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405. 따알화산 폭발 (1월 16~17일)
날이 샌다는 것, 어두움이 물러간다는 것이 이렇게도 고마운지 몰랐다. 불안하고 근심스러운 하루가 다시 시작된다.
밀라가 왔다. 미안하다며 선물로 빨간색 T셔츠 하나를 내민다. 그녀에게 선물을 받아보긴 처음이다.
하루더 늦게 온 그녀에게 불만은커녕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밀라를 끌어안았다. 그녀가 왔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된다.
냄비에 쌀을 앉혀 가스불에 밥을 해 주고 이것저것 능숙하게 반찬을 만들어준다.
밀라가 온 것도 반가운데 수돗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아, 정말 얼마만인가? 밀라는 그동안 못했던 청소를 말끔히 한다. 화장실도 맘놓고 쓰게 된다.
그런데 전기가 안 오니 이제는 문제가 냉장고이다. 그동안 잘 견디는가 싶던 냉장고에서 홍합이며 오징어등 생선이 먼저 상하기 시작해서 물이 생기고 썩은 냄새가 코를 들 수가 없다.
골프칠 적마다 가져가려고 한국에서 사왔던 찹쌀떡도, 설날 먹으려던 만두도, 아끼다 보니 모두 버려야 할 것 같다. 이게 바로 난리다.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처럼 전기가 안 들어온다던 최원장 댁에도 전기가 들어왔다고 좋아한다.
저녁후 밀라가 퇴근하고 어두워지자 우리는 그 이상 그 공백의 긴 시간을 견딘다는 게 형벌같다.
죠셉이 차를 몰고 나가자고 한다. 최원장댁에 가서 불빛 아래서 시간을 보내자는 것이다.
불쑥 찾아가 TV를 보았다. 다시보기로 미스터 트롯을 시청하다보니 시간이 너무 잘 지나간다.
자고 가라고 간곡히 붙드는데도 우리는 9시가 넘어 집으로 왔다. 그냥 잠만 자가만 하면 된다. 그나마도 쉽게 지나간 시간때문에 덜 고통스럽다.
사람들이 지붕에 쌓인 화산재를 치우지 않으면 비가 온 후에 그것이 굳어서 쓸어내기 힘들뿐더러 지붕이 상하거나 구멍이 뚫린다고 한다.
이곳의 지붕은 얼핏 보아선 한국의 기와자붕처럼 보이지만 모두가 함석으로 만든 것이다.
밀라의 남편 헬미와 그 아들 마크가 우리 지붕의 화산재를 쓸어내겠다고 한다. 두 사람이 이틀이나 사흘쯤이면 된다기에 우선 일을 맡겼다.
위험해서 맘이 안 놓인다. 그들이 집붕을 쓸어내는 동안 죠셉과 나도 마음이 안 놓여 내도록 그곳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화산재 먼지가 정말 대단하다. 지붕에서 쓸은 화산재를 포대에 담았는데 사다리를 타고 열포대쯤은 내려놓는다.
중간중간 빵과 음료수를 사다주며 그들을 격려했는데 2층 지붕도 다 못 끝내고 일을 마쳤다.
내일도 계속해서 아래층 지붕과 뒤쪽 차양까지 모두 청소를 해야 할 것 같다.
첫댓글 우리가 이런 것을 보지 않고 사는 것이
정말 다행 인 것 같다...........................
7번째글입니다
자연재해가 충청도청주에는 거의가 없으니 이해가 되지 않는면이 있다
산림청맨발길 조성을 위해 시의원과 통화했더니
오송참사로 시청분위기가 아직도 어수선 한가보다
누구의 잘못인가?
인재는 인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