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념
한 달 전에는 간지러움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다. 그 때는 짜증도 내셨다. “맛없다, 들어라, 간지럽다, 긁어라, 가져 오너라” 등등. 지금은 변비와 기운이 없어 입원하셨다. 식사하시고 간지러움을 예방하는 약, 변비에 좋은 약, 신장에 좋은 약, 소변에 좋은 약, 위 보호하는 약, 항생제, 혈압 약, 눈 안약 투여, 코로나 약 등 약이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래도 귀찮아하지 않으신다. 어제 저녁에는 식사하시고 팔에는 주사가 2개 꼽힌 채로 누어계셨다. 그러나 잠시 눈을 감으시더니 금방 일어나셔서 나에게 손짓하시고 화장실로 이동시켜라는 표정을 지어셨다. 내가 생각해도 변비약이 아마 설사약이 아니겠나! 급하게 움직여야하나 몸이 맘대로 안 되었다. 더듬 더듬 링겔 꼽은 막대를 조심스럽게 이동해서 화장실 문을 여니 무슨 소리와 함께 냄새가 났다. 그래도 아버지께서는 조용히 변을 다 보셨다. 속옷과 환자복 상의가 변으로 묻었고 변기 위가 변으로 덮혀졌다. 아버지께서 부끄러워하시거나 민망해 하지 않으시도록 나는 최대한 놀라지 않게 그리고 이것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아버지를 닦아드리고 아버지를 진정시켰다. 아버지께서도 별 반응이 없었다. 가만히 잘 따르셨다. 간호사 불러서 링겔 떼고 환자복 다시 수령하여 갈아입히고 옷은 바깥에 두고 속옷을 버리고 화장실은 물로 씻어내고 변기위의 변은 물로 깨끗이 씻었다. 그동안 아버지께서는 가만히 침대에 걸터앉아 계셨다. 속옷도 안 입고 환자복만 걸치고 가만히 계셨다. 비록 나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아버지얼굴을 이리 저리 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며칠 전과 같이 짜증도 내시고 무엇을 하고자 하시지 않을까? 아마 아버지께서 체념 하시는 게 아닌지 생각했다. 힘이 있고 기골이 있을 땐 짜증도 내시지만 힘이 없고 저 너머 마지막이 가깝다고 느낄 땐 이런 것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아무런 잔소리도 없다. 그냥 또 주무시려고만 한다. 아버지께서 언짢을까 싶어서 눈치 살피는 나는 오히려 안타까움을 느꼈다. “아버지! 뭘 할까요?” “없다” 이 대화가 끝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눈을 감고 입을 약간 벌리고 주무신다. 금방 변을 치우고 닦고 옷을 갈아입었는데 어느새 다시 고요한 적막이 흐른다. 아버지의 투정과 짜증이 그립다. 큰소리고 역정 내시고 불만을 표출했으면 한다. ‘여기 저기 긁어라, 일으켜 세워라, 뉘어라“라고 요구했으면 좋겠다.’ ”뭐 먹고 싶고 뭐 하고 싶다, 누구 보고 싶다’고 말씀 하시면 더 좋겠다. 내일 저녁은 나랑 함께 자는데 기다려진다. “아버지, 4째 아들에게 마음대로 얘기하세요. 아버지의 꾸중이 그립습니다.”
2023. 11. 10.(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