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사 포커스_ 이담하 / 이메일 대담
시인은 교집합 밖에서 사는 사람 / 이담하
1. 최근의 근황은 어떠신가요? 그리고 새해를 맞아 새로이 한 다짐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2014년 1월에 어깨 수술을 하고 11월에 구안와사가 와서 양한방 치료를 받아 지금은 95% 회복되었습니다. 일 년에 두 번씩이나 건강에 이상이 생겨 휘청하다 보니 6하원칙으로 돌아가는 밖의 일은 잊고 살았지요. 2015년 새해에 새롭게 다짐한 것이 있다면 마음의 여유를 갖고 저 자신과 저의 글을 잘 돌보려고 합니다.
2. 언제 어떻게 시를 만나, 시를 쓰시게 되었는지요? 그리고 시를 쓴다고 하셨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열세 명 대식구가 살던 유년의 우리 집은 할머니와 어머니의 고부갈등이 많았지요. 고부갈등은 자연스럽게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부 다툼으로 이어져 그 여파는 아이들에게 왔지요. 십 남매 중의 넷만 살았는데 그 당시 제가 세 번째라서 정서적 우울로 인해 어려서부터 동화나 만화, 위인전과 가까워졌나 봅니다. 우울은 깊은 사색으로 이어지고 사색은 독서로 이어지고 독서는 일기로 일기는 월남에 간 막내 삼촌에게 쓰는 편지로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막연히 시가 좋았습니다. 그 당시 국어책에 나온 시를 보면 건방진 말이지만 어린 마음에 나도 시를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국어책에 나온 시를 읽고 나름대로 쓴 글은 다 잃어버렸고 여고 때 쓴 글을 지금 보면 유치해도 아직 남아 있어요. 저의 아버지는 제가 약대에 가길 바라셨지요. 그렇게 되지 않았을 때 어머니는 제가 밤늦게까지 책을 읽거나 뭔가 적고 있으면 이태백이 될 거냐, 소동파가 될 거냐 하시던 어머니와 현실에 충실한 남편은 왜 비생산적인 것을 하느냐고 한 말을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3. 선생님의 시는 그 발상들이 신선합니다. 이와 같은 신선한 시적 발상을 가지고 오는 나름의 방식들이 있으신가요?
발상이 신선하다고 하신 이 질문에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제가 답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것은 무조건 좋다가 아니라 관찰한다는 것이라고 할까요. 작년 한 해 동안 재활 치료 과정이 길어 어디를 가지도 오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까운 도서관에서 동화를 주로 빌려다 보았어요. 동화를 읽다 보니 제가 상상력은커녕 고정관념에 갇혀서 정형화되었다는 것을 보게 되었어요. 어른이 된 이후로 사물을 보면 ‘왜’라는 것을 잊고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것보다 관찰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한국판 잡지와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을 4년째 시청하는데 글쓰기에 직간접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건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서점에 가서 책 제목만 훑어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4. 선생님께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작품은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오 학년 겨울 방학 때 아버지가 보시려고 삼국지 열권을 빌려 오셨더라고요. 그 때 그 책은 크지 않았으나 세로쓰기로 되어 있었지요. 몰래 보니 위촉오의 전쟁에 관한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에로틱한 부분도 있어서 며칠 안 가서 다 읽어 버렸지요. 그 후로 중국 4대 기서 중에 삼국지는 세 번 반을 읽었는데 다른 소설은 삼국지만큼 여러 번 읽은 책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야마오카 소하치가 지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오싱을 읽고 내 나름의 일본관이 정립되었다고 봅니다. 지금 생각하면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과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이 지금도 제 머릿속에서는 처절하거나 극도로 날이 선 검을 휘두르고 있지요. 문학의 또 다른 눈을 뜨게 해준 헤르타 뮐러의 작품 저지대입니다. 사람마다 취미가 다 다른데 저의 관심사는 우주입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빨간 줄이 쳐지고 너덜거리지만, 저의 우주 상식의 사전이자 길잡이지요.
5. 시를 쓰는 나름의 시작 방법이나 독특한 습관이 있으신지요?
메모한 것을 모아서 일주일에 시 한 편을 쓰는데 이틀은 생각나는 대로 써놓고 정리하고 이틀 정도는 고치고 다듬습니다. 그러다 보면 일주일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신문을 보거나 책을 볼 때, 처음 보거나 자꾸만 눈이 가는 문장은 스크랩을 해둡니다. 아파트 재활용 폐지 더미에서 발견한 책이나 잡지 속 그림에서도 시 소재는 있다고 봅니다.
6. 앞으로 쓰고 싶은 시 세계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시로써 어떤 세계를 만드실 생각이신가요?
이 질문에 답하기가 제일 어렵군요. 제가 큰 문학상을 타거나 시집을 낸 사람도 아니지만 저만의 시 세계라면 나답게 쓰는 것이 나의 시 세계가 아닐런지요. 좋은 시집이나 작품을 많이 보면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은 제 식대로 쓰겠지요. 거창하게 내 시 세계는 이렇다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지금까지 시라는 틀이나 시라는 형식에 지배당해 글을 썼다면 지금부터는 내가 내 글을 장악하고 싶습니다.
7. 시와 생활을 함께해 나가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을 듯합니다. 생활 속에서 나름의 시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기 위한 방법이 있으신가요?
시와 생활은 늘 평행선을 달리는 것 같습니다. 시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특별히 하는 것은 없어요. 시를 안 적다가 적으려면 손에 익지 않아 잘 안되더군요. 그런 경험이 있어서 무조건 일주일에 한 편 정도는 쓰려고 합니다. 제가 영상에서 느끼는 긴장감을 좋아해서 혼자 조조로 영화를 자주 봅니다.
8.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시인은 교집합 밖에서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교집합 밖에서 글을 쓰며 쉴 수 있는 작은 놀이터 하나 마련하는 것이지요. 강한 신념은 타고난 운명까지 바꾼다는 명언이 있는데 믿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