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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강 속세 속의 불교
1. 부모은중경
곧 추석이 다가오는데, 추석의 의미를 생각할 때, 제일 중요한 건 보본이다.
@보본(報本)
내 존재의 뿌리에 보답한다.
돌아가신 조상과 살아계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지닌다.
이런 보본은 불교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할 때 많이 부르는 노래가 있다.
“어머님의 마음”이라는 노래인데, 이 노래는 완벽한 찬불가이다.
@ 어머님의 마음(양주동 작사 이홍렬 작곡)
“나실제 괴로움--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이 노래의 가사 가운데,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라는 부분을 흔히 아기들이 오줌똥을 못 가리니깐, 자리를 바꾸어준다고 이해한다.
하지만 이건 틀린 해석이다. 여기서 진자리는 어머니의 자리를 뜻하고, 마른 자리는 자식의 자리를 뜻한다. 이 가사의 유래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부모은중경’이라고 하는 유명한 불교경전이 있는데, 가사를 쓰신 양주동 박사께서 이 경전의 내용을 한 구절도 빠짐없이 적으신 게 바로 이 노래의 가사이다.
@부모은중경
부모의 은혜를 설한 불교경전. 위경의 시비가 있으나 이미 AD 2세기 안세고가 번역한 [불설부모은난보경]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다.
이 노래 가사는 완벽하게 부처님 말씀을 가곡화한 것이다.
‘부모은중경’은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을 서러워해서, 그림을 넣은 언해본을 유통시키기도 했다. 사도세자의 능을 지키는 용주사의 판본(1799)이 유명하다. 이 경전은 불교가 세속 윤리를 중시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좋은 경전이다.
경전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처님께서 대중을 거느리시고 남쪽으로 가시다가 마침 마른 뼈 한 무더기를 보시게 되었다.
이때에 부처님께서 곧 해골 더미를 향하여 이마를 땅에 대고 큰 절을 하시었다.
이것을 본 여러 제자들 가운데 아나존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스승이시고 모든 중생의 어버이신데 어찌 보잘것없는 해골 더미에 절을 하시나이까?”
부처님이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비록 나의 상수제자(上首 弟子)로 출가한 지도 오래되었건만 아직 이치를 알지 못하는 구나. 이 한 무더기 뼈들은 전생의 나의 조상이었을 것이고 또 나의 부모도 되었을 것이므로 내가 지금 예배한 것이니라. 아난이여! 네가 이 한 무더기 뼈들을 두 몫으로 나누어 보아라. 만일 남자의 뼈라면 희고 무거울 것이요, 만일 여자의 뼈라면 검고 가벼울 것이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주었다.
"세존이시여, 남자와 여자가 살아 있을 때에는 그 옷과 생김새를 보고 남녀를 구별할 수 있겠지만 한 번 죽은 뒤에는 똑같은 백골뿐인데 어찌 제자로 하여금 남녀의 뼈를 분별하라 하시나이까."
"아난이여! 만일 남자라면 살아 있을 때 절에 가서 불경 읽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불(佛). 법(法). 승(僧) 삼보께 예배도 하고 염불도 하였을 것이므로 그 뼈가 희고 무거울 것이고 만일 여자라면 아기를 한 번 낳을 적에 서 말 서되의 피를 흘리고 여덟 섬 너 말의 젖을 먹여야 하므로 뼈가 검고 가벼울 것이니라."
아난이 이 말씀을 듣고 가슴을 저미는 듯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하면 어머니의 은혜를 갚을 수 있겠나이까?"
부처님이 아난에게 이르셨다.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여라. 내가 지금 너희들을 위하여 어머니가 아기를 가져 출산하기까지 열 달 동안 겪어야 하는 심한 고통을 말해주리라.
어머니가 아기를 수태한 첫째 달에는 마치 풀끝에 맺힌 이슬방울이 아침에 있다가도 낮이 되면 없어지듯이 새벽에는 피가 모였다가 오후에는 흩어져 버리느니라.
둘째 달에는 잘 끓인 우유죽이 한 방울 떨어진 것 같으니라, 셋째 달에는 흡사 엉킨 피와 같고, 넷째 달에는 점점 사람의 모양을 이루며, 다섯째 달에는 어머니 뱃속에서 다섯 부분의 오포가 생기나니, 오포란? 머리와 두 팔꿈치와 두 무릎이니라, 여섯째 달에는 어머니 뱃속에서 여섯 정기가 열리니, 눈.코.혀.뜻.마음 등을 여섯 정기라 한다..
그리고 일곱째 달에는 어머니 뱃속에서 3백6십 마디와 8만4천 털구멍이 생기느니라.
여덟째 달에는 뜻과 지혜가 생기고 아홉 구멍이 생기느니라.
아홉째 달에는 아기가 어머니 뱃속에서 먹기를 시작하는데 복숭아와 배, 마늘이나 오곡은 먹지 않느니라. 어머니의 생장은 아래로 향하고 숙장(塾藏)은 위로 향하여 산더미의 산과 같이 되니 이것을 혈산(血山)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한번 무너지면 한 줄기의 피가 되어서 아기의 입으로 들어가느니라. 어머니가 아기를 수태한 지 열째 달에는 마침내 아기를 낳게 되는데 그 아기가 만일 부모에게 효도하는 착한 아이라면 두 손을 모으고 나오면서 어머니를 괴롭히지 않지만 만일 착하지 못할 자식이라면 어머니의 태를 깨트리거나 다리로 어머니의 골반 뼈를 다치기도 하여 어머니로 하여금 천 개의 칼로 찌르는 듯 만개의 창으로 가슴을 쑤시는 듯 하게 하느니라."
- 중략(中略) -
내용을 지금 관점에서 봐도, 생태학적 지식이 정확하다. 중국이랑 조금 다른, 인도 의학이 들어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나서, 어머니의 10가지 은혜에 대해 계송을 읊었다.
이 내용은 단원 김홍도가 그림으로 그린 것도 있고, 최근에는 봉원사의 무형문화재 만봉스님(1909-)께서 그리신 부모은중경도가 유명하다.
第一. 회탐수호은(懷胎守護恩);아이를 배어 10달 동안 아이를 기르는 은혜
第二. 임산수고은(臨産受苦恩);아이를 낳을 때 고통을 겪고 감내하는 은혜
第三. 생자망우은(生子忘憂恩);아이를 키우면 모든 우환을 잊고 자식을 키우는 은혜
第四. 연고토감은(咽苦吐甘恩);쓴 것은 삼키고, 단 것을 토해서 먹이는 은혜
第五. 회건취습은(迴乾就濕恩);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는 은혜. 어머니는 항상 젖은 자리에 누우면서, 자식은 돌려가면서 마른 자리에 눕게 해주신다.
第六. 유포양육은(哺乳養育恩);젖을 먹여주시는 은혜
第七. 세탁부정은(洗濯不淨恩);더러운 것을 항상 씻어주시는 은혜
第八. 원행억념은(遠行憶念恩);먼 길을 떠나면 항상 염려하시는 은혜
第九. 위조악업은(爲助惡業恩);자식을 위해서라면 악업도 마다하지 않는 은혜
第十. 구경연민은(究竟憐愍恩);죽을 때까지 항상 자식을 걱정하시는 은혜
이 내용을 양주동 박사께서 아름다운 노래 가사로 만든 것이다.
어버이 은혜 노래 가사
내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게 또 하나 있지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님은혜
푸른하늘 그보다도 높은 것 같애
2절
넓고 넓은 바-다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넓은게 또 하나 있지
기르시고 가르치시는 아버님 은혜
넓은 바다 그보다도 넓은 것 같애.
두번째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아래 그무엇이 높다 하리오
어머님의 은혜는 가이없어라
부모은중경에는 또 이런 이야기도 나온다.
혹 딸자식인 경우, 시집 가기 전에는 모름지기 효순하다가도 일단 남의 아내가 되어 출가하면 차츰 불효하게 된다. 부모가 조금만 꾸짖거나 나무라면 곧 노여워하고 원망하면서도, 남편이 꾸짖고 심한 말을 하면 참고 달게 받는다. 그 뿐 아니라, 성이 다른 시집 친족들에게는 정을 베풀고 극진하면서도 친정 혈육들은 오히려 멀리한다. 혹 남편 따라 멀리 타향에 가게 되면, 늙은 부모와 이별하고도 그리워하거나 사모하지 않으며 소식마저 끊어져, 부모들은 창자가 끊어지고 거꾸로 매달리는 것 같은 고통을 받으면서 늘 보고 싶어 하기를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듯이 잠시도 잊지 못한다.
부모의 은공은 한량없고 가이없어 불효하는 허물을 졸지에 이루 다 말하기 어렵다.
사상적으로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런 이야기는 중국적인 게 아니다.
중국 쪽은 출가외인이니까, 중국 사람들은 시댁에 충성하는 게 당연하다.
중국 쪽에는 효경(孝經)이라는 게 있다.
@효경(孝經)
전국말기에 성립한 중국 최고경전 13경 중의 하나. 효를 천자, 제후, 경대부, 사, 서인을 꿰뚫는 우주의 보편원리로서 그리고 있다.
중국에서 효의 중심은 아버지였다. 그런데 부모은중경은 철저하게 어머니 중심으로 되어 있다.
효경에서 말하는 것은, 입신, 출세해서 부모님을 드러내게 하는 게 효의 끝이다. 불교의 부모은중경에서 말하는 것은 자기 입신이 아닌, 어머님의 은혜가 크다고 하는 것을 감정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2. 목련경(目蓮經)
불교가 세속적 윤리와 관련이 없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부모은중경과 관련해서, 같이 언급되는 경전으로 목련경이라는 게 있다. ‘대목건련경(大目犍蓮經)’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부터 효도의 경전으로 널리 독송되었다.
@ 목련경
중국 당나라 때부터 일반인들에게 널리 읽힌 경전인데 위서로 보통 말하지만 그 핵심은 인도에 근원이 있다.
스님들에게 법문을 들으시는 분들 익숙하겠지만, 우란분회의 출전인 경전이다.
목련경은, 강창문학(講唱文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강창이란, 시장에서 약장사 비슷한 사람들이 북도 치고, 앞에 그림 같은 것을 걸어놓고,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들 끌어 모으는 것을 말한다. 불교 포교의 목적으로 저잣거리에서 승려들에 의해 연출되다가, 속인들이 그 틀을 이용하여 세속적인 이야기를 마치 한국의 판소리와 같은 형태로 연출하면서 그 성격이 바뀌기 시작하였다.
@ 강창문학
중국소설의 원류. 사람들 앞에서 옛 고사를 말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전승.
중국에서는 유명한 경(經)인데, 대목건련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이 사람은 원래 산자야라고 하는 육사외도(六師外道)의 제자였다가, 부처님 제자가 되었다고 한다.
@대목건련
신통제일의 십대제자 중의 한 사람. 마가다국의 왕사성 북방에서 태어남. 신통력으로 세존을 보호했으며 끝내 적들에게 살해됨. 부처님의 유명한 제자. 목련존자라고도 하는데 효심이 지극한 사람으로 알려져 왔다.
@산자야
회의론자, 불가지론자, 육사외도 중 한사람
불타의 무기설에 영향을 끼침. 사리자와 목건련이 문하생이었다.
목련경의 주인공이 진짜 목건련하고 같은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용이 문학적 상상력에 의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3. 목련경의 내용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죽림정사로 유명한 왕사성은 부유한 도시였다. 그 왕사성에 부상(傅相)이라고 하는 아주 훌륭한 장자가 살았다.
@ 왕사성
마가다국의 수도. 최초의 불교절 죽림정사가 이곳에 세워졌다. 경제적으로 번영. 목건련은 원래 이 지방 사람이었다.
@ 부상(傅相) : 목건련의 아버지. 왕사성의 장자
@ 장자 : 바이샤 계급, 상인 계급으로 부자였다.
부상은 보시도 많이 하면서 모범적으로 살았다. 그러다 병이 들어 갑자기 죽었다. 부상에게는 나복(羅卜)이라는 외아들과 청제(靑提)라는 부인이 있었다.
@ 나복
"목련경"의 주인공. 부상의 아들. 목건련의 출가 전 속명.
나복은 3년 상을 치르고 나서, 장사를 해서 돈을 벌어오겠다고 한다. 익리(나복의 종. 방자와 같은 캐릭터)라고 하는 하인을 시켜 돈을 가져오게 하여 계산해 보니 3천관이었다.
이를 셋으로 나누어서 천관은 어머니께 드려서 집안을 보전케 하고, 또 천관도 역시 어머니께 드려 삼보를 공양하며 매일 오백승재를 베풀게 했다.
그리고 나머지 천관을 가지고 나복은 금지국에 가서 장사를 경영했다.
@ 오백승제
오백 명의 스님들을 차별 없이 청하여 음식공양을 올리는 것. 백승재라고도 한다.
그런데 청제(靑提)부인은 나복이 떠난 후에, 스님들이 걸식하러 오면 몽둥이로 때려 내쫓게 했다.
그리고 돼지, 양, 닭 등을 사서 살을 찌운 다음에, 양은 기둥에 달아 피를 내어 동이에 받고, 돼지는 때려 슬픈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또한 짐승의 배를 갈라 간을 꺼내 귀신에게 제사지내는 것을 즐겨 했다.
나복은 외국에 간 지 3년 만에 본국으로 돌아왔다. 집에 40여리 떨어진 곳에 이르러, 익리에게 먼저 집에 돌아가 어머니가 오백승제를 드렸는지 확인하도록 한다.
익리가 집에 돌아오니 금지(청제 부인의 여자 몸종)가 멀리서 보고 달려 들어가서 마님인 청제부인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놀란 부인은 금지에게 익리가 집에 들어오는 것을 막게 하고, 거짓으로 재를 지낸 모양을 꾸며놓았다.
익리가 집에 들어가 보니 수저는 이리저리 흩어져 있고 향불의 연기는 아직도 서려 있었으며, 사발이며 대접의 설겆이도 아직 마치지 못한 채로 있었다. 익리는 청재부인의 거짓 수작에 속아 급히 달려가, 부인이 오백승재를 잘 지내고 있었다고 보고했다.
나복은 이 말을 듣고 어머니에 대해 의심한 것이 부끄러워, 사죄하기 위해 멀리 있는 어머니를 향해 1천배를 드리게 된다. 이때 동ㆍ서 마을의 이웃과 집안 식구들이 나복이 돌아온다는 말을 듣고 그를 영접하기 위하여 성문 밖까지 모두 나왔다. 그리고 나복이 절을 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저 앞에는 부처님이 안 계시고 위에도 스님네가 보이지 않는데 예배함은 어찌된 일인가.”
나복이 절을 하는 이유를 설명하자, 사람들이 그 동안 청재부인이 한 행동을 알려준다.
이 말을 듣고 나복은 까무라쳐 쓰러진 채 오래도록 깨어나지 못했다.
이때, 아들 마중을 나온 어머니는 맹세를 한다.
“강물이 저렇게 넓고 커도 그 위에는 출렁이는 파도가 있는 것과 같이, 사람들 성공케 하는 사람은 적고 사람을 망하게 하는 자는 많으니라. 네가 떠난 뒤에 내가 너를 위하여 5백승재를 지내지 않았다면, 이제 내가 집에 돌아가는대로 문득 중병을 얻어 이레를 넘기지 못하고 죽어 나락에 들어갈 것이다.”
@ 나락
나라까라는 범어의 음사. 인도 말에서 온 것입니다. 지옥이라는 뜻. 인도불교는 중국인에게 지옥을 가르쳤다. 지옥 사상을 중국인에게 유포시킨 대표적인 경전이 바로 목련경이다.
나복은 어머니의 맹세를 믿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어머니는 갑자기 중병에 걸려 이레를 넘기지 못하고 죽어 버렸다. 나복은 어머니의 무덤을 지키며 고행을 했다. 낮에는 삼태기로 흙을 담아다가 어머니 무덤에 흙을 더하고, 밤에는 대승경전을 읽으니 그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 효성에 감동되어 아홉 가지 빛이 나는 사슴이 무덤 앞에 나타나기도 하고 흰 학이 나타나 상서로움을 표하기도 했으며, 새들이 흙을 물어다가 무덤 만드는 일을 도와주기도 했다.
나복은 3년이 지난 후, 무덤을 하직하고 떠났다.
그리고 세존을 만나, 출가를 하고, 대목견련이란 이름을 받게 된다.
나복은 돈이 많아서, 탑을 쌓으려 했다. 그러자 세존은 탑을 쌓는 것보다 도를 닦으라고 권한다. 그러면서 기사굴산에 가서 도를 닦으라고 한다.
목련은 이 말씀을 듣고, 발우를 던져 공중으로 솟아올라 순식간에 기사굴산으로 간다. 그리고 삼십삼천을 보다가, 화락천궁을 보니, 아버지는 복을 누리고 있는데, 어머니는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부처님한테 가서 물어보니, 어머니가 중한 죄를 지어서, 지옥에 떨어졌다고 알려준다. 그러자 목련은 지옥으로 내려가 어머니를 찾게 된다.
지옥에 가니까 맷돌이 돌아가고 있는데, 사람들이 살이 찢겨서 피가 낭자한데, 거기서 하루에 사람이 만 번 죽었다 만 번 태어나고 있었다.
또 가다보니, 검수지옥이 있었다.
@ 원래 중국에서는 지옥이라는 개념이 없었는데, 불경을 통해 이를 알게 된다.
@검수지옥
나무와 땅이 모두 칼로 되어 있는 지옥
검수지옥에선 사람들이 칼나무를 잡으면, 온 몸이 갈라지고, 발로 칼날을 밟으니 사지가 모두 부서졌다. 옥주(獄主)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여기 온 사람들은 인과를 믿지 않고, 중생을 꼬챙이에 꿰어 가지고, 구워서, 맛있다고 먹은 자들이었다.
다음엔 석개지옥이 있었다. 두 덩어리 큰 돌이 뭇 죄인들을 갈아서 피와 살덩이가 흐트러지고 있었다. 이들은 개미와 벌레를 많이 죽인 사람들이었다.
@석개지옥
거대한 맷돌 두 개가 죄인의 몸뚱이를 갈고 있는 지옥
목련이 다시 앞으로 나아가니, 한 떼의 아귀가 있었다. 이들의 머리는 태산만큼 크고, 배는 수미산처럼 부른데 목구멍은 바늘과 같았다. 걸으면, 오백 채나 되는 수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아귀들은 항상 배가 고파서, 먹을 것만 보면 기갈이 들어 먹는데, 뱃속에 들어가면 불덩이로 변해서 속이 시커멓게 타버렸다.
목련이 다시 앞으로 나아가니 회하지옥이 보였다.
사람들이 잿물의 물결 속에 밀려다니고 있는데, 살갗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이들은 동, 서, 남, 북문으로 끊임없이 우왕좌왕 떠다니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전생에 달걀을 많이 삶아먹어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회하지옥
양잿물이 강을 이룬 지옥.
이어서 확탕지옥이 나타났는데, 사람들이 물 끓는 가마솥 안에서 삶아지고 있었다. 다음엔 화분지옥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머리에 불화로를 이고 있고, 두개골의 뼈마디에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확탕지옥
가마솥에서 끓는 물이 용솟음치며 죄인들을 삶는 지옥
@화분지옥
남섬부주 중생들이 머리에 화로를 이고 있는데 뼈마디마다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법주사의 돌부처상에 보면 있다.
아무리 찾아도 어머니가 없자, 목련이 큰 소리로 어머님을 불렀다.
이에 팔만사천 명의 우두옥졸들이 목련에게 와서, 스님이 왜 지옥문 앞에 왔냐고 묻는다.
@우두옥졸
소머리를 한 사람형상의 지옥을 지키는 졸개들. 8만4천명이 지키고 있다고 묘사.
어머니를 찾으러 왔다고 하니, 누가 여기에 있다고 했느냐고 다시 물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가르쳐 주었다고 하니깐, 부처와는 어떤 관계냐고 묻는 거였다.
부처가 자신의 스승이고, 자신은 제자 대목건련이라고 밝히자, 칭찬의 말을 하며, 명부를 찾아 보겠다고 한다. 그런데 명부를 보고 와서, 이름이 없으니 대아비지옥에 있을 거라고 가르쳐준다.
@대아비지옥
끊임없이 고통받는 지옥이라 하여, 무간지옥이라 함. 그 고통 때문에 지르는 소리를 아비규환이라고 한다.
로마신화에도 아이네이아스의 지옥 여행을 묘사하고 있는데 유사한 부분이 있다.
@아이네이아스
트로이 전쟁의 영웅. 그의 전설 가운데 지옥의 여행이 묘사되고 있다. 르물루스 쌍둥이 로마건국신화와도 관련된다. 지옥묘사가 불교와 유사하다.
이에 목련이 다시 앞으로 나아가 대아비지옥으로 갔다. 담의 높이는 만 길이나 되고 검은 벽은 만 겹이나 되었다. 철망으로 얽어서 그 위를 덮었고, 그 위에는 네 마리 큰 구리개가 있는데, 입으로 항상 뜨거운 불길을 토하여 그것이 무럭무럭 하늘로 타오르고 있었다.
여기서 묘사되는 구리개는 그리스 로마신화의 머리 3개 달린 개. 케르베로스와 상통한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에 등장하는 개의 모티브이기도 하다.
목련도 그 벽을 뚫고 지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벽 앞에서 천 번이나 어머니를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목련은 다시 돌아가 옥주에게 상황을 이야기하니깐, 문을 열려면, 부처님한테 물어봐야 한다고 가르쳐 준다. 이 말을 듣고, 목련은 바로 발우를 타고 부처님께 가서 사정 이야기한다.
부처님은 자기가 가지고 있던 석장, 가사, 발우를 주면서, 석장을 짚고,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지옥 문 앞에 이르러 석장을 세 번 흔들면 옥문이 저절로 열릴 거라고 했다.
@석장(石匠)
불교수행자가 소지하는 지팡이. 부처님 것은 12개의 금속 고리가 달려 있다.
목력이 지옥으로 다시 내려가 부처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하자, 자물쇠가 저절로 떨어지며, 옥문이 열렸다. 이에 목련은 지옥 속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러자 옥졸이 목련을 밀어내며, 이 문은 오랜 세월 열리지 않았던 문인데 어찌 들어왔냐고 했다.
그러자, 목련이 문을 열지 않으면 죄인은 어디로 들어오냐고 물었다. 옥졸은 여긴 거꾸로 매달려 내려오는 곳이라고 알려준다. 그러면서 찾아온 이유며, 누가 가르쳐 주었는지, 부처와의 관계 등을 물었다.
목련이 이에 답하자, 옥졸이 명부를 확인하고, 지옥에 들어가 청제 부인을 불렀다. 부처의 제자인 목건련이 어머니를 찾는다며 불렀다. 그런데 대답이 없었다. 옥졸이 어머니를 찾아, 왜 대답을 하지 않았냐고 묻자, 더 무서운 곳으로 데려갈까 두려워서 답을 안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은 출가하지도 않았고, 이름도 목건련이 아니라 나복이라고 말했다.
이에 옥주가 지옥에서 나와 목련에게 물으니, 자신의 속명이 나복이라고 밝혔다. 옥주는, 목련이 어머니를 데려다 주면, 대승경전을 외어, 은혜를 갚겠다고 하니, 다시 들어가 청제부인을 쇠창에 찍어 데려온다.
온몸에 불이 활활 타오르고 삐쩍 마른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목련은 자초지종을 묻고, 듣는데, 옥졸이 시간이 다 되었다고 하면서 어머니를 데려간다. 목련은 어머니 대신 지옥에서 죄를 받겠다고 하자, 그건 안 되고, 어머니를 데려나가고 싶으면, 부처님께 부탁을 하라고 가르쳐 준다.
이에 목련이 부처님한테 날아가서 부탁을 하니, 지극한 효성에 감동해서, 내가 가서 구하겠다, 내가 대신 지옥에 들어가서라도 구해주마고 했다. 그리고 양미간에서 다섯 가지 색깔의 광명을 내어 그 빛으로 지옥을 깨뜨렸다. 자물쇠가 끊어지고, 철상지옥은 연화좌로 변하고, 검수지옥은 백옥으로 만든 사다리가 되고, 확탕지옥은 부용지로 변했다.
그 모습을 보고 염라대왕이 기뻐서, 우두옥졸을 시켜서 죄인을 놓아 주고, 모두 하늘에 다시 태어나게 하였다. 그런데 목련이 아무리 봐도 어머니가 올라오지 않는 거였다. 그래서 부처에게 어머니의 행방을 물어보니, 청제부인은 워낙 죄가 깊어서, 올라오다가 다시 떨어져서 소암흑지옥에 갔다는 거였다.
@소암흑지옥
대아비지옥에 속하는 18부지옥의 하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고통 받는다.
그러면서 밥 한 발우를 주면서, 어머니에게 주라고 했다. 목련이 어머니를 찾아 밥을 주니, 아직도 탐하는 마음을 고치지 못해서 마구 밥을 먹었다. 그러자 밥이 불덩이로 바뀌었다. 목련이 부처에게 지옥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을 다시 묻자, 모든 보살을 청해서 대승경전을 외우고 읽어야만 된다고 가르쳐 준다.
목련이 그대로 하니, 어머니는 흑암지옥에서 나와서 아귀로 태어났다. 그래서 목건련은 부처에게 어머니의 배를 간지스 강의 물로 씻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부처가 말하길, 물이 뱃속에 흘러 들어가면, 불로 변해 창자를 태울 거라고 알려준다. 이에 목건련은, 어머니가 아귀의 몸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물었다.
부처는 갠지스 강에 49개의 등을 켜고, 방생을 하라고 가르쳐 준다. 그대로 하자, 어머니는 왕사성의 암캐로 태어나게 된다.
목련은 왕사성으로 가서 그 개를 찾았다. 개는 목건련을 반기며, 비록 사람이 먹고 남은 찌꺼기만 먹고 살지만, 지옥 생각을 하면, 영원히 개로 살고 싶다고 했다.
목련이 또 부처에게 가서, 개의 몸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물었다. 부처는 우란분재를 지내라고 가르쳐 주었다.
@우란분
울람바나(Ullambana)의 음역. 거꾸로 매달린 자의 고통을 의미한다. 극심한 고통. 도현으로 의역됨.
@우란분재
거꾸로 매달려 고생하는 조상들을 구해내는 제라는 뜻.
우란분재를 지내는 날짜가 7월 15일이다. 하안거가 끝나는 날이다. 거꾸로 매달린 조상들의 고통을 덜어드리고, 해탈의 길을 열어주는 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음력 7월 15일을 백중이라고 한다.
@백중
우리나라 음력 7월 15일의 명절. 백종이라고 한다. 백가지 씨앗이 갖추어지는 시기. 망진의 혼을 위로하는 축제. 하안거가 끝나는 시기와 일치.
목련은 즉시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시장에서 버들잎 잣나무 가지를 사다가 우란분재를 베풀어서 어머니를 개의 몸에서 떠나게 하였으며, 비구니가 되어 잘 살았다고 한다.
4. 윤리적인 불교
불교는 민간신앙으로 펴져나갔고, 민간신앙으로서 불교의 모습은 초기 불교 모습에 가깝다. 초기 불교는 상당히 윤리적, 현세적이다. 세속적인 윤리를 강조하였다.
우리가 불교를 초윤리적, 초세간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초기불교는 초윤리적이 아니라 윤리적이었으며, 초세간적이 아니라 세간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 속에서 보다 유익한 삶을 살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가족윤리를 깊게 생각한 사상이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효는 뭇 생명에 대한 존중이다. 유교의 권위주의적인 가부장중심의 윤리체계가 아니라,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 사상이다. 유교가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면 불교는 특히 어머니의 사랑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부모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기본인 동양인의 윤리 체계를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