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4학년 때쯤인가?
학교에서 소풍을 가면 엄마는 꼭 봉지 과자 하나와 음료수 하나를 사서 가방에 담아주셨다.
그렇게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가져온 과자와 음료수를 서로 자랑하곤 했다.
다른 친구들을 보면 3~4봉지의 과자와 2개 이상의 음료수를 싸 왔더라.
나는 겨우 1개뿐인데...
난 그게 참 부러웠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 과자를 언제 터서 먹을지 음료수를 언제 까서 먹을지가 그날 하루의 최대 고민이었다.
과자는 먹다가 잘 싸서 가방에 다시 넣어놓았다가 다시 먹어도 되는데...
음료수는 그게 아니다.
한번 터버리면 남길 수가 없었다.
다 먹어야 한다.
손으로 입구를 누르고 있을 수도 없다.
'목마르다고 오전에 먹어버리면 오후에 또 목마르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도 들었다.
그래서 항상 아끼다 아끼다 돌아오는 길에서야 음료수를 안심하고 터서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침에만 해도 시원했던 음료수는 오후가 되면 미지근했고.
가방에 하루종일 넣어서 다니느라 초등학생에게는 참 무거웠다.
그래서 나의 매년 소풍날의 음료수는 참 맛이 없었다.
봉지 과자는 그래서 가장 큰 봉지로 골랐다.
오래오래 하루종일 먹으려고...
그때 나온 과자 중 유난히도 봉지가 길고 과자가 많이 들어 있는 과자가 있었다.
바로 베이컨칩...
맛있기도 하고 많이 들어 있어서 동생과 나의 매년 소풍 가방에는 이 과자였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 매년 소풍이면 엄마의 김밥 도시락과 한 봉지의 베이컨칩 그리고 한 개의 식어버린 음료수였다.
그래도 감사했다. 행복했다.
베이컨칩을 아껴서 아껴서 먹고 음료수를 언제 먹을지 하루 종일 진지하게 고민하는 한 어린아이가 있었다.
그땐 그런 시절이었다.
이렇게 여유 있고 풍요로운 시절에 그 시절이 더욱 그리워지는 건 왜일까?
나만 그런가?
#나의진월동이야기
첫댓글 어느 여행지 시골의 작은 구멍 가게에서 그 떄의 그 베이컨칩을 만났다.
포장은 바뀌었지만 같은 과자더라.
이 한봉지의 과자에서 예전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