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해인사
설아/백 덕임
꿈 많고 웃음 많았던 여고 시절
갈래머리 땋고
졸업여행으로 해인사를 와 본 후
오랜만에
가야산 소리길 따라
해인사로 가는 길은
가을 고운 정취로 아름답기만 하고
물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 리듬을 타고 걷는
발걸음은 마냥 가볍기만 하다
세계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장경판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팔만대장경은 경이롭기까지 하고
해인사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향은 유난히도 향기롭다.
*속리산의 가을
가을 햇살 사이로 부는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만산홍엽으로 절정인
속리산은 가을이 그려낸
한 폭의 수채화로다
말티재 전망대에서 내려 보이는
굽이굽이 열두 고갯길은
지나온 내 인생의 삶의 굴곡인듯하다.
*해남 달마산
한반도 최남단 해남 땅끝마을
꼭 한 번은 오고 싶었던
천 년의 고찰
미황사, 도솔암으로 가는 길
할머니 등처럼 휜
하얀 낮달은 애섧고
가을이 사뿐히 내려앉은
수려한 풍광은 가을빛으로
물들어 아름답기만 하다
기암괴석 절벽 사이
아슬아슬하게 걸쳐 앉은
작은 암자 도솔암
혼자보다는 동행이 있어
더 행복한 남도의 가을에서
내 생에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을
붓끝으로 남겨 놓는다.
*큰딸은 살림 밑천
눈에 넣어도 안 아픈
3살짜리 손녀딸
놀러 왔다가
식탁에 놓인 홍삼 엑기스를
만지작거리더니
네 개 중 세 개를
꼬막손으로 집어 작은 방에 놓인
기저귀 가방에 넣는다
"윤서야!
할아버지 약인데
왜 가방에 넣는 거야?" 물으니
"아빠 엄마 가져다주려고" 하며
빙그레 웃는다
저도 양심은 있었는지
한 개는 남겨놓았다.
*가을이 여물어 가는 길목에서
봄부터
농부의 발소리와 숨소리를
듣고 자라던 갈맷빛 들녘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허수아비
참새 쫓는 일에
알바 나와 서 있고
방아 찧는 일에
한몫 도우려는 방아깨비
이른 아침부터 나와 있다.
*갈맷빛/짙은 초록 빛깔
프로필
*(사)종합문예유성 회원. 부회장
*(사)한국문협 보령지부 회원.사무국장
*세계 최초 여성 나뭇잎예술작가
*글로벌문예대학 나뭇잎예술학과장 겸 교수
*제1시집:그리움 우물 속 사랑을 건지다
*제2시집:삶은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제3시집:아버지와 워낭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