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글쓰기 57ㅡ 바늘 티칭 (PT) (사소)
"회원님! 오늘은 하체 운동하시게요"
이렇게 시작한 트레이너는 오늘도 운동 중간 중간쉴 새 없이 말을 건다. 그녀는 여기가 미용실도 아니고, 같이 수다를 떨 수 있는 여자도 아닌데 어쩜 그리 말을 많이 시키는지 참 이상했다. 꼬박꼬박 회원님! 회원님! 하며 대답을 유도하니 매번 응대하기가 여간 어색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트레이너가 운동에 대해 설명할 때는 이해하기 쉬웠다.
예를 들면, 트레이너는 어깨와 골반 근육 운동은 몸을 가동하는 엔진이라고 했다. 그녀의 몸이 마이너스 상태이기 때문에 기본으로 올려놓기 위해, 밸런스를 찾는 몸짓기가 우선이 돼야 한다는 거였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의욕에 불타 기구를 사용하고 싶어 한다든지, 어느 한 곳만 몰빵으로 집중하고 싶어 하던 그녀의 어리석음을 일깨워주었던 것이다.
PT 초반에 트레이너는 " 회원님을 제가 가스라이팅을 하겠습니다."라는 말도 했다. 당당하고 늠름한, 그녀의 아들보다 다섯 살 많은, 어리지만 엄격한 트레이너의 이상한 말. 그녀는 속으로
' 엉? 그게 무슨 뜻이지?' 했다.
그런데 생내적이고 습관적으로 늘 긴장을 해 온 탓인지 마음만큼이나 육체의 유연성이 매우 떨어졌다. 꽤 오랫동안 엉성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랬다. 그래서 거의 스트레칭을 하는 데만도 몇 개월을 보냈다. 그녀는 스스로가 녹슬고 삐걱거리는 문짝이나 오래된 가구 같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이 방치해서 그냥 두었던 물건을 이제 좀 수선해서 사용하려니 삐져있던 몸이 쉽게 말을 들을 리 없었다. 그녀는 몸과도 화해가 필요했다.
삐거덕 삐거덕 왜 이제야 아는 척을 하는 거냐고 육체가 투정을 부려도 살살 달래가며 기름칠도 조금씩 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양쪽으로 골반 가동성 늘리기 운동을 할 때, 트레이너가 무게로 누를 때에는 특히 두렵고 고통스러웠다. 그럴 땐 버티지 못하고 몸을 빼 미끄러지며 도망가기 일쑤였는데 트레이너는 화도 내지 못하고 지켜봤다. 그럴 때면 제발 그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 팔 근육 운동을 할 때였다.
트레이너는 그녀에게 세라 밴드를 양 옆으로 잡아당기는 운동을 시켰다. 그런데 그녀가 동작에 최선을 다했는데도 팔 근육까지는 전혀 기별이 안 왔다.
"아! 안되네요. 아! "
젓가락 같은 팔로 멕아리 없게 힘을 쓴 때문일까? 난감했다. 트레이닝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서 스트레칭도 못하는 무능한 육체, 마치 운동 지진아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PT 시간이었다.
트레이너는 지난번처럼 양손으로 세라밴드 늘리기로 팔 근육까지 힘을 전달하는 운동을 다시 시켰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번처럼 손가락으로 고무 밴드를 말아 쥔 동작이 아니었다. 엄지손가락만으로 쥐고 나머지 네 손가락을 편 상태에서 힘껏 좌우로 당기라는 것이다. 트레이너 말대로 하니 신기하게 느낌이 안 오던 곳에 힘이 전달됐다.
'어떻게 손가락 모양만 바꿨는데 팔에 힘이 오지? ' 신기했다. 물리적으로 어떤 작동원리가 있는지 궁금했다.
" 훗! 도대체 어떻게 한 거예요?"
그녀가 눈이 동그래셔 물었다.
" 제가 회원님을 위해 연구를 좀 했죠."
하며 씨익 웃었다.
어떻게 하면 필요한 근육까지 힘을 쓰게 할 수 있는지 그동안 연구를 한 것이었다. 그녀는 학생들 티칭 방법을 고민하곤 했었는데 해법을 찾기 쉽지 않았었다. 트레이너처럼,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빠르게 방법을 찾아내지는 못했었다. 그가 한 수 위였다. 트레이너의 과제 집착력과 해결의지가 놀라울 뿐이었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 여러 관을 운영하는 관장이 된 건가?'
그녀는 고객의 니드에 섬세하고 즉각적으로 응대하는 트레이너의 자세를 칭찬하며 몸의 움직임을 해부학적으로 공부를 많이 하면 그렇게 원리를 터득하게 되는거냐고 칭찬을 했다.
" 회원님! 이걸~ 바 늘 티 칭 이라고 하죠"
트레이너는 으쓱하며 말을 이어갔다.
송곳도 아닌, 바늘 티칭! 트레이너는 그후 " 회원님!" 하면서 자신의 개인사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트레이너에게는 개발한 동기가 된, 신뢰할만하고 감동적인 이유가 따로 있었다.
ㅡ 계속 ㅡ
첫댓글 신뢰할만하고 감동적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바늘 티칭이라, 역시 궁금합니다!
우리는 글쓰기 근육을 만들고 있는데, 이번 시즌에는 유난히 몸 근육 이야기가 많이 나오네요. ㅎㅎㅎ
아 그래서 그렇게 사소님의 몸매가 날씬하고 예쁘군요! PT받고 싶은데 비용이 만만치 않더군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