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시대 가장 중요한 수행법
명상으로 체득한 고요·통찰 경지
사마타로 거친 번뇌 가라앉히고
위빠사나로 심신 변화 통찰해야
통찰 지혜만이 근원적 무명 제거
초기불교에서 말하는 명상수행이란 정확하게 무엇일까? 간략히 말하자면 계정혜 삼학의 수행과정과 해탈, 해탈지견의 증득과정을 말한다. 즉 계를 기반으로 삼매와 선정을 성취하는 사마타 수행을 닦고, 계와 선정을 기반으로 위빠사나 수행을 닦아서 최종 목표를 이루는 것. 이것이 초기불교에서 말하는 명상수행의 전체이자 전부이며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사마타 수행보다 위빠사나 수행을 먼저 접했다. 마하시 전통의 위빠사나 수행을 몇 년 간 수행하다가 고엔카 전통의 수행법을 만난 이후로는 고엔카 위빠사나를 위주로 수행했다. 오랫동안 사마타 수행 없이 위빠사나 수행만 해온 것이다. 그런데 스리랑카에서 교학을 공부하다 보니 위빠사나 수행을 좀 더 효과적으로 잘하기 위해서는 사마타 수행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1997년 사마타 수행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미얀마 파욱센터에 우안거를 나러 갔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우여곡절이 참으로 많았는데, 이 경험담은 나중에 다룰 예정이다. 이번에는 ‘사마타 위빠사나’라는 수행 전문용어의 개념 정리와 정의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팔리어로 사마타(Samatha)는 ‘고요·평온·생각들의 그침’을 의미한다. 어느 한 대상에 마음을 집중해 거친 번뇌들이 다 가라앉아 고요하고 평온하며 청정해진 상태를 ‘사마타’라고 한다. 위빠사나(Vipassanā)는 ‘통찰·내관·직관’의 의미이다. 몸과 마음을 관찰하여 심신의 모든 현상이 영원하거나 고정되지 않고 찰나마다 생멸 변화하고 있음을 무상·고·무아로 철견하며 통찰하고 있는 마음상태를 ‘위빠사나’라고 한다. 그러니까 ‘사마타 위빠사나’는 명상수행의 결과로써 얻어진 ‘마음의 고요와 통찰’ 상태나 경지를 의미한다. 현대에 와서는 그런 경지에 도달하기 위한 수행법을 지칭하는 것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디가 니까야’의 ‘십상 경(D34)’은 “어떤 두 가지 법을 닦아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사마타와 위빠사나”라고 답했고, ‘합송경(D33)’도 “어떤 것이 두 가지로 구성된 법입니까?”라는 질문에 “사마타 위빠사나”라고 답했다. 상응부의 한 경전은 “열반으로 가는 길(道)은 무엇인가? 그것은 사마타와 위빠사나”라고 했으며 또 다른 한 경전은 팔정도의 길을 달려와 성안의 성주에게 열반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한 쌍의 빠른 전령(메신저)이 바로 ‘사마타 위빠사나’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초기불교시대 출가수행자가 닦아야만 할 가장 중요한 수행법이 바로 사마타와 위빠사나였던 것이다.
‘명지의 일부 경(A2:30:10)’은 이렇게 말한다. “비구들이여, 사마타를 닦으면, 어떤 이익을 얻는가? 마음이 계발된다. 마음이 계발되면 어떤 이익을 얻는가? 욕망이 제거된다. 비구들이여, 그럼 위빠사나를 닦으면 어떤 이익을 얻는가? 통찰지가 계발된다. 통찰지가 계발되면 어떤 이익을 얻는가? 무명(Avijjā)이 제거된다.”
이 인용문을 보면 붓다는 사마타와 위빠사나 수행의 역할과 목적을 명확하게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 사마타는 마음을 계발하고, 위빠사나는 통찰지를 계발한다. 여기서 마음이란 삼매나 선정을 의미한다. 사마타 수행으로 삼매가 계발되면 욕망은 제거할 수 있지만, 무명을 제거하는 것은 위빠사나의 이익이라고 했다.
그럼 사마타 수행으로는 무명을 제거할 수 없다는 의미일까? 그렇다. 사마타 수행은 현재 의식에서 드러나는 번뇌(Pariyutthana)를 집중의 힘으로 다룰 수 있지만, 심층에 잠재된 미세번뇌(Anusaya)는 다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세번뇌와 무명을 통째로 뿌리 뽑을 수 있는 것은 통찰 지혜의 몫이자 역할이다. 통찰 지혜만이 근원적인 차원에서 무명을 제거할 수 있다. 열반의 증득과 깨달음, 완전한 해탈을 성취하고자 한다면 사마타 수행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위빠사나 수행을 해야만 한다. 이것이 초기불교와 남방 상좌부불교에서 한결같이 주장하는 가르침이다. 현재 남방불교의 수행전통에서 위빠사나 수행이 주류를 이루며 강조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첫댓글 初期佛敎瞑想 - 7. ‘사마타 위빠사나’의 定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