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라고 하면, 한국 내에서 한 번만 야구 시합에 참석한 나는 별로 열광적인 팬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데, 한국 내의 야구계에 어느 정도의 관심이 있다.
한국 내의 야구계에 관심을 나한테 처음으로 가지게 한 것은 4년쯤 전에 어느 블로그에 올려진 어느 게시물인데, 그 블로그의 제목은 ‘Ask a Korean(한국사람하한테 물어보라)’이라고 된다.
블로그를 만든 자는 열여섯 살에 한국에서 미국에 이사한 재미교포이자 북쪽 버지니아주에 살고 있는 변호사라고 한다. 그분은 3여년간 새 게시물을 안 올렸지만, 아직 활동 중이었을 때 나는 그분의 블로그를 자주 읽었었다.
앞에 언급된 게시물의 제목은 ‘A Hater’s Guide to KBO(혐오자를 위한 KBO 리그 안내서)’이라고 된다.
https://askakorean.blogspot.com/2020/05/the-haters-guide-to-kbo.html
왜 ‘혐오자’를 위해 안내서를 썼을 것이냐고 하면, 블로그를 만든 그분은 진짜의 스포츠 팬은 뭘 같이 사랑하느냐에 따라 서로와 함께 연결된 것이 아니라, 뭘 같이 혐오하느냐에 따라 서로와 함께 연결된다고 풍자적으로 주장한다. 그분은 이런 개념적인 맥락에서는 KBO 리그에 소속된 야구단들 각자를 일컬으며 그 야구단들 각자를 둘러싸는 ‘팬 문화’를 재미있게 묘사한다.
게시물은 나한테 거의 눈물이 흐르도록 웃겨주었는데, 우리 아버지는 숨을 쉬고 걸음을 걸어가는 야구 백과사전이라 보니까 나는 게시물을 인쇄해서 우리 아버지한테 보여주었다. 지구에서 한국의 위치 밖에는 우리 아버지는 한국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데, 게시물을 읽어봐서 껄껄 웃었고 한국에 대해서 뭔가를 재미있게 알 수 있어서 고마워했다.
나는 그 게시물을 읽어서는 선동열 선수가 누구인지 처음으로 알았는데, 선동열 선수에 대해 알게 되었다 보니까, 그분이 만약에 미국에서 야구를 할 기회를 탈 수 있었으면 온 세계에서의 가장 재능이 있던 투수들 중의 하나로 알려졌을 수가 있는지 궁금하다. 그랬을 수가 없다고 해도, 선동열 선수가 KBO 리그에서 투수로서 야구를 하다가 쌓인 통계 자료를 봐 보면, 그분은 비유적으로 ‘자그만 연못 속에 들어있는 커다란 물고기’였음이 분명하다.
선동열 선수가 광주제일고등학교에 다녔었고 저기서 야구단에 참여했음을 알았을 때, 나는 2012년과 2013년 사이에 광주제일고등학교에서 교사로서 근무했었다 보니까 뭔가 그분과 연결감이 들기도 했다. 광주제일고등학교의 야구단은 우수성으로 유명한 편인데, 사실, 저기서 근무했던 시절에 대해서는 내가 가장 많이 기억나는 것은 아마 야구단이 연습하는 것이다. 내가 들어있던 연구실에서는 학교의 야구장이 잘 보였고, 선수들이 온종일 공을 치는 소리가 잘 들렸다. 또, 선수가 친 공이 높이 떠올랐을 때마다 다른 선수들은 다 같이 꽤 시끄럽게 외쳤었고, 나는 조만간 그 소리에 지겨워졌다. 그러나 이제 그 소리는 그립다.
어쨌든, 나는 어느 시기에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해야 하는 것 같다. <이장호의 외인구단> 영화는 사랑을 잘 받는 것 같은 <공포의 외인구단> 만화를 원작으로 한 스포츠 영화임으로써는 첫 번째의 장면부터 줄거리의 성분들을 꽤 빨리 소개한다.
사실, 줄거리와 주된 캐릭터들이 소개되는 속도, 또는 주된 캐릭터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대화는 적어도 나한테는 마치 화면에 상영되는 만화책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어느 정도로 주었다. 오혜성과 최엄지, 마동탁 사이에서 벌어지는 삼각관계는 줄거리의 주된 갈등이며 몇 분 안에 거의 다 알려진다.
오혜성과 최엄지, 마동탁이 식당 안에서 테이블에 다 같이 앉아 있을 때 오혜성은 다음의 말을 최엄지한테 드러낸다:
“내가 잘했다면 그건 모두 네 덕분이야. 훌륭한 야구 선수 되르리라 보내준 네 편지. 네가 온 나에겐 신이었고 그 편지는 정전이었다. 언젠가 말했지만,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한다. 난 꼭 훌륭한 야구선수가 되겠어.”
https://youtu.be/8iCCEHpkdFs?si=Uh8PqnwKbhDpUART&t=247
이 말이 들리자마자 최엄지는 어리벙벙해 보이고, 마동탁은 크게 웃기 시작한다. 만화책을 읽는 것이나 마찬가지로는 영화가 시작해 이 이른 시기에 시청자는 줄거리의 중심을 잘 알 수 있다. 또, 이렇게 순진하며 진지한 오혜성의 말투는 마치 만화책에 나올 것 같다 보니까 내 생각에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에 마땅한 것 같았다.
원작인 만화는 열 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까 영화의 감독은 줄거리를 압축할 수밖에 없었는데, 만화의 줄거리가 아마 너무 많이 단순화되었기 때문에 영화에는 원작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을 사건 몇 건이 일어난다. 동시에는 만화에 아예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사건 한두 건도 영화에 일어나는데, 이 때문에 시청자는 어리둥절해지기 마련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영화의 끝에 오혜성은 마동탁이 친 공을 앞머리에 맞는 결과로 시각을 잃는 것 같은데, 이 사건은 원작에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 또, 1988년에 개봉된 속편인 <이장호의 외인구단2> 영화는 오혜성의 회복 과정을 중심으로 하는 것 같다 보니까, 영화만 위해서 그려진 그 사건은 영화의 줄거리를 더욱더 뒤틀고 만 것 같다.
2009년에는 <2009 외인구단> 드라마가 MBC에 방송되었는데, 나는 그 드라마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드라마가 1986년도의 영화의 단점을 고쳤는지 알 수가 없다. 열여섯 개의 부작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공포의 외인구단> 만화의 줄거리를 올바르게 그려냈을 수가 있는 것 같은데, 물론, 드라마를 만든 자들이 원작에 충실했어야만 그럴 수가 있다.
내 생각에는 <공포의 외인구단> 만화는 이기는 것과 지는 것 각자의 진짜 의미, 또는 어쩔 수가 없는 이유로 사회 밖에 물리쳐지는 인간을 곰곰이 생각하는 내용이 많이 담겨 있는 것 같음으로써는 충실한 영화화가 마땅한 것 같다.
그러나 영화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1986년도의 <이장호의 외인구단>을 재미있게 봤다. 오혜성 역할을 맡은 최재성 남배우는 주연을 위한 꽤 좋은 선택이던 것 같고, 외인구단 감독인 손병호 역할을 맡은 안성기 남배우는 자신이 출연하는 거의 모든 영화를 보기 만하게 만드는 것 같다.
언급할 만한 것 또 하나는 영화에 나온 손병호 역할은 만화에 나온 것과 비교해 그리 냉정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이것은 안성기 남배우가 나쁜 자의 역할을 맡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증거물 또 하나일 수가 있다.
첫댓글 2012년 광주일고 교사였네요…
정말 한국어를 잘하시고 글도 맘껏 잘쓰시네요. 진정 부러워요.
아니야, 저는 꽤 오랫동안 망설이어야만 한국어로 문장을 올바르게 만들어 쓸 수가 있어요. ㅎㅎ
저는 하나도 마음껏 잘 쓰지 못하네요. 한국어계에서는 비교적인 문맹인데요. ^^
'혐오자를 위한 KBO 리그 안내서'는 미국의 구단을 잘 알고 있는 아버님 같은 분이 읽으시면 정말 재미있었을 것 같습니다. 번역문으로 읽어서, 블랙유머를 충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유쾌한 글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