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박물관
고베에 와서 UCC를 들르지 않을 수 없다. 다 아는 내용이지만 300엔을 내고 박물관에 들어갔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그냥 쑥 내려왔다. 시음 코너에서는 시음으로 두 잔의 더치 커피를 주었다. 하나는 우리가 통상 하는 식으로 찬물에 우린 커피였고 또 하나는 뜨거운 물에 우린 커피였다.
찬물에 우린 커피가 한결 맛이 강했다. 뜨거운 물로 우린 커피는 전반적으로 은은하고 깨끗했다. 칙 뿌리의 맛도 은은했다.
박물관 매점에서 서너 종류의 원두를 팔고 있었다. ‘오리지날 블렌드’의 레귤러커피 100g(800엔), 그리고 ‘에디오피아 모카 와일드 베레테 게라 200g(1250엔)’등 두 종을 골랐다.
돌아와 맛을 보았다. 에디오피아는 훌륭했다. 색을 보니 2차 크랙까지 볶았다. 그 이유일까? 예가체프와 같은 향은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깨끗한 쓴맛이 아주 좋았다. 또 단 맛이 받쳐주어 힘이 있었다. 입에 느낌이 오랫동안 남았다. 참 좋은 커피였다. 오리지날 블렌드 역시 훌륭했다. 2차 크랙 직전까지 볶은 원두였지만 신맛이 은은했다. 쓴맛, 단맛, 신맛의 하모니가 있는 커피였는데 쓴 맛에 약간 자극적인, 찌르는 듯한 자극이 있어 거슬렸다.
UCC Coffee Road
박물관을 나와 카페에 들어갔다. 3년 전에 한 잔에 2,500엔 하는 ‘버본 포인투’와 1,050엔 하는 '하와이 코나'를 주문하고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맛에 실망한 기억이 새롭다. 여전히 레전드커피는 비싸다. 그 품종을 그가격에 팔고 있다. 스페샬티는 그보다 싸지만 만만치 않다.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프렌치프레스 추출)'와 ‘르완다 니아루시자(사이폰추출)’는 한 잔에 950엔이다. 다른 3종의 스페샬티는 700엔인데 니카라구아(Limoncillo), 브라질(Sao Judasu Tadeu,프렌치프레스), 그리고 박물관에서 원두로 구매한 에티오피아(Belete Gera Meti Chefe, 페이퍼드립)다. 니카라구아 제품은 페이퍼드립과 사이폰으로 추출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돈을 아끼기로 했다. 대중적인 Coffee Road Blend(420엔) 한잔, 그리고 카페오레(460엔) 한잔을 주문했다. 점원이 추출방법을 묻는다. 카페오레는 페이퍼드립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카페로드 블렌드는 페이퍼드립과 사이폰 중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사이폰으로 부탁했다.
테이블에 앉아 사이폰 추출을 지켜보았다. 서버의 물이 본격적으로 끓을 때 필터를 바로 꽂고 물이 올라온 후 저어주었다. 몇 번이 아니었다. 10초는 젓지 않았을까? 1분 남짓할 때 불을 껐다. 끄고 나서도 몇 번 더 저어 주었다. 필터에서 서버에 쏟아지는 모양을 지켜본다. 그게 클라이막스가 아닌가? 뜻밖에 거품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아쉽다. 서버와 컵을 들고 와 컵을 테이블에 놓고 커피를 따라주었다. 맛은? 꽤 시다. 사이폰이 이리 시니 페이퍼드립은 상당할 것 같다. 사이폰 특유의 냄새와 맛. 난 그 맛을 비유할 수 없다. 그저 그렇다.
카페오레를 마셔본다. 싱겁다. 커피의 맛이 올라오지만 힘이 약해 작은 커피잔에 들어있는 얼마되지 않은 양의 우유도 감당하지 못한다. 내 평가로는 낙제다.
UCC가 훌륭한 커피회사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UCC Coffee Road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