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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진원의 문학
추천 ....
당선 ....
수상 .... 작품들
ᴥ 1976년 3월호 [소년].
동시 추천 후보 작품 선정
기다림
문설주에
그리던
엄마 얼굴
빼어 물고
골목길
가득 채우는
눈망울
장에 가신
엄마의 길은 멀고
가뭇가뭇
어둠만
쌓여가는데
동글동글 그리는
동그라미 따라
뱅글
뱅글 따라도는
엄마의 얼굴
ᴥ 1976년 3월호 [교육자료]
시 1회 추천 작품
여름밤
할머니 이야기
아가 귀에
풀어놓는 밤
아가는
하나 둘
별을
손가락에 걸으며
이야길 듣는다.
눈꺼풀 사르르
꿈나라 찾아
벌써
꼬옥 쥔 손바닥
할머니 이야기가
한웅쿰
별이
한웅쿰
ᴥ 1976년 5월호 [새교실]
시 1회 추천 작품
꽃밭
꽃밭 가득 피어있는 꽃들은
얼굴은 서로 다르지만
모두 정다운 친구일거야.
정다운 친구가 아니라면
그들의 향기가 그렇게 곱지는 못할거야
그들의 얼굴이 그렇게 예쁘지는 못할 거야.
그들의 고운 향기는
하나 같이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일 거야.
그들의 예쁜 얼굴은
하나 같이 정다운 이야기만
하기 때문일 거야.
그들이 만일
아름다운 마음을 잃어버린다면
정다운 이야기를 내동댕이 친다면
햇살은 울고 싶은 마음으로
따스한 손길을 거두어 들이고
구름은 슬픈 일이지만
가슴 속 깊숙히 간직한
금비 단비를 보내주지 않을 거야.
그러면
그들의 고운 향기도
예쁜 얼굴도
영영 잃어버릴 거야
다시는 피지도 못할 거야
나비도 꿀벌도 모두
마음 아파하며
다시는 찾아오지도 않을 거야.
봄이 온대요
얼음장 밑에서
돌돌돌
옥굴리며 온대요.
버들가지 위에
살짝 앉아
눈비비고 온대요.
민들레 꽃잎 타고
방글방글 웃다가
솜털 보시시한
병아리 손잡고 온대요.
노오란 참새 부리로
종알종알 지껄이며
살구나무 가지마다
등불 켜며 온대요.
산모롱이 양지쪽에서
아물아물 눈짓하며
나비의 나래잡고
팔랑팔랑 손짓하며
내 마음 돌돌 말아
봄이 온대요.
ᴥ 1976년 5월호 [교육자료]
시 2회 추천 작품
봄날
냉이 캐는 아이들
호미끝에서
초록빛 숨소리가
파랗게 터져나오고
아지랭이
자욱히
산과 들을 맴돌면
나비 등을 타고
쏟아져내리는
분홍빛 자락
민들레 웃음소리
들판 가득히 지저귀고
종달새 노래소리
노오랗게 익어가는데
병아리 한떼가
양지쪽에서
봄을 데리고 놉니다.
ᴥ 1976년 6월호 [교육자료]
시 2회 추천 작품. (중복 추천 되었음)
조약돌
바람으로
구름으로
말끔이
닦고 닦는
새하얀
얼굴
티끌도
부끄러워라
앉으려다
그냥
간다.
ᴥ 1976년 7월호 [교육자료]
시 3회 추천 완료 작품.
소풍길
이름 모르는 꽃들이
웃음을 물고 선
오솔길로
밤새도록 엮어내던
무지개꿈을
한 짐씩 지고 가는 아이들
일렁이는
노래소리
메아리로 번져
꽃사슴도
숨어
엿듣다 가고
풀잎에
기대 앉아
고개짓하는 바람
돌돌돌
개울물이
구름을 잡아타고
둥둥!
구름 속에
함빡 젖은 소풍길이
거꾸로 달린다.
* 1976년 7월. 『교육자료』 추천 완료 소감
이 즐거움을 최도규 형님과
남진원
형님! 참말 고맙습니다.
눈 아닌 눈을 마음 아닌 마음을 항상 옆에서 열어주고 돌보아 주신 형님과 오직 이 기쁨을 같이하고 싶읍니다.
그리고 때로 용기를 주신 이창백 선생님, 장오기 선생님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주신 박순자 선생님 조규영님 또 엄성기 형의 동시집을 선사해 주신 박영춘 교감선생님 모두 고마울 뿐입니다. 아울러 손주녀석 뒷바라지 해 주시느라 애만 잡숫는 할머니께도 고마움을 표합니다.
끝으로 자상한 마음의 손길을 베풀어주신 임교순 회장님을 비롯한 강원아동문학회 회원들께 감사드리며 제 이 졸작을 천해 주신 박경용 선생님께 부끄러운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ᴥ 1976년 9월호 [새교실]
시 2회 추천 작품.
공원
언제나 그들은 그랬다.
오늘도 바람이 나타나
휴지를
때와 장소에 맞춰
숨겨 놓았다.
그러자 나무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휴지는 풀잎 뒤에, 의자 밑에 숨어
눈을 빼꼼이 뜨고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이윽고
청소부 할아버지가
언제나 처럼
기계같은 눈으로
휘 -- 둘러보고
이내 갔다.
곧바로 바람이 나타나
공원을 한바퀴 돌자.
또르르르
신바람난 휴지가
마구 굴러나오고
나무들이 또 한바탕
노래를 불렀다.
성공한 것이다.
그들의 비밀의 함성이
공원 가득 터져나오고 있었다.
ᴥ 1976년 12월호 [새교실]
시 3회 추천 완료 작품.
나비
꽃망울 가득한
꽃밭에
나비 한 마리 날아와
재
깍
재
깍
돌아가는
숨소리
들어보고
아직
멀었나?
살그머니
오늘도
돌아갑니다.
* 돌아보며....
참으로 숨 가쁜 시간이었다. 1976년 교육전문 잡지인 [교육자료]와 [새교실] 지에서 3회 시 추천을 각각 완료하였다.
이해 7월 위장 수술을 한 뒤 강릉 집에서 휴양을 하고 있었다. 당시 얼마나 가난했는지 병석에 누워있으면서 제대로 먹을 것도 먹지 못해 더욱 힘이 들었다. 그러나 그때 새교실에 투고 작품을 보내놓은 터라 어찌 되었는지 궁금했다.
우리 집은 강릉초등학교 바로 뒷편에 있었다. 지금은 그 집 터엔 집은 온데간데 없고 재료들만 쌓아놓은 창고자리가 되었다. 그 집 터가 그리 세어서 우리 집은 그곳에서 쫄딱 망했다. 지금도 그곳을 지나다니면 그 집엔 아무 집이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2학기 개학이 되자 기어이 아픈 몸을 일으켜 세우고 강릉초등학교로 찾아갔다. 힘이 너무 없어서 다섯 발자국을 가지 못한 채 쉬다가 쉬다가 겨우 도착했다. 어느 교실문을 드르륵 하고 열었다. 교실에 있던 선생님이 깜짝 놀랐다. 해골 빡대기 같은 사람이 서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나는 자초지종을 겨우 이야기하고 새교실 잡지를 얻었다. 밖에 나와서 펴 보는 순간, 그곳엔 '공원'이란 작품이 2회 추천으로 나와 있었다. 집에도 겨우 겨우 돌아와 누운 채 그 시를 읽으며 종일을 보냈다. 그렇게 감격스러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후 나는 황지 화전국민학교로 다시 나갔는데 그때도 몸 상태는 수술 후라 여전히 좋지 않았다. 그러나 작품 쓰는 일은 전혀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학교 공터에 꽃망을이 맺혔는데 그 모습을 보고 어떤 푸른 희망과 기다림을 갖게 되었다. 내 병이 낫기를 바라는 희망과 작품이 추천완료 되기를 바라는 기다림이었다. 나는 그 모습에서 착안하여 시 한 편을 쓴 것이 완료추천 작품이었다.
나비가 찾아와 다시 꽃이 필 때를 기다리며 돌아간다는 내용이었다. 이 작품이 추천완료되어 한 해 동안에 교육자료와 새교실 추천을 모두 끝내었다. 돌이켜보면 실로 기적과 같은 일을 해내었다.
나는 이렇게 하여 가장 힘들었고 즐거웠던 문단생활의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시 추천 완료 소감(새교실 1976년 12월호)
감사합니다
엊그제 꽃이 피었더니 어느새 눈이 오는군요,
하얀 눈이 무수한 얘기를 간직한 채 소리 없이
마냥 내리는 군요.
고맙습니다. 문덕수 선생님!
한동안 쉬었다가 또 쓸 것을 다짐해 보며 정말
고마웠던 분들에 대해 인사를 드립니다.
- 화천의 조규영님, 창죽분교 최도규님 그리고 강원아동문학회원님, 김지도 선생님 -
끝으로 새교실의 무궁한 발전을 비옵니다.
자기 자신의 일인냥 천료 전보를 전해주신 이창백님과 병상에서 항상 간호의 따스한 손길을 편 김정자님께도 무궁한 감사드립니다.
ᴥ 1976년 12월호 [샘터]
샘터시조상 수상 작품.
늦겨울 아침
햇살이 눈을 밟고 달려오는 아 아침
지붕엔 토독 토독 겨울이 헐리는데
볕 묻은 흙담 밑에선 봄은 자리 트는가
ᴥ 1977년 2월호 [아동문예]
동시 1회로 추천 완료 작품.(원래 2회로 추천완료)
아침청소
묵은 찌끼를
털어내듯
마음을 열면,
창을 열면,
아!
밀려드는
산 푸른 이야기
빗자루에
한줌씩 뿌리는
노래소리 따라
참새들 노란 얘기가
햇살에 묻어
마구 날아든다.
등교길
하늘
비껴묻은
바람 속에서
이슬처럼 맑은
웃음
감아 돌리는
이야기
꽃마차
햇살
부벼대는
초록빛 아침을 싣고
산새 노래
휘어진
숲을 달린다.
다듬이질
빨랫감을 펴놓으시고
다듬질 하시는
엄마
손가락 새로
새들의
목청
파랗게 묻은
바람
바람을 한아름
뿌리며
뻣뻣한
표정
풀어낸다.
이 세상
모든 주름살 풀어낸다.
아침교실
이슬 머금은
햇살
굴러내리는
풀잎에 젖은
바람
밀려드는
교실
교실마다
창을 열고
그렇게
마음을 열고
곱게
곱게
젖어둔 얘기들
아침을
부시게
칫솔질 한다.
* 아동문예에 잡지 추천을 받을 때에, 신비한 꿈을 꾸었다.
고향의 모교 뒷 운동장엔 조그만 밭을 만들어 선생님들이 채소를 심어 가꾸었다. 나는 꿈에 그 밭에 갔다. 밭에는 싱싱한 무가 자라고 있었는데 무를 네 뿌리를 뽑는 꿈이었다. [아동문예]에 추천된 작품이 4편이었다.
𐐧 문단의 巨峯, 박경용 선생님
* 아동문예에 추천 작품을 모냈는데 심사를 교육자료에서 추천 해 주신 박경용 선생님이 맡으셨다. 그래서 초회로 추천을 완료했다. 다른 분들은 모두 2회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했는데 운이 좋았던 것이다.
그 후 박경용 선생님과의 만남은 참으로 신기하게 이루어졌다.
서울에서 열리는 한국아동문학회 송년회에 참석하려고 상경하였다. 서울의 종로구의 한 곳에서 방향을 몰라 이리저리 찾던 중 지하철에서 올라오는 한 분이 눈에 띄었다. 생긴 모습이 책에서 뵌 박경용 선생님 같아서 실례를 무릅쓰고 앞에 가서 여쭈어 보았다.
“혹시 박경용 선생님이 아니십니까?”
내가 여쭙자, 누구냐고 묻길래, “정선에 사는 남진원입니다.” 라고 하였더니 손을 잡고 반가와하셨다. 이렇게 서울 한 복판에서 우연히 박경용 선생님을 뵐 수 있었다. 선생님은 한국일보사에 가려던 길이었다고 하셨다. 나는 어디 가서 약주를 한 잔 대접하겠다고 하였더니 선생님은 어느 허름한 음식점으로 데리고 갔는데 싸구려 식당이었다.
찌게 국물을 한 대접 시키고 소주를 하였는데, 서울에 올라온 나를 생각하여 돈을 쓰지 않게 하려는 배려였다. 참으로 소탈한 모습과 인품에 고개가 숙여졌다.
소주를 마신 후에 한일관에서 열리는 행사에 간다고 하니 그곳에 함께 가시겠다고 하였다. 원래 박경용 선생님은 이곳 저곳 문학 단체에 가입하시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쓰시는 분이었다. 그런데 아마 내가 그곳에 간다고 하니 일부러 함께 가시려고 하였던 모양이었다. 그곳에는 김영일 회장을 비롯하여 김동리 선생, 박화목, 이영호 선생 등 많은 원로 문인들이 계셨는데 동화작가 이영호 선생 옆에 박경용 선생님이 앉게 되었다. 그 분과 입씨름이 벌어져 나는 매우 당황하였던 기억이 떠오른다.
엊그제 이야기 같은데 벌써 45년 전의 일이 되었다.
ᴥ 1978년 6월 6일 [제7회 기독교아동문학상]
동시조 ‘함지’로 입상
* 함지
멀리서 멀리서 보면
숲속은 작은 함지
가만히 함지 위에
파란 보자 씌워지고
함지 속 오골오골 끓는
팥죽 같은 새소리 Ep
올망졸망 푸른 산도
내려앉은 함지 속
졸졸졸 시냇물도
노래처럼 흘러가고
귀연 채 어여쁜 황새
꽃이 되어 서 있네.
오솔길엔 쪼르르르
다람쥐도 꺼내놓고
돌담가 흐드러지게
꽂아놓은 찔레꽃
그리운 봄바람 한 떼
넝쿨처럼 엉켰네.
밤이면 작은 별들
동전 같은 달이 뜨고
단잠 든 아기새
고요만 깊어갈 때
그윽한 물소리들만
함지 가득 채운다.
ᴥ 1978년 『시조문학』겨울호에
시조 ‘저녁 산길’로 1회 추천
저녁 산길
흩어진 소리를 부르며
나그네 길을 가다
저무는 햇살을 거두어
사방에 씨를 뿌린다.
길고 먼 저승을 돌아
너와 나를 붙이고
한 묶음 바람에
우리는 얽힌 숲속
산신도 그늘에 묻혀
길을 잃은 저녁인데
생애를 지신 밟으며
귀를 찾는 숲과 숲.
( 1978년 겨울호 시조문학 초회 추천작)
ᴥ 1980년 『시조문학』여름호에
시조 ‘매미소리’로 추천완료
매미 소리
솔숲에 숨어있던 젖은 산이 내려온다
산줄기 퍼렇게 동심이 따라온다
그 속에 하이얗게 뜬 내 어린 유년의 꽃
태양에 띄워보는 생의 진한 목젖인가
음양이 인광처럼 엇갈리는 계절 앞에
예순 날 네 혼을 담아 내가 우는 소리여
( 1980년, 여름호 시조문학 추천완료 작품)
ᴥ 1980년 『월간문학』8월호에
시조 ‘가을산조’로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
가을 散調
1.가을밤
마당엔 산이 누워 깊숙이 생각이 크고
뉘집 창 불빛 사위듯 저물어가는 풀벌레 울음
이 세상 인연과는 먼 곳으로 자꾸 떠나는 저 삶은 ...
2.귀뚜리
별들이 잎새 위에 스러져 잠이 든 밤
달빛은 가만가만 고독을 덮고 엎드려
마을 끝 댓돌 밑까지 귀뚜리 소리를 파내더니
그 울음 잠에 고인 목소리를 끌어내어
동구밖 여기저기 씨뿌리듯 뿌려놓고
저만치 멀찍이 떨어져 희죽이 웃는 뜻은...
뛰르뛰를 뛰르르르 뒤뜨르 뒤뜰뒤뜰
달빛이 서러워서 삶이 너무 서러워서
가을 밤 하얗게 열고 낭자히 구르는 독경소리
3.밤의 숲
어둠 갈피갈피 고요를 접어넣고
잎새들 설핏한 머리칼 잘라먹는 바람 한떼
짓푸른 피냄새 맡으며 바람 뒤에 내가 섰다.
갈기갈기 펄렁이는 개구리 울음처럼
목 말라 목이 말라 갈증을 펄렁이는 풀벌레
갈색 잠 연한 개울가에서 물소리를 씹는다.
별들이 산에 안겨 무성하게 자라는 밤
하늘은 달을 떼다 산마루에 걸어놓고
외로움 짙은 눈빛을 풀어 잠든 산을 태운다.
ᴥ 1983년 1월1일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 봄빛 』당선
봄빛
새벽으로 가는 안개들의
푸른 길 옆에
산의 손 시린 물소리
마을로 마을로 오고 있다.
들판은
번쩍이는 햇살과
귀가 아픈 새떼 속에
일어서고
우리들의 삶 한가운데
희디 흰 소금으로 남아
짭짤하게 등허리를 절이고 있는
풀 뿌리 밑에서
아침은 깨끗한 피부를 드러낸다.
벌써 몇 광주리 씩 푸른 바람을
이고
대문을 나서는
아주머니들
땀과 거름으로
기름진 잎들이
그림자를 드리운 채
빛 속에서 누군가와 만나고 있다.
‣뽑고 나서
예선을 거쳐 선자들에게 넘어온 응모작은 총 44편이었다. 이중에서 엄선을 거듭 정진경의 ‘촛불’, 한성희의 ‘산가에서’, 남진원의 ‘봄빛’, 전향규의 ‘휴전선의 꿈’ 등이 물망에 올랐다.
‘촛불’은 언어를 다듬는 깔끔한 솜씨가 돋보였으나 주제가 평범하다. ‘산가에서’는 서경을 노래한 작품으로 가끔씩 보이는 빛나는 구절이 작품을 살리고 있지만 신인다운 패기가 부족하다. 나머지 두 사람의 것에서 우열을 가리기에는 꽤 시간이 걸렸다. ‘휴전선의 꿈’은 선명한 주제의식과 도입부의 순탄한 전개에 호감이 갔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시의 내용이 지리멸렬해진 아쉬움이 있었다. ‘봄빛’은 시가 비교적 깨끗하게 잘 짜여져 있고 주제도 알맞고 시어의 선택도 잘 되어 경쾌한 느낌을 준다. 특히 제2편 이후의 시적 전개가 뛰어나 무리가 없다. 금년도의 당선작으로 뽑는 이유이다.
이성교(시인)
민 영(시인)
‣뽑히고 나서
너무 기쁘고 즐거워서 당선소감을 무엇이라 써야될지 모르겠다. 시가 아직 무엇인지 모르면서 지난 5년 동안 쓰고 지우고 또 쓰고 지우고 하면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아다니던 일이 이제 조그만 열매로 맺혀지고 있나보다.
전 兄 !
며칠 전 정선 달구지 식당에서 10개 중에 다섯 개가 된다고 객기를 부린 일이 생각납니다. 이름이 틀렸다고 안 된다고 하시며 우린 내기를 걸었지요.
전 형에게 얻어먹을 술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취해오는 군요.
전 형!
당선 통보를 받던 날 창밖에는 주먹 같은 함박눈이 내렸읍니다. 큰 눈송이도 나를 위해서 내리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더군요. 당선 소감을 빨리 써내고 우연히 만난 안효선 형과 막걸리 집에 가서 술을 한잔 했지요. 그동안 앞에서 지켜봐 주신 모든 분들과 이 기쁨을 함께 하겠읍니다.
(한국아동문학회. 여울. 아라리 동인)
ᴥ 1983년 5월 제2회 계몽아동문학상 당선
( 1983년 5월 계몽사에서 주관한 제2회 계몽아동문학상에 ‘봄빛 3장’외 ‘바다’, ‘오월’, ‘어머니’ ‘빨래터’ 등의 4편이 당선되었다.)
봄빛 3장
손 시린 산 물소리
마을로 오고 있다.
들판은 귀가 아픈
새떼 속에 일어서고
희디흰 아지랑이에
뿌리 젖는 나무들
미루나무 잎새들이
부풀어 오른 한낮
따뜻한 것에 닿아
살 섞이는 풀과 흙
어머닌 몇 광주리
바람이고 나섰다.
보릿대궁 입에 물고
하늘 동동 나는 새떼
꽃잎 파란 숨결도
햇빛 속에 날려가고
아이들 눈썹까지 말간
풀피리도 뜨고 있다.
빨래터
산 싣고 졸졸졸
흥겨운 시냇가에
어머닌 소매 가득
한 다발 햇살 감아
실 고운 아지랑이를
방망이로 떠올린다.
바다
졸음 겨운 고동소리
넘나드는 수평 너머
흰 물결 갈아엎으며
봄을 푸는 돛단배
갈매기 두서너 마리
그림처럼 나부껴요.
오월
초록 물든 봄바람
보리밭에 뒹굴고
산마다 꽃붕대
감아놓은 오월은
목청도 파란 하늘 속
종다리로 떠 간다.
어머니
1. 설거지
어둠 속 새벽을 깨워
물소리로 틀어놓고
그릇마다 고인 땟국
푸름으로 헹구는 손
지난 밤 굼도 수정빛
소매 깃에 묻어나고
2. 조반
늘 젖은 손자국에
매운 맛만 살아나도
아침은 보글보글
토장국에 익어가고
짭짤한 웃음을 얹어
간 맞추는 나날들.
ᴥ 1984년 제4회 강원아동문학상 수상
수상작품 : 아침은 햇빛과 나무와 새와 바람 속에서
1
엄마
너무 고요해요.
모두
누구를 기다리는 건가요?
아니면 꿈을 꾸는 건 가요?
바람은 잠꾸러기에요
풀잎을 덮고
아직 자고 있어요.
단 잠
깨울 까 봐
새 한 마리
조심조심 빠져나가고
조금씩 조금씩
개울도 물소리를 풀어놓고 있어요.
2
안개
걷히면
파아란 하늘
하늘 아래
보셔요.
새들이
누굴 부르고 있잖아요.
들리지 않으셔요?
숲들이 무어라 대답하잖아요.
저 귀여운 것들 끼리
저 귀여운 것들 끼리 말이어요.
3
무엇인지는 몰라도
살결에 닿기만 해도
기쁨 같은 것이기도 하고
엄마의 사랑 같기도 한
보이지 않는 것들이 움직이고 있어요.
아,
잠깬 바람이었어요.
보드라운 바람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누가
바람을 깨웠을까요.
엄마, 지금은
바람이 나무의 팔을 붙잡고
심호흡을 시키고 있어요.
보셔요,
어린애처럼 모두들
즐거워하고 있어요.
4
눈이 부셔요.
어쩌면 좋아요.
가슴이 부셔서 견딜 수 없어요.
이제 숲속 마을도 나도
꼼짝없이
해님 품에 안겨버렸잖아요.
그런데
얄미운 해님이 뭐라는지 아세요?
너희들이 사랑스러워서 그런단다.
사랑스러워서.
아름다운 自然이 곧 詩 素材
“ 고향인 정선에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고향을 주제로 한 글을 많이 쓰게 됩니다. 제 동시는 생활주변에 있는 자연과 사물이 제일 많은 소재가 되고 있어요. ”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자연과 생활이 곧 시가 되고 있다는 제4회 아동문학상 동시 부문 수상자 남진원씨(31)의 말.
남씨의 수상작은 「아침은 햇빛과 새와 나무와 바람 속에서」1주일에 한 편 정도는 꾸준히 작품을 쓰고 있다는 남씨의 창작 활동에 비해 올해는 작품 발표는 많이 하지 않은 편으로 동인지 시조집 등에 몇 작품만 발표했다고.
77년 아동문예를 통해 동시를 천료했고 월간문학 신인상 시조 당선, 8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었으며 동인지 「조약돌」, 「미래시」동인 등에 동인 활동을 하고 있다.
82년에는 동시집 『싸리울』을 발간하기도 했다. 고향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그는 고향을 주제로 한 글을 계속 써 볼 계획이며 연작시도 구상하고 있다고 왕성한 창작의욕을 보인다.
南씨는 현재 정선 벽탄국교교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부인 김정자씨(29)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 강원아동문학상 수상 기사<인터뷰> - 강원일보 1984년 11.25 )
ᴥ 1989년 5월 20일 제21회 한정동아동문학상 수상
수상작 : 동시, 가을바람과 풀꽃, 그리움에게
앞산이 발긋발긋 바람이 엷은 풀빛으로 술렁거리며 산에서 내려오는 날이면 맑게 씻긴 물소리를 퍼담아 오는 누나의 발자국 소리도 들리고 풀꽃의 작은 웃음 소리 몇 개도 살결에 와 기댄다.
눈에 닿는 돌 하나도 친근해지지 않고는 서운한 가을 바람 가을 속셈
여름이 떠나간 자리마다 잔잔한 햇빛이 닿아 그리움에 반짝이고 그리움은 풀꽃에 닿아 향기로 번져나고 어디에서도 탐스러운 가을 냄새가 난다.
고개를 들면 작은 내 손 하나 잡아 줄 수 있을 것 같이 파아란 하늘.
잠자리 눈망울에 깃든 고요로움을 흔들며 교회 종소리가 번져나면 밀물드는 예쁜 빛깔과 소리가 마을에 동그랗게 내려앉는다.
보렴
노을이 미끄러지는 하늘 아래 새소리도 귤빛으로 익어갈 때면 산에서 내려온 나무들이 잿빛 그림자를 마을마다 풀어놓고 무엇이라도 나누어주고 싶은 얼굴을 한 과수원이며 언덕이며 들길을, 서로가 서로에게 아름다운 빚을 지우려고 준비하는 환한 서두름을.
그럴 즈음이면 나는 예쁜 크레용 하나 씩 들고 풀잎을 찾아가는 꿈을 꾼다.
ᴥ 1993년 11월 6일 제12회 강원문학상 수상
수상작 : 동시, 이슬과 코스모스에게
코스모스가 울 때
하나도 모습이 안 보이지만
가을 바람 부는 저녁 들길에 서면
나는 다 안다
네가 얼마나 아름답게 울고 있는지를
이슬이 울 때는
하나도 소리가 안 나지만
아침 풀잎에 가 보면
다 안다
이슬이 얼마나 맑게 울었는지를
이슬아, 코스모스야
내게도
우는 법을 가르쳐 주렴.
( 동시집 「가을바람과 풀꽃, 그리움에게」, 화술. 1989. )
( 동시집 「선생님의 구멍난 양말」, 계몽사. 1992. )
〠수상 소감
내 가슴에 또 하나의 봄이
문득 처음 글을 쓸 때가 떠오릅니다. 삼척군, 황지읍 화전리, 여기가 내 문학의 본적지입니다. 지금은 태백시 화전동이 되었지만 당시는 채탄 광부가 모여 사는 빈광촌이었고 주위 환경은 검은 탄가루에 뒤덮여 생각조차도 검정물이 들 것 같았습니다.
「겨울이 깊으면 봄이 멀지 않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이 와 있다」는 비유가 그리 적당한 표현은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검은 도시에서 생각나는 것은 강력한 반대 방향, 즉 ‘밝음’을 꿈꾸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검은 물이 흐르는 개울, 그 옆구리에도 겨울은 산비탈 밭 사이로 흐르던 물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이듬해 봄이 되자 얼어붙었던 산비탈에서 톡톡 물방울이 녹아내렸습니다. 아! 여기서도 봄은 찾아오는구나. 봄빛에 윤을 내면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나를 감격하게 만들었습니다.
햇살이 눈을 밟고 달려오는 이 아침
지붕엔 토옥 토독 겨울이 헐리는데
볕 묻은 흙담 밑에서 봄은 자리 트는가.
나는 얼었던 겨울이 풀리는 것을 보면서 문득 옛날 고향집의 봄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무렇게나 그 느낌을 적어 본 것이 위의 시조 ‘늦겨울 아침’입니다.
위 시조가 75년 샘터 시조백일장에 뽑히게 되고 76년 1월호엔 샘터시조상에 입상된 영광까지 안았으니 무척 운이 좋았던가 봅니다.
어쨋거나 문학의 터가 된 화전이 새삼 떠오르게 됩니다. 내 가슴에 또 하나의 봄이 찾아온 것 같습니다. 눈이 내리고 그리고 추운 겨울이 기다리고 있지만 나는 늘 봄빛 속에 씨를 뿌릴 채비를 합니다.
오늘은 고개숙여 겸허하게 내 문학의 본적지 「태백」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위에서 아껴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와 고마움을 드립니다.
- 강릉 예총 誌 -
ᴥ 1994년 12월 17일 제4회 관동문학상 수상
수상작 : 동시, 고추
매운 냄새가 코를 찌른다
마당에도 방에도
새빨갛게 널린 고추
내 땀
네 땀
식구들 땀으로
고추 농사는 풍년인데
고추 값은 바닥 금이라고
비료 값 농약 값 농협 빚
무엇으로 갚을 거나
저녁을 드시는 둥 마는 둥
아버지는 뻐억 뻑 담배만 태우셨다.
출전: 『너희들은 모르지』, 계몽사, 1993.
ᴥ 1996년 1월 한국동시문학상 수상
수상작 : 동시, ‘교실’외 3편. 교실, 나무의 꿈, 별 이야기, 아기 볼
교실
이곳에서
국회의원, 법관, 장관이 나왔다고
자랑이지만
수업이 끝나면
그와 맞먹는 쓰레기를
선생님은 늘 치우셨다.
그래서
쓰레기의원, 쓰레기 법관, 쓰레기 장관....
이런 말들이
나오는 건가!
- 1996. 한국동시문학상 수상작품 (아동문예사)
( 제8시집. 할아버지 이뽑기. 대교출판사. 1997)
( 2015. 4. 15. 남진원동시선집. 지식을 만드는 지식)
( 제17시집 『조그마하게 살기』, 태원, 2023. 5 )
나무의 꿈
내게 큰 꿈이 있듯이
나무에게도 큰 꿈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내리자
나무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나는 재벌이 될 거야
나무야 너는 꿈이 뭐니?
나무에게 꿈을 물어 봤더니
나무는 힘겨운 듯 대답했어요.
나는 나 — 는
공기 좋은 곳에서 살고 싶어.
나처럼 큰 꿈을 가진 나무인 줄
알았더니
무척 어리석은 나무였습니다.
별 이야기
아름다운 빛을 발하던
별들이
왜 요즘은 안 보이는지 아세요?
그러니까, 언제부터였나
하늘의 별들이
하나 둘 어디론가 팔려갔답니다.
별을 사세요!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은
빨리 오세요.
신나는 장사꾼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별들도 장사꾼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사랑의 빛을 발하던
하늘의 별들이
다 어딜 갔냐구요?
저길 보세요.
서울의 밤 거리에 팔려와
어지럽게 반짝이고 있는
별들의 모습을
화려한 조명등 속에
몸을 내맡긴 모습을
여러분, 서울의 별들이
왜 요즘은 안 보이는지 아셨죠.
아기 볼
아기 볼 속에는
웃음주머니가 달려 있어.
엄마가 쪽!
뽀뽀를 하면
방글방글
뽀오얀 우유 냄새나는
웃음이 나오거든!
작가의 말:
2019년인 오늘 돌아보니, 참 이렇게 오염된 환경이 이미 예고된 것인 것을 알았다. 농촌에 들어와 살면서 좀 좋은 공기를 마시고 살렸더니 이웃이 그냥 두지를 않는다. 그냥 오염 물질인 폐비닐을 마구 태우고 있으니 말이다. 몇 번씩이나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소귀에 경읽기다. 더불어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의 대기 오염 등 그런 작태들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지구가 병들어가는 것을 어찌 막을 수 있으랴. 오늘 미세먼지 때문에 전 인류가 이제야 그 심각성을 알고 있으니 .....
앞으로도 뽀얀 우유 냄새나는 아기의 맑은 웃음 같은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청정 환경 속에 살아가는 세상이 되길 기대해 본다.
ᴥ 2002년 제8회 강원시조문학상 수상
수상작 : 시조 - 꽃, 눈이 오셨어, 우렁이 색시
꽃
어느 날은
슬픈 모습
어느 날은
기쁜 모습
그건 자네 모습이야
나는 그냥 피고지지
점잖게
말은 하지만
질리도록 나무란다
눈이 오셨어
기침도 없이 오셨구먼
밤 사이 부지런히
默言 하나를
서로 사이 두고
왼종일
그대와 내가
마주 앉았네 그려
우렁이 색시
문을 열고 나오시는
우렁이 색시님
시궁창 시간마저
씻어서 올려놓고
꽃 속에 몸을 숨긴 채
색동옷만 아롱아롱
밭일에서 돌아오면
시름 만근 흙빛인데
여보, 힘내세요
산벚꽃 맑은 음성
숨어서 켜놓은 빛이
이리도록 만개했다
( 강원시조 17집)
ᴥ 2004년 제1회 강원펜문학 번역작품상 수상
수상작 : 시집 - 장자의 하늘
남진원 제10시집
장자의 하늘
저자 약력
✦정선 골지리 출생
✦고향이 셋인데
정선은 몸이 태어난 고향
태백은 문학이 태어난 고향
강릉은 문학 창작의 고향
✦「아동문예」에 동시 추천(77) 받아 등단
「월간문학」신인상 및 시조문학 시조 당선(80)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83)
✦계몽아동문학상 수상(83)
✦강원아동문학상 수상(84)
✦관동문학상, 강원문학상, 강원시조문학상, 한국동시문학상, 강원도문화상 등을 수상
✦지은 책으로는 동시집 『싸리울』,『가을바람과 풀꽃, 그리움에게』, 『할아버지 이뽑기』
✦시집 『나비, 청산의 나비』, 『넘치는 목숨으로 와서』
✦시조집 『내 인생 밭을 매면』
✦대학 일반저서 『실용대학작문』, 『현대시 표현기법』 등
✦남진원글높이기 논술 저작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머리글
천천히
자동차가 참 많다. 골목마다 들어차고 길마다 내달리고 …
차는 신나게 달린다. 나만 빨리 가고 목적한 것을 얻으면 된다. 달리며, 걸어가는 사람 코 앞에 검은 연기를 내뿜는다. 정말 저만 잘났다고 휑하니 달아나 버린다.
이게 세상이다. 환상이 사라지고 생존의 입을 벌린 마귀같은 아가리들만이 저 자동차처럼 즐비하다. 자동차를 타는 사람도 걸어 다니는 사람도 모두 파괴된 환경의 독가스의 제단 위에 서서히 목숨을 올려놓는 축제를 벌이려고 한다.
시를 쓰면서 만남의 실체들을 대면할 때에 나는 조용히 들여다보기도 하고 두드려보기도 하고 때로는 숨기기도 하면서 함께 웃고 우는 맛이 들었다.
때로는 낮아짐의 고단함, 높아감의 어지럼증, 드러내고 숨기기의 적절한 호흡이 어색하지만 머리를 차갑게 하는 일에 게으름을 떨 수는 없다. 생활 속에 찾아오는 작은 부딪침을 화두(話頭)로 들고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길 뿐이다.
(2004년 새 봄에)
■Reading the Chuang Tzu/A collection of poems Nam jin woan
Preface
Slowly and steady
There are many vehicles which is full of each path and drive fast on each road....
Driven with a very pride by someone who wants only to get his or her interests.
The car that drive so pour out the black gas in front of the nose of passenger.
With a big pride, someone drive away with a very fast speed.
This is the world we live now. My illusion for the real life disappeared at last, there are many ghastly mouses for only his or her surviving like these cars on the road.
All of persons who drive on the road and walk on the street are having festival putting their lives on the platform of the environmental toxin gas
I am feeling happy and sad with looking into, tapping and hiding them when I meet the realities through the poems,
Though we am not accustomed to the tiring in the being modest, the dizziness in the pride or the proper breath in the revealing and concealing, we can not but making our brains.
We only walk silently and slowly, together with the ordinary topic finding in the small lives.
In spring, 2004
제1부
장자를 읽다가
*장자를 읽다가 / 10
*입춘 / 12
*미나리/ 14
*감 / 16
*별.1 / 18
*별.2 / 20
*별.3 / 22
*별.4 / 24
*강릉 / 26
*어허 / 28
*어머니 / 30
제2부
안개
*안개 / 34
*고기 / 36
*돌 / 38
*검은 털 / 40
*꽃 / 42
*달 / 44
*햇빛 / 46
*안개.2 / 48
*빛 / 50
*귀뚜라미 / 52
*까치 / 54
제3부
雪
*雪 / 58
*나무들 / 60
*새소리 / 64
*산 안개 / 64
*빗소리 / 66
*가을밤 / 68
*토굴 / 70
*이 뭐꼬 / 72
*나뭇잎과 연못 / 74
*맑은 날 / 76
*벗 / 78
제4부
주머니가 비었을 때
*주머니가 비었을 때 / 82
*여름날 / 84
*풀벌레 / 86
*돌밟기 / 88
*바람 / 90
*올 여름엔 / 92
*아침이면 / 94
*참한 빗방울 / 96
*나와 감, 둘 다… / 98
*아름다움의 의미 / 100
*재미 / 102
*사이 / 104
제1부
장자를 읽다가
*장자를 읽다가 / 10
*입춘 / 12
*미나리/ 14
*감 / 16
*별.1 / 18
*별.2 / 20
*별.3 / 22
*별.4 / 24
*강릉 / 26
*어허 / 28
*어머니 / 30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장자를 읽다가
윤재근의 ‘우화로 즐기는 장자’를 샀다.
심심해서, 무료해서, 아니 꼭 읽으려고 하니 人爲에 얽혔다.
처박아두었다.
그렇게 나도 놓아버렸다.
■Reading the Chuang Tzu/A collection of poems Nam jin woan
Reading the Chuang Tzu(長者)
written in the fables
Bought the book, 'the Chuang Tzu enjoying through the fables'.
As being bored and tedious, but entangled in human behaviour when I tried to read it.
I threw it away and set myself free.
■訳:원병관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입춘
어제처럼
밥 먹고 차 마시는
날이지만
문틈에 스며드는
요놈,
봄 햇살처럼
오늘
귓볼이
붉어진다.
나무에 꽃눈이 트듯
내 귀에도
꽃눈이 트는 게야.
■Reading the Chuang Tzu/A collection of poems Nam jin woan
Onset of spring
Like doing so yesterday,
Though I eat meal and drink tea today.
Like the spring sunshine,
Which penetrate through the door crack
Today my earlobes get red.
Like flower buds' coming out in the trees,
Also in my ears,
Flower buds come out!
■訳:원병관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미나리
교신할 수 있게 열어놓은 곳이 모두 亂場이다.
탓하기는커녕,
다치지 않게 아주 조심스럽게 숨을 쉬며
밑바닥을 깨끗하게 한다.
푸릇푸릇함,
그만이 열고 닫는 언어를 본다.
할!
■Reading the Chuang Tzu/A collection of poems Nam jin woan
Parsley
At any confused and disordered scenes,
Anyone can communicate with others.
It never blame on others,
But breathes very carefully
Without doing harms to others,
And clean the bottom.
Blue and blue parsley
Only he can see the language
To be opened and closed.
Haak!
■訳:원병관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감
하늘에 감이 달렸다. 포옥 익었다.
2004년4월아침7시30분
둥둥 떠다니다가
땅에서 꽝하고
감이 터져버렸다.
■Reading the Chuang Tzu/A collection of poems Nam jin woan
Persimmon
A persimmon was hung in the sky.
It grew ripe completely.
At 7 : 30 a.m. in April, 2004,
The persimmon floats in the air,
Fell with a thud on the earth,
Got broken down.
■訳:원병관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별 1
비와 바람과 구름에서 거문고 소리 들리고
별이 돋는다.
별은 이끼 덮인 청옥 빛
물너울처럼 너울너울
어둠의 벽을 흔든다.
흰옷 입은
사람아 사람아
풀잎 냄새 나는 사람아.
■Reading the Chuang Tzu/A collection of poems Nam jin woan
Star 1
In rain, wind and cloud,
The sound of a Korean harp is heard,
And stars appear in the sky.
Stars with the light of mossy sapphire,
Dancing like water waves,
Swing the wall of darkness.
Man with white clothes!
Man with the smell of grass!
■訳:원병관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별 2
밤마다 메밀꽃처럼 마늘과 쑥 냄새가 난다
맑고 곧은 잠이 흐른다.
■Reading the Chuang Tzu/A collection of poems Nam jin woan
Star 2
Every night,
Like a buckwheat flower,
It smell of garlic and mugwort.
Clear and honest sleep flows.
■訳:원병관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별 3
황토 빛 눈부신 함성
■Reading the Chuang Tzu/A collection of poems Nam jin woan
Star 3
Radiant outcry in the light of ocher.
■訳:원병관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별 4
뜨거운 기운을 흩뿌려놓고
은은하게만 보라고
아득하게
쏘아보내는
뽀얀 금속성
울림
■Reading the Chuang Tzu/A collection of poems Nam jin woan
Star 4
The hot energy was spreaded
To be seen only dimly,
Shooting in the remote distance,
Booming of misty metallic sound
■訳:원병관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강릉
강릉은 아름다운 곳
맞습니까?
누가 물으면
맞습니다.
경포대,오죽헌, 경포해수욕장…
무엇이 제일 아름다운가요?
누가 물으면
아닙니다.
이렇게 단박 대답하지요.
그러면 무엇입니까?
다시 물으면
이렇게 단박 대답하지요.
강릉
사람이라구.
■Reading the Chuang Tzu/A collection of poems Nam jin woan
Gangneung
If anyone ask me,
" Is Gangneung a beautiful place?"
Yes, it is.
If anyone ask me,
"Where is the most beautiful place of
Gyeongpodae, Ojukheon, Gyeongpo Beach?
"No." I answered instantly.
If anyone ask me,
"And, what is it?"
"Man in Gangneung."
I replied immediately.
■訳:원병관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어허
별이 뜬 하늘을 보다가
잠에서 깨어나니
하얀
눈뿐이다.
어허! 어허!
나는 멀거니, 이런 말만 늘어놓고 앉았다.
■Reading the Chuang Tzu/A collection of poems Nam jin woan
Oh!
When watching the sky with stars
And awaking out of sleep,
Only white snow is seen.
Oh! Oh!
Sitting absent-minded,
I mutter just the word repeatedly.
■訳:원병관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어머니
사랑스런 것은
모두 모아
책가방에 싸 주시고,
기쁨은 모두 모아
도시락에
넣어주신다.
그래도 어머니는
허전하신가 봐.
뒷모습을 지켜 보시는 그 마음
나도 알지.
■Reading the Chuang Tzu/A collection of poems Nam jin woan
Mother
With Love
Everything together
In my bookbag
Is given.
With every happiness
My lunch box
Is filled
But my mother
A voide.
I think I know
how my mother feels as she watches me
■訳:민경대
제2부
안개
*안개 / 34
*고기 / 36
*돌 / 38
*검은 털 / 40
*꽃 / 42
*달 / 44
*햇빛 / 46
*안개.2 / 48
*빛 / 50
*귀뚜라미 / 52
*까치 / 54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안개
새벽 산등성이
짙은 연기
자욱하고
막대 짚은
禪客
저도 잃었구나
이 산은 뉘 집인가.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고기
절 지붕 밑에서
나무 고기가
소리낼 때
물 속에서
물고기가
눈을 뜨고
가만히 있다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돌
차가운
불
어느 날부터
스스럼없다
비가 되기도 하고
구름이 되기도 하고
바람이 된다.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검은 털
흰 개들은 검은 털이다.
그래, 검은 털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개털을 젊은 여자가 참빗으로 벗긴다.
하얀 서캐가 쏟아지고
졸음이 수북히 쌓인다.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꽃
가만히
네가 나를
먼저 보면
난 숨어버리지
네 속에
숨어버리지.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달
하늘에 구멍을 내고
들어낮았다
해처럼 튀지 않아서 좋다.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햇빛
엿가락을 빨아먹은 후에는
손가락에 눌러붙었다.
끈적거림이 구물거린다.
햇빛이 엿가락처럼 휘어져서
몸 속에 눕다.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안개. 2
말랑말랑한
연기
숲에서 나오는 하얀
숨구멍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빛
이쪽에서
소용돌이쳤다.
저쪽
나무들,
가지로 뿌리로
흘러든다.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귀뚜라미
귀뚜라미
우는
사이
사이
바람
슬렁
달빛도
입 다물고
나두 입 꼭 다물고.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까치
까치가 날아와
짖었다
우는 소리가 하두
반짝여서
쳐다보았다.
멍하니
그 뿐이었다.
제3부
雪
*雪 / 58
*나무들 / 60
*새소리 / 64
*산 안개 / 64
*빗소리 / 66
*가을밤 / 68
*토굴 / 70
*이 뭐꼬 / 72
*나뭇잎과 연못 / 74
*맑은 날 / 76
*벗 / 78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雪
밤
사이
귀한 손님이
오셨구나
종일 마주하는
黙言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나무들
나뭇잎이 흔들린다
주고받는 이야기가
싱거운 거야
상관없다
그들에겐
함께 있다는 확인이 중요하다
말이 없어도 좋은 밤에
서로가 서로를
흔들고 있다.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새소리
빗줄기
사이 사이
톡톡
터진다.
청머루
일곱 알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산 안개
보이기
전이다
뭉클뭉클
나무 태우며
밥 짓는 연기가 난다.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빗소리
바람이
한 점도 섞이지
않은가 부다.
올 곧게
들리는
은가락지 같은
빗소리
내 귀만
두꺼워졌다, 얇아졌다
한다.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가을밤
눈 감고
있으니
둥근 달, 요놈
뱃속에서
볼록볼록
훤히
보이네.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새소리와 나
토굴에 앉아있으면
새소리가 나무 사이로
날아다닌다. 혹 나뭇가지에
앉기도 한다.
나는
엉덩이를 좀 들썩이며
앉는다.
한 참 만에
새소리가 내 마음에 앉는다.
나도 그냥 나무에 앉는다.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이 뭐꼬
이것을
다듬는 날은
늘 낯설다.
울퉁불퉁한
요놈을
녹이고, 갂아보지만
자구
살이 찌는
이 놈!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나뭇잎과 연못
나뭇잎들이 물 위에 사분히 내려앉았어.
아아무 소리 없이
바람이 무엇을 했느냐구?
가만히 나무 뒤에 숨어 구경만 했대
연못이 나뭇잎을 가만히 놓아두고
나뭇잎도 연못을 가만히 놓아두고
서로 틈을 두고 편안하게 있는 걸 구경만 했대.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맑은 날
아주 천천히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그렇게 풀잎을
뒤적이다가,
풀벌레 소리 맑아,
나도,
가을 햇빛이 되어
깨다가 졸다가.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벗
2003년 2월 5일
천지가
하얀 눈이다.
새소리가 슬며시 찾아온다.
얌전히 앉아 있는 눈과
따뜻한
커피 한 잔
반쯤 열어놓은
문(門)
모두
벗이다.
제4부
주머니가 비었을 때
*주머니가 비었을 때 / 82
*여름날 / 84
*풀벌레 / 86
*돌밟기 / 88
*바람 / 90
*올 여름엔 / 92
*아침이면 / 94
*참한 빗방울 / 96
*나와 감, 둘 다… / 98
*아름다움의 의미 / 100
*재미 / 102
*사이 / 104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주머니가 비었을 때
눈이
맑아진다.
이제사 나무 한 그루 바로 보고
물길 하나 마주하는 구나
주머니가 비었을 때
그제사
귀가 부드러워진다.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여름 날
건너 편 숲이 꼼짝하지 않는다.
푸르고 푸른
滅
이윽고
매미소리
강
이쪽으로 건너오며
잠 속에 든
돌을 깨운다.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풀벌레
자루 같은
귀 안으로
또르 또르
돌 똘 똘
벌레 소리가
풋나물 같은 밤을
자꾸
자꾸
자루 같은
귀 안으로.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돌밟기
나이가 들면서 단 것보다는 無맛인 것이 좋다.
화려한 것보다 단순한 것이 좋다.
그렇지, 아픈 것을
지긋이 느끼는 게 이제는 기쁜 것보다 좋다.
맨발공원에서 돌을 밟는다.
늘상 돌을 밟으면
아픔을 느끼는 건 나다.
내가 용감하게 돌을 밟지만
뾰족한 돌에게 찔리기만 한다.
돌에게 찔리는 아픔이 좋다.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바람
강릉시 월드컵 다리 밑에
바람이 뱀 모가지처럼 들여민다.
자리를 펴놓은 젊은 부부는
구겨놓은 양말처럼 누워있다.
그들을 눕히게 한 그늘이
피로한 얼굴이다.
한낮이 되자,
무중력 상태가 되었다.
잠자리가 둥- 둥-
떠다니고
잠이 동굴처럼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
눈부시다.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올 여름엔
비오는 날은 지겹더라.
폐유처럼, 물귀신이 찐득거리는 날이야.
어때, 나하고
안 볼라는가? 여름 아침, 나팔꽃 말이여.
작년엔 루사 때문에 조졌지만
올 여름엔 겁나게 무서운 소(沼) 한가운데, 물빛처럼
진한 나팔곷
말이여.
푸릇푸릇 구름 걷히고 나면,
몇 날…….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아침이면
아침마다 감나무에서 까치가 부른다.
99년 3월 옥천동 감나무 아래 이 집
허름한 목조 건물로 이사온 후
아침이면 녀석이 찾아와
깔깔깔 목청을 돋운다.
나도 그 소리가 반가와
감나무 아래에 서서
녀석을 쳐다보며
눈 인사를 보낸다.
까치가 내게 보내는 것은 사는 재미이고
내가 까치에게 보내는 것은
돈 안드는 웃음뿐이네.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참한 빗방울
비가 내린다
구부정한 허리 서둘러 걷던 걸음
거무스름한 구름 휘어진 강 벌레 먹은 사과
그것들을 통과한 이곳에서
낮으막한
소리를 낸다
고마운 분을 찾아오듯
두 손을
내밀고
반듯하게
비가 내게로 와서
참한 물방울이 된다
언 듯 언 듯 풀벌레 소리가
물방울에 섞여 말갛다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나와 감, 둘 다
볕살이 죽은 듯 고요할 때 털썩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감나무에 붙어있던 감이 내게 수작을 부렸지.
아예 모른척했다.
아는 체 하면 복잡해져……
내가 부린 개수작에 저도 어쩔 수 없이 모른 척 하고
심심하게 맛든 하늘만 쳐다봤어라.
둘 다…….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아름다움의 의미
세상살이가
무시로
억울함에 취해 울고 있나니
더러는 시름에 겨워
잠들다 깨다가 하거니
인생은
나무 옹이 같은 것
가슴에 박힌 옹이를
쓰다듬는 사람아
슬퍼하지 마라
우리는 완행 열차의 흔들림처럼
그렇게 흔들리며 가는 거라네
그렇게 흐르며 가는 거라네
거, 아름다운 일 아닌가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재 미
옥천동 목조 건물 단층 집에 세들어 사는데, 심지도 않은 나팔꽃은 제풀로 자라 제법 집이 환해졌다. 늘 문은 열어두고 올 봄에 박꽃을 두어 포기 사서 심었더니 실하게 자랐다. 집 뒤에 있는 폐가(廢家) 뜰에서 솔솔 줄기가 뻗더니 지붕 위로 슬슬 기어올라갔다. 아침에는 나팔꽃이 눈여겨보고 밤이면 박꽃이 내려다본다. 나도 저들을 슬쩍 째려보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남진원 시집/장자를 읽다가
사 이
봄과 여름 사이, 여름과 가을 사이, 가을과 겨울 사이, 겨울과 봄 사이, 아빠와 엄마 사이, 강과 산 사이……
사이에 낀 것은 춥지 않다.
사이에 낀 것들은 무서움을 모른다.
하늘과 땅 사이에 낀 사람들은……
봄과 여름을 뒤바꾸어놓고 여름과 가을 사이를 구부려놓고 가을과 겨울 사이를 없애고 겨울과 봄 사이를 건너뛰게 한다.
화성에 가서 살 준비를 하는지, 화성 사진을 연일 찍어대고 달에 있는 땅을 미리 팔아먹는 놈도 있다.
남진원 영어. 중국어 번역 시집
장자의 하늘
2004년 6월 30일 인쇄
2004년 6월 30일 발행
지은이: 남진원
연락처:강릉시 옥천동 22-1. 1/3
전화 (033) 647-5783
인쇄처:태원출판사(033-255-0277)
정가:10000원
ᴥ 2010년 11월
- 어린이 선법가 공모전 최우수상 당선
수상작: 참선을 해 보세요
참선을 해보세요
조용히 앉아서 참선을 해 보세요
마음으로 보는 눈이 생긴대요
마음으로 나를 들여다보면
거짓에 찬 내 모습 거울처럼 보인대요
마음으로 나를 들여다보면
내 속에 숨어있던 부처님도 만난대요
조용히 앉아서 참선을 해 보세요
마음으로 보는 눈이 생긴대요
마음으로 꽃을 들여다보면
한송이 꽃에도 관세음보살님 보인대요
마음으로 벌레를 들여다보면
징그러운 벌레에게서도 부처님이 보인대요
조용히 앉아서 참선을 해 보세요
마음으로 듣는 귀도 생긴대요
마음의 귀를 열고 들어보며는
어디서나 행복한 노래를 들을 수 있대요
마음의 귀를 열고 들어보며는
자비로운 부처님 음성도 들을 수 있대요
ᴥ 2011년 1월 21일
- 7월의 우수작품상 수상
수상작: 봄과 나무
봄이 새들을 앞세웠다
이가 반짝이듯 나뭇가지에서
노래가 반짝인다
어디야,
어디지!
흙속에서 꽃씨들이 귀를 조금씩 내민다.
(2010년 여름호 『오늘의 동시문학』)
(2010년 ‘7월의 우수상’으로 선정 – 한국아동문학인협회)
ᴥ 2015년 5월 6일
- 제22회 현대시조문학상 수상
수상작: 난설헌의 고택에서
솟을대문 열려 있어 조심스레 들어서니
古宅의 겨울바람 시린 채 다가선다
눈발도 내력 알았나 절름대며 쌓이고
백 매화 숨은 향기 혹독하여 맑던 시혼
한 시대 정제한 언어 이국까지 밝혔어도
어여쁜 스물일곱 살 꺾어지던 아픔이야…
녹차 물 앞에 두니 가야금 뉘 데불었나
切腸의 恨을 풀어 가락가락 눕는구나
애절해 빛나던 슬픔 찻물 속에 휘어진다
( 2015. 현대시조문학상 수상작)
ᴥ 2015년 7월
- 제1회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기원 노랫말 동상 수상
수상작: 하나되는 세계
1.
나는 듯 춤추는 듯
미끄러진다 내달린다
여기,평창에 세계인이 모여
굳센 힘과 기량으로
당당하게 승부한다
설원에서 펼쳐지는 잔치 한마당
추위를 녹여서 꿈을 만든다
2018평창 동계올림픽
2.
차별을 없앤다
갈등마저 풀어낸다
여기,평창에 세계인이 모여
화합과 평화로
서로를 다져간다
빙판 위에 펼쳐지는
잔치 한마당
겨울을 녹여서 희망을 만든다
2018평창 동계올림픽
[후렴구]
아-
하나 되는 마음
하나 되는 세계
ᴥ 2015년 11월 21일
제32회 한국불교아동문학상 수상
수상작: 동시집 『산골에서 보내온 동시』
[50편]
‘진짜’라는 말뜻 / 노랑 불길 / 마음 손 / 호미 맛 / 그러는 동안 / 3월의 눈/
참나무 / 별 / 물 빗자루 / 산딸기 / 닮기 / 감자밭 / 수수밭 / 소나기 한 줄기에
/호박꽃 / 자연 소독 / 산책 / 빈 벌집 / 비오는 날 / 작은 나무의자 / 밀짚모자
/ 참 매미 / 고추잠자리 / 꽃 자석 / 맑은 물 / 개구리 소리 / 복사꽃
/ 코스모스 / 북두칠성 / 벌침 / 가족 / 담쟁이 / 연제네 오두막집 / 소나기 쏟아지는 날 / 안개 / 호박잎 / 잡초가 스타 되다 / 까마중 / 대파 / 지렁이 / 벼 / 장화만 신으면 / 매미 채 / 여름이 깨어나는 아침 / 나와 내 동생은? / 할머니 /
평상에 나와 앉아 / 거미줄 / 책 대신에 / 술래잡기
‘진짜’라는 말뜻
나무가 생각에 잠겼다.
- 새소리가 익힌 거야
- 비가 익힌 거야
- 햇볕이 익힌 거야
나무는 결단을 내렸다.
열매를
다 -
나누어주었다.
홀가분하게
눈바람 맞으며
우뚝 겨울 속에 서 있다.
‘멋지다!’ 라는
진짜 말뜻
나무가 가르쳐주었다.
노랑 불길
산 밑
해바라기 둘러 핀
외딴 우리 집
집 주위에
방글방글 번지는
노랑 불길
산책 나온 내 마음에도
생글생글 노랑 불길
마음 손
비 그쳤다.
밀짚모자 쓰고 장화 신는다.
엄마와
콩밭 매러 가는 길
해바라기 꽃 사이를 지나고 호두나무 밑도 지나고 …
콩잎이 너울너울 가까워질수록
콩 콩 콩
호미 쥔 마음 손 먼저 앞서 간다.
호미 맛
사람들은 트랙터로 밭 갈고 풀은 농약 쳐서 깡그리 잡는다.
그러나 우리 할머니, 헛간에서 녹슨 호미 들고 나와 앉는다.
풀을 손수 매신다.
반질반질해진 호미처럼 윤기 나는 곡식
농약 냄새 대신 할머니 손맛, 마음 맛, 호미 맛 까지 담겼다.
그러는 동안
우리 집 앞 도랑물 소리
내가 내려가면 조잘조잘 뒤따라 내려온다.
학교에서 돌아올 쯤 이면 다시 다리 밑에 모여든다.
집에 까지 가는 동안 조잘조잘 이번에는 뒤따라 올라온다.
그러는 동안 살구꽃 다 폈다.
3월의 눈
손에 받으니 상큼한 냄새가 나는 듯하다.
며칠 후,
껑충 자란 풀,
봄을 서로 품으려고 야단들이다.
참나무
겉은 멀쩡한데
속이 다 썩었다.
썩어도 속을 내 보이지 않았다.
우리를 키워 주신 아빠 엄마……
- 참나무였다.
별
가만히 쳐다보면 말이야,
참 은은하다.
그 애 마음 같다.
밤새도록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
물 빗자루
집 앞쪽으로 흐르는
작은 개울물
친구와 싫은 소리 하고
해질 무렵
가만히 앉아 있으면
때 묻었던 마음, 한 개 두 개 세 개……
물 빗자루가 잘 잘 잘 씻어준다.
산딸기
뒷산에는
산딸기가 익었다.
가쁜 숨 몰아쉬며 오르는 길
노랑때까치 소리
숲 사이로 퍼져나가고
황톳길에는
황톳길에는
풋 여름 냄새가
쏴 – 몰려왔다.
닮기
할머니와 산
서로 닮았다.
벼농사 밭농사에 등 굽은 할머니
산을 닮았다.
꽃향기 산열매 무엇이든 주려는 산
할머니 마음 닮았다.
감자밭
할머니가 김을 맨다.
허리 구부리고 풀 뽑고 북을 준다.
훤히 트여가는 밭고랑
송화 가루처럼,
감자밭에 뻐꾸기 소리 날린다.
수수밭
풀이 수수를 에워싸서
풀인지 수수밭인지 구분이 안 갔다.
호미질 하는
바쁜 손놀림
풀이 무더기로 뽑혀 나오고
수수밭이 매끈해졌다.
수수대궁이 이제야
사는 것 같다며
한들거린다.
소나기 한 줄기에
먼지가 풀풀 나고
나뭇잎이 축 늘어져 있다.
갑자기 후두두둑…
땅위로 풋풋한 흙냄새를 일으켜 세우고
꽃이며 나무며 풀,
소나기 한 줄기에 번쩍 정신 차렸다.
호박꽃
오랜만에
하 하 하 호 호 호
웃을 일 있나 보다.
연주가 시작되려고 한다.
여기저기
번쩍이는 금관악기들
자연 소독
방석과 이불, 요를 널었다.
햇볕이 종일
소독시켰다.
누우니
나를 감싸는 마른 상쾌함
잠도 꿈도 소독 돠어
뽀송뽀송…
산책
우리 집은 물결이다.
새소리의 물결
줄지어 선 해바라기 꽃물결
장독대 빨강 노랑 분꽃, 수줍음의 물결
멀리서도 눈을 떼기 어려운 달맞이꽃, 미소 물결
수염 내밀며 자랑하는 옥수수 물결 …
머루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뽐 쟁이 머루 덩굴 물결
해 기울 무렵,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나온 우리 가족
둥둥 물결에 떠밀려 다녔다.
빈 벌집
벌이 지붕 밑에 집을 지었다.
여름 내내 분주하게 들락거리더니
모두 어디 갔을까?
씨 빠진 해바라기 얼굴 같은
벌집
날마다 우두커니 동구 밖 내다보시던
할머니 모습 같다.
비오는 날
비오는 날은
일 하는 주인이 바뀌어 진다.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쉬고
비는 열심히 물대기 한다.
비오는 날 바쁜 사람, 딱 한 사람 있다.
부침개 굽는 우리 엄마
빗 사이로 기름 냄새 퍼뜨리며
고소한 맛,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으며
솜씨 뽐내는 우리 엄마
옆에 앉은 내 마음도 엄마 손길 따라
이리 뒤집히고 저리 뒤집히고…
작은 나무 의자
할아버지가 앉으시던
호두나무 밑 작은 나무의자
약초 캐러 가시고 나면
호두나무에 찾아오는
딱새를 보는 척,
돌돌돌 흐르는
물소리를 듣는 척,
나무의자가 할아버지 흉내를 내고 있다.
밀짚모자
아빠가 밭에서
일하시나 안 하시나
엄마가 텃밭에
계시나 안 계시나
먼 곳에서 얼굴 안 봐도
단박에 알 수 있지.
아빠 대신 엄마 대신
밀짚모자
참 매미
매앰 맴 맴 맴 …
갑자기 진짜 여름이 시작 됐다고
숲에서 새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고추잠자리
짙은 산그늘
출렁,
마당에 드러눕는다.
이때,
서녘노을이
녹색 건넛산으로 길 나선다.
파란 가을하늘은
고추잠자리를 막 뿜어내고 있다.
꽃 자석
나비 날개가
한들한들
해바라기 꽃에 붙어서
한들한들
.
해바라기는
꽃 자석
‘어흠!’,
내가 헛기침해도
안 날아간다.
못 날아간다.
청수(淸水)
새벽 청수를 뜬다.
엄마는….
감나무 밑
장독대 위
물
한 그릇
자식 위하는
엄마 마음 녹아 있는 걸 안다.
날마다 샛별 같은
엄마 사랑
맑은
정성 한 그릇
개구리 소리
논물에서
방울방울 샘솟다가
짙은
나뭇잎 색깔로 퍼진다.
살짝, 실개울을
건너오기도 하고
건너가기도 하다가
급기야,
마구 방터골을
헝클어놓는다.
복사꽃
작년에 심은
복숭아 묘목
한 송이 두 송이 …
절집
풍경(風磬)처럼
복숭아나무 가지에
댕그랑 댕그랑…
앳된 웃음 매달았다.
코스모스
자랄 때 한가운데를
싹둑 싹둑 잘라주었다.
한동안
가지를 내느라 힘들었지만
어느 순간, 웃음과 탄성이 뒤덮인
코스모스 꽃 밀림
사람도 가을도 만발했다.
북두칠성
평상에 누워있으니
별이 맑다.
별을 보며 마음속으로 찾아가는
외할머니 장독대
물그릇에
맑은 마음 모아
칠성님께 빌던
간절하던 외할머니 두 손
지금까지 무탈한 것도
외할머니 음덕이구나.
북두칠성
쳐다보고 있으니
정갈하게 샘솟아 고이는
기운도 한 그릇.
벌침
밭일 끝내고 호미를 걸다가
아버지가 그만 벌집을 건드렸다.
웬 놈들이야?
쌍살벌이 앵앵거리며 일시에 달려들었다.
겁나서 못 맞던 벌침
아버지는 한꺼번에 맞았다.
대박이다!
퉁퉁 부었지만…
가족
폭설이 내렸다.
1m 70cm나 왔다.
산짐승은
어찌 사누?
감자, 고구마, 배추시래기, 말린 칡 순을
뒷산 눈 위에다 뿌려 놓았다.
할아버지는 알고 계셨다.
서로 말 안 해도
귀한 가족이라는 걸….
담쟁이
강풍 불자, 큰 나뭇가지 흔들리다가 찢어졌다.
이리 비틀 저리 쿵
나도 넘어질 것 같다.
강풍 불고 나서,
눈밖에 나있던 담쟁이
납작 기어 다니던 모습
놀란 내 눈 속에
쑥! 들어왔다.
연제네 오두막집
오순도순
연제네 세 식구
사는 집
연제 엄마 심어놓은 꽃은
오두막집 꽃등이 되어 밝힌다.
이따금
옆집 시인아저씨 찾아오기도 하고
멀찍이 떨어져 흐르는
귀여운 개울 물소리
한참 씩 머물다 가기도 한다.
맑은 날 밤이면
친구하고 싶어
반짝 반짝 별이 내려다보는
동화 속 같은
오두막집
연제 아빠, 대학 강의가 있어
식구들 모두 서울로 올라가는 날이면
오두막집을 지키는 건
연제가 도화지에 담아놓은
꽃향기와 새소리 개구쟁이 바람이다.
소나기 쏟아지는 날
이보다 거친 타악기 있을까.
물방울 채로
지구 가죽
두드려댄다.
강약을 조절하며
투투투툭 타타타…
우주를 씻어주는
청정 난타!
안개
그래,
산도 괴로워할 때가 있는 거야.
산도 아플 때가 있는 거야.
지금,
산이 아파하고 있어.
어머니 숨결처럼,
천천히 휘감는 듯
산을 어루만져주는
하얀 손
부드러운 안개 손 엄마
호박잎
호박잎은
바람 불면
너울
너울
코끼리 귀.
잡초가 스타 되다
며칠만 풀 뽑지 않으면
쇠비름 밭이다.
이 끈질긴 생명력!
부지런히 뽑아냈더니
귀중한 약초란다.
쓸모없이 마구 자라나
어디서나 푸대접 받더니…
목 화 토 금 수 성질
모두 있다고 해서, 오행초
복용하면 오래 산다고 붙여진 이름,
장명채(長命菜)
천덕꾸러기 잡초였던 쇠비름
어느새 우리 가족 건강 지키는 스타 되었다.
까마중
열매는
머리 깎은 아기 중 닮았다고 하여
이름 붙은 까마중
감자밭 가운데
뽐내고 있다.
줄기와 잎,
감자 잎과 비슷하여
늘 속는다.
까마중, 착한 식물 아니야.
엄마에게 말했더니,
상처 치료에도 쓰인다는
엄마 말씀
그런데 하필, 감자밭이야?
뽑을까 말까
고민하게 만들었다.
까마중 요 녀석!
대파
보는 사람들 마다
“와, 잘 되었다!”
엄마는 그 말 한 마디에
아버지에게 눈짓을 하신다.
이웃에게 대파를 쑥쑥 뽑아
안겨 주는 아버지
우리 아버지와 엄마
진짜 부자 같다.
지렁이
풀 매다가 깜짝 놀랐다.
“뱀인 줄 알았어요, 아버지!”
힘차게 요동치는
지렁이를 들어 보였다.
“1년 만에 기름진 선물을 하는구나!”
“네에? 누가 왜요?”
“누구긴, 땅이지.”
“농약 사절 해준 대가!”
벼
시골길
지나는 데
벼 익는
냄새
둘러보니
벼가 패고 있다.
벌써?
벌써!
장화만 신으면
무성한 풀밭
함부로 들어가지 마라.
뱀도
두렵지 않고
뾰족한 옥수수 그루터기도
겁나지 않고
장화 신으면…
위험 끝.
매미 채
그거, 매미채 맞지?
응.
너, 시골 살아?
응.
‘반바지 입고
하늘색 장화에 매미채 들고
살금살금…‘
넌 참, 좋겠다!
여름이 깨어나는 아침
해 뜨기 전 채마밭에는
포르르
참새들 날아왔다가 날아가고
두엄더미 옆에서
키 한질 자라
꽃으로 수를 놓는 코스모스
나비는
오이꽃 주위에서
오르락내리락
아직 햇살 내려앉기 전이다.
뒷산에서 내려오는 매미소리
시원하게
우리 집을 흠뻑 적셔놓는다.
나와 내 동생은?
긴 빨랫줄이 빨래를 걸어놓고
축 쳐져 있다.
힘들어서
실망에 잠겨 있을 때,
걱정 마!
바지랑대가 쑤욱 밀어 올려주었다.
빨랫줄처럼
바지랑대처럼
우리 엄마가 빨랫줄이면
아빠는 바지랑대 되어주고
우리 아빠가 빨랫줄이면
엄마가 바지랑대 되어준다.
나와
내 동생은?
빨랫줄에 걸터앉은
뽀송뽀송한 빨래지, 뭐!
할머니
가만 계시다가 무얼 열심히 찾으신다.
서랍장도 열어보고
텔레비전 주위도 살피시고
이 방 저 방 다니시며
기웃대신다.
“뭘 찾으세요?”
“아무 것도 아니야.”
“제가 도와 드릴게요, 말씀만 하세요.“
마지못해 말씀하신다.
“돋보기 못 봤니?”
“할머니 얼굴에 쓴 건 뭐예요?”
돋보기 쓰시고 종일 돋보기 찾을 뻔한
우리 할머니
평상에 나와 앉아
마을이 조용해졌다.
황금색이다.
매미 날개에 묻은
고요함도 황금색이다.
칠성산 밑의 소(沼)가
조금씩 검어질 무렵
평상에 나와 앉은
우리들
날마다 눈 맞추고 마음 맞대서
한 식구 같은,
별
솥에서 갓 찐 옥수수 먹으며
별이 뜨기를 기다렸다.
거미줄
거미가 저녁에
거미줄을 쳤다.
살아가려는
은빛 몸부림
지날 땐
숙연한 마음
조심조심 돌아서 갔다.
책 대신에
가을이 안겨 왔구나.
돌 틈 사이
맑은 물소리에,
다래 덩굴 숲
순한 고라니 눈망울에,
도라지 피고 지던
황톳길 옆에
수런수런
울음 우는 풀벌레 곁에…
모두 모두
고맙다.
책 대신에
너희들을 읽는다.
술래잡기
힘찬 호미질 끝에
튀어나오는
감자알
연한 황금빛 감자
요 녀석들 딱, 걸렸다.
어디
숨었지?
호미로 찾아내는
술래잡기
점점
신나기만 하는…
ᴥ 2019년 10월 26일
강원아동문학회 좋은작품상 수상
수상작: 동시 - 입춘날에
입춘 날에 물이 더 깨끗해졌다.
물은 목탁소리가 되어
계곡을 도닥이며 내려간 뒤,
버들강아지들이......
눈부신 말을 쏟아낸다.
환한 봄 한 묶음이 아랫동네로 졸졸졸 먼저 내려가네.
( 2018년 『열린아동문학』 발표 작품, 좋은 작품상 수상작)
ᴥ 2022년 10월 26일
시조문학 좋은작품집상 수상
수상작: 시조집 『쇠장수 강영감님』
남진원 단시조 시집
쇠장수 강영감님 333편
머리글
나무와 꽃과 새들은 모두 사랑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각종 미디어에 길들여지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나무와 풀 대신 딱딱한 콘크리트 벽에 갇혀 기계와 마주하고 기계에서 들려오는 음파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물과 바람이 살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구수한 인정이 넘쳐흐르는 이야기와 풍경이 그리웠습니다. 나는 방터골에 살면서 어느 틈에 자연과 벗이 되고 있었습니다.
우리를 꿋꿋하게 하는 힘은 자연입니다. 나무와 꽃과 새들은 모두 사랑입니다. 그들에게는 평화와 두려워하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성큼 그곳으로 들어가서 시조를 꺼내왔습니다.
이 단시조집에 담긴 이야기들은 아름다운 ‘골지리(문래리)’ 고향의 이야기입니다. 또한 방터골을 사랑하며 사유한 마음의 글입니다.
어머니의 품 같고 할머니의 손길 같은 풍경은 물론이고 쇠장수 강영감님의 웃음이 살고 있습니다.
서로 오래도록 시를 사랑하며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시조집을 펴냅니다. 방터골 산방에 눈이 내립니다.
눈 내리는 밤
흙이 추울까 봐 눈 이불 덮어줍니다.
나무도 하얗고 집들도 하얗고
잠들면 내 꿈도 모두 새하얄 것 같은 밤입니다.
허깨비 짓
내가 하는 글 짓거리 허깨비 짓 도까비 짓
그런들 어떠리 저런들 또 어떠리
여기에 기쁨 있으면 그만 인 것, 아무렴.
나이 든 탓인가
나이 든 탓인가, 굼뜬 채 지낸다
고요하게 살아가니 즐겁고 편하다
잠잠히 글을 쓰다가 하릴없이 또 거닌다
빨래 덕분에
여름엔 밭일로 땀투성이 되는 나날
옷가지 하루 한 번 모아서 빨래하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 날마다 입는 깨끗한 옷
멍 때리며
숨쉬기 힘들어서 쥐 짜며 호흡해도
물끄러미 바라보는 방터골 바깥 풍경
이제는 이 재미가 최고, 멍 때리며 사는 거
老翁
비 내리는 들깨밭에 들깨보다 많은 물들
우산 쓴 늙은이는 밭 가운데 엎드렸네
한 옆에 풀처럼 쌓이는 이 거대한 고요 더미
인간 이외에는
식물은 모두 혼자 살아가는 법을 안다
살다가 스스럼없이 사라지는 것들아
모두가 붓다였구나 인간 이외 중생들
사람 만나기가 …
쓰잘데기 없는 말이 끈처럼 긴 사람들
중간에 말도 못해, 말 끊는다 화를 내니
얼마나 피곤하던가 나도 그럴지 모르지만,
스승
언제 이리 자라났나 며칠 새 껑충 자랐다
뽑아도 뽑아도 또 솟아 푸르르다
강인한 이 현장감은, 배워야 할 내 스승
폭염
무쇠라도 녹일 것 같더니 어쩔 수 없구나
저녁 여섯시 풀 죽어 저물어가네
우리네 사는 이치가 참으로 이 같구나
마음 벗
나이 들어 권세 없으니 이따금 찾는 이웃
주위의 무심한 분들 진실로 가까워진다
늙는 게, 다 복이구나 마음 벗이 생기네
정리하다가
중요하다 여긴 물건 소용없는 것들이네
쓰레기 봉지에 무심히 넣는다
때 되면 이 몸 쓰레기도 무심하게 보내야지
서재에서
둘러봐도 온 방안이 책으로 가득하다
이 많은 책의 지식, 지혜보다 나을 거냐
그러니 다 안다 한들, 쓸데 없는 짓거리
아름다운 인생
일하고 쉴 때에는 커피를 마신다
커피 마실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이 시간
행복이 이런 것이구나 아름다운 내 인생
코스모스
코스모스 곱게 피어 유난히 맑은 가을날
그대와 꽃 보자고 휴대폰을 손에 든다
전화 걸 생각만 해도 들뜨는 이 마음
가을
풀벌레 소리는 전설 같은 음색이다
하늘은 멋대로 높고 풍덩 풍덩 잠자리 떼
가을도 마음 있다면 좋아죽겠다 호호호
책 앞에서
방안에 들어서면 침묵해도 반기는 책들
나는 책을 향해 손을 모아 말을 하지
나에게 가장 큰 위안은 빛과 같은 너희야.
책,책,책
내 재산 무엇이나? 둘러보면 책 뿐이었지
사는 게 어려워서 힘들 때 많았지만
그래서 더 행복하구나 너희들이 보배지
꽃잎이 흩날릴 때
꽃잎이 흩날릴 때 바라만 봐도 좋다
멍하니 바라보다 한 잔 술에 취하면
세상은 風塵 같은 것 나무랄 일 뭐 있나
눈 내리는 밤
방터골에 눈이 오면 고향 집이 다가온다
하얀 나무 하얀 집들 모두가 순백의 나라
이런 날 잠들 수 없어 꿈만 꿨지, 하얀 꿈
심마니 할아버지
심마니 할아버지 일정한 집이 없다
이 산 저산 옮아 다녀 산이 그냥 집이란다
저리도 善한 얼굴은 산을 닮아 그런가
노간주나무
어릴 때 찾아가면 친구처럼 반겼었지
풍상을 이겨내고 고향 지켜 살았구나
의연함 지닌 저 자태 신화 같은 역사이네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골지리 고향 마을 언덕에 선 수령 350년의 보호수 나무)
성애 끼던 고향집 겨울 유리창
희영이네 검정 색깔 굴뚝이 안 보이고
귀여운 까치소리 바깥에서 맴을 돈다
누구지 아, 비밀 궁전을 유리창에 들였네
산삼
암 걸린 내 친구가 산삼 먹고 병 고쳤다.
분노 조절 안 된 현수 화내는 걸 잊었다네
산삼은 연희의 웃음, 우릴 마구 먹였지
符籍
손바닥 王자 얘기 붉은색 속옷 이야기
정치권에 때아닌 부적 얘기 들끓었다
내게도 부적이 있지 두 글자의 ‘진리’ 부적
어머니의 부엌
날마다 새벽을 이고 부엌을 여신 어머니
굴참나무 숲에 있던 바람이 다녀갔다
가마솥 소죽 끓는 냄새, 따뜻함이 넘쳤지
꽃 소문
마을이 데려온 봄, 섞여 온 남녘 소식
민들레 물결 위로 아지랑이 그물 치면
꽃 소문, 나붓이 걸려 졸음처럼 흔들렸다
여름밤
풀냄새 짙어 가면 모깃불 피어나고
멍석 위에 풍성하게 쏟아지는 별빛들아
사람도 풍경이었지, 고향 집의 예쁜 밤
뻐꾸기
뻐꾸기 저, 소리는 어릴 적 고향의 벗
밭매던 울 어머니 單衫을 물들였지
읽던 책 접어둔 채로 잠시 눈을 감았다
노을
마당이 환하여 문 열고 나가 보니
노을이 은은하여 눈을 뗄 수 없었다
인품도 이리 닮으라, 그림으로 그렸나
( 2020. 6. 2.)
개구리
괭이질 사이사이 질펀한 개구리 소리
들어와 얼른 씻고 고요히 앉았겠다
저 소리 듣고 있으니 부귀영화 무색하다
芍藥
초여름 뒤울안 몰래 피던 순한 미소
연붉은 저녁답 누님의 웃음 같아,
古稀로 가는 거울 속 다시 보네, 작약 꽃
섬
바다를 바라보니 그 속에 섬이 있다
물결에 부딪치며 삭힌 세월 얼마였나
입 다문 의연한 모습 고독한 聖者여
감자 꽃
감자 꽃 필 즈음에는 마실이 순하였다
흙 묻은 옷을 털고 꽉 잡던 덕천이 손
질박한 미소 속에서 송진 냄새 물씬 났지
데크 만드는 날
얼치기 목수가 연장을 잡았겠다
나라고 못 할 소냐 기계톱에 힘을 준다
기술은 모자랄망정 배포만은 두둑해
풀을 매고
몇 차례 호미 들고 풀들을 뽑고 나서
방안에 들어서자 이내 돌아 나가 본다
텃밭을 휘돌아 보니 또 샘 솟는 이 환희
채소밭에서
푸릇한 고춧대며 상치 쑥갓 오이 삼채
비, 바람 햇살 받아 이리 성큼 자랐구나
나 또한 마음 주느라, 어디 쉴 틈 있었나
풀, 풀
풀, 풀이 자라는데 돕는 이 하나 없다
그런데 제 스스로 너무도 잘 자란다
생명의 눈부심이여 그 秘意를 듣고 싶다
靑眼視
밭에서 호미로 힘껏, 흙을 갈아엎었다
그 일은 흙 속에다 산소를 심는 일
며칠 후, 웃자란 모습 눈을 씻고 보겠다
개구리 우는 밤
시골살이 더 바빠라 파종하니 어둑하네
문을 다 열어놓고 허공처럼 앉았구나
들리는 개구리 소리, 무슨 부귀 더 구하랴
손수레
가득히 실어놓은 생활 속 쓰레기들
손수 들고 간다면 얼마나 힘이 들까
이 작은 파란 손수레 보살이고 부처네
심심산골 너와집
아내와 찾아간 정선 어느 너와집
숯검정 그슬린 새댁 불쌍해 보였지만
진정한 행복일지도 몰라, 오순도순 산중 생활
컨테이너 집
오래 된 컨테이너 녹슨 廢家 같았는데
페인트로 칠을 하고 지붕 새로 올린 후에
눈 씻고 또 쳐다본다 네 평짜리 내 궁궐
고향집 대추나무에서
고향집 뒤란에서 자라던 대추나무
여름날 심심했나 매미를 데려와서
낮잠에 들려던 나를 거침없이 불러냈지
기수네 고목의 대추나무
기수네 울안에 선 저물 무렵 대추나무
정지 문 지난 후에 고개 들어 쳐다봤지
매미의 황금색 날개, 아픈 목도 좋던 시절
동아리 강의 시간 전
열시에 시작되는 동아리 강의 시간
서둘러 준비한 후 강의실에 들어서면
빈 교실 의자와 책상 눈 빠질 듯 기다렸어
11시의 믹스 커피
한 시간 끝난 강의 잠시 휴식 시간이다
저잣거리 이야기도 슬며시 웃음 짓고
따뜻한 믹스 커피가 정겹다고 끼어드네
閑日
요즘은 강의도 접고 생각 속을 거닌다
향기로 다가서는 그때 그 얼굴들
창가로 눈길 돌리니 들꽃들이 만발했네
평화
조용히 앉아서 고요히 숨을 쉰다
숨 쉬는 모습을 들여다 보노라니
이제야 지극한 삶이, 무엇인지 알겠다
어린 시절 여름방학
여름방학 하던 날은 최고로 즐거운 날
얼굴엔 웃음 함빡 깡충대며 좋아했지
갓 나온 ‘여름 공부 책’ 끼고, 신명나던 귀가 길
아버지 말씀
서늘한 아침저녁 정신 차려 공부하고,
날 더운 한낮에는 마음껏 놀아라.
여름날 들려주시던 경전 같던 그 말씀
여름 날 새벽
집 옆에 밤나무 숲 무성하여 참 좋았지
새벽부터 밤 숲에서 고함치는 매미소리
아침 잠, 좋게 깨우는 싱그러운 노래였지.
물레방아
서낭당 옆을 지나 봇도랑 따라가면
쿵덕쿵 쿵더덕쿵 물레방아 돌아갔지
얼마나 눈부셨던가, 흰 구름의 저 落下
성황당 고갯길
오르는 길 숨이 차서 고갯마루 쉬어 가면
한 옆에 붉고 푸른 천 조각이 반겼었지
돌 한 개 돌탑에 얹고 빌고 넘던 고갯길
여름 아침
간밤에 빗소리가 늦도록 들리더니
아침에 눈 떠보니 세상이 경이롭다
청청함 바로 이런 것, 이 우주의 천지개벽
산 계곡
깎아지른 절벽 사이 소낙비 지나가면
연이은 숲과 숲은 새파란 한 폭 언어
소 방울 天然을 도니 무지개가 반겨라
바다 일출
저 바다 어디 쯤에 온전히 계시던 임
새벽을 흔들면서 함성으로 치솟았네
우주의 빛으로 오신 아, 노래여 춤이여
삶
천만 구비 애환이어도 空手來空手去
한 줌 재 된다 해도 무슨 한이 있으랴만
한번 간 정든 이들은 또 어디서 뵐거나
십리 바위
강릉 바다 십리 바위 그 앞에 서 있으니
무심했던 바위가 내게 일러 보여준 것,
내 속에 바다가 있고 떠도는 섬도 있었구나
(* 십리바위: 강릉의 경포 바다에 있는 섬 이름)
밤꽃 피는 6월
방터골 석교 건너 밤나무들 무리졌네
다투어 꽃 피우는 그 속내를 나는 몰라
6월 향 너무 진하여 지나기에 무안하다
안 부
가끔은 부모님께 전화하고 싶어도
계신 곳 북망산천, 전화기도 없는 나라
허공에 마음을 띄워 전해보는 안부여
無爲
쉬는 게 무료하면 놀이하듯 풀을 매고
풀 매는 게 힘이 들면 하릴없이 글을 쓴다
그것도 아니 할 때는 우두커니 숨만 쉰다.
호박꽃이 핀 날
여름이 왔다고 먼저 기뻐 알리는 건
매미인 줄 알았는데 호박꽃잎 이로구나
황금빛 나팔을 꺼내 막무가내 연주한다
교단, 강단, 사십 오년의 삶
햇수로 사십 육년 선생을 하였지만
제대로 실천 없이 입만 살아 떠벌렸네
참 師道, 교육 현장에 노동자로 살았네
坐定
고요히 입 다물고 한동안 앉았으니
뒷산 솔 새 떼들이 성질을 못 참고서
별의별 소리를 내며 내 속내를 떠 본다
누더기 몇 벌
가난한 삶이어도 내게는 귀한 날들
누더기 몇 벌이면 산집 살이 평온해라
일상이 족해서일까 나날 나날 좋은 날
개울가에 앉다
청순한 물소리가 더없이 정겨우니
보내지 못할 것이 어디에 있다더냐
低音의 물이 내는 말, 등줄기가 서늘하다
산 사
태고의 임의 자태, 고요 속에 심어두고
목탁에 옥 굴리며 몸 헹구는 독경소리
빈 세월 마음 바늘로 빛을 뜨는 산사여
단풍을 보다가
밖에서 타는 불길 물로나 끄면 되었지
속 불길은 끌 수 없어 수도 없이 태웠나니
칠순을 바라는 이제, 하얀 재만 남았네
귀뚜라미
가을이 아름다워라, 귀뚜라미 덕분이지
그 소리 생각만 해도 온전히 평화로워
석불의 미소보다도 자비스런 미소 짓네
코스모스
풀 틈에 몰래 피는 순백의 코스모스
놀라서, 내 눈길이 꽃잎 위에 머물었다
해맑은 하얀 웃음아 뉘 마음을 흔드나
운동회 날 아침
늦가을 운동회는 제법 쌀쌀 하였지만
싱그러운 들국화 한들한들 반길 때면
하얀 티 청백의 머리띠 우쭐대며 걷던 걸음
보물찾기
설렘 반 기다림 반 소풍날은 최고의 날
점심 먹고 돌아올 땐 보물찾기 하였지
이제는 내 마음의 보물, 어디 있나 찾는 중.
여름방학 공부 책
방학하면 받았던 「여름공부」 그 겉표지
고기 잡는 시냇가 옆 황소가 풀을 뜯고
밭가엔 원두막 한 채, 여름 한창 익었지
어머니의 수건
산마루 저녁해가 차마 넘지 못하더니
봉숭아 꽃잎 속에 물들여 놓았구나
어머니 벗은 수건에 함빡 물든 저녁놀
봄 뒷동산
달래 캐던 봄 뒷동산 나이 들어 다시 갔네
매미 허물 벗어놓은 그 같은 모습일 뿐
시간에 색 바래진 언덕 자취 없는 세월아
관준 네 배나무
관준네 집 뒤 울안 우람히 선 배나무
배꽃이 4월이면 기막히듯 눈부셨지
엄마 손 잡고 지날 때 유난히도 마음 갔지
은지네 깨 나무
은지네 울타리에 깨나무가 둘러쳐져
가지가 찢어질 듯 8월이면 타래졌지
지금도 눈에 선하네 신맛 내던 채색화.
대추나무집 노부부
내 눈에도 선해 뵈던 대추나무집 노부부
금슬 좋아 자식 없어도 부러움을 많이 샀지
두 분 다 세상 떠나니 살던 집이 외롭다
검은 장화
장갑에 해 가리개 검은 장화 신고 나면
농사꾼의 완전무장, 풀밭 사이 활보하지
丈夫의 힘찬 괭이질 황무지도 옥답되고.
밭에서
밭 일을 하다 보니 왜일까 편치 않다
장갑을 끼지 않고 장화도 안 신었네
앞서면 ‘안 되는 마음’ 흙의 철학 배웠네
가을날
자연은 무심해도 지날수록 정드는 곳
잠자리 떼로 날고 노을은 너무 붉어
맘 벌려 안겨 보게나, 웃게 되지 날마다.
고향살이
고향 땅 살이는 고작 10년 정도여도
백년의 삶보다 더한, 깊은 정이 담겨있어,
한 천년 그리고 또 천년 이어나갈 끈이네.
고샅길
파견대장 따님들은 모두가 빼어났지
그 중에 셋째 딸은 이름도 고운 영희
눈 오는 어느 날이었나, 함께 걷던 고샅길
경포 습지의 코스모스
사람 불러 모으려고 밭마다 심은 꽃들
코스모스 만발하여 만평 뜰이 장관이다
하지만 어디 淸純美 찾아볼 수 있던가.
가을날에
한세상 구한 富貴 풀잎에 이슬방울
일찍이 말했던가 권세도 뜬구름이라…
고요히 피다 지는 꽃, 햇살만이 고옵다.
도덕경
도는 늘 일 없이 고요해 보여도
욕망이 없는 것 뿐 안하는 일 하나 없네
우주는 손이 없어도 천하 만물 돌게 하듯.
청풍명월
한나절 더위 곁에 무성한 매미 소리
소나기 지난 후니 청산이 산뜻하다
이 저녁 청풍명월은 언제 땀을 씻었노.
매화를 얻다
내 오늘 붓이 되니 당신이 畵紙로다
내긋고 휘몰아치니 昏絶 속에 뜨는 향기
어스름, 달 한 덩이를 낙관으로 찍었다
박꽃
살그머니 피던 자태 두어 송이 참 곱더니
그 옛날 「초가지붕」 꿈속처럼 아득하다.
이제는 마음속에서 등잔불로 밝히는 꽃
등잔불
저물면 어둑해도 질박한 삶 있었네
호미 날에 보낸 세월 땀 젖은 수건을 벗고
방안에 불을 밝히던 어머님의 환한 손
복사꽃
복사꽃, 봄 품으니 이곳은 무릉도원
찰나에 생명의 촉 모두가 꺼내든다
무색계, 색계가 모두 장엄함에 드는 중
그리움의 강
雨水 지난 골짜기에 물줄기 드리우듯
내 마음 골짜기에 흘러가는 물이 있다.
꽃물 든 그리움의 강, 장강보다 긴 흐름
초가을
초가을 하늘에 하나 둘 별이 뜨면
풀벌레 맑은 숨결 소리의 등을 단다
별빛에 어리는 얼굴, 하얀 물결 억새꽃
박수량
참으로 곧은 마음 청렴으로 빛나셨네
선함을 실천하여 만세의 거울 되고
덕으로 베푼 선정은 청사 속에 우뚝하오.
( *박수량: 조선시대 강릉의 문사 )
물
이기적 욕망에 혼탁해진 사람들
물마저 혼탁하게 만들어 놓은 지금
우리가 얻을 것들은 위협받는 목숨 뿐.
욕망
욕심 일군 세월 속에 부귀영화 지나가네
꿈같은 욕망에서, 깨어 나를 못 본다면
저문 해, 뒤따라오는 어둠의 긴 터널 뿐
4월에
꽃과 잎 어울려도 저렇게나 어울릴까
세상에 저런! 저런! 이 말만 되풀이지
겉으로 무심해 보이는 평범함의 저 비범
옥천동 古家
대문은 열렸으니 누구나 쉬어가게
시내버스 타기 좋아 마음 편히 지내던 집
조용히 기거하면서 情談의 꽃 피웠지
어떤 인생
사는 게 허상이어도 즐거울 땐 잊고 살지
一落天傽 되어서야 허망함을 보게 되고
모든 게 春夢이었구나 悔恨 속에 가는가
봄꽃 향
때 이른 산 계곡을 적적함이 지키는 날
산방에 仙客은 話頭 들고 앉았지만
봄꽃 향 蠱惑의 바람 여태도록 멍멍하다
春情
은은한 천년의 향 그냥 이리 지나치랴
고요를 박주 삼아 취하고 있던 차에
달빛을 벗한 그림자, 먼저 넋을 잃었네.
나무에 기대서다
이리도 맑은 날은 사랑도 閑日이라
나무에 기대서니 마음 귀 열리고나
잎, 잎은 글자가 되어 초록으로 채운다.
벚꽃
검버섯 돋아나는 투박한 情人이다
휘어진 꽃가지에 매달린 너, 그리움
흰 불로 지지며 뜬다 아린 속말 환한 귀
고요 곁에 앉다
蘭 화분 두서너 개 벗하며 두었더니
창가에 볕이 좋아 마음 결도 삭는구나
다기에 물 내리는 소리, 한참 그리 보고 있다
풍경
잠 깬 봄날 하루 思索 속에 깃을 펴니
바람은 紫色 향기, 몸살처럼 다가오고
연두색 아린 잎, 잎에 물오르는 강 언덕
失日
아내는 앓아눕고 아이는 출타 중
별의 별 고지서에, 관재 구설 끊이잖고
하루가 버거웁구나 마음 둘 데 잃은 날
황소
똥파리 달려들어도 꼬리를 휙~ 흔든다
되새김질 할 때처럼 황소만이 갖는 여유
큰 걸음 놓을 때마다 마당이 늘 좁았다.
마당
쪽마루에 엎드려서 방학 숙제 하던 날
한쪽 옆에서는 누렁이가 멀뚱대고
울밑에 채송화들이 조심스레 피어났다.
쇠 장수 강 영감님
임계면 골지리 쇠 장수 강영감님
소 팔고 온 장날엔 집안이 떠나갔다
들떠서 내던 그 목소리 나도 그냥 신났다.
삼베 적삼
深深 산 도라지꽃 하늘 바라 높아질 때
뻐꾸기, 늘인 목청 점점이 멀어지고
밭 매던 우리 엄니야, 땀 물 배던 삼베 적삼
문래산
비 맞던 문래산, 비 멈춘 그 순간에
안개 붓 휘두르니 隱者의 나라구나
고금에 어떤 화가가 저 그림을 흉내 내나
냇가에서의 한 컷
물수제비. 잠수하기, 바위에서 다이빙하기
물고기 움켜쥘 때도 친구들이 내보였던,
수수한 박꽃을 닮아 그렇게나 맑던 웃음
황톳길
밤이면 옥수수들 한껏 서서 무섭던 때
칠흑 같은 황톳길은 천지분간 안 되었어도
원시의 진한 흙냄새 내 정신의 뿌리였다
문래줄 沼
검푸른 물굽이 이무기가 살았단다
멀리, 먹구름에 빗줄기 강해지면
소 잡혀 끌려간다고 목동에게 일렀지
60년대 돌짐
제방을 쌓느라 너도 나도 돌짐을 졌지
나무 상자에 돌이 차면 밀가루 표 딱지를 받았다
덕분에 칼국수로나마 연명하던 60년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