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시: 2023.10.24. 1200
2. 참석인원: 6명
3. 선정도서: 밀란 쿤데라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4. 나눈 이야기
- 니체의 “영혼회귀”로 시작되는 이 책은 뭔가 있어 보이는 제목과 제목에서 오는 철학적이고 어려울 것 같은 느낌 때문에 한번은
꼭 읽어 봐야겠다와 그러나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책이어서 함께 읽어보기로 했다.
- 1968년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네 남녀의 사랑에 대한 철학적 담론을 담은 작품이다. 삶의 무게와 획일성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외과의사 토마시와 진지한 삶의 자세로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식당 여종원 출신의 테레자,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사회적 속박으로부터 철저히 자유롭기를 원하는 화가 사비나, 그리고 사비나의 애인인 대학교수 프란츠, 4명의 서로
다른 색깔의 사랑이야기가 주된 줄거리이다.
- 무거움과 가벼움이 공존하는 토마시, 바구니에 담겨 떠내려 온 아기를 구해야만 했던 마음으로 시작한 테레자와의 사랑은 그녀
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며 오랜시간이 지나 사랑에 있어서 가벼움을 걷어내게 된다. 공산주의가 현실에서 보여준 억압과 감시로
전원생활을 택하게 되고 사회적 위치는 나락으로 떨어지나 위와 아래, 당위나 의무는 없다는 깨달음(해탈?)을 얻게 된다.
- 토마시와의 사랑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테레사는 끊임없이 다른 여자를 만나는 토마시의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통
받는다. 그러나 테레자의 사랑이 순수했다고는 할 수 없다. 그 사랑의 시작은 자신을 억압하는 엄마라는 현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였으며, 마지막에 테레자 스스로 깨달았듯이 자신을 사랑하는 토마시를 옭아매고 나락으로 떨어뜨린 장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 토마시와 테레자의 사랑은 동정으로 시작하여 역사와 이데올로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갈등과 반목, 방황의 세월이 지난 뒤 진정
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평화를 얻게 된다. 그러나 이때 그들은 사고로 함께 죽는다.
작가는 그들의 죽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슬픔은 형식이었고 행복이 내용이었다. 행복은 슬픔의 공간을 채웠다”
- 자유분방하고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비나는 그 대가로 조국 체코의 예술과 아버지, 그리고 자신을 추앙하는 진지한 애인
프란츠를 배신하는 외로운 존재.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대표 격 인물이다. “매번 새로운 배반은 그녀를 유혹했다.
그녀는 대열 속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고 머무르지도 않을 것이다.”
- 사실 관습과 의무와 이념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 온 우리는 사비나의 삶에 강한 매력을 느낀다. 그러나 작가의 표현처럼 “사회적
관습이 개입한 외부적인 es muss sein, 자신의 소명이라 믿었던 모든 것을 털어버렸을 때 삶에서 무엇이 남을지”...
- 프란츠는 안정과 권태를 박차고 격변의 세상속으로 가고 싶어 캄보디아 대장정에 참여하였다가 어이없게도 강도에게 죽임을
당한다. 사비나에 대한 그의 사랑? 충실성도 사실은 그가 속하지 못한 것 즉, 그녀가 공산체제에 저항하는 예술가라는 것에 근거
한다. 대장정에 참여했을 때 “총을 맞고 죽는 대신 프란츠는 고개를 숙이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렬로 서서 버스로 돌아갔다”
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낭만주의자일 뿐이었다. 키치는 거부하는 사비나와는 그래서 서로 이해받지 못한 말, 다른 세계에 있었다
- 이 책에서 “키치”는 중요한 개념이다. 작가는 현실을 부정한 허위, 포장된 저급하고 감상적인 대중적 문화 생산물로 설명한다.
키치의 원천은 존재의 확고부동한 동의이다. 정치운동은 합리적인 태도에 근거하지 않고 표상, 이미지, 단어, 원형등에 근거하며
이런 것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정치적 키치를 형성한다고 서술한다. 캄보디아 대장정은 이런 키치의 순수성의 발로인 것이다.
- 우리는 키치의 세계에 살고 있다. 키치는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통찰력을 가지고 자유
의지로 자신의 독창성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키치는 흔히 부정적으로 쓰이지만 때론 우리사회와 역사의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도 많다. 한계가 있을지라도 지식인들의 저항과 사회운동이 침묵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 이 책은 사실 좀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었다. 작가의 의도나 내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의 무거웠던 20대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였고 인생을 좀 가볍게 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우리는 갈팡질팡, 사려 깊지 못한 결정을 일삼고 만족스러운 99%보다 불만족한 1% 때문에 자신을 괴롭히는 우둔한 존재이다.
그냥 인정하고 극단의 사고, 각자의 모순의 간격을 조금씩 좁혀가며 인생의 희망을 보자.
인생에 정답은 없다. 그냥 각자의 방식으로 찾아나가는 과정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