 기점산 가견 기리이궁 이언지진망
‘기는 점차로 흩어진다.’고 하는데 그런 도리는 이미 깍 막힌 것이며 그렇게 말한 것은 다 허망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試問之 夫氣何時散盡? 何病疾使之散?
시문지 부기하시산진? 하병질사지산?
제가 한 번 물어 보겠습니다. 무릇 氣는 어느 때에 흩어져서 다 없어지는 것입니까? 무슨 질병이 그것으로 하여금 흐트러지게 하는 것입니까?
鳥獸常不得其死 其氣速散乎? 漸散乎?
조수상부득기사 기기속산호? 점산호?
새나 짐승은 언제나 자기의 명대로 죽지 못하는데 그들의 기는 빨리 흩어집니까? 차츰차츰 흩어집니까?
何其不回世乎?
하기불회세호?
어째서 그것들은 이 세상으로 되돌아오지 못합니까?
則死後之事 皆未必知之審者 奚用罔論之哉?
칙사후지사 개미필지지심자 해용망론지재?
그렇다면 죽은 뒤의 일은 모두 반드시 알지 못하는 것이 뚜렷한데 어째서 그것을 함부로 논하는 것입니까?
中庸謂 體物而不可遺 以辭迎其意 可也
중용위 체물이불가유 이사영기의 가야
중용에서 “귀신은 만물을 몸으로 삼으니 그 어는 것도 빠뜨릴 수 없다”고 했는데 이 명제로써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옳습니다.
盖仲尼之意謂 鬼神體物 其德지盛耳 非謂 鬼神卽是其物也
개중니지의위 귀신체물 기덕지성이 비위 귀신즉시기물야
대체로 공자가 “귀신은 만물을 몸으로 삼는다.”고 말한 뜻은 그 능력의 성대함을 말한 것일 뿐이지 귀신 자체가 바로 그 사물이라고 말한 것은 아닙니다.
且魂神在物 如鬼神在人 大異焉
차혼신재물 여귀신재인 대이언
또한 귀신이 사물 속에 있다는 것과 혼신이 인간 속에 있다는 것은 크게 다릅니다.
鬼神在人 爲其內本分 與人形爲一體 故人以是能論理 而列於靈才之類
귀신재인 위기내본분 여인형위일체 고인이시능논리 이열어영재지류
인간에게 있는 혼신은 그 내면적인 본질이 되어서 인간의 육신과 하나의 몸이 됩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이것으로 이치를 논할 수 있음으로써 이성적 재능을 가진 부류에 속하게 되는 것입니다.
彼鬼神在物 如長年在船 非船之本分資 與船分爲二物 而各列於各類
피귀신재물 여장년재선 비선지본분자 여선분위이물 이각열어각류
저 귀신들이 사물들 속에 있다는 것은 마치 사람이 오랜 기간 동안 배안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배의 본질은 아니며 배와 구분되는 두 개의 사물로서 각각 자기의 부류에 속해 있습니다.
故物雖有鬼神 而不登靈才之品也
고물수유귀신 이불등영재지품야
그러므로 사물은 비록 귀신을 가지고 있지만 이성적 재능의 부류에는 올라가지 못합니다.
但有物者或無靈 或無知覺 則天主命鬼神 引導之以適其所
단유물자혹무령 혹무지각 칙천주명귀신 인조지이적기소
그러나 어떤 개체는 그 자체에 이성이 없기도 하고 지각이 없기도 합니다. 천주는 귀신에게 명하여 그런 것들을 인도하여 그들 자리로 가게 합니다.
玆所謂 體物 耳矣
자소위 체물 이의
(제 생각으로는) 이것이 (중용에서 말하는) ‘귀신이 만물을 몸으로 삼는다.’는 것일 뿐입니다.
與聖君以神治體國家 同焉
여성군이신치체국가 동언
(명철한) 성군이 정신 또는 이성으로써 국가를 자기 몸처럼 다스리는 것과 같습니다.
不然 是天下無一物非靈也
불연 시천하무일물비영야
그렇지 않다면 세상에 어떤 사물도 이성적이지 않은 사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盖彼曰 天下每物有鬼神 而每以鬼神爲靈 如草木金石 豈可謂之靈哉?
개피왈 천하매물유귀신 이매이귀신위영 여초목금석 개가위지영재?
대저 저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에는 사물마다 귀신이 있으며, 각각의 귀신은 영특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귀신이 아니고 보통의) 풀, 나무, 쇠, 돌이라면(그것들이) 어찌 ‘영특하다.’ 라고 말 할 수 있겠는가?”
彼文王之民 感君之恩 謂其臺曰靈臺 謂其所曰靈沼 不足爲奇
피문왕지민 감군지은 위기대왈영대 위기소왈영소 부족위기
저 문왕의 백성들은 군주의 은덕에 감격하여 그 臺를 ‘영험한 대’라고 하였으며, 그 못을 ‘영험한 목’이라고 한 것은 기이할 것이 없습니다.
今桀紂之臺沼 亦謂之靈矣 豈不亦混亂物之品等 而莫之顧耶?
금걸주지대소 역위지영의 개불역혼란물지품등 이막지고야?
그러나 이제 하나라의 폭군 걸이나 상나라의 폭군 주의 대와 못도 또한 영험한 것이라고 말한다면 어찌 또한 사물의 부류와 등급을 어지럽게 뒤섞어 놓고도 뒤돌아보지 않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分物之類 貴邦士者曰 或得其形 如金石是也 或另得生氣而長大
분물지류 귀방사자왈 혹득기형 여금석시야 혹령득생기이장대
如草木是也 或更得知覺 如禽獸是也 或益精而得靈才 如人類是也
여초목시야 혹경득지각 여금수시야 혹이정이득영재 여인류시야
사물들의 부류를 나눔에 있어서 중국의 선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혹 형체를 가진 것이라면 쇠와 돌 같은 것이 그런 것들입니다. 혹 그와는 달리 생명의 기운을 얻어서 자라고 커지는 것이라면 풀이나 나무 같은 것이 그런 것들입니다. 혹 그와는 달리 지각을 얻은 것이라면 날짐승 들짐승 같은 것이 그런 것들입니다. 혹 더욱더 정교하고 이성적 재능을 얻은 것이라면 인류 같은 것이 그런 것들입니다.”
吾西庠之士猶可詳焉 觀後圖可見
오서상지사유가상언 관후도가견
우리 서양학자들은 사물들의 분류를 더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음의 만물 분류 도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但其依賴之類最多 難以圖盡 故畧之而特書其類之九元宗云
단기의뢰지류최다 난이도진 고략지이특서기류지구원종운
단지 그 속성의 부류들이 매우 많아서 그림으로 다 나타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개괄하여 다만 그 부류의 아홉 가지 핵심만을 쓴다면 이렇습니다.
幾何 呂二三寸 丈 等
기하 여이삼촌 장 등
(1) 두 세치(寸)나 길(丈) 등과 같은 ‘얼마’(幾何, 사물의 분량)
相親 如君臣 父子 等
상친 여군신 부자 등
(2)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자식 등과 같은 ‘관계’(相親)
何如 如黑 白 凉 熱 等
하여 여흑 백 량 열 등
(3) 흰색, 검은색, 춥다, 덥다 등과ㅑ 같은 ‘어떠함’(何如, 사물의 성질)
作爲 如化 傷 走 言 等
작위 여화 상 주 언 등
(4) 만들다, 상처를 입히다, 달린다, 말하다 등과 같은 능동태(作爲)
抵受 如被化 著傷 等
저수 여피화 저상 등
(5) 만들어지다, 상처를 받다, 등과 같은 수동태(低受)
何時 如晝 夜 年 世 等
하시 여주 야 년 세 등
(6) 낮, 밤, 몇 년, 어느 시대 등과 같은 ‘어느 때’(何時)
何所 如鄕 房 廳 位 等
하소 여향 방 청 위 등
(7) 시골, 집안, 강당, 지리 등과 같은 ‘어느 곳’(何所)
體勢 如立 座 伏 到 등
체세 여립 좌 복 도 등
(8) 서다, 앉다, 엎드리다, 거꾸로 있다 등과 같은 사물의 자세(體勢)
穿得 如袍 裙 田 池 等
천득 여포 군 전 지 등
(9) 도포, 치마, 전답, 연못 등과 같이 입고 있거나 가지고 있는 것(穿得)
凡此物之萬品 各有一定之類 有屬靈者 有屬愚者
범차물지만품 각유일정지류 유속영자 유속우자
무릇 이런 모든 사물에는 각각 일정한 부류가 있습니다. 어떤 것은 이성적인 것에 속하고 어떤 것은 어리석은 것에 속한 것입니다.
如吾於外國士傳中國儒謂 鳥獸草木金石皆靈 與人類齊 豈不令之大驚哉?
여오어외국사전중국유위 조수초목금석개영 여인류제 개불령지대경재?
새, 짐승, 풀, 나무, 쇠들이 모두 이성적이어서 사람들과 똑같다고 말하는 선비가 중국에 있다고 제가 만약 외국의 선비들에게 전한다고 한다면 어찌 그들을 크게 놀라게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4-5 ◈ 중국 선비가 말한다.
雖吾國有謂 鳥獸之性 同乎人 但鳥獸性偏 而人得其正
수오국유위 조수지성 동호인 단조수성편 이인득기정
비록 우리나라에 “새와 짐승의 본성이 사람들과 같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새나 짐승의 본성은 바르지 않으나 인간은 그 氣의 올바름을 얻은 것입니다.
雖謂鳥獸有靈 然其靈微渺 人則得靈之廣大也 是以其類異也
수위조수유령 연기영미묘 인칙득영지광대야 시이기류이야
비록 새나 짐승이 이성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이성적 능력은 미미하고 작습니다. 사람이라면 이성적 능력의 넓고 큼을 얻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부류가 다른 것입니다.
◈ 서양 선비가 대답한다.
夫正偏小大 不足以別類 僅別同類之等耳 正山偏山 大山小山 爲山類也
부정편소대 부족이별류 근별동류지등이 정산편산 대산소산 위산류야
무릇 바름과 바르지 않음, 큼과 작음은 부류를 구분하기에 부족합니다. 겨우 같은 부류의 등급을 부별할 뿐입니다. 바른 사오가 바르지 않은 산, 큰 산과 작은 산은 다 같이 아울러 산의 부류입니다.
智者獲靈之大 愚人獲靈之小 賢者得靈之正 不肖得靈之偏 豈謂異類者哉?
지자획영지대 우인획영지소 현자득영지정 부초득영지편 개위이류자재?
슬기로운 이는 이성적 능력의 큰 것을 얻었고, 어리석은 이는 이성적 능력의 작은 것을 얻었으며, 슬기로운 이는 이성적 능력의 올바름을 얻었고, 못난이는 이성적 능력의 바르지 않음을 얻었다면 (이들이 모두 사람인데) 어찌 분류를 달리 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如小大偏正能分類 則人之一類 靈之巨微正僻 其類甚多
여소대편정능분류 칙인지일유 영지거미정벽 기류심다
만일 크고 작음과 바르지 않음과 바름으로 부류를 나눌 수 있다면 사람이라는 하나의 부류라도 이성적 능력이 크고 작음과 바르고 편벽됨에 따라서 그 부류는 매우 많아질 것입니다.
苟觀物類之圖 則審 世上固惟 有 無 二者 可以別物異類焉耳
구관물류지도 즉심 세상고유 유 무 이자 가이별물이류언이
만물의 분류 도표를 살펴보면 세상에는 진실로 있음과 없음, 이 두 가지만이 사물들의 다른 부류들을 변별해 낼 수 있음을 알 수 있을 뿐입니다.
試言之 有形者爲一類 則無形者異類也 生子爲一類 則不生者異類也
시언지 유형자위일류 즉무형자이류야 생자위일류 즉불생자이류야
말하자면 유형한 것이 하나의 부류라면 무형한 것은 다른 부류입니다. 생명체가 하나의 부류라면 무생명체는 다른 부류가 됩니다.
能論理者 惟人類本分 故天下萬類 無與能論也
능논리자 유인류본분 고천하만류 무여능론야
추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부류들은 추론함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人之中 論有正偏小大 均列於會論之類 而惟差精粗
인지중 논유정편소대 균열어회논지류 이유차정조
사람 가운데 바르고 치우침, 작고 큼을 말할 수는 있으나 다 같이 추론할 수 있는 부류에 열거되니 오직 정교함이나 조잡함에서 차이가 날 뿐입니다.
如謂鳥獸之性本靈 則夫其偏其小 固同類于人者也
여위조수지성본령 칙부기편기소 고동류우인자야
만약 새나 짐승의 본성이 원래 이성적이라고 한다면 무릇 그것이 바르지 않고 그것이 작다 해도 (그들 역시 이성적이기 때문에) 진실로 사람들과 같은 부류인 것입니다.
但不宜 以似爲眞 以由外來者爲內本
단부의 이사위진 이유외래자위내본
그러나 비슷한 것을 진짜로 여기고, 밖으로부터 말미암은 것을 내적인 본성으로 보는 것은 합당하지 않습니다.
譬如人見銅壺之漏能定時候 卽謂銅水本靈 可乎?
비여인견동호지루능정시후 즉위동수본령 가호?
비유하면 청동 항아리에서 떨어지는 물로 시간과 절기를 측정할 수 있음을 보고서 곧 청동에서 물리 본래 이성적이라고 말한다면 옳겠습니까?
將軍者有智謀 以全軍而敗敵 其士卒順其令 而或進或退 或伏或突 以成其功
장군자유지모 이전군이패적 기사졸순기령 이혹진혹퇴 혹복혹돌 이성기공
장군이 지모가 있어 군대는 온존하게 하면서도 적군을 패배시킵니다. 그의 사병들은 그의 명령을 따라서 혹 나아가기도 하고 혹 물러나기도 하며, 혹 매복하기도 하고. 혹 돌격하기도 함으로써 그들의 전공을 이룹니다.
誰曰 士卒之本智 不從外導者 乎?
수왈 사졸지본지 불종외도자 호?
이렇다면 “사병들이 본래 지혜로운 것이요, 밖의 지도에 따른 것이 아니다.”라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까?
明于類者 視各類之行動 熱祭基本情 而審其之所及
명우류자 시각류지행동 열제기본정 이심기지소급
부류의 본성을 잘 아는 사람은 각 부류가 하는 행동을 봅니다. 이들 본래의 실정을 충분하게 살펴보고서 이들 부류들이 지향하는 바를 알게 됩니다.
則知 鳥獸者 有鬼神爲之暗誘 而人之以行
칙지 조수자 유귀신위지암유 이인지이행
그렇게 되면 새나 짐승들은 귀신들이 그들을 몰래 유인하고 이끌어서 행동한 것임을 알게 됩니다.
上帝之命 出于不得不然 而莫之其然 非有自主之意宜
상제지명 출우부득불연 이막지기연 비유자주지의의
하느님의 명령은 새나 짐승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음에서 나온 것이나 그것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을 아는 새나 짐승들은 없습니다. 그것들은 스스로 주재해 나가는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吾人類則能自立主張 而事爲之際 皆用其所有之靈志也
오인류칙능자립주장 이사위지제 차용기소유지영지야
우리 인간의 부류라면 스스로 주장을 세워서 일을 실행할 때에는 모두 자기가 본래 가지고 있는 이성적인 의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4-6 ◈ 중국 선비가 말한다.
雖云 天地萬物共一氣 然物之貌像不同 以是各分其類
수운 천지만물공일기 연물지모상부동 이시각분기류
비록 “천지 만물이 氣 하나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합니다만 그러나 만물의 모습과 형상들은 같지 않습니다. 이렇게 때문에 각각 자기의 부류로 나누어집니다.
如見身 只是軀殼 軀殼내외 莫非天地陰陽之氣
여견신 지시구각 구각내외 막비천지음양지기
만약 몸을 본다면 단지 겉껍데기일 뿐입니다. 껍데기의 안과 밖은 하늘과 땅의 음양의 氣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氣以造物 物以類異
기이조물 물이류이
氣로써 만물이 만들어지나 만물들은 부류가 달라집니다.
如魚之在水 其外水與肚裹之水同 鱖魚肚裹之水與鯉魚肚裹之水同
여어지재수 기외수여두과지수동 궐어두과지수여리어두과지수동
물고기가 물속에 있으면 물고기 밖의 물과 뱃속에 있는 물이 동일하고 쏘가리 뱃속의 물과 잉어 뱃속의 물이 동일한 것과 같습니다.
獨其貌像常不一 則魚之類亦不一焉
독기모상상불일 칙어지류역불일언
오로지 그 모습과 형상이 언제나 한결같지 않으면 물고기의 종류 또한 한 가지가 아닙니다.
故觀天下之萬像 而可以驗萬類矣
고관천하지만상 이가이험만류의
따라서 천하의 모든 모습들을 보고서 모든 부류들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 서양 선비가 대답한다.
設徒以像分物 此非分物之類者也 是別像之類者耳 像固非其物也 以像分物 不以性分物
설도이상분물 차비분물지류자야 시별상지류자이 상고비기물야 이상분물 불이성분물
단지 생긴 모습으로 만물들을 구분한다면 그것은 사물의 부류를 구분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생긴 모습의 부류만을 구분한 것뿐입니다. 모습은 진실로 그 사물 자체는 아닙니다. 모습으로 사물을 구분하는 것은 본성으로 사물을 구분하는 것이 아닙니다.
則犬之性 猶于之性 犬牛之性 猶人之性歟? 是告子之後 又一告子也
칙견지성 유우지성 견우지성 유인지성여? 시고자지후 우일고자야
그러면 개의 본성은 소의 본성과 같고, 개와 소의 본성은 사람의 본성과 같은 것입니까? 그렇다면 이것은 자연적으로 타고난 본능적인 천성만을 본성으로 말했던 맹자시대의 告子가 생긴 것입니다.
以泥塑虎塑人二者 惟以貌像謂之異 宜也
이니소호소인이자 유이모상위지이 의야
진흙으로 빚어진 호랑이와 사람, 이 둘은 오직 모양만이 다르다고 하면 합당합니다.
活虎與活人 謂止以其貌異焉 決不宜矣 以貌像別物者 大槩相同 不可謂異類
활호여활인 위지이기모이언 결부의의 이모상별물자 대개상동 불가위이류
그러나 살아있는 호랑이와 살아있는 사람이 단지 그 모양만 다르다고 말한다면 결코 합당하지 않습니다. 모습이나 형태만으로 사물들을 구분하면 이들은 대체적으로 서로 같은 것이요, 바른 부류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如以泥虎例泥人 其貌雖殊 其爲泥類 則一耳
여이니호예니인 기모수수 기위니류 즉일이
진흙 호랑이와 진흙 사람을 에로 든다면 그 모양이 비록 다르지만 그것이 모두 진흙의 부류입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일 뿐입니다.
若以氣爲神 以爲生活之本 則生者何由得死乎?
약이기위신 이위생활지본 칙생자하유득사호?
만약 氣를 정신(神)으로 보고 살아서 움직이게 하는 근본으로 생각한다면 살아있는 것이 무슨 연유로 죽게 되는 것입니까?
物死之後 氣在內外 猶然充滿 何適而能離氣? 何患 其無氣而死?
물사지후 기재내외 유연충만 하적이능이기? 하환 기무기이사?
사물이 죽은 뒤에도 氣는 안과 밖에 여전히 가득 차 있습니다. 어디 간들 氣를 떠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그것들이 氣가 없어서 죽는다고 어째서 걱정합니까?
故氣非生活之本也 傳云 差毫釐 謬千里
고기비생활지본야 전운 차호리 류천리
따라서 기는 사물들을 살아서 움직이게 하는 근본이 아닙니다. 전해오는 말에 터럭만큼의 차이가 마침내 천리나 틀리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未知氣爲四行之一 而同之于鬼神及靈魂 亦不足怪
미지기위사행지일 이동지우귀신급영혼 역부족괴
氣가 4원소(땅, 물, 불, 공기)의 하나임을 아직 알지 못하기에 그것을 귀신 및 영혼과 같다고 보는 것은 또한 괴이한 일이 아닙니다.
若知氣爲一行 則不難說其體用矣
약지기위일행 칙불난설기체용의
만약 선비께서 기가 하나의 원소에 불과함을 알게 된다면 그 공기의 본체와 작용을 설명해 드리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且夫氣者 和水火土三行 而爲萬物之形者也
차부기자 화수화토삼행 이위만물지형자야
또한 저 공기(氣)는 물, 불, 흙 세 원소들과 함께 만물의 형체가 되는 것입니다.
而靈魂者 爲人之內分 一身之主 以呼吸出入其氣者也
이영혼자 위인지내분 일신지주 이호흡출입기기자야
그런데 영혼은 내면적 본질, 즉 한 몸의 주인이니 호흡함으로써 그 공기를 받아들이고 뱉어냅니다.
盖人與飛走諸類 皆生氣內 以便調凉其心中之火
개인여비주제류 개생기내 이편조량기심중지화
대개 사람과 날아다니거나 달리는 여러 짐승들의 부류는 모두 몸속에서 공기를 만들어서 그들의 심장속의 불을 시원하게 조절하기에 편하도록 합니다.
是故恒用呼吸 以海息更氣 而出熱致凉以生焉
시고항용호흡 이해식경기 이출열치량이생언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호흡으로써 숨 쉴 때마다 공기를 바꾸어서 열을 내보내고 시원하게 하여 살고 있습니다.
魚潛水間 水性甚冷 能自外誘凉于內火
어잠수간 수성심냉 능자외유량우내화
물고기는 물속에 잠겨 있습니다. 물의 성질은 매우 차갑습니다. 밖으로부터 몸 안의 불에까지 시원함을 통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부류는 대부분 호흡하는 바탕이 없습니다.
所以其類無呼吸之資也
소이기류무호흡지자야
그래서 그 부류는 대부분 호흡하는 바탕이 없습니다.
夫鬼神 非物之分 乃無形別物之類
부귀신 비물지분 내무형별물지류
무릇 귀신은 사물로 분류되지 않는 바로 무형하고 특별한 존재의 부류입니다.
其本職 惟以天主之命司造化之事 無柄世之專權 故仲尼曰 敬鬼神而遠之!
기본직 유이천주지명사조화지사 무병세지전권 고중니왈 경귀신이원지!
그 본래 직분은 오직 천주의 명령으로 만물들이 생성되고 변화하는 일들을 관리할 뿐이요, 세상을 지배하는 전권은 없습니다. 따라서 중니는 “귀신을 공경하되 멀리하라!”고 하였습니다.
彼福祿免罪 非鬼神所能 由天主耳 而時人諂瀆欲自此得之 則非得之之道也
피복록면죄 비귀신소능 유천주이 이시인첨독욕자차득지 즉비득지지도야
(사람들에게) 복록을 주고 죄를 사면하는 그런 일들은 귀신들은 할 수 없으며 오직 천주만이 할 뿐입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귀신에게 아첨하고 천주를 모독하며 귀신들로부터 복록을 얻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그런 것들을 얻는 길이 못 됩니다.
夫遠之意 與獲罪乎天 無所禱同 豈可以遠之解無之 而諂仲尼于無鬼神之惑哉?
부원지의 여획죄호천 무소도동 개가이원지해무지 이첨중니우무귀신지혹재?
무릇 논어에서 ‘멀리한다.’는 뜻과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는 말은 같은 뜻입니다. ‘그것을 멀리한다.’를 ‘그것을 없는 것으로 본다.’로 풀이하여 어찌 ‘귀신을 없는 것으로 보았다.’는 의혹에 중니를 빠지게 할 수 있겠습니까?
4-7 ◈ 중국 선비가 말한다.
吾古之儒者 明察 天地萬物 本姓皆善 俱有宏理 不可更易
오고지유자 명찰 천지만물 본성개선 구유굉리 불가경역
우리 중국의 옛날 선비들은 우주 만물의 본성은 모두 善하며 큰 이치(理)를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다시 바꿀 수 없음을 분명하게 살폈습니다.
以爲 物有巨微 其性一體 則曰 天主上帝 卽在各物之內 而與物爲一
이위 물유거미 기성일체 즉왈 천주상제 즉재각물지내 이여물위일
사물들이 비록 크거나 극미한 차이는 있어도 그것들의 본성은 동일한 하나의 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천주이신 (완전한) 하느님(상제)은 바로 개개의 사물에 내재하여 만물들과 더불어 하나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故勤人 勿爲惡 以玷己之本善焉 勿違義 而犯己之本理焉 勿害物 以侮其內心之上帝焉!
고근인 물위악 이점기지본선언 물위의 이범기지본리언 물해물 이모기내심지상제언!
그러므로 악행을 저질러서 자기 본래의 선함을 더럽히지 말 것이며, 義를 어기어서 자기의 본연의 도리를 범하지 말 것이며, 또 만물들을 해쳐서 그것들 내심의 하느님을 모독하지 말라고 사람들에게 권면하였습니다.
又曰 人物懷喪 不滅本性 而化歸于天主 此亦人魂不滅之謂
우왈 인물회상 불멸본성 이화귀우천주 차역인혼불멸지위
또한 사람이나 사물의 형체는 부서지고 없어진다 해도 그것들의 불멸하는 본성은 교화되어 천주께로 돌아간다고 말하였습니다. 이런 말씀도 역시 사람의 혼(人魂)은 없어지지 않음을 말한 것입니다.
但恐於先生所論天主者不合
단공어선생소론천주자불합
그러나 선생께서 논의하시는 천주와 아마도 합일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서양 선비가 대답한다.
玆語之謬 非前所聞者 愈甚 曷甘合之乎? 吾不敢以此簡吾上帝之尊也
자어지류 비전소문자 유심 갈감합지호? 오불감이차간오상제지존야
이런 말의 오류는 제가 앞에서 들었던 것보다 더욱 심한데 어찌 감히 천주와 합일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이런 말들 때문에 저희 하느님의 지존함을 감히 태만하게 할 수 없습니다.
天主經有傳 昔者天主化生天地 卽化生諸神之彙
천주경유전 석자천주화생천지 즉화생제신지휘
천주의 경전에 전하는 말이 있습니다. 옛날 천주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고 곧바로 여러 神들의 무리도 창조하셨습니다.
其間有一鉅神 各謂輅齊拂兒 其視己如是靈明 便傲然曰 吾可謂與天主同等矣
기간유일거신 각위로제불아 기시기여시영명 편오연왈 오가위여천주동등의
그 가운데 거대한 神이 하나 있었는데 루시퍼(Lucifer)라고 불렸습니다. 그는 자기를 영특하고 밝다고 보고 곧 “나는 천주와 동등하다고 할 만한다.”고 오만하게 말하였습니다.
天主怒而幷其從者數萬神變爲魔鬼 降置之於地獄 自是天地間 始有魔鬼有地獄矣
천주노이병기종자수만신변위마귀 강치지어지옥 자시천지간 시유마귀유지옥의
천주는 노하여 그 추종자 수만의 神들을 함께 마귀로 변하게 하여 그들을 지옥에 떨어뜨려 두었습니다. 이로부터 하늘과 땅 사이에는 비로소 마귀가 생기고 지옥이 있게 되었습니다.
夫語物與造物者同 乃輅齊拂兒鬼傲語 執敢述之歟?
부어물여조물자동 내로제불아귀오어 집감술지여?
무릇 창조된 사물들과 조물주와 같다고 말하는 것은 바로 루시퍼 마귀의 교만한 말입니다. 누가 감히 그렇게 말하겠습니까?
世人不禁佛氏誑經 不覺染其毒語
세인불금불씨광경 불각염기독어
세상 사람들은 불교의 거짓 경전들을 금지하고 있지 않으며, 그것의 해악을 끼치는 말들에 감염되었음을 지각하지 못합니다.
周公仲尼之論 貴邦古經書 執有狎后帝 而與之一者?
주공중니지론 귀방고경서 집유갑후제 이여지일자?
주공과 공자의 말씀이나 선비님 나라의 옛 경서에 하느님을 업신여기고 그와 더불어 하나가 된다는 것이 어디에 있습니까?
設恒民中有一匹夫 自稱如天子同尊 其能免乎?
설항민중유일필부 자칭여천자동존 기능면호?
만약 보통 백성 중에서 한 사나이가 스스로 천자와 동등하게 존귀하다고 말한다면 그는 황제를 모독한 죄를 면할 수 있겠습니까?
地上民不可妄非肩地上君 而可同天上帝乎?
지상민불가망비견지상군 이가동천상제호?
땅 위의 백성들도 망령되게 땅 위의 임금과 견줄 수 없는데 (그들이)하늘의 하느님과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人之稱人 謂曰 爾爲爾 我爲我
인지칭인 위왈 이위이 이위아
사람이 다른 사람을 부를 때 ‘너는 너이고, 나는 나이다.’ 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而今凡溝壑昆虫 與上帝曰 爾爲我 我爲爾 豈不謂極抗大悖乎哉?
이금범구학곤충 여상제왈 이위아 아위이 개불위극항대패호재?
그러나 이제 무릇 도랑이나 개울에 사는 미물인 벌레가 만유의 지존이신 하느님에게 ‘너도 나와 같은 존재이고, 나도 너와 같은 존재이다.’라고 말한다면 어찌 지극히 도전적이고 도리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4-8 ◈ 중국 선비가 말한다.
佛氏無遜于上帝也 其貴人身 尊人德 有可取也
불씨무손우상제야 기귀인신 존인덕 유가취야
부처는 하느님에 비해 손색이 없습니다. 불교에서 사람의 몸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의 덕을 높이고 있으니 취할 만한 것이 있습니다.
上帝之德固厚 而吾人亦具有至德
상제지덕고후 이오인역구유지덕
하느님의 덕은 진실로 두렵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람들 역시 지극한 덕을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上帝固具無量能 而吾人心亦能應萬事
상제고구무량능 이오인심역능응만사
하느님은 무한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람들의 마음도 또한 모든 일들에 대응할 수 있는 것입니다.
試觀先聖 調元開物 入敎明倫 養民以耕鑿機杼 利民以舟車財貨
시관선성 조원개물 입교명륜 양민이경착기저 이민이주차재화
앞선 성인들을 한 번 살펴보면 그들은 근원과 조화하면서 만물들을 개발하였고, 가르침을 세워서 인륜을 밝혔습니다. 쟁기와 끌과 옷 짜는 틀로 백성들을 육성했으며, 배와 수레와 재물로 백성들을 이롭게 하였습니다.
其肇其經世 垂萬世不易之鴻猷 而天下永賴之安
기조기경세 수만세불이지홍유 이천하영뢰지안
그들이 세상을 다스리는 기틀을 만들었고 만세에 불변하는 큰 법도를 내려서 온 세상이 영원토록 그것에 의해 안정되었습니다.
未聞 蔑先聖 而上帝自作自樹 以臻至治
미문 멸선성 이상제자자자수 이진지치
앞선 성인들의 공적이 없이 하느님 혼자서 스스로 짓고 스스로 세워서 지극한 통치에 이르렀다는 말을 (우리 중국에서 저는) 아직 듣지 못하였습니다.
由是論之 人之德能 雖上帝 罔或踰焉 詎云 剏造天地 獨天主能乎?
유시논지 인지덕능 수상제 망혹유언 거운 창조천지 독천주능호?
이런 점에 따라서 논한다면 인간의 덕과 능력은 비록 하느님이라 해도 뛰어 넘을 수 없는 것입니다. ‘천지를 창조하는 일은 오로지 천주만이 할 수 있다.’고 어찌 말할 수 있겠습니까? 천지를 창조하는 일은 오로지 천주만이 할 수 있다고 어찌 말핳 수 있겠습니까?
世不達己心之妙 而曰 心局身界之內
세불달기심지묘 이왈 심국신계지내
세속의 보통 사람들은 자기 마음의 묘용을 명백히 이해하지 못하고서 ‘마음은 본시 몸 안에 한정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佛氏見其大 自肯自屈 則謂 是身也與天地萬物 咸蘊乎心?
불씨견기대 자긍자굴 즉위 시신야여천지만물 함온호심?
부처는 자기 마음의 위대함을 보고서 마음 밖의 사물들에 스스로 굴하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몸 또한 천지 만물들과 함께 모두 마음속에 포함되어 있다.”
是心無遠不逮 無高不升 無廣不括 無世不人 無堅不度
시심무원불체 무고불승 무광불괄 무세불인 무견부도
이런 마음의 묘용, 즉 추상 작용은 아무리 멀어도 미치지 않는 곳이 없으며, 아무리 높아도 올라가지 못할 곳이 없고, 아무리 넓어도 둘러싸지 못할 곳이 없으며, 아무리 아주 작다고 해도 들어가지 못할 곳이 없으며, 아무리 그 속이 딱딱하여도 통과하지 못할 곳이 없습니다.
故具識根者 宜知 方寸間 儼居天主 非天主 寧知是也?
고구식근자 의지 방촌간 엄거천주 비천주 영지시야?
그러므로 인식능력을 갖춘 사람은 사방 한 치, 즉 心속에 엄연히 천주께서 살고 계심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천주가 아니라면 어찌 이와 같을 수 있겠습니까?
◈ 서양 선비가 대답한다.
釋氏未知己 奚知天主?
석씨미지기 해지천주?
부처는 아직 자기 자신도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천주를 알겠습니까?
彼以眇眇躬受明于天主 偶畜一材 飭一行
피이묘묘궁수명우천주 우축일재 즉일행
그는 ‘잠 못 이루면서 몸소 천주로부터 ’밝은 지혜를 받아서 우연히 하나의 재능을 길러서 자기의 한 가지 행위를 남들이 보기 좋게 꾸미게 되었습니다.
矜誇傲聣 肆然此附于天主之尊 是豈貴吾人身 尊吾人德 乃適以賤人喪德耳
긍과오아 사연차부우천주지존 시개귀오인신 존오인덕 내과이천인상덕이
(이에 그는 자신을) 자랑하고 과시하면서 오만하게 흘겨보며, 함부로 천주의 지존함에 감히 자신을 비견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어찌 우리 사람의 몸을 귀하게 여기고, 우리 사람들의 덕을 높이는 것이겠습니까? (이것은) 바로 사람을 비천하게 만들고, 덕성을 잃게 하기에 알맞을 뿐인 것입니다.
傲者諸德之敵也 一養傲於心 百行皆敗焉
오자제덕지적야 일양오어심 백행개패언
오만이란 모든 미덕의 원수입니다. 일단 마음에서 오만이 길러지면 다른 모든 덕행은 모두 망하게 됩니다.
西士聖人有曰 心無謙而積德 如對風堆沙 聖人崇謙讓 天主之不讓 如遜人何哉?
서사성인유왈 심무겸이적덕 여대풍퇴사 성인숭겸양 천주지불양 여손인하재?
서양의 성인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마음에 겸손함이 없이 덕을 쌓는 것은 마치 바람을 마주하고서 모래를 쌓는 것과 같다.” 이 성인은 겸양을 숭상한 것입니다. 천주께 겸양하지 않고서 어떻게 사람에게 겸손할 수 있겠습니까?
其視 聖人 翼翼乾乾 畏天明威 身後天下 不有其知 殆天淵而水火矣
기시 성인 익익건건 외천명위 신후천하 불유기지 태천연이수화의
성인들이 조심조심 삼가며 쉬지 않고 애쓰면서 하늘의 공명한 위엄을 경외하고 자신을 천하의 맨 뒤에 두고, 자기 지식을 가졌다고 뽐내지 않는 것을 본다면 성인과 저 오만한 사람들과의 차이는 아마도 높은 하늘과 깊은 바다, 물과 불처럼 완연히 다를 것입니다.
聖人不敢居聖 而令恒人擬天主乎?
성인불감거성 이령항인의천주호?
성인이라도 거룩하다고 감히 자처하지 않는데 보통 사람으로 하여금 천주와 비견 시킬 수 있겠습니까?
夫德其于修身 成于事上帝
부덕기우수신 성우사상제
무릇 비덕은 자신을 수양함에 기초하여 하느님을 섬기는 일에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周之德 必以事上帝爲務
주지덕 필이사상제위무
주나라 천자의 미덕에는 반드시 하느님을 섬기는 것을 임무로 여겼습니다.
今以所當凜然敬事者 而曰 吾與同焉 悖何甚乎?
금이소당름연경사자 이왈 오여동언 패하심호?
이제 우리들도 마땅히 엄숙하게 공경하고 섬겨야할 분인데 “우리도 그와 똑같은 존재다.”하고 말한다면 도리에 어그러짐이 얼마나 심하겠습니까?
至於裁成庶物 盖人天主已形之物 而順財以成之 非先自無物而能創之也
지어재성서물 개인천주이형지물 이순재이성지 비선자무물이능창지야
사람들이 마름질하여 여러 가지 물건들을 만들어 낸다는 일에 이르러서도 대개 천주께서 이미 형성해 놓으신 사물들에 말미암아서 이들 재료의 특성에 따라서 물건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 이전에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부터 그것들을 창조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如製器然 冶(陶)者以金 斵者以木
여제기연 야(도)자이금 착자이목
마치 기물들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야금장이(治者)는 쇠붙이로, 목공은 나무로써 만듭니다.
然而金木之體先備也 無體而使之有體 人執能之?
연이금목지체선비야 무체이사지유체 인집능지?
그러나 쇠나 나무의 몸체는 먼저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아무런 몸체도 없는데 그것에다 물체(도구)가 있게 만드는 것을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人之成人 循其性而敎之 非人本無性而能使之有性也 若夫天主造物 則以無而爲有
인지성인 순기성이교지 비인본무성이능사지유성야 약부천주조물 즉이무이위유
사람이 인격을 이루는 것은 그 본성에 따라서 그를 가르친 것입니다. 사람에게 본래 없었던 본성을 그를 가르침으로써 그런 본성을 있게끔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천주께서 만물을 창조하신 것은 ‘없는 것(無)’을 ‘있는 것(有)’으로 만든 것입니다.
一令而萬像卽出焉 故曰 無量能也 於人大殊矣
일령이만상즉출언 고왈 무량능야 어인대수의
천주께서 한 번 명령하시니 만물들이 곧 거기에서 나온 것입니다. 따라서 무한한 능력인 것이니 사람들과는 크게 다른 것입니다.
且天主之造物也 如硃印之印楮帛 楮帛之印 非可執之爲印 斯乃印之蹟耳
차천주지조물야 여주인지인저백 저백지인 비가집지위인 사내인지적이
또한 천주께서 만물을 창조하신 것은 붉은 인주로 종이나 비단에 찍는 것과 같습니다. 종이와 비단에 ‘찍힌 것’을 집어다가 다시 찍을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도장의 흔적일 뿐입니다.
人物之理 皆天主蹟也 使欲當之原印 而復以印諸物 不亦謬乎?
인물지리 개천주적야 사욕당지원인 이복이인제물 불역류호?
사람과 만물의 이치는 모두 천주의 흔적입니다. 흔적을 ‘원래의 도장’으로 삼아서 다시 그것을 여러 사물에 찍으려고 한다면 또한 잘못이 아니겠습니까?
智者之心 含天地 具萬物 非眞天地萬物之體也
지자지심 함천지 구만물 비진천지만물지체야
슬기로운 이의 마음은 천지를 포함하고, 만물을 갖추고 있지만 진짜 천지 만물의 몸체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惟仰觀俯察 鑑其形 而達其理 求其本 而遂其用耳 故目所未睹 則心不得有其像
유앙관부찰 람기형 이달기리 구기본 이수기용이 고목소미도 즉심부득유기상
사람은 오직 머리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몸을 굽혀 땅을 살펴서 사물들의 형체를 마음속에 비추어 보고, 그것들의 관념(理)을 파악하고, 그것들의 근본을 추구하여, 그것들의 쓰임을 이루어 낼 뿐입니다. 따라서 눈이 직접 보지 못했다면 마음은 그 형상들을 가질 수 없습니다.
若止水 若明鏡 影諸萬物 乃謂 明鏡止水 均有天地 卽能造作之 豈可乎?
약지수 약명경 영제만물 내위 명경지수 균유천지 즉능조작지 개가호?
고요한 물과 밝은 거울 같은 것이 만물을 비춘다고 하여 곧 바로 ‘밝은 거울이나 고요한 물 자체가 모두 그 안에 천지 만물을 가지고 있는 것이요, 곧 바로 그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면 어찌 옳겠습니까?
必言顧行 乃可信焉 天主萬物之原 能生萬物 若人卽與之同 當亦能生之
필언고행 내가신언 천주만물지원 능생만물 약인즉여지동 당역능생지
말은 반드시 행위를 보고서야 믿을 수 있는 것입니다. 천주께서는 만물의 근원이기에 만물을 생겨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만약 사람이 곧 그 천주와 같다면 또한 마땅히 그것(萬物)들을 생겨나게 해야 합니다.
然誰人能生一山一川于此乎?
연수인능생일산일천우차호?
그러나 어떤 사람이 이 곳에 山 하나나 냇물 하나라도 생겨나게 할 수 있습니까?
4-9 ◈ 중국 선비가 말한다.
所云 生天地之天主者 與存養萬物天上之天主者 佛氏所云 我也 古與今 上與下 我無間焉
소운 생천지지천주자 여존양만물천상지천주자 불씨소운 아야 고여금 상여하 아무간언
盖全一體也
개전일체야
이른바 천지를 생기게 하는 천주와 만물들을 존속시키고 길러주는 천상의 천주는 부처가 말하는 진정한 ‘자아’입니다. 옛날과 지금, 위(天)와 아래(地)는 “자아‘와 본질적으로 간격이 없습니다. 이것들은 대체로 온전한 한 몸입니다.
第緣四大 沉淪昧晦 而情隨事移
지연사대 침윤매회 이정수사이
단지 四大(地, 水, 火, 風 (4원소/ 四界) 때문에 참된 자아가 침잠하게 되어서 우매하게 되고 어둡게 되었으니 참된 자아의 실상이 사태의 변화에 따라서 달라진 것입니다.
眞元日鑿 德機日弛 而吾天主幷溺也
진원일착 덕기일이 이오천주병익야
자아의 참된 근원이 날마다 쪼임을 당하여 참된 덕의 기틀이 날마다 풀어져 나가서 참된 자아인 천주도 아울러 쇠잔해진 것입니다.
則吾之不能造養物 非本也 其流使然耳
칙오지불능조양물 비본야 기류사연이
그렇다면 참된 자아로서의 내가 만물을 만들어 내고 길러 낼 수 없는 것은 본래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라 그 흘러 나간 폐단이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夜光之珠 以蒙垢而損厥値 追究其初體 昉可爲知也
야광지주 이몽구이손궐직 추구기초체 방가위지야
밤에 빛을 내는 진주라도(夜光珠) 때가 되면 때가 끼게 되면 그 값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 원초의 참된 본체를 추구해야만 비로소 그것의 참된 가치를 알 수 있게 됩니다.
◈ 서양 선비가 대답한다.
吁咈哉! 有是毒唾 而世人競茹之 悲歟!
우불재! 유시독타 이세인경여지 비여!
아뿔싸! 이런 독을 가진 침을 세상 사람들이 다투어 삼키고 있으니 진실로 슬픕니다.
非淪昧之極 執敢謂 萬物之原 天地之靈 爲物淪昧乎哉?
비륜매지극 집감위 만물지원 천지지령 위물륜매호재?
타락하여 우매함이 극치에 이르지 않았다면 “만물의 근원이며 천지를 창조한 영험한 천주가 미천한 만물들 때문에 타락하고 우매하게 된다.”고 감히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夫人德堅白 尙不以磨涅變基眞體 物用凝固 不以運動 失其常度
부인덕견백 상불이마열변기진체 물용응고 불이운동 실기상도
무릇 사람의 덕성도 굳세고 결백하면 아무리 비벼대고 더럽히려 해도 오히려 그 참된 본체를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물건이라도 엉겨서 굳어지게 되면 아무리 그것을 움직여 본다고 해도 일정한 한도를 잃지 않습니다.
至大無偶 至尊無上 乃以人生幻軀能累及以汚惑之?
지대무우 지존무상 내이인생환구능루급이오혹지?
천주처럼 지극히 큰 존재에는 필적할 만 한 짝이 없으며, 천주처럼 지극히 높은 존재에는 그보다 위가 없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참된 자아가 곧 천주라고 한다면 바로 사람의 삶이라는 허망한 껍데기를 연루시킴으로써 그분을 더럽히고 미혹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是 人斯勝天 欲斯勝理 神爲形之役 情爲性之限
시 인사승천 욕사승리 신위형지역 정위성지한
그렇다고 한다면 부족한 지능의 인간이 이런 식으로 완전한 이성의 하늘을 이긴다는 것이요, 사욕이 이런 식으로 도리를 이긴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정신은 육신에게 부림을 당하게 되는 셈이며, 정욕이 본성의 뿌리가 되는 셈입니다.
于識本末者 宜不喩而自解矣
우식본말자 의부유이자해의
이제 무엇이 本이고 末인지를 인식하는 일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당연히 저절로 알게 될 것입니다.
且兩間之此 執有 踰於造物者 能囿之陷之于四大之中 以昧溺之乎?
차량간지차 집유 유어조물자 능유지함지우사대지중 이매익지호?
또한 하늘과 땅이 이 둘 사이에 있는 만물들을 비교해 본다면 어느 것이 造物者 보다 뛰어나서 (땅, 물, 불, 바람의 4원소) 속에 그것(조물자)을 가두어 빠뜨리게 하여서 그것을 우매한 것들에 함몰되게 할 수 있겠습니까?
夫天上之天主於我 旣工一體 則二之澄徹混淆 無異焉
부천상지천주어아 기공일체 즉이지징철혼효 무이언
무릇 하늘 위의 천주와 우리 인간의 자아가 이미 함께 한 몸이 되었다면 그것들을 알단 명철함과 혼미함 둘로 구분한다 해도 서로 별 차이가 없게 됩니다.
譬如首上靈神於心內靈神 同爲一體也
비여수상영신어심내영신 동위일체야
비유하면 머릿속의 이성적 정신(靈神)과 마음속의 이성적 정신(靈神)이 다 같이 한 몸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故適痛楚之遭 變故之値 首之神混淆 心之神鈞混淆焉
고적통초지조 변고지치 수지신혼효 심지신균혼효언
따라서 한 몸이라면 때마침 고초를 만나거나 변고를 당했을 그 때에는 머리의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마음의 정신도 똑같이 혼미하게 됩니다.
必不得一難一治之矣
필부득일난일치지의
(한 몸이라면) 반드시 한 쪽은 어지러운데 다른 한 쪽은 온전할 수가 없습니다.
今吾心之亂 故不能混天上天主之永攸澄徹 彼永攸澄徹又不免我心之混淆
금오심지란 고불능혼천상천주지영유징철 피영유징철우불면아심지혼효
(그러나) 지금 우리 (인간) 마음의 어지러움이 진실로 하늘 위의 천주의 영원한 명철함을 교란시킬 수 없으며, 저 (천주)의 영원한 명철함도 또한 우리(인간) 마음의 혼미함을 면제해 줄 수 없습니다.
則吾於天主 非共爲一體 豈不驗乎?
칙오어천주 비공위일체 개불험호?
그렇다면 우리 (인간)들은 천주와 함께 한 몸이 아닌 것입니다. (이것이) 어찌 증명이 되지 않겠습니까?
夫曰 天主與物同 或謂 天主卽是其物 而外無他物
부왈 천주여물동 혹위 천주즉시기물 이외무타물
무릇 천주와 사물이 같다고 말한다면, 어떤 이는 ‘천주가 바로 그 사물들이며 그 밖에 다른 것은 없다.’고 말합니다.
或爲 其在物 而爲內分之一 或謂 物爲天主所使用 如械器爲匠之所使用
혹위 기재물 이위내분지일 혹위 물위천주소사용 여계기위장지소사용
어떤 이는 ‘천주가 사물 속에 있으며 이런 사물들의 내면적 성분의 하나’라고 말합니다. 어떤 이는 ‘사물이란 마치 기계와 도구를 기술자들이 사용하는 것처럼 천주가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此三言皆傷理者 吾逐逐變之也
차삼언개상리자 오축축변지야
이 세 가지 주장들은 모두 도리를 해치는 것들입니다. 저는 이 주장들을 조목조목 따지겠습니다.
其云 天主卽是各物 則宇宙之間 雖有萬物 當無二性
기운 천주즉시각물 칙우주지간 수유만물 당무이성
첫째로 그들이 ‘천주가 바로 개개의 사물이다’라고 말한다면 우주 사이에 비록 만물이 존재하더라도 천주와 만물이라는 두 가지 본성은 당연히 없을 것입니다.
旣無二性 是無萬物 豈不混殽物理?
기무이성 시무만물 개불혼효물리?
일단 이와 같이 두 가지 서로 다른 본성들이 없다면 이것은 천주와 구별되는 만물은 없는 셈이니 어찌 사물들의 이치를 혼란케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況物有常情 豈欲自全 無欲自害
황물유상정 개욕자전 무욕자해
하물며 서로 다른 본성들을 가진 다양한 사물들에는 불변하는 본능이 있는데 모두 스스로를 온전하게 하고 싶어서 스스로를 해치려고 하지 않습니다.
吾視天下之物 固有相害相殛者
오시천하지물 고유상해상극자
그러나 제가 천하의 사물들을 보니, 진실로 서로 해치고 서로 죽이는 일이 있습니다.
如水滅火 火焚木 大魚食小魚 强禽呑弱禽
여수멸화 화분목 대어식소어 강금탄약금
예컨대, 물이 불을 소멸시키고, 불이 나무를 태우고,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강한 새가 약한 새를 삼켜버리는 일입니다.
旣天主卽是各物 豈天主者爲戕害 而不及一存頀乎?
기천주즉시각물 개천주자위장해 이불급일존호호?
일단 천주 자신이 바로 각각의 사물이라면 천주가 어떻게 자기 자신을 죽이고 해를 끼치면서 결코 한 번도 자기 자신을 보존하고 보호하는 데까지 미치지 않는 것입니까?
然 天主無可戕害之理
연 천주무가장해지리
그러나 (사물들과 근원적으로 다른 진정한 사물을 창조하신) 천주께서는 사물들을 죽이고 해를 끼쳐야 할 이치를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다.
從是說也 吾身卽上帝 吾祭上帝 卽自爲祭耳 益無之禮也
종시설야 오신즉상제 오제상제 즉자위제이 익무지례야
(천주와 우리의 자아가 한 몸이라는) 그런 주장을 따른다면 우리 자신이 곧 하느님이며, 우리가 하느님께 제사 지내는 것은 바로 자신에게 하는 제사일 뿐이니, 이러한 예식은 더욱더 있을 수 없습니다.
果爾 則天主可謂木石等物 而人能耳順之乎?
과이 칙천주가위목석등물 이인능이순지호?
(이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그와 같다고 한다면 천주는 나무나 돌 등과 같은 (한낱) 사물이라 말할 수 있는데 사람들이 그런 천주를 쉽게 순명할 수 있겠습니까?
其曰 天主爲物之內本分 則是天主微乎物矣
기왈 천주위물지내본분 즉시천주미호물의
(둘째로) 그들이 ‘천주는 사물의 내면적인 성분이다’고 말한다면 이는 천주란 사물보다 미미한 것입니다.
凡全者 皆其大于各分者也 斗大于升 升乃斗十分之一耳 外者包乎內
범전자 개기대우각분자야 두대우승 승내두십분지일이 외자포호내
무릇 온전한 것은 모두 각각 나누어진 것보다 큽니다. 말(斗)은 되(升)로 나누어지니 그것보다 큽니다. 되는 말의 십분의 일일 뿐이며, 밖은 안을 싸고 있습니다.
若天主在物之內爲其本分 則物大于天主 李天主反小也
약천주재물지내위기본분 즉물대우천주 이천주반소야
만약 천주는 사물 속에 내재하며 그 사물 본연의 성분이라고 한다면, (밖에서 자기 속에 천주를 싸고 있는) 사물은 (당연히) 천주보다 크며 천주는 도리어 작은 것입니다.
萬物之原 乃小乎其所生之物 其然乎? 豈其然乎?
만물지원 내소호기소생지물 기연호? 개기연호?
만물의 근원이 이렇게 디면 바로 그것에 의해 생겨난 사물보다 작아지는데 그것이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어찌 그것이 그러할 수 있겠습니까?
且問 天主在人內分 爲尊主歟? 爲賤役歟?
차문 천주재인내분 위존주여? 위천역여?
또한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천주가 사람 속에 있는 내면적 성분이라면 (사람 속에서) 높으신 주님이 되겠습니까? 천한 일꾼이 되겠습니까?’
爲賤役而聽他分之命 固不可也
위천역이청타분지명 고불가야
천주가 천한 일꾼이 되어서 사람 속의 다른 성분들의 명령을 듣는다는 것은 본래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如爲尊主而專握一身之枘 則天下宜無一人爲惡者 何爲惡者滋衆也?
여위존주이전악일신지예 칙천하의무일인위악자 하위악자자중야?
만약 사람 속에서 높으신 주님이 되어 한 몸의 권력을 오로지 잡고 있다면 세상에는 악을 행하는 이가 한 사람도 없어야 마땅한데 무엇 때문에 악인들이 이처럼 더욱더 많은 것입니까?
天主爲善之本根 德純無渣
천주위선지본근 덕순무사
천주께서는 선함의 본 뿌리이시기에 덕이 순수하여 찌꺼기가 없습니다.
卽爲一身之主 猶致蔽於使欲 恣爲邪行 德何衰也?
즉위일신지주 유치폐어사욕 자위사행 덕하쇠야?
그러나 천주가 이미 한 몸의 주인이 되었는데도 오히려 사적인 욕망에 가리게 되고 사특한 행위를 멋대로 하려고 한다면 천주의 덕성이 왜 이렇게 쇠잔해진 것입니까?
當其制作乾坤 無爲不中節 奚今事一身之行 乃有不中者?
당기제작건곤 무위부중절 해금사일신지행 내유부중자?
그 천주가 하늘과 땅을 창제할 때에 절도에 꼭 들어맞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어째서 지금 사람 속에서 한 몸의 행위를 다스리는데 조차도 들어맞지 않는 일이 있을 수가 있습니까?
又爲諸戒原 乃有不守戒者 不能乎? 不識乎? 不思乎? 不肯乎? 皆不可謂也
우위제계원 내유불수계자 불능호? 불식호? 부사호? 불긍호? 개불가위야
또한 천주께서는 모든 계율의 근원이십니다. 그런데 계율을 지키지 않은 일이 생겼다면 그것은 (천주께서 지킬) 능력이 없는 것입니까? 알지 못하는 것입니까? 생각하지 못하는 것입니까? 하고 싶지 않은 것입니까? 모두 (이렇게는)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其曰 物如軀殼 天主使用之 若匠者使用其器械 則天主尤非其物矣
기왈 물여구각 천주사용지 약장자사용기기계 칙천주우비기물의
셋째로 그들은 ‘만물은 몸체와 같은 것이니 마치 목수가 자기의 도구를 사용하는 것처럼 천주가 그것들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천주는 더욱이나 그 사물 자체는 아닌 것입니다.
石匠非其鑿 漁者非其網 非其舟
석장비기착 어자비기망 비기주
석공은 자기가 돌을 쪼는데 쓰는 정이 아닙니다. 어부는 자기가 쓰고 있는 그물이 아니요, 자기가 타는 배가 아닙니다.
天主非其物 何謂之同一體乎?
천주비기물 하위지동일체호?
천주는 (자기가 창제한) 사물이 아닌데 어째서 이것들을 똑같은 한 몸이라고 말하는 것입니까?
循此辨焉 其說謂 萬物行動不係於物 皆天主事 如械器之事 皆使械器者之功
순차변언 기설위 만물행동불계어물 개천주사 여계기지사 개사계기자지공
이 논변을 따라가면 그 주장은 ‘만물이 행동은 그 사물들에 달려 있지 않고 마치 기계나 도구의 일이 모두 기계나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의 공인 것처럼 모두 천주가 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夫不曰 耜耒耕田 乃曰 農夫耕지 不曰 斧劈柴 乃曰 僬夫劈之 不曰 鋸斷板 乃曰 梓人斷之
부부왈 사뢰경전 내왈 농부경지 부왈 부벽시 내왈 초부벽지 부왈 거단판 내왈 재인단지
무릇 쟁기가 밭을 간다고 말하지 않고 농부가 밭을 간다고 말합니다. 도끼가 나무를 벤다고 말하지 않고 나무꾼이 나무를 벤다고 말합니다. 톱이 목판을 자른다고 말하지 않고 목수가 자른다고 말합니다.
則是火莫焚 水莫流 鳥莫鳴 獸莫走 人莫驗馬乘車 乃皆有天主者也
칙시화막분 수막류 조막명 수막주 인막험마승거 내개유천주자야
모든 것을 만물이 아니라 천주가 직접 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그 말은 불은 스스로 탈 수 없고, 물은 흐르지 못하며, 새는 울지 못하고, 짐승은 달리지 못하며, 사람이 말을 타거나, 수레에 올라탈 수도 없는 셈입니다. 그런 것들은 바로모두 오직 천주만이 하시는 것입니다.
小人穴壁踰墻 禦旅于野 非其罪 亦天主使之之罪乎?
소인혈벽유장 어여우야 비기죄 역천주사지지죄호?
그렇다면 소인들이 벽을 뚫고 담을 뛰어넘어 도둑질을 하고, 들에서 행인들을 못 가게 막아 강도질 하는 것도 그들의 죄가 아니고, 또한 천주가 그들로 하여금 그러한 죄를 짓게 한 것입니까?
何以當惡怨其人 懲戮其人乎?
하이당악원기인 징륙기인호?
그들이 죄를 지은 것이 아니라면 어째서 그런 사람들을 마땅히 미워하고 그런 사람들을 징벌하고 죽여야 합니까?
爲善之人 亦悉非其功 何爲當賞之乎?
위선지인 역실비기공 하위당상지호?
선행을 한 사람들도 또한 모두 그들의 공이 아닌데 어째서 그런 사람을 마땅히 상 주어야 합니까?
亂天下者 莫大於信是語矣
난천하자 막대어신시어의
천하를 어지럽게 하는 것에 이 세 번째 주장을 믿는 것보다 더 큰 것은 없습니다.
且凡物不以天主爲本分 故散 而不返歸于天主 惟歸其所結物類爾矣
차범물불이천주위본분 고산 이불반귀우천주 유귀기소결물류이의
또한 모든 사물들은 천주를 본분으로 삼지 않기 때문에 (그것들이 죽거나 파괴되면) 흩어지는 것이요, 천주께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사물들은) 오직 그들과 연관된 사물의 부류에로 돌아갈 뿐입니다.
如物懷死 而皆歸本分 則將返歸天主
여물회사 이개귀본분 즉장반귀천주
만약 시물들이 파괴되거나 죽어서 모두 천주의 본분으로 돌아간다고 한다면 그것들은 장차 천주께로 돌아갈 것입니다.
不謂懷死 乃益生前人 亦惟不悅速死以化歸上帝乎?
불위회사 내익생전인 역유불열속사이화귀상제호?
그렇게 되면 파괴되거나 죽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고, 바로 생명을 더 보태주는 것이요 사람을 온전하게 해 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빨리 죽어서 하느님께 돌아감을 누가 또한 기뻐하지 않겠습니까?
孝子爲親 厚置棺槨 何不令考妣速化爲上尊乎?
효자위친 후치관곽 하불령고비속화위상존호?
그러나 효자는 어버이를 위하여 간과 곽을 두텁게 준비합니다. 어째서 효자들이 돌아가신 부모님으로 하여금 천상의 존귀한 분으로 빨리 변화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까?
嘗證 天主者 始萬物而制作之者也 其性渾全成就 物不及惻 矧謂之同?
상증 천주자 시만물이제작지자야 기성혼전성취 물불급측 신위지동?
천주란 만물을 창시하고 제작하신 분임을 (저는) 이미 (앞의 제1편에서) 증명하였습니다. 그분의 본성은 혼융하여 온전하게 이루어진 것이니 (그분에 의해 창제된) 사물들이 다 헤아려서 미칠 수가 없습니다. 하물며 그것들이 천주와 같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吾審 各物之性善 而理精者
오심 각물지성선 이리정자
우리는 각 사물의 본성이 선하다는 것과 이치가 정밀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謂天主之迹 可也 謂之天主 則謬矣
위천주지적 가야 위지천주 즉류의
이것을 천주의 흔적이라고 말하면 옳습니다. 천주라고 말하면 그릇된 것입니다.
試如見大跡人於路 因驗大人之足曾過于此 不至以 其跡爲大人
시여견대적인어로 인험대인지족증과우차 부지이 기적위대인
커다란 흔적이 길에 찍혀 있음을 보고 그에 따라서 큰 사람의 발이 이곳을 지난 적이 있다고 검증한다고 합시다. 이 경우 ‘그 흔적이 바로 큰 사람이다’라는 데는 이르지 않습니다.
觀畵之精玅 慕其畵者曰 高手之工 而莫以是爲卽畵工
관화지정묘 모기화자왈 고수지공 이막이시위즉화공
그림의 정묘함을 보고 그 화가를 사모하여 말하기를, “고수의 솜씨”라고 하지만 이 그림이 곧 화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天主生萬森之物 以我追徵其原 至精極盛 仰念愛慕 無時可釋
천주생만삼지물 이아추징기원 지정극성 앙념애모 무시가석
천주는 삼라만상의 사물을 생기게 하였습니다. 우리가 그 근원을 미루어서 따져 보면 지극히 정교하고 성대하여 우러러 생각하고 애모하는 마음을 버려도 되는 때는 없습니다.
使或泥于偏說 忘其本原 豈不大誤?
사혹니우편설 망기본원 개불대오?
(그렇다고) 사람들로 하여금 혹시 올바르지 못한 이론에 빠지게 하여서 그 본래의 근원을 잊어버리게 한다면 어찌 큰 잘못이 아니겠습니까?
夫誤之原 非他 由其不能辨乎物之所以然也
부오지원 비타 유기불능변호물지소이연야
무릇 착오의 원인은 다른 것이 아니고 그 사물이 그렇게 된 까닭을 따질 수 없는데서 말미암은 것입니다.
所以然者 有在物之內分 如陰陽是也
소이연자 유재물지내분 여음양시야
그렇게 된 까닭은 사물에 내재하는 성분으로 사물을 구성하는 음양과 같은 것입니다.
有在物之外分 如作者之類是也
유재물지외분 여작자지류시야
사물 밖에 있는 성분이 있는데 운동인과 같은 그런 부류가 그것입니다.
天主作物 爲其公作者 則在物之外分矣
천주작물 위기공작자 칙재물지외분의
천주께서 만물들을 지어낸 그것들의 보편적인 운동인 이라면 사물 밖에 있는 성분인 것입니다.
第其在物且非一端
제기재물차비일단
다만 그분(천주)이 만물 속에 존재하는 것 또한 한 가지의 방식만은 아닙니다.
或在物 如在其所 若人在家庭焉
혹재물 여재기소 약인재가정언
천주께서 혹 사물 속에 계신다는 것은 마치 사람이 자기의 집이나 마당에 있는 거처럼 그 사물의 장소에 있음과 같습니다.
或在物 爲其分 若手足在身 陰陽在人焉
혹재물 위기분 약수족재신 음양재인언
천주께서 혹 사물 속에 계신다는 것은 마치 손발이 몸에 있고, 음양이 사람에게 있는 것처럼 그 사물의 성분이 되는 것입니다.
或依賴之在自立者 如白在馬爲白馬 寒在氷爲寒氷焉
혹의뢰지재자립자 여백재마위백마 한재빙위한빙언
혹 속성이 실체 속에 있는 것은 마치 흼(白)이 말(馬)속에서 흰 말이 되고, 차가움이 얼음 속에 있어서 차가운 얼음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或在物 如所以然之在其已然 若日光之在其所照水晶焉 火在其所燒紅鐵焉
혹재물 여소이연지재기이연 약일광지재기소조수정언 화재기소소홍철언
천주께서 혹 사물 속에 계신다는 것은 마치 햇빛이 그것에 의해 비추어진 수정 속에 있음이나, 불이 그것에 의해 달구어진 빨간 쇠 속에 있는 것처럼 원인이 결과 속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以末揆短 可云 天主在物者也
이말규단 가운 천주재물자야
끝으로써 발단을 추론하여 천주께서 사물 속에 계신다고 우리는 말할 수 있습니다.
如 光雖在水晶 火雖在鐵 然而各物各體 本性不雜
여 광수재수정 화수재철 연이각물각체 본성부잡
이것은 마치 빛이 비록 수정에 있고 불이 비록 쇠 속에 있다고 하지만 그러나 각 사물이나 각 물체는 그것들의 본성이 뒤섞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謂天主之在物如此 固無所妨也
위천주지재물여차 고무소방야
천주께서 사물 속에 계신다는 것이 이와 같다고 말한다면 진실로 방해될 것이 없습니다.
但光可離水晶 天主不可離物
단광가이수정 천주불가이물
단지 빛은 수정을 떠날 수 있겠으나 천주께서는 만물들을 떠날 수 없습니다.
天主無形而無所不在 不可裁然分而別之
천주무형이무소부재 불가재연분이별지
천주는 무형하여 있지 않은 곳이 없으니 만물들과 딱 끊어서 별도로 있을 수가 없습니다.
故謂 全在於全所 可也 違 全在各分 亦可也
고위 전재어전소 가야 위 전재각분 역가야
그러므로 천주는 모든 장소들에 온전하게 존재하고 계신다고하면 옳은 것입니다. 천주는 각각의 부분들에 온전하게 존재하고 계신다고 말해도 또한 옳은 것입니다.
4-10 ◈ 중국 선비가 말한다.
聞明論 先疑釋矣 有謂人於天下之萬物皆一 如何?
문명론 선의석의 유위인어천하지만물개일 여하?
명쾌한 논의를 들으니 먼젓번 의심이 풀렸습니다. 어떤 이는 ‘인간은 천하의 만물들과 모두 하나’라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 서양 선비가 대답한다.
以人爲同乎天主 過尊也 以人與物一 謂人同乎土石 過卑也
이인위동호천주 과존야 이인여물일 위인동호토석 과비야
사람을 천주와 같다고 생각한다면 사람을 지나치게 높인 것입니다. 사람과 만물은 하나이기 때문에 사람을 흙이나 돌과 같다고 주장하면 그것은 지나치게 낮춘 것입니다.
由前之過 懼有人欲爲禽獸 由今之過 懼人不欲爲土石
유전지과 구유인욕위금수 유금지과 구인불욕위토석
(인간을 실제보다 지나치게 높이 보는) 전자의 과실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그런 높은 인간들보다 못한) 짐승이 되려고 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인간을 실제보다 지나치게 낮게 보는) 지금(후자)의 과실 때문에 사람들은 (그렇게 낮은) 흙이나 돌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部率人類爲土石 子從之乎? 其不可信 不難辯矣
부솔인류위토석 자종지호? 기불가신 불난변의
무릇 인류를 이끌어서 흙이나 돌이 되게 하는 것을 선비께서는 따르시겠습니까? 이런 주장들은 신뢰할 수가 없는 것이기에 논박하기에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寰宇間 凡爲同之類者 多矣
환우간 범위동지류자 다의
우주 사이에는 무릇 같은 것이 되는 종류들이 많습니다.
或有異物 同名之同 如柳宿與柳樹是也
혹유이물 동명지동 여류숙여류수시야
혹 다른 사물이면서 이름이 같은 같음(同)이 있으니 예컨대 하늘의 ‘버들 별자리’와 ‘버드나무’가 그런 것입니다.
或有同群之同 以多口總聚爲一
혹유동군지동 이다구총취위일
혹 무리를 같이 하는 같음이 있으니 많은 개체들이 모두 모여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如一寮之羊 皆爲同群 一軍之卒 皆爲同軍是也
여일료지양 개위동군 일군지졸 개위동군시야
예컨대 한 우리 안의 양들은 모두 ‘같은 무리(同群)’가 되며, 소속이 동일한 군대의 병졸들은 모두 ‘같은 군대(同軍)’가 되는 것이 그것입니다.
或有同理之同 如根泉心三者相同
혹유동리지동 여근천심삼자상동
혹 이치를 같이하는 같음이 있으니 예컨대 뿌리, 샘물, 심장, 이 세 가지는 서로 이치가 같습니다.
蓋若根爲百肢之本 泉爲百派之源 心爲百脈之由是也
개약근위백지지본 천위백파지원 심위백맥지유시야
대개 뿌리들은 온갖 가지들의 근본이 되고, 샘물은 온갖 물줄기의 원찬이 되고 심장은 온갖 혈맥들의 유래가 되는 것이 그와 같은 것입니다.
此且三者姑謂之同 而實則異
차차삼자고위지동 이실칙이
또한 이런 위에 열거한 세 가지 경우 잠시 그것들을 같은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는 다른 것들입니다.
或有同宗之同 如鳥獸通爲知覺 列于各類是也
혹유동종지동 여조수통위지각 열우각류시야
혹 종을 같이 하는 같음도 있으니 예컨대 새와 짐승은 모두 지각을 하므로 각각 지각이 있는 부류에 배열되는 것이 이것입니다.
或有同類之同 如此馬如彼馬共屬馬類 此人與彼人共屬人類是也
혹유동류지동 여차마여피마공속마류 차인여피인공속인류시야
혹 부류를 같이하는 같음이 있으니 예컨대 이 말과 저 말은 다 함께 말의 부류에 속하고 이 사람과 저 사람은 다함께 사람의 부류에 속하는 것이 이것입니다.
此二者畧可謂之同矣
차이자략가위지동의
이 두 가지 경우는 대체로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或有同體之同 如四肢如一身同屬一體焉
혹유동체지동 여사지여일신동속일체언
혹 몸을 같이하는 같음이 있으니 예컨대 사지와 한 몸이 하나의 몸속에 있는 것입니다.
或其名不同 而寔則同 如放勳帝堯 二名總爲一人焉 玆二者乃爲眞同
혹기명부동 이식칙동 여방훈제요 이명총위일인언 자이자내위진동
혹 그 이름들은 같지 않으나 실제로는 같으니 예컨대 방훈과 제요는 두 가지 이름이나 요컨대 한 사람입니다. 이 둘은 바로 참으로 같은 것입니다.
夫謂天下萬物皆同 于此三等 何居?
부위천하만물개동 우차삼등 하거?
중국에서 말하는 무릇 세상 만물은 같다는 주장은 이 세 가지 등급의 같다는 논거들 중에서 어느 것에 속합니까?
4-11 ◈ 중국 선비가 말한다.
謂同體之同也 曰 君子 以天下萬物爲一體者也 間形體 而分爾我 則小人矣
위동체지동야 왈 군자 이천하만물위일체자야 간형체 이분이아 즉소인의
몸을 같이 하는 같음을 말합니다. 올바른 선비라고 하면 천하 만물을 한 몸으로 삼습니다. 형체 있는 사물들을 구분하여 너와 나를 나누는 것은 비루한 소인들입니다.
君子一體萬物 非由作意
군자일체만물 비유작의
올바른 선비가 만물을 한 몸으로 여기는 것은 일부러 ‘지어낸 뜻(作意)’에 의해 말미암은 것이 아닙니다.
緣吾心 仁體如是 豈有君子? 雖小人之心 亦莫不然
연오심 인체여시 개유군자? 수소인지심 역막불연
우리 인간들의 본 마음을 따르는 것이니, ‘어진 본체(仁體)’가 진실로 이와 같은 것입니다. 어찌 오직 군자뿐이겠습니까? 비록 소인의 마음이라도 그렇지 않음이 없습니다.
◈ 서양 선비가 대답한다.
前世之儒 借萬物一體之說 以冀愚民悅從于仁 所謂一體 僅謂一原耳已
전세지유 차만물일체지설 이기우민열종우인 소위일체 근위일원이이
과거 중국의 선비들은 ‘만물은 한 몸’ 이라는 이론을 빌어서 어리석은 백성들이 仁을 기쁘게 따르기를 바랐습니다. 이른바 한 몸이란 다만 하나의 근원에서 나왔음을 말할 뿐입니다.
如信之爲眞一體 將反滅仁義之道矣
여신지위진일체 장반멸인의지도의
만약 그것들이 참으로 한 몸이라고 믿는다면 장차 仁의 도리를 없애버리게 될 것입니다.
何爲其然耶? 仁義相施 必待有二
하위기연야? 인의상시 필대유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되겠습니까? 仁과 義가 서로 베풀어지려면 반드시 주고받는 두 존재(仁)가 있어야 합니다.
若以衆物實爲一體 則是以衆物實爲一物 而端虛像爲之異耳
약이중물실위일체 칙시이중물실위일물 이단허상위지이이
만약 여러 사물들을 실제로 한 몸이라고 여긴다면 이것은 여러 사물들을 실상 하나의 사물로 간주하는 것이요, 단지 허상들만으로 그것들을 다르게 보는 것일 뿐입니다.
彼虛像焉能相愛相敬哉? 故曰 爲仁者 推己及人也
피허상언능상애상경재? 고왈 위인자 추기급인야
그런 허상들이 어찌 서로 사랑하고 서로 공경할 수 있습니까? 그러므로 ‘仁을 실천하는 것은 자기를 미루어 남에게 미치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仁者以己及人也 義者人老老長長也 俱要人己之殊
인자이기급인야 의자인노노장장야 구요인기지수
仁은 자기의 도리로써 남에게까지 미치는 것이며, 義는 사람들이 노인을 노인으로 대접하고 어른을 어른 대접하는 것이니 仁이나 義 둘 다 남과 자기의 구별을 함께 요구합니다.
如人己之殊 則畢除仁義之理矣
여인기지수 즉필제인의지리의
남과 자기의 구별을 제거하면 仁義의 도리를 모두 제거하는 것입니다.
設謂物都是己 則但以愛己奉己爲仁義
설위물도시기 즉단이애기봉기위인의
만일 만물은 모두 실제로 자기 한 몸이라고 말한다면 다만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받드는 것을 仁과 義로 보는 것입니다.
將小人惟知有己 不知有人 獨得仁義乎?
장소인유지유기 부지유인 독득인의호?
소인들은 장차 오직 자기만이 존재함을 알 뿐이며 남이 존재함을 알지 못하는데도 그 소인들만이 유독 인의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書言人己 非徒言形 乃兼言形性耳
서언인기 비도언형 내겸언형성이
책에서 남과 자기를 구별하여 말했다면 그저 사람의 몸만을 말한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의 몸과 그 본성을 겸하여 말했을 뿐입니다.
且不人德之厚在遠 不在近 近愛本體 雖無知覺者 亦能之
차부인덕지후재원 부재근 근애본체 수무지각자 역능지
또한 무릇 인애의 덕(仁德)의 두터움은 먼데까지 사랑함에 있지 가까운 데에 있지 않습니다. 가까이 자기 몸을 사랑하는 것은 비록 지각이 없는 것들도 역시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故水恒潤下就濕處 合同類以養存本體也
고수항윤하취습처 합동류이양존본체야
따라서 지각을 못하는 물도 늘 아래를 축축하게 하며 습한 곳으로 나아가며 같은 부류들과 함하여 자기 몸을 기르고 보존합니다.
火恒升上就乾處 合同類以養全本性也
화항승상취건처 합동류이양전본성야
불도 항상 솟아 올라가고 마른 곳으로 낭가며 같은 부류들과 합하여 본연의 성질을 기르고 온전히 합니다.
近愛所親 鳥獸亦能之 故有跪乳反咆者
근애소친 조수역능지 고유궤유반포자
가까이 친한 이를 아끼는 것은 새나 짐승들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꿇어 앉아서 새끼를 젖먹이거나 먹이를 물고 입 속에서 되씹어 잘게 하여 먹이는 것도 있습니다.
近愛己家 小人亦能之 故常有苦勞 行儉阻 爲竊盜 以養其家屬者
근애기가 소인역능지 고상유고노 행검조 위절도 이양기가속자
가까이 자기 가족을 아끼는 것은 소인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수고롭게 고생하며 위험한 짓을 하고 도적질을 하여서 자기 집 식구들을 양육하는 자도 있습니다.
近愛本國 用人亦能之 故常有群卒 致命以禦强寇奸宄者
근애본국 용인역능지 고상유군졸 치명이어강구간귀자
가까이 자기 나라를 아끼는 것은 보통 사람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군졸들이 목숨을 바쳐가며 강한 외적들이나 교활한 악당들을 막아내는 일은 언제나 있습니다.
獨至仁之君子 能是遠愛 包覆天下萬國 而無所不及焉
독지인지군자 능시원애 포복천하만국 이무소불급언
유독 지극히 어진 군자만이 멀리까지 사랑을 베풀어서 천하만국을 감싸고 덮어줄 수 있기에 사랑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없습니다.
君子豈不知我一體 彼一體 此吾家吾國 彼異家異國?
군자개부지아일체 피일체 차오가오국 피이가이국?
군자라고 나 한 몸과 저 한 몸을 이 곳이 내 집이고 내 나라요, 저곳이 남의 집이고 남의 나라임을 어찌 알지 못하겠습니까?
然以爲 皆天主上帝生養之民物 卽分當兼切愛恤지
연이위 개천주상제생양지민물 즉분당겸절애휼지
그러나 그는 모두가 천주 하느님께서 낳아 기르시는 백성들이요 만물들이니 바로 자기의 본분대로 그것들을 모두 절실히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깁니다.
豈若小人但愛己之骨肉者哉?
개약소인단애기지골육자재?
어찌 소인들처럼 단지 자기의 골육만을 아끼겠습니까?
4-12 ◈ 중국 선비가 말한다.
謂 以物爲一體 乃仁義之賊 何爲 中庸列 體群臣於 九經之內乎
위 이물위일체 내인의지적 하위 중용열 체군신어 구경지내호
만물을 한 몸으로 보는 것이 인의를 해치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면 무엇 때문에 중용에서 임금은 ‘여러 신하와 한 몸이 되어야 한다.’는 구절을 아홉 가지 법도 안에다 넣었겠습니까?
◈ 서양 선비가 대답한다.
物體以譬喩言之 無所傷焉 如以爲實言 像理不淺
물체이비유언지 무소상언 여이위실언 상리불천
사물과 한 몸이 됨을 비유로 말씀하신다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만약 그것을 실제로 여기고 말씀하신다면 이치에 어긋남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中庸令君 體君臣 君臣同類者也 豈草木瓦石 皆可體也?
중용령군 체군신 군신동류자야 개초목와석 개가체야?
중용에서 임금으로 하여금 ‘여러 신하들과 한 몸이 되라’고 한 것은 임금과 신하는 같은 부류이기 때문입니다. 어찌 풀, 나무, 기와, 돌멩이들이 모두 한 몸이 될 수 있겠습니까?
吾聞 君子於物也 愛之 弗仁
오문 군자어물야 애지 불인
‘올바른 선비는 사물들에 대하여 그것을 아껴주되 어질게 대하지 않는다.’고 저는 들었습니다.
今使之於人爲一體 必宜均人之矣
금사지어인위일체 필의균인지의
이제 그것들로 하여금 사람과 한 몸이 되게 한다면 반드시 그것들을 골고루 어질게 대함이 마땅할 것입니다.
墨翟兼愛人 而先儒辯之爲非
묵적겸애인 이선유변지위비
묵적은 “사람을 모두 다 사랑하라!”고 했는데 선대의 유학자는 그것이 그릇됨을 논변했습니다.
今勸人土泥 而時儒順之爲是 異哉!
금권인토니 이시유순지위시 이재!
그러나 지금 흙이나 진흙까지도 어질게 대하라고 권하는데도 당대의 유학자들이 그것에 순명하면서 옳다고 여기니 참으로 이상합니다.
天主之爲天地及其萬物 萬物繁然
천주지위천지급기만물 만물번연
천주께서 하늘과 땅 및 그곳의 만물들을 만드셔서 만유들이 번성합니다.
或同宗異類 或同類異體 或同體異用
혹동종이류 혹동류이체 혹동체이용
어느 것은 종은 같으나 부류를 달리하고, 어느 것은 부류는 같으나 몸을 달리하고, 어는 것은 몸이 같아도 쓰임새를 달리합니다.
今欲强之爲一體 逆造物者之旨矣
금욕강지위일체 역조물자지지의
이제 억지로 이것들을 한 몸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조물자의 뜻에 어그러지는 것입니다.
物以多端爲美
물이다단위미
사물은 다양함을 아름다움으로 여깁니다.
故聚具者欲具之多 聚古器者欲器之多 嗜昧者欲味之多
고취구자욕구지다 취고기자욕기지다 기매자욕미지다
그러므로 패물을 모으는 자는 기물의 다양함을 원하며, 맛을 즐기는 자는 맛의 다양함을 원합니다.
令天下物均紅色 誰不厭之?
령천하물균홍색 수불염지?
천하의 만물을 모두 붉은 색깔로 한다면 누가 그것에 싫증을 내지 않겠습니까?
或紅或祿 或白或靑 日觀之 不厭矣
혹홍혹록 혹백혹청 일관지 불염의
어떤 것은 붉고, 어떤 것은 초록이고, 어떤 것은 희고, 어떤 것은 푸르면 날마다 그것을 보아도 싫증나지 않을 것입니다.
如樂音皆宮 雖能聆之?
여락음개궁 수능령지?
예컨대 악곡의 소리가 모두 宮 소리를 내면 누가 그것을 즐겨 듣겠습니까?
乍宮 乍商 乍角 乍徵 乍羽 聞之 三月食 部知昧矣
사궁 사상 사각 사치 사우 문지 삼월식 부지매의
막 宮소리가 나다가 홀연히 商소리가 나며, 막 角소리가 나다가, 혼연히 치소리가 나며, 또 잠깐 羽소리가 나면 그들을 듣고 ‘석 달 동안 밥을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할 것입니다.’
外物如此 內何不然乎?
외물여차 내하불연호?
자기 마음 밖의 사물들도 이와 같은데 자기 마음속에서는 어찌 그렇지 않겠습니까?
吾全明釋 各類以各性爲殊 不可徒以貌異
오전명석 각류이각성위수 불가도이모이
저는 앞에서 각 부류는 각각의 본성 때문에 구별되는 것이요, 단지 모양으로 달라질 수 없음을 분명히 풀이하였습니다.
故石獅與活獅 貌同類異 石人與石獅 謀異類同 何也? 俱石類也
고석사여활사 모동류이 석인여석사 모이류동 하야? 구석류야
그러므로 돌사자와 살아있는 사자는 모양이 같지만 부류가 다릅니다. 돌로 만든 사람과 돌사자는 모양은 다르지만 부류는 같습니다. 어째서 입니까? 모두 돌 종류입니다.
嘗聞 吾先生解類體之情
상문 오선생해류체지정
저희 선생이 부류와 몸체의 실정을 다음과 같이 풀이 하는 것을 제가 들은 적이 있습니다.
自立之類同體者固同類 同類者不必同體
자립지류동체자고동류 동류자불필동체
“실체의 부류에 속한 것들이 몸체들이 같으면 그것들은 진실로 같은 부류이지만 같은 부류가 반드시 같은 몸체는 아니다.”
又曰 全體者之行爲 皆歸全體 而幷指各肢
우왈 전체자지행위 개귀전체 이병지각지
또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몸체가 똑같은 것들의 행위는 모두 온몸에 귀속되며, 아울러 각 지체에도 해당된다.”
設知右手能救助患難 則一身兩手皆稱慈悲
설지우수능구조환난 즉일신양수개칭자비
만약 오른손이 환난을 구조해 낼 수 있었다면 한 몸의 두 손은 모두가 자비롭다고 일컬어집니다.
左手習偸 非惟左手謂賊左手 全體皆稱爲賊矣
좌수습투 비유좌수위적좌수 전체개칭위적의
또한 왼손이 도둑질하는 버릇이 있다면 왼손이 도둑놈 왼손이라 일컬어질 뿐 아니라 몸 전체가 모두 도둑이라 일컬어지게 됩니다.
推此說也 謂天下萬物一體 則世人所爲 盡可相謂
추차설야 위천하만물일체 칙세인소위 진가상위
이런 논거를 미루어서 천하 만물이 한 몸이라고 말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하는 짓은 서로 다음과 같이 다 말할 수 있게 됩니다.
跖一人爲盜 而伯夷幷可謂盜 武王一人爲仁 而紂亦謂仁
척일인위도 이백이병가위도 무왕일인위인 이주역위인
“도척 한 사람이 도둑이면 청렴한 백이도 아울러 도둑이며, 무왕 한 사람이 어질다면 폭군 걸 임금도 또한 어질다.”
因其體同而同之 豈不混各物之本行乎?
인기체동이동지 개불혼각물지본행호?
이와 같이 그 몸체들이 같은 부류이기 때문에 그것들이 같다고 한다면 어찌 개개 사물들의 본래 행위를 크게 혼란시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學士論物之分 或有同體 或有各體 何用駢衆物爲同體
학사논물지분 혹유동체 혹유각체 하용변중물위동체
학자들이 사물의 분류를 논하는데 혹 체가 똑같은 것도 있고, 혹 체가각각 다른 것도 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여러 사람들을 같은 몸체로 보아야 합니까?
盖物相連則同體也 相絶則異體也
개물상연칙동체야 상절즉이체야
대개 사물들이 서로 이어져 있으면 같은 몸이며, 서로 끊어져 있으면 다른 몸입니다.
若一江之水在江內 是與江水一體 旣注之一勺 則勺中之水於江內水 惟可謂同類 豈仍謂同體焉
약일강지수재강내 시여강수일체 기주지일작 즉작중지수어강내수 유가위동류 개잉위동체언
만약 하나의 강물이 강안에 있으면 이것은 강물과 한 몸입니다. 그 강물을 일단 표주박 속의 물은 강안에 있는 물과는 오직 같은 부류라고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어찌 그대로 같은 몸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泥天地萬物一體之論 簡上帝 混賞罰 除類別 滅仁義
니천지만물일체지론 간상제 혼상벌 제류별 멸인의
천지 만물이 한 몸이라는 논의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면 하느님을 우습게보게 되고, 상과 벌을 뒤섞어 놓게 되고 사물의 부류들의 구별들이 제거되어서 仁과 義의 도덕이 없어지게 됩니다.
雖高士信之 我不敢不詆焉
수고사신지 아불감불저언
그렇기 때문에 비록 높은 선비가 그것을 믿는다고 하도라도 저는 감히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4-13 ◈ 중국 선비가 말한다.
明論昭昭 發疑排異 正敎也 人魂之不滅 不化他物 旣聞命矣
명론소소 발의배이 정교야 인혼지불멸 불화타물 기문명의
명쾌한 논의는 밝아 의심을 물리치고 이론을 배척하니 바른 가르침입니다. 사람의 혼이 불멸함과 다른 사물로 변화하지 않음은 이미 들었습니다.
佛氏輪廻六道戒殺之說 傳聞聖敎不與
불씨윤회육도계살지설 전문성교불여
불교의 6도의 윤회설과 살생을 금하는 논거들은 그리스도의 거룩한 가르침에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必有所誨 望來日敎之
필유소회 망내일교지
그것들에 대한 가르침이 반드시 있을 것이니, 내일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 서양 선비가 대답한다.
丘能旣平 蟻垤何有?
구능기평 의질하유?
가파른 언덕들이 이미 평평하게 되었으니 개미가 쌓는 흙무덤 따위가 무슨 문젯거리가 되겠습니까?
余久願折此 自所嗜聞 亦吾喜講也
여구원절차 자소기문 역오희강야
저는 오랫동안 그런 문제들을 분석하고 싶었습니다. 선비께서 즐겨 들으신다면 저도 역시 기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天主實義 上卷 終
천주실의 상권 종
천주실의 상권의 끝
|
출처: 비공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