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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동아일보
경유지에서/채윤희
중국 부채를 유럽 박물관에서 본다
초록색을 좋아하는 나는
딱정벌레 날개 위에 누워 있다
한때 공작부인의 소유였다는 황금색 부채
예수는 얼핏 부처의 형상을 하고 있다
약속의 땅은 그림 한 뼘
물가로 사람을 인도한다는 뿔 달린 짐승은 없다
한 끝이 접혔다가 다시 펼쳐진다
떨어진 금박은 지난 세기 속에 고여 있고
사탕껍질이 바스락거린다
잇새로 빠져나와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받아 적을 수 없는 소리
파란색을 좋아하는 나는
물총새 깃털을 덮고 잠든다
멸종에 임박한 이유는 오직 아름답기 때문
핀셋이 나를 들어 올리고
길이 든 가위가 살을 북, 찢으며 들어간다
기원에 대한 해설은 유추 가능한 외국어로 쓰여 있다
따옴표 속 고어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오랜 세월 파랑은 고결함이었고 다른 대륙에 이르러 불온함이 되었다
존재하지 않던 한 끝 열릴 때
나, 아름다운 부채가 되기
열망은 그곳에서 끝난다
심사평-
시간 공간 넘나드는 활달한 상상력, 매력적으로 다가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활달한 상상력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나아가 찰나적 순간을 자신의 삶에 대한 사유로 길어오는 기량도 믿음직스럽다 정호숭 조강석
3.한경
이것은 이해가 아니다 /박규현
친해하는 메리에게
나는 아직입니다 여기 있어요
불연속적으로 눈이 흩날립니다 눈송이는 무를 수도 없이 여기저기 가 닿고요 파쇄기 속으로 종이를 밀어넣으면 발치에 쌓이던 희디 흰 가루들 털어도 털어도
손가락은 여전합니다
사람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 사람은 가장 보편적인 성격을 갖게 될 것입니다
녹지 않으니까
착하다고 말해도 되나요
의심이 없을 때
평범한 사람을 위해
젖은 속눈썹 끝이 조금씩 얼어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극야로부터 멀어지고 싶고
장갑을 끼지 않아 손가락이 아팠습니다 나에게도 손이 있다니 나무들을 베어 버릴 수 있을 만큼 화가 났습니다
메리에게 답장을 씁니다
천사 혹은 기운이 있을 곳으로 눈은 그 칠 줄 모르고 눈밭에 글씨를 써도 잊혀지는 곳으로 우리가 전부여서 서로에게 끌려다닌 곳으로
눅눅한 종이뭉치를 한 움큼 쥐고 있었는데
눈을 뭉쳐 사람을 만듭니다 우리가 소원하고 희망해 온 사람
무겁고 불편한 폭설입니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쓰러져 있어 그들의 눈을 빌립니다 그는 천 개의 눈을 가진 이가 될 것이에요 제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메리, 나는 겨우 있어요
내일과 같이 여전히
심사평-랭보의시 떠올리게 해-황지유 손택수 김이듬
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랭보의 시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을 받았다. 랭보처럼 박씨의 시에서도 자폐적이고 착란적인 면모가 엿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박씨의 시는 문장의 뜻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 처음 읽을 땐 고개를 갸웃하지만, 그래서 두세 번 다시 읽게 하는 힘이 있다.
좋아하는 글쓰기를 대학에서도 할 수 있게 됐지만 고민은 깊어졌다. “고등학교 땐 대학 입시란 목표가 있다 보니 무엇을 써야 할지 정확히 알 수 있었어요. 대학 입학 후엔 내가 시로 말하고 싶은 게 뭘까, 오히려 길을 잃었죠. 어느 순간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하자고요. 제 이야기지만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요.”
심사위원들이 그의 시에서 ‘착란적 비약’이 도드라진다고 했지만 난해함과는 또 다르다. 혼자만의 시가 아닌, 누군가에게 읽히고 이해될 수 있는 시를 쓰려고 하는 그의 노력 덕분이다. 그는 “제 취향은 메시지가 분명한 작품”이라며 “구조가 다층적일 순 있지만 메시지 자체는 하나를 직관적으로 얘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미국 시인 에이드리언 리치가 그런 예다. 리치는 세 아이의 엄마였고, 유대인이었고, 레즈비언이었다. 박씨는 “리치의 시는 읽을 때마다 넘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며 “말하고자 하는 바를 힘있게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게 좋고, 나도 그런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또 강조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장면을 그리기’다. 당선작 ‘이것은 이해가 아니다’에서 파쇄기로 들어간 종이는 흰 가루로 변하고, 이는 다시 눈의 이미지로 이어진다. 박씨는 “지난겨울 아르바이트 하던 사무실에서 서류를 파쇄하곤 했다”며 “그때 느꼈던 무력감 같은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예지 본심에 몇 번 오르긴 했지만 신춘문예에 지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고정관념일 수 있는데 신춘문예와 제 스타일이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그에게 시란 뭘까. 박씨는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였던 김연아 선수의 말을 빌렸다. “김연아 선수가 무슨 생각을 하며 스트레칭을 하느냐는 질문에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고 답했어요. 저도 시를 쓰는 게 이제는 그냥 하는 것 같아요. 삶의 자장 속에 깊이 들어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제 생활의 일부가 된 것 같아요.”
박씨는 오래오래 시를 쓰고 싶다고 했다. “한 시기를 같이 통과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감각을 시로 쓰고 싶어요. 나와 비슷한 또래들이,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있구나 하고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게요.”
5.조선일보
럭키 슈퍼/고서경
농담은 껍질째 먹는 과일입니다
전봇대 아래 버려진 홍시를 까마귀가 쪼아 먹네
나는 럭키슈퍼 평상에 앉아 풍선껌 씹으면서
나뭇가지에 맺힌 열매를 세어 보는데요
원래 낙과가 맛있습니다
사과 한 알에도 세계가 있겠지요
풍선껌을 세계만큼 크게 불어 봅니다
그럴다 터지면 서둘러 입속에 훔쳐 넣습니다
세계의 단물이 거의 다 빠졌어요
슈퍼 사장님 딸은 중학교 동창이고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닙니다
대기업 맛은 저도 좀 아는데요
우리 집도 그 회사가 만든 감미료를 씁니다
대기업은 농담 맛을 좀 압니까?
농담은 슈퍼에서도 팔지 않습니다
여름이 다시 오면
자두를 먹고 자두 씨를 심을 거예요
나는 껍질째 삼키는 게 좋거든요
그래도 다 소화되거든요
미래는 헐렁한 양말처럼 자주 멋겨지지만
맨발이면 어떻습니까?
매일 걷는 골목을 걸어도 여행자가 된 기분인데요
아차차 빨리 집에 가고 싶어지는데요
바람이 불고 머리 위에서 열매가 쏟아집니다
이게 다 씨앗에서 시작된 거란 말이죠
씹던 껌을 껌 종이로 감싸도 새것은 되지 않습니다
자판기 아래 동전처럼 납작해지겠지요 그렇다고
땅 파면 나오겠습니까?
나는 행운을 껍질째 가져다줍니다
심사평-퉁치면서 눙치고 귀하면서 농하는 시적 패기 높이 평가
최근 시의 파장 안에 있으면서도 지금 여기의 사회 현실과 청춘의 당사자성이 감지된다는 미덕이 있었다 버려진 과일(홍시) 낙과(사과) 시는 물론 껍질째 먹는 과일(자두)그리고 부풀었다 터지는 단물 빠진 풍선껌 헐렁한 양말 납작한 동전을 먹는 자판기 등이 있는 럭키슈퍼가 화자의 현주소다 젊은이의 미래와는 먼 오브제르이다 화자는 농담 맛‘이 가득한’럭키슈러‘를 벗어나지 못하지만 화자의 동창이자 ’럭키슈퍼‘사장 딸은 감미료로 비유되는 ’대기업의 맛‘을 맛보고 있다는 대비도 능청스럽다 퉁치면서 눙치고 관하면서 통하는 행운의 의미를 농담과 엮어내는 시적 패기를 높이 평가했다
신춘 같은 미래를 향해“푸른 도화선 속으로 꽃을 몰아가늘 ’(딜런 토마스)그런 시의 힘을 기대한다
이문재, 정끝별
1.광남일보
귓바퀴 꽃 하얀 가을 강/ 이정임
잘방잘방
가을 강은 할 말이 참 많답니다
저렇게 누부신 석양은 처음이라고 내가 입을 열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도무지 닫혀 있던 입
흰 귓바퀴 꽃을 봅니다
안개 짙은 그 하얀 꽃을요
나는 휠체어를 밀어주면서 한 바퀴 즐거운 나의 집, 두 바퀴 세 바퀴 현을 타 봅니다 눈감고 오물오물 따라 어르신 핑 돌아 떨어지는 눈물 한낮의 요양원 창밖으로 찔금 찍어 냅니다 사람들은 먼 나무위에 앉아 졸고 가을 강은 나를 자꾸 떠밀고 갑니다 알 없는 안경너머로 두 다리 유니품의 건장한 날이 있습니다 서슬 퍼런 기백이 있습니다 백지로 두고 떠나자고 말한 적 있답니다 구절초 강아지풀 억새 어우러진 둔덕 제 모습에 반해 석양을 품은
비록 비위관에 연명하지만 포르르 동박새 동백나무에 오르고 옛 기억 하나둘 돌아옵니다 참 맑은 하늘이 도리질 치다가 풀썩 잠이 들라 합니다 퐁당 묽나무를 서거나 물비늘을 따라 멀리멀리 헤엄쳐가기도 하늘
강을 강은 심하게 몸살을 앓는 중입니다
소실점 잘방잘방 아스라이 붉은
심사평-균일한 울림...따스하고 섬세한 서정 기대
읽어가는 동안 제목이 주는 일시적인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심성이 맑고 착한 시였지요 휠체어를 밀며 휠체어 안의 어르신에게 조용조용 가을 강을 얘기해 주는 모습이 따스했습니다. 쉬운 언어가 갖는 촉촉한 질감이 강 건너 무지개처럼 펼쳐지는 신비한 느낌이 있었지요 <내안의 붙박이장과 <귓바퀴 꽃 하얀 가을강> 모두 당선작이 될 시의 품격을 지니고 있었다. 균일한 울림
따스하고 섬세한 서정의 물결이 세계를 향한 큰 울림이 될 수 있기를 -곽재구
2.국제
내 침대는 오늘 아침이 봄 /박재숙
침대에게 몸으로 물을 주는건, 그에게서 달콤한 봄 냄새가 나기 때문이지 내 주변엔 봄이 너무 많아 침대도 나에겐 봄이야, 그건 아마도 침대를 향한 나의 일방적인 편애일지도 모르겠어
침대는 해마다 겨울이 알려주는 장례관습 따위엔 관심 없어 꿈과 현실 사이에서 철없이 스프링을 쿨렁거려도 푸른 봄은 여전히 아지랑이처럼 오고 있을테니까
침대 위에서 휴대폰 속 이미지나 사건들을 클릭하고 닫는 동작은 무의미해 그때마다 끝이 보이지 않던 내일이 침대 커버처럼 단순해질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
침대의 생각은 참으로 명료해 홀쭉하게 들어간 배를 쓰다듬으며, 지남밤 겹의 무게 뒤에 펼쳐진 피로를 걷어내고 비로소 자리에서 일어날 힘을 얻지, 그건 내일이 던져줄 공복을 향한 강한 의지인 거야
공복은 채움의 예비의식이기도 해 그러므로 내 침대는 늘 비어서 오늘 아침이 봄, 대대로 난 널 사랑해 내 생각대로 꽃피게 하고 싶어 레시피는 간단해 갖가지 감정의 재료들을 봄흙으로 만든 황토침대에 쏟아부으면 끝, 그럼 우린 하루 한 끼 제대로 된 꽃밭의 식사를 할 수 있어
사계절은 한결같아 언제나 내 침대는 오늘 아침이 봄, 불쑥 깨진 거울을 들이미는 봄의 손을 보고 있으면 거울 속의 내가 보여 나인 듯 내가 아닌 듯, 너무 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는 거울의 트럭이 보여
그래도 방언 같은 아지랑이의 말을 기억하는 내 침대는 여전히 오늘 아침이 봄
심사평-유쾌한 상상으로 생명의 의지 캐낸 수작
회고되는 어떤 생명력의 강인한 힘을 사물인 침대에서 발견해내는 秀作이었다 봄의 절기가 갖고 있는 환함과 꽃핌에 탄력을 침대의 공간과 끈어지지 않게 미묘하게 연결시키는 솜씨가 돋보였다 –강은교 권정일 문태준
*개성적이고
4.한라일보
엄마 달과 물고기/김미경
물고기는 내 오빠다
오빠가 물고기인줄 알면서도 내 엄마 달은 물살에 휩쓸려 떠밀려가는 물고기를 잡지 못한다
그러나 엄마는 달이다
눈물이 없는 달
우리가 잠든 밤마다 환하게 나타났다 사라졌다하면서 놀라고 걱정스럽게 만드는 달 말이다
이런 달의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생각만 많다
물거품이 이는 곳에 가면 은빛 곡선을 가진 오빠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아기가 발을 핥고 있어서 젖 물릴 때가 됐다고 한다
물고기의 얼굴은 내 얼굴
우리는 형제다
물속에 잠긴 달이 운구릉을 헤적거리다 고븐다리에서 암흑 속으로 내려간다
이번에는 검은 그림자에 싸여 비틀거리는 아빠도 함께다
그러나 엄마는 달이다
힘이 세다
심사평 활달한 시적 상상력과 사물을 꿰뚫어 보는 개성적 시선 돋보여 언어 다루는 솜씨 커
모성의 부재로 인한 비극미와 더불어 달이라는 매개를 통해 역사인식은 물론 은유와 상징성까지 획득하고 있다. 이때의 달은 타자와의 조화로운 삶을 염원하고 공동체의 의지를 추동하는 매개로 작동하고 있다-기수열 서안나
댓글 *개연성도 없고 억지주장도 자연스러우면 참 아름다운데 그 억지주장을 재료가 비슷한 도배지로 겨 우 짜맞춘 느낌
* 신선하달까 새로움 (개성)
6.강원일보
그러면 그러라고 할지/강영선
시어른이 돌아가시고 아무도 살지 않는 시골집에서
안부 전화가 왔다
노인정에 가기는 어정쩡한 젊은 노인에게 방을
내주어도 되냐고 동네 이장이 묻기에
그러라고 했다
마당의 빈터는 앞집에서 농기구를 갖다 놓아도
되냐고 묻기에 그러라고 했다
샘가 감나무에 감이 무겁게 열지자 옆집에서
곶감을 좀 보내 줄 테니 감을 따도 되냐고 묻기에
그러라고 했다
빈 닭장에 닭을 키우고 싶은데 그래도 되냐고 묻기에
그러라고 했다
전기도 수도도 끊어 놓은 그 집에 물이 들어오고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동네에서 가장
밝은 집이 된 빈집
빈집의 주인은 빈집인데
멀리 있는 아들 내외에게 물어 온다
떼 내지 않은 나무 문패는 옛 주인의 이름으로 살아 있어
하늘 번지수를 동사무소 가서 물어야 할지
그러면 그러라고 할지
심사평 담백한 시어지만 행간에 깊은 사유 담아
담백하고 간결한 시어와 리듬으로 생활의 단상을 묵직하게 펼쳐낸다
제목에서부터 묻어나는 어떤 무심함이 오히려 감정과 의미 과잉의 시대에서 신선하고 돋보이는 면이 있었다 작품 전체가 얼핏 무심하고 담담해 보이지만 행간에 많은 이야기와 깊은 사유를 거느리고 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시골집이 많은 이의 터전이 돼주고 서로 연결해준는 따뜻한 풍경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이 시는 생활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선과 타자를 따뜻하게 감사 안은 태도에서 나온 것이다 바로 그점이 t=dl 시인의 미덕이고 가능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석남 나희덕
7.한국일보
시드볼트/오산하
눈을 감았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국가를 떠올리면서 습한 냄새를 맡으면서 안개 속으로 뛰어들면서 길거리의 새를 하나둘 세면서 걸어
눈이 마주쳐도 날아가지 않는 새 발로 바닥을 밟아도 도망가지 않는 새 까만 눈동자를 쳐다보다가 넘어졌어 까맣게 피멍이 들었다
하루가 지나서 생일 축하해 문자를 받고 시차가 생겼어 하루 늦게 생일을 맞이하면서 종말을 말하는 사람들과 선물 받은 오르골을 돌리면 모르는 노래가 나온다 노래는 언제나 끝나겠지
전쟁과 전쟁이 끝나고 난 후 언제가 가장 끔찍할 거 같아
라는 노르웨이에 가고 싶대 거기에 자신을 묻을 거라고 했어 나는 그린 데이의 Holiday를 들으면서 반역자! 반역자! 죽어버린 사람들의 피가 흘렀어 아 곧 종말이구나 그래서 라는 노르웨이에 가고 싶구나
두 개의 음 두 개의 박자 머리 위로 떨어지는 15층의 사람과 다리 밑으로 떨어지는 차 사람의 바싹 마른 피부와 솟구칠 힘도 없는 피 물 물 물 전쟁이 끝나지 않은 곳에 다 녹아버린 얼음의 흔적과 끈적한 더위가 있어
라는 부잡아도 부서진다 길을 걷다가 쪼그려 앉아서 새를 가만히 쳐다봤어 새가 내 눈알을 파먹으려고 해도 가만히 있었어 계속 굴러가다가 영원히 남도록 그곳은 마침 도서관 같다
추워 라는 시드볼트로 들어가 문을 닫았어 이건 한 세기 전 살아있던 사람의 눈알이구나
계속 걸었어 뚝 뚝 흘리면서 걸었어 끊어진 다리 뒤집어진 배 치지 않는 파도 하늘에서 떨저진 새 검은 눈동자 뽑힌 눈알 굴러가는 심장 굴러 떨어지는 범을 배운 나 깔깔 웃는다
심사평- 시류에 만감하면서도 그 시류에 휩쓸지지 않는 개성을 보여주는 시 활달한 리듬
시의 어디어디가 부족하다는 식의 충고를 담고 있지 않다 자기 작품에 관한 엄혹한 평가를 원하는 분도 있겠고 적적한 지적은 실제로 창작과 퇴고에 도움이 된다 다만 투고자에게 필요한 건 비판보다 응원이라고 믿는다. 계속 시를 써도 좋다 이런 말을 누가 해주엇으면 하고 바랐던 날이 내게도 있었다. 시가 나를 부른 적도 없고 그래서 나 없이도 시가 행복하게 잘 산 것 같아 싫고 무서웠다. 이번 심사평을 통해 당신들 없이도 우리 시가 별로 안녕하지 못하리라는 예견과 확신을 전하고 싶다
7.뉴스n제주
다섯 개의 물의 장면/이정은
1
11월, 시침은 어디로 가고 없을까
카라꽃 조화를 11년째 키우고 있어요
물 없는 화병에서 꽃대는 올라오고
하얀 꽃잎은 향기를 뿜은 듯 버성기네요
속아주어야겠어요, 꽃이고 싶어 하잖아요
빈 화병에 물을 줍니다
찰랑찰랑 아파트 지하 수면실로 타고 내려가요
보일러 아저씨 잠이 깨요
달력 한 장 젖어요
2
양수리 두물머리
검푸른 물의 흐름이 엉켜 있어요
마른 장작 타는 체취, 당신을 불러들인 건 나의 실수였습니다
목으로 넘어가는 와인 한잔이 나의 독주이기를
같이 했던 시간들은 윤슬처럼 흩어집니다
물의 카페에서 멀어질 때까지
3
어쩌지, 양수가 흘러내려
생명 다한 꺼져가는 촛불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없어
녹아 굳어버린 촛농들을
무덤 삼아 수그러드는
작은 호흡
물의 끝은 여기까지
인큐베이터 안이 추워
4
어느 시인과 사랑을 했어요
더 이상 뭘 원하시는 거죠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을 몰라요*
5
구피의 유영이 당신의 눈동자를 흐리게 하지요
몰려다니다가도 삐진 양 꼬리치며 돌아서는
구피의 번식력이 안방을 휘젓고 있죠
앉아 있을 장소조차 없이 불어난 구피 종자들
쏟아진 물난리에 익사를 조심하세요
물의 장면, 되돌이표를 그려 넣을까요
*주 김종삼의 시 인간인에서 가져왔으며 그 원문은 다음과 같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
스무몇해나 지나서도 눈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
심사평
결혼식 부케나 장례식 때 관을 장식하는 카라꽃 조화를 11년씩이나 기르면서 생화가 아니라 조화다 빈 화병에 물을 주고 그 물이 흘러내져 지하 보일러실 아저씨의 잠을 깨우고 자궁의 양수로 이어 가는 줄거리 역시 해체적이지만 새 생명의 탄생 쪽으로 지향하고 상상과 환상과 무의식적 본능과 의지와 비판을 한 작품에 담기 위해 연작시 형식을 취하는 점은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경지를 여는데 기여할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걸게 들었기 때문이
현대사회에서 일원은 낡은 느낌이 들고 해체는 혼란스러워 절망을 가중시킬 뿐이다 삶도 작품도 통합 조절 쪽으로 지향하는게 자기를 완성한 길이니 참고하시기 빈다
본심 윤석산 예심 홍창국 현달환 강정림 이은솔
댓글 시에대한 고정관념을 어느 정도 내려 놓고 읽어야 진가를 알 수 있는 시인 듯
8.머니 투데이 경제
고요를 찾다/김종숙
요동치던 밥솥에 뜸이 들고
솥뚜꺼을 열면 거기
너무도 고요해진, 반듯한 밥알들
끓어 넘치고 치솟던 설익은 시간이 지나고
잦아든 잘 지어진 밥
까칠한 쌀알들이
반지르르한 한솥밥이 되기까지
가령, 몇억 년 동안 쌓인 사막의 무늬들이나
자세히 보기
물에 씻긴 돌의 생김새 같은
저의 격렬을 저도 종잡지 못한 일을
따라 했을 뿐이다
또는, 반듯한 간격을 맞추어
파랗게 자란 벼포기들이
탈곡이 되고 같은 자루에 동량으로 담기는 동안
바르르 떨다 잠잠해진 저울의 바늘이 함께 들어 있어
더도 덜도 없는 정량,
들쑥날쑥 흐트러진 적이 없다
흔들릴 만큼 흔들린 벼 포기들
털릴 만큼 털려 본 낟알들
갈 만큼 다 걸어가 보고야
능숙하게 제 길을 가거나 돌아오는 답습처럼
그 뒤끝은 저렇게
결 고른 한솥밥이 되는 것이다
이쪽도 넘보고 저쪽도 넘보던
취청이며 허기진 몸이 그 고요해진 밥을 먹고
제힘을 힘것 잡는 것이다
심사평
벼 낟알일 쌀이 되고 밥이 되기까지,하여 고요해지기까지 과정을 그야말로 반듯하게 그리고 있다 잘 익은 따뜻한 밥을 앞에대하듯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작품 중에 가령 또는 같은 추임새도시적 긴장을 확장시켜주고 있다
9. 전북일보
빈집/박수봉
빗속에 집이 잠겨있다
태풍이 온 나라를 휩쓸었지만 빈집은
날개를 접고 흔들리지 않았다
식구들은 모두 전주로 떠나버리고
덩그러니 혼자 남은 빈집
퇴행성관절염에 어깨 한쪽이내려앉은 채
기울어 가는 생을 붙들고 있다
빈집의 담장을 지나다보면 허옇게 바랜 집이
손을 저으며 말을 걸어온다
평생 걸어온 길의 기울기와 그 길로 져 날랐던
가난과 고단함에 대해서 빈집은
미처 다 하지 못한 말들을 빈 방에다 새긴다
행간마다 피어나는 유폐의 점자들
마당 우물터로 목마른 잡초들이 조촘조촘 들어서고
버리고 간 장독대엔 혼잣말이 웅얼웅얼 발효 중이다
죽은 참가죽나무에 앉아 종일 귓바퀴를 쪼아대던
새소리도 날아가고 귀가를 서두르는 골목
일목의 욕조에 몸을 담근 빈집이
미지근한 어둠으로 눈을 닦는다
종일 입술을 다문 대문을 빈집은
몇 번이고 눈에 힘을 주어 밀어 보지만
끝내 대문 여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마당 깊은 곳까지 어둠이 차오르면 빈집은
눈을 들어 별자리를 더듬는다
식구들이 모여 간 서남쪽 하늘
별이 기울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한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들쥐가
들어앉아 새끼를 낳았다
이따금 달빛이 새끼들의 털을 핥아주고 갔다
들쥐는 빈집의 뒷다리를 갉아 먹으며 자라고
집은 제자리에서 우물철럼 늙어간다
빈집의 늑막 아래로 어둠이 점점 차오른다
심사평 주관적 정서의 객관화 소통 잊지 않은 작품
10.부산일보
숲에 살롱/최운우
자꾸 이야기하다 보니 말이 생깁니다 기분이 달라지고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그러자고 한 건 아닌데 수다장이가 돼서 오물조물 오래 씹어 쉴 새 없이 꺼냈어요 이야기라면 해도 해도 할 게 많아요 귀를 여는 자가 없다면 저 무성한 나뭇잎들이 있잖아요 이리 와서 들어봐요 늘 같은 이야기지만 오늘은 하나 더 추가시킬 예정이에됴 극적인 요소는 늘 있어요 마녀들이 밤에 모여 항아리에 대고 떠들던 주문 같은 것도 있다니까요 인생은 재미 아니겠엄뇨? 문밖 무성한 화분들은 신경 쓰지 마세요 이야길 엿듣고 흉내 내느라 줄거리가 아니 주기가 생겨서 풍성해졌어요 염치도 없이 나무 옆 나무를 낳네요 자꾸만 나무들이 생기는 호후에 하나 더 있다고 하나 더 없다고 나무가 나무 아닌 것은 아니겠지요 비 오는 오후에도 어김없이 이야기에 중독된 여자들이 똑같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감수분열하듯 옆에서 옆으로 다음 손님을 부르네요
여자는 거미 다리 같은 손가락으로 사뿐사뿐 머리카락을 잘라요 몸이 생기기 전부터 손가락만 있었던 것처럼 손은 여자를 떠나 가위를 들고 허공에서 춤을 춰요 원피스에서 요란하게 싸우고 있던 꽃무늬들이 살짝 얼굴을 빼자 잎사귀들이 떨어져요 떨어져서 허공으로 떠나니는 꽃들, 차를 마시던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아요 알지 못해요 가위질 소리에 맞춰 간간이 웃음소리를 끼워 넣을 뿐. 유리문이 밀릴 때마다 들어오세요 줄여진 팻말에서 글자들이 살짝 떨어졌다 사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서죠 비밀과 상처는 오늘은 괜찮고 내일은 거대해지다 모레면 잊고 글피엔 주저앉게 만드니까요 쉽게 묻는 게 좋을까요 쉽게 말하는 게 좋을까요 수다장이들이 수다스럽게 찻잔을 부딪치며 그런 건 관심 없다고 하네요
심사평-읽고 있어도 일고 나서도 얼굴에 웃음이 번지는 시
읽고 있어도 읽고 나서도 얼굴에 웃음이 던진다 어느 동네나 있을 법한 살롱(미장원)과 어느 동네나 떠돌만한 이야기 거리를 가지고 요리조리 이야기의 잎사귀들, 시의 잎사귀들을 갖다 붙였다
시가 독자를 억압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댐이 어려운 이 시대에 이런 재미난 이야기의 광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줄겁다
첨언 한가지 이 시가 만약 잎사귀가 아니고 꽃을 이야기했다면 얼마나 끔짝했을까 아무쪼록 좋은 시는 꽃이 아니라 잎사귀를 보기 좋게 매다는 일이다 - 전동균 유홍준
11.전남매일
미역국/강일규
산부인과 병원 근처엔 혼자 우는 울음이 많다
팔을 벌리고 부를 이름이 없어
한낮에도 울음이 바람을 끌어안고 멸망을 낳는다
저만치 뒤따라오던 아내가
전봇대를 붙잡고 이름 없는 이름을 부르며 울고 있다
미안
미안
건너편 정류장에서도
한 여인이 어리어리한 앳된 딸아이를 끌어안고 있다
괜찮아
괜찮아
대기실에서 마주쳤던
한 남자와 한 남자가 보호자란 인연으로
눈빛이 스칠 때마다 놓친 연과 놓은 여을 위로했다
아내의 울음이
자궁 밖으로 다 빠져나가길 기다렸다가
돌아오는 길에
소고기 반 근을 샀다
심사평-고통받은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
강대선
12.전북도민
인주 묻은 태양의 행방 /김종태
뉴타운 소문을 태우고 마을 버스가 들어왔다
미숙라루처럼 흙먼지만 내련호고 폐교를 한 바퀴 돌더니
제비처럼 고샅길을 빠져나갔다
언젠가부터 ㅈ러개지 묵정밭엔 어린 의혹들이 심겨지기 시작했다 깨진 항아리 속에 갇혀있던 뻐꾸기 소리에 둔덕 까마중 몇 복부인 같은 선글라스를 끼고 귀고리를 흔든다 전과자인양 안을 기웃거리던 햇살, 굴다리 밑으로 잠입하고 배 밭으로 달려간 그림ㄴ자 하나가 이른 아침부터 풍선 불 듯 바람의 평수를 ntn 부풀린다
두부장수 확성기에 귀를 열던 도토리들 일제히 상수리나무를 버린다 선거벽보 어지럽게 붙어있는 축대 아래 사방치기 놀이를 하던 아이들 오후가 오랜만에 찾아온 밀짚모자 주위로 몰려든다
뻥투기 소리에 놀란 해바라기 발밑에 검은 태양들을 누투둑 파종하고 늦게 회출한 채송화는 발뒤꿈티를 높이 꺼내 준곷의 망설임을 흔든다 태양이 시작되면 빨간 인주토이 열렸다 몇 평 봄이 처분되는 계약서 그 끝, 마을경로당에선 코스모스와 금잔화가 형광빛 포스트잇처럼 끝도 없이 유예되고 있었다
이장 집 옆 모고나무가 늙은 귀띔이라도 들은 걸까 오래된 우물 속에다 노란 주먹을 툭툭 박았다 내가 헐값에 처분했던 그 시절 변두리 네온 사인과 외딴집에 세를 든 귀뚜라미의 지하 방엔 오래도록 해가 emf들지 않았다 지난밤 거처를 잃은 두견새와 갑작스레 약수터에서 쫒겨난 달빛은 창문 틈에 허리가 기어아침까지 웅웅거렸다
누가 분실한 것일까
공사중인 안테나처럼 힘것 꼬리를 세운 고양이 한 마리
방금 눌러 찍은 붉은 태양이 채 마르지도 않은 부동산 계약서를 입에 물고서
인적 드문 논밭을 검은 천 조각처럼 가로질러 어디론다 재빨리 구겨지고 있다
심사평
자신만의 언어로 시대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능력이 수준급니다 삶의 현실에서 시의 부리가 발아했으나 주관에 휩쓸리지 않고 현실과 일정한 거리를 확보하는 솜씨가 시의 밭을 오래 가꾼 사람--김영
13.영남일보
고양이 무늬로 웃는 연습하기/손연후
노란색 상자 안에
털실 뭉치 좋아하는 고양이를 기르는 일
누구나 동그란 노란색으로 웅크려본 날들 있었지
쉼표 모양 씨앗처럼 고요히 꿈꾸는 연습
감자야, 하고 부르면 눈이 동그래져서 딸꾹 하고
딸기향 나는 감기에 걸린 것 같아
당신 넥타이에도 딸꾹거리는 딸기가 묻었어,
우리는 서로의 코를 쿡 찌르며 웃어버렸지
커튼을 열면 우리도 고양이 꼬리처럼 기다랗게 기대어 보고
노란 고양이 무늬 닮은 햇빛이 머리 위로 얼룩덜룩 흘러내렸지
반짝이는 유리잔마다 함께 이름을 붙이던 날
사람은 이름대로 사는 거래, 여기저기 우리 이름을 붙이자
우리는 감자 눈동자 속에 살고 유리잔과 식탁보 넥타이 구두에도 살고
사람들 와르르 모였다 흩어지는 보도블록 횡단보도에도 길죽하게 누워 있는 거야
수많은 버스 차창 손잡이에도 상냥한 고양이 키스처럼 토닥토닥 흔들리고 있는 거지
하늘이 자몽즙 같은 노을빛으로 젖어들면
기다란 빨대 꺼내 눅눅해진 하루를 보글 보글 휘저어볼래
볼을 삐죽 부풀린 거품들 퐁퐁 터지고
폭 익은 노을 냄새 싫어하는 감자는 자꾸만 빨대를 타고 기어오르고
잭의 콩나무처럼, 하늘 위로 쑥쑥 자라나는 노란색 빨대를 올려다봤지
높이 더 높이, 어느새 굵거진 줄기에서는 샛노란 꽃잎들이 우수 쏟아져 내렸어
날마다 눈부시게 타오르는 구름 위로 훨훨 날아가는 꿈을 꿨어
감자는 점프를 잘했고 우리는 고양이 무늬로 웃으며 서로에게 손을 뻗었지
하늘에서 빨간색 노란색으로 뒤섞여 열리던 우리의 기다랗고 사랑하는 미래들
감자에 대해 말하자면 먼저 사랑에 대해 말해야 해
우린ㄴ 노란색이었고, 커튼을 열면 유리잔마다 함께 반짝이며 살아있었지
우리는 씨앗처럼 가벼워 이 계절 어디로든 갈 수 있다고
늘씬한 고양이처럼 숨차게 달려보지 않겠니
매일 밤 노랜색 상자 안에서
우리는 털실 뭉치처럼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었고
통통 고양이 발소리 다가오자
우리는 눈 맞추며 함께 큰소리로 웃어버렸어
심사평
“경쾌 발랄한 시어 구사...당찬 신인의 미래 기대
이 시에서 유독 강조되는 ‘노랑’은 삶의 어둠과 우울을 들어 올리는 힘이다 우리는”노랸색 상자 안에 털실 뭉치 좋아하는 “감자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기른다 노라운 건 감자와 교간을 하면ㄴ서 마침내 그의 발소리를 들으며”노란색 상자 안에서/ 우리도 털실 andcll처럼 동그랗게 몸을 말게 된다“는 것이다 서두와 종결부의 아름다운 대응을 보라
그건 ‘감자’의 무늬에서 번지고 성장하는 사랑 때문이다. 사랑은”ㄴ유리잔과 식탁보 넥타이 구두에도“ 산다. 그 사랑의 힘이”눅눅해진 하루를 ㄹ보글보글 휘저으며“ 그때마다”볼를 삐죽 부풀린 거품들이 퐁퐁 터진다.“ 이 당찬 신인은 자기만의 스타일로 경쾌한 시어와 발랄한 상ㅇ상력을 구사한다 이 싱싱한 능력은 이 신인의 미래의 가능성을 예고한다. -손진은 안상학
14. 전라매일
나의 창속에는 누군가가 사는데/소은옥
언제나
나는 창을 바라볼 수 있는 거리만큼
투명한 기억들로 창이 부풀어 오를 때가지
그것이 격자로 되었는지 석쇠로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햇볕이 가득 차오를 때마다
아득하게 느껴지는 황홀한 느낌
어떤 얼굴은 노랗고
어떤 얼굴은 구리 빛에 가깝기도 했지만
당신이 나를 굽어부는 그 만큼의 거리에서
하나의 세상이 무시로 열리거나 흩어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어김업이 무심한 듯 들여다보기도 하고
어쩌면
보고 싶다는 것이 있다는 것
모스부호를 건지는 것처럼 두근거리는 일일지도 몰라
창은 묵직하게 침묵하지만 나는 말해요
어쩌면 운이 좋았다는 말과 동의한 그런 말들이
오늘도 반짝이는 빛이 창으로 들어와요
투명한 살갗 속 깊은 곳에 미세하게 흔들리는 실핏줄과
심장이 두근거리고
하얀 조각달 같은 얼굴도 마주 다가서네요
꼭 그 만큼의 거리에서
당신을 그려보는 자유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남겨진 입김의 흔적도
틀 안으로 박혀오는 빛의 프리즘도
아득하게 피어오르는 완충지대도
모두 파장 속으로 들어가요
건조한 햇볕과 거친 바람 그리고 오래된 기억들ᄁᆞ지도
아....
당신은 향해서 부풀었던 창이 꼭꼭 문을 닫네요
심사평- 수미쌍관의 안정 속에 잔잔한 파장
속도와 경쟁의 자본논리가 압도하는 디지털문명 시대에 변방인들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불안심리가 이번 응모작에서 산견되었다 그런 속에서도 끝내 인간의 위의와 존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세계가 주목을 끌었다. 그동안 신춘문예에서 보아왔던 세상에 대한 비판적 리얼지즘 성향의 세계에서 존재와 실존에 대한 성찰과 탐구, 곧 인문학적 접근의 자세가 내면화 된 작품들이 최종심에 올랐다
당신에 대한 기억의 세계를 거시(입자)와 미시(파장)의 불확정적 사유의 세계로 형성화해가는 솜씨가 남 달랐다. ‘멀지도 가깝지도 안는 그 만큼의 거리에서’때때로 ‘나타났다 픈어지고. 부풀어 오르는 잔잔한 그리움이 창을 열고 닫는 수미쌍관의 안정 구조 속에 뒤섞여 잔잔한 파장의 울림을 주고 있어 당선에 올렸다
15.매일신문
왜소행성 134340/유진희
우주는 조금씩 부풀고 있고
우리는 같은 간격으로 서로 멀어지고 있어요
사방이 우주만큼 트여 있어도 어쩔 수 없는 일
좌표만 같은 비유로 커지는 세계에서
시간만이 번수라고 한다면
아득한 게 쓸쓸한 일이 되고 맙니다
다시 올 것 같지 않게 멀어지다가
어느 계절엔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오는 별을
찌그러진 궤도를 가진 별을
사람들은 무리에서 내쫓았습니다
이로써 우리 행성계는
완벽하게 끼리끼리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공전 주기를 눚추고 싶은
사람들은 서둘러 여행을 떠나지만
매진 행렬이 더 빠르게 이어지고
출발을 위한 서류는 늘어납니다
서류가 늘어날수록 안심하는 사람들을 위해
늘 거기 여기의 세계에서
서류는 잠식하는 부란처럼 불어납니다
모든 항의에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답변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관료의 심장을 뚫어버릴 별빛은
어느 불랙홀에 갇혀버렸을까요
다른 시간 속에서 유영하던 우주비행사는
돌아오자마자 순식간에 늙어버립니다
*태양계에서 퇴출된 명왕성이 받은 새 이름
심사평 다양성이 우리 시가 가진 가능성
자기만의 목소리가 돋보이는 시인이었다 우주와 지구와 이국과 모국의 거리를 익숙하면서 새로운 감각들을 발견하는 시선이 재미있게 그려졌고 각 시마다 마지막 문장에서 시적 분위기를 다시금 낯설게 만드는 감각도 좋았다 그러나 문체에 대해 아쉽다 습니다 종결어미가 변주 없이 쓰이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었다. 문청 패션 트렌드 및 시쓰기 감각에 대한 상당한 논의가 있었다—강성은 김문주 정호승
16.강원일보
목다보/송하담
아버지는 목수였다
팔뚝의 물관이 부풀어 오를 때마다 나무는 해저를 걷던 뿌리를 생각했다 말수 적은 아버지가 나무에 박히고 있었다
나무와 나는
수많은 못질의 향방을 읽는다
콘크리트에 박히는 못의 환희를 떠오리면 불의 나라가 근처였다. 쇠못은 고달픈 공성의 날들. 당신의 여정을 기억한다 아버지 못은 나무못. 나무의 빈 곡을 나무로 채우는 일은 어린 내게 시시해 보였다 충툭한 모서리가 버려진 나무들을 데려와 숲이 되었다. 당신은 나무의 깊은 풍경으로 걸어갔다. 내 콧수염이 무성해질 때까지 숲도 그렇게 무성해졌다. 누군가의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는 건 박히는 게 아니라 채우는 것 빈 곳은 신의 거처였고 나의 씨앗이었다.
그는 한 손만으로 신을 옮기는 사람
나무는 노동을 노동이라 부르지 않는다. 당신에겐 노동은 어려운 말. 그의 일은 샅책처럼 낮은 곳의 이야기였다 숲과 숲 사이 빈 곳을 채우기 위해 걷고 걸었다
신은 죽어 나무에 깃들고
아버지는 죽어 신이 되었다
나무가 햇살을 키우고
나는 매일 신의 술어를 읽는다
목어처럼 해저를 걷는다
심사평-상상의 폭 넓게 두고 적확한 시어 찾아
거친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성을 잘 보여주었다 상상의 폭을 넓게 두면서도 적확한 시어를 찾아내고자 하는 노력 그리고 이 ㅅㅇ상과 언어 속에 삶의 비의와 존재의 근거를 담아내고자 하는 치열함이 좋다
이영춘 이홍섭시인
18. 서울신문
슬픈 시를 쓰려고 배고프다, 썼는데 배곺으다라 써졌다
뒤에 커서를 놓고 백스페이스키를 누르자 정말 재가 고팠다
뱃가죽이 등에 붙어버렸나? 재가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고프다, 쓰자 배가 없어졌다. 등이 구부러지는, 굴적된 뼈 같은 오후
그래. 슬픔은 늘 고프지
어딘가가 고파지면 소리 내어 울자. 종이 위에 옮겼다
세면대 위에 틀니를 내려놓듯 덜컥, 울음 한마디 내려놓고 왔습니다
그뿐인가 햇더니
옆구리 어디쯤에 쭈그리고 있던 마음, 굴절되어 있네요
거품을 집어삼킵니다 씹어도 건더기라곤 없는 튀밥
혓바닥이 마르고, 버썩거립ㅂ니다
그래요, 뭐든 버썩거릴 때가 있어요 잠깐 눈 돌리면
쏟아지기도 하고...
난 수년 전 아이 몇몇 쏟아버린 적도 있어요
그땐 내 몸도 깡그리 쏟아졌던 것 같아요 마지막 손톱을 파낼 땐
눈에도 금이 가고 있었죠
‘얘야, 눈빛이 많이 말랐구나 눈을 시뜨고 있는 게 아니었어’ 내가,
손가락을 흘리고 다니지 말랬잖아요 근데 왜 까마귀 목소리가 흘러나오는지...보송보송 털이 난 꿈속에서
*
배가 고프단 얘긴 줄 알았는데, 그림자 얘기였어
부품해진 그림자론 날아오를 수 없다. 어떤 돌은 그림자도 생겨나지 않는다. 죽은 후론 배꼽도 떠오르지 않는다. 쏟아졌던 아읻르이
처음으로 수면에 떠올라
‘배꼽은 어디 있을까? 찾고 있을지도 모르는
깨지지 않는 것도 깨진 것이 돼 버린 오후
이렇게 비좁고, 나는 까까아지를 맘뿐이었나
몇 줄 적지 못한 종이 한 장 찢어, 공중에 날리는
심사평 고품과 아픔 외면하지 않는 시. 질문을 그치지 않는 시
젊음은 젊은 상태 혹은 젊은 srlfur을 가리킨다 젊은 시가 있다면 그 상태를 잊거나 잃지 않고자 rlfurdf 똗아붓는 시일 것이다. ’고품‘과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시 질문을 그치지 아낳는 시일 것이다 일상의 한 장면세서 지나간 시간을 길어 올리고 작금의 감정을 그 위에 내려 놓는 시일 것이다 발려울음은 쓰면서 고파지는 시 배가 뱃가죽과 배꼽을 소환하는시 마침내 쏟아버리면서 동시에 쏟아지는시였다. “버썩거리는“
일사을 비집고 다른 존재를 향한 유일한 감정이 솓아오르며 빛나는 시였다 울음을 껴안으면서 울음과 함께 살겠다고 다짐하는 시였다
시 쓰는 데 있어 리른 신간과 늦은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를 쓰는 시간은 모두 제시간이다
신해욱 오은 박연준
19.경남일보
엽록체에 대한 기억 / 이경주
숲을 떠난 푸른빛의 거억이 갇힌 방으로 들어간다
형광등 불에 달궈진 자갈과 모래알들이 바닥에 깔리어
전갈이 지나는 길을 만들고 있다
마른 바람이 눈에 익거나 때로는 낯선 발자국들을 지우는 한낮에는
미세한 먹이사슬들이 잠깐 잠을 자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서는 모든 것이 하얗다
종일 내리쬐는 빛은 벽에 박힌 나뭄들의 뿌리와
그걸 바라보는 죽은 새들의 밥상과
좁은 틈새를 뚫고 머리를 든 작은 벌레들의
핏ㄹ줄까지 하얗게 만든다
한번이라도 불빛에 닿은 것들은 제 본래의 색깔을 잃어버리고
오후가 저물 때면 변색의 관성은 더욱 강해져
누구도 아침을 기억하지 못한다
방의 움직임이 멈출 때까지 나갈 수 없다
아무렇게 발을 들여 놓았다가
깊은 사막 속으로 짤려 들어가는 폭풍에 갇히어 돌아설 수 얿ㅅ다
여전히 문을 굳게 닫혀 있고
표정이라고는 창백한 빛뿐인 고요한 방이
암흑 속을 빠르게 날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이상하다 분면 하루가 지난 거 같은데
눈을 뜨면 다시 그 자리에 와 있고
녹색이 사라진 방으로 계속 나비들이 날아 들어온다
심사평- 우림 큰 문장들... 시적 틀 만들어가는 상상력 돋보여
현대인들의 고뇌를 읽을 수 있다 시적인 틀을 만들어나가는 능력과 상사력이 돋보였다 퇴색되고 변해가는 자아와 만나는 방의 풍경은 흡인력이 있다”눈을 뜨면 다시 그 자리에 와 있고 녹색이 사라진 방으로계속 나비들이 나아 들어온다“는 환상성을 보여주는 문장이기도 해서 울림이 크다 -이성모 배한봉
20. 물들다/송종철 영주신문
가까이 있는 모든 것은 서로 집중하고 있다 폭우로 뻘겋게 드러난 교회 언덕은 얼마 지나지 않아 녹색으로 변했다 몇 해 전부터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한 거리 빈터 여기저기에 경작 금지라는 팻말이 보인다 누군가는 스며들고 또 누군가는 닮아간다
물든다는 것은 당신의 책 속 주장에 동의한다는 말이고 어릴 적 나와의 약속을 저버리는 일이다 오랜 기침이 가라앉는 학하리의 아침은 새로운 습관이 된다 유튜브 ‘내 편이 필요할 때’ 광고 배경음악을 하나하나 찾아 듣는 오후 창문 안으로 스며드는 아카시아 향기. 물들고 싶다는 것은 날리는 꽃잎을 맞으며 당신의 집에 다가가는 일이다 날 저물도록 걸어가는 벗어나기 힘든 길이다 길게 늘어진 주차 행렬이 내려다보이는 벤치 오래 머무르는 풍경이다
당신의 색깔로 변해가는 시간 맨 앞에 두꺼운 기억의 막이 있다 머금고 있는 생각이 단단해진 땅을 흠뻑 적시는 동안 기억 속 이름들을 견딘다 사람들은 유행처럼 곧 지나갈 거라고 말한다 작은 흙 알갱이 사이로 촉촉한 생각이 울먹울먹 배어 나오는 동안 버릇처럼 온몸으로 번져나가는 당신
서서히 결쳐지는 익숙한 화면 나는 나의 손을 놓는다
심사평 /김춘기
세밀한 표사와 진술 호흡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을 보여주었다
신성한 비유 부드러운 언어의 전개와 잔잔하게 발화하는 서정의 향기
가까운 누군가에게 조용히 속삭이는 느낌
21. 나의 창속에는 누군가가 사는데/소은옥 전라매일
언제나
나는
창窓으 바라보고 있었어요
멀지도 가깝지도 않는 거리에서
당신을 바라볼 수 있는 거리만큼
투명한 기억들로 창이 부풀어 오를 때까지
그것이 격자로 되었는지 석쇠로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햇볕이 가득 차오를 때마다
아득하게 느껴지는 황홀한 느낌
어떤 얼굴은 노랗고
어떤 얼굴은 구리 빛에 가깝기도 했지만
당신이 나를 굽어보는 그 만큼의 거리에서
하나의 세상이 무시로 열리거나 흩어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어김없이 무심한 듯 들여다보기도 하고
어쩌면
보고 싶다는 것이 있다는 것
모스부호를 건지는 것처럼 두근거린 일일지도 몰라
창은 묵직하게 침묵하지만 나는 말해요
어쩌면 운이 좋았다는 말과 동의한 그런 말들이
오늘도 반짝이는 빛이 창으로 들어와요
투명한 살갗 속 깊은 곳에 미세하게 흔들리는 실핏줄과
심장이 두근거리고
하얀 조각달 같은 얼굴도 마주 다가서네요
꼭 그 만큼의 거리에서
당신을 그려보는 자유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남겨진 입김의 흔적도
틀 안으로 박혀오는 빛의 프리즘도
아득하게 피어오르는 완충지대도
모두 파장 속으로 들어가요
건조한 햇볕과 거친 바람 그리고 오래된 기억들까지도
아....
당신을 향해서 부풀었던 창이 꼭꼭 문을 닫네요
심사평/김동수 수미쌍관의 안정 속에 잔잔한 파장
당신에 대한 기억의 세계를 거시(입자)와 미시(파장)의 부확정적 사유의 세계로 형사화해가는 솜씨가 남 달랐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는~ 그 만큼 의 거리에서 대때로 나타났다 흩어지는 ‘’부풀어 오르는 잔잔한 그리움이 창을 열고 닫는 수미쌍관의 안정 구조 속에 뒤섞여 잔잔한 파장의 울림을 주고 있다
22. 눈사람과 돌멩이와 한낮/신춘희 경상일보
눈ㄴ사람 한쪽 눈이 삐뚤게 붙어 있다
돌멩이 하나 머금었다
지금 조금씩 녹고 있는데
눈두덩이가 시릴 만큼 너를 오래 붙잡고 싶어
미안하지만 나는 점점 온기를 갖고
안타깝지만 너는 점점 부피를 줄이고
한동안 우린 밀착괸 결빙으로 중력을 버티지
눈소이들 모여 숨겨둔 방
이곳은 해의 꼬리가 닿지 않아 심장을 두기 좋지
두근대는 돌멩이가 감정이라면
겨울은 안전한 밀실이야
사람들은 그저 눈빛을 얹어주거나
손끝으로 흝어볼 뿐
녹아내려야 하는 운명엔 관심이 없지
내가 너를 지키는 방법은
구름을 불러 모으는 일
눈이 자꾸 짓물러지고 있어
눈 속에 갇힌 마음이 죄다 흐러내리고 있어
우리가 견뎌야 했던 것들을 생각해
처음 눈덩이 궁글렸을 때의 설렘 같은 거
아이들 모두 돌아간 뒤 입꼬리를 움직여본 거
별들이 싱싱해서 우리는 하나였던 거야
이제 더 이상 견딜 수 한낮이야
돌멩이오 눈덩이가 분별되어야 하느 시간이야
마지막 냉기가 사라지면
너는 나를 놓아줄 테지
그때까지 나는 너의 공중이 될 거야
머리가 기울고 있어
몸에 금이 가고 있어
물의 장례가 시작되고 있어
돌, 돌멩이 하나 그렁그렁 쏟아져 내린다
심사평 /문정희 예술의 완성 향한 치열성 확인 반가워
23. 조퇴/강희정 광주일보
드르륵 교실문 열리는 소리
슨상님 야가 아침만 되믄
밥상머리에서 빗질을 했산단 말이요
긴 머리카락 짜르라 해도 안 짜르고
구신이 밥 달라 한 것도 아니고
참말로 아침마다 뭔 짓인지 모르것어라
킥킥 입을 가리고 웃어 대는 책상들
아버지는 한 말 또 하고 한 말 도 하고
낮술이 뺀질뺀질 빨갛게 웃고 있는
4교시 수업 시간
덩당아 붉어진 내 얼구은 밖으로만
내다리고 싶어
아버님 살펴가세요 어서 가세요
애들아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일찍 점심 먹고 운동장 나가 놀아라
나보다 먼서 교실 밖으로 나가버린 선생님
달걀 프라이가 들국화처럼 피어 있는
생일 도시락이
아버지 손을 잡고 산들산들 집으로 걸어간다
심사평 “쨍하고도 명징한 시. 탁한 세상에 차려놓은 기쁨”
동시의 마스크를 쓴 시라고 가볍게 평할 수 있겠으나 이 시으 아름다움은 시 속에서 자기 자신이 들어갈 자리를 과감할 정도로 배제시키는 능력으로 완성도를 일으켰고 그것은 어떻게든 자신을 과잉하게 드러내려는 수많은 응모작들 속에서 분명한 빛을 발하는 지점이기도 하엿다 멋진 다이빙어었다 쨍하고고 명ㅇ징한 시 한 편을 골라 턱한 세상에 차려놓은 기뿜이 나만의 것이 아니길—이병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