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에의 음색은 감미로우며 약간의 콧소리가 기분좋을 정도로 섞여있
다. 그 때문에 오보에의 음색은 목가적인 선율에 매우 어울린다. 이러한
음색의 열쇠는 리드에 있는데, 작고 단단하게 조인 더블 리드의 효과가
바로 오보에의 소리를 콧소리처럼 나게 하는 원인이다. 오보에 소리는 좋
지만 만약 잘못 불면(리드를 물고 바람을 불어넣어 더블 리드를 떨게 할
때 기술적으로 하지 못하면) 종이 찢어지는 소리가 나거나 하모닉스의 효
과로 다른 음이 나와 버린다. 오보에는 그 독특한 음색적 특성으로 인해
다른 여러 악기와 섞이지 않고 다른 소리를 뚫고 오는 성향이 있다.
그리하여 여러 악기가 함께 연주하는 중에도 오보에 소리는 금방 구별이
된다. 이런 이유로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오보에 소리를 듣
고 튜닝을 하곤 한다. 물론 오보에를 기준으로 튜닝을 하는 것은 그 악기
가 갖는 또 다른 특징, 즉 주위환경이 변해도 음정의 변화가 크게 나지 않
는다는 것도 이유가 있다.
오보에는 입부분에서 벨(bell) 부분으로 갈수록 약간씩 굵어지는 원추형
의 모양을 하고 있다. 오보에를 만드는 소재로는 그레나딜라(흑단과 유사
함), 코카야 나무, 에보나이트, 화양목 등이 쓰이며, 남미산 자단나무와
동인도산 자단나무도 많이 사용된다. 하단부에는 그리 넓지 않은 깔때기
모양의 음관이 있는 반면, 상단부의 가늘어진 끝에는 금속제의 소형 원뿔
관을 끼운 리드 관(reed tube)이 박혀져 있는데, 거기에 리드가 부착된
다. 이 관의 틈이 2mm밖에 안되므로 더블 리드의 두 면 사이의 간격은
종이 한 장의 틈새밖에 안되며, 너무 탄력이 많기 때문에 입술 압력의 섬
세한 변화에도 아주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다. 그렇기 때문에 이 더블 리
드 끝부분은 오보에의 생명과도 같은 핵심적인 부분이다. 이 리드가 너무
나 예민하여 음량과 음질, 음색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오보에 주
자들의 개인적·직업적 스트레스는 상당부분 이 리드에 신경을 쓰다가 생
긴다는 설까지 있다.
리드를 다루는 방법이 워낙 세심하고 개인적이기 때문에 한동안은 오보
에 주자들 사이에서도 자기만의 제작, 보관 방법을 비밀로 갖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리드를 최고의 컨디션에 올려놓은 후 기계를 동
원하여 정밀하게 측정, 상태의 기준치를 냄으로써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
게 되었다.
오보에는 높은 음역의 목관악기를 뜻하는 프랑스어의 오부아(Hautbois)
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오보에는 더블 리드를 사용하는데, 이 더블 리
드는 갈대나 보리, 나무줄기 등 어떤 식물로도 만들 수 있는 것이기 때문
에, 오보에와 같은 더블 리드를 사용하는 악기의 기원은 전세계 곳곳에
걸쳐 매우 오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가령 B.C 2800년 무
렵에도 2개의 관을 가진 수메리아인의 2관 오보에가 있었으며, 이것과 유
사한 모습을 한 악기로 고대 그리스의 아울로스, 그리고 이스라엘이나 이
집트의 할릴, 로마의 티비아가 있었다. 동양에서는 중국에 있었던 쿠안
이 이와 유사한 악기이다.
오보에는 유럽에서 사용되기 이전에 이미 힌두스탄, 중국, 아라비아,아프
리카 일부 지역 및 고대 아메리카에서 사용되고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
다. 지역에 따라 구조와 형태가 조금씩 달랐는데, 이 악기들은 지방에 따
라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중세에 이르러 이 악기의 형태를 갖추게
된 숌(영국), 칼라므스(라틴), 샬뤼모(프랑스), 샬마이 (독일) 등의 악기
가 있었는데, 이 악기들은 크기와 음역이 달라 목관 합주에 쓰이기도 했
다. 이들 악기 중에서 숌 종류가 이후에 오보에, 잉글리시 호른, 바순 등
으로 발전하게 된다.
오보에의 개량은 주로 프랑스에서 이루어졌다. 1844년에 악기 제작자인
뷔페가 첫출발을 했고, 그를 이어 바레와 트리에베르가 오보에의 개량에
뛰어들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 내용은 소리 구멍을 과학적으로 뚫
어 음정의 정확성을 확보한 것과 링 시스템을 만들어 양손 중 어느 손으
로도 옥타브를 올릴 수 있는 옥타브 키를 달았다는 점, 그리하여 음질의
날카로움을 덜고 운지법도 쉽게 해주었다는 점 등이다. 이 시스템은 파
리 음악원의 인정을 받아 콩세르바투아 시스템이라고 부르고 있다. 한편
독일에서도 아들러와 헤켈 등에 의해 오보에 개량이 이루어졌지만 세계
적으로는 프랑스식이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독일에서조차 특별히 독일
식이 어울리는 부분이 아니면 프랑스식을 이용하고 있다. 오보에는 때에
따라 잉글리시 호른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리고 클라리넷과 플루트가 음
색적으로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오보에는 거의 모든 악기들
과 어울릴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오보에는 특수악기로 전공용으로 사용되며 가격도 고가이다. 또한 현악
기와는 달리 오보에는 보통 4~5년마다 수리를 하거나 새것으로 교체해
야 한다. 따라서 취미로 연주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 수밖에 없다.
전체가 수입품으로 대표적인 것은 프랑스의 ‘로레’ ‘리고타’‘마리고’, 독일
의 ‘소노라’ ‘푸쉬’, 영국의 ‘하워드’이다. 이들 제품은 400만 원에서 1,000
만 원까지 하는 고가의 악기이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로레’가 320만 원, ‘리고타’가 540만 원, ‘마리
고’가 370만 원이다. 독일의 소노라는 350만 원이고 푸쉬는 1,000만 원까
지 한다. 만약 취미로 배우고 싶다면 180만 원하는 ‘야마하’ 오보에를 권
하고 싶다. 한 장으로 된 리드를 사용하는 클라리넷과는 달리 오보에는
겹 리드를 사용한다. 리드의 가격도 악기 본체의 가격만큼이나 만만치 않
아 주요 악기상에서는 보통 2만 원 정도를 받고 있다.
구입과 관리
구입시 지도 교사나 악기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것이 좋다. 구입처는 예
술의전당 주변의 전문 악기상이나 낙원상가 및 주요 도시의 악기상에서
구할 수 있다.
이 악기가 고가이고, 몇 년 못 쓰는 소모품인 것을 감안한다면 처음에는
중고 악기를 사는게 좋다. 중고는 악기상에서 구하기 힘들어 레슨 선생으
로부터 소개를 받아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보에의 중고 가격은
악기의 상태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며, 쓸 만한 것은 100만 원 내외이다.
중고를 구입해 이 악기에 대해 어느 정도 기초가 다져지면 새것을 구입해
도 된다. 물론 처음부터 새것을 구입할 수도 있는데, 초보자인 경우는 세
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프리카산 흑단으로 만들어진 오보에는 기후에 아주 민감하며, 특히 겨
울에 조심해야 한다. 우선 새 악기를 처음 구입했을 때 하루에 5분씩 불어
주고 1주일 정도 지나면 10분정도 불어주는 방식으로 점차 불어주는 시간
을 늘려 악기가 적응력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한꺼번에
장시간을 불게되면 악기에 무리가 가게 된다. 또한 초심자들은 악기의 키
들을 세게 잡아 악기의 변형을 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또한 지나
치게 건조하거나 습해도 악기가 터지는 등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
다. 오보에는 구입 후 4년 정도 지나면 반드시 수리를 해야 오래 사용할
수 있으며, 수리비는 보통 50만 원 정도가 든다.
추천 명곡
●알비노니/오보에 협주곡 D단조
1722년에 출판된 알비노니의 ‘5성을 위한 협주곡 작품 9’ 중의 한 곡. 빠르
게-느리게-빠르게의 전형적인 3악장 협주곡 양식이다. 1악장에서는 멜로
디와 리듬의 풍부함이 두드러진다. 하나의 주제와 리듬이 점차 복잡한 결
합과 확대를 통해 새롭게 발전해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2악장에서는 아름
다운 오보에의 칸타빌레를 들을 수 있다. 마지막 알레그로는 생생한 리듬
과 함께, 하나의 성부가 노래하면 다른 성부가 그것을 모방하고, 그들이
점차 겹치고 맞물려가는, 고전주의 카논 예술의 완벽한 모범을 제시해 주
는 악장이다.
●치폴리/오보에와 첼로·오르간·현·오케스트라를 위한 아다지오
도메니코 치폴리가 여러 개의 독주 악기를 위해 쓴 이‘아다지오’는, 세 개
의 협주 악기의 연합에 힘입어 바로크 스타일도 고전주의 스타일도 아
닌, 장중한 폭을 확보하고 있는 곡이다. 반주자의 역할을 위임받은 오르
간은 첼로와 오보에로 하여금 서로 동등한 파트너로써 중심 선율을 분담
하게 하고, 오케스트라는 풍부한 톤으로 이들의 화성을 받쳐주는 형식을
취한다.
●치마로사/오보에 협주곡 C단조
이 유명한 협주곡은 사실 치마로사의 순수한 작품은 아니다. 키보드 곡으
로 씌어진 치마로사의 소나타 4곡을 토대로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태생
의 영국 작곡가 아서 벤자민이 재구성하여 만든 것. 1악장의 도입부는 오
보에의 맑은 음색을 드러내주는 라르게토인데, 이것은 현의 피치카토에
의해 더욱 고조되면서 선율은 더욱 또렷해진다. 이어지는 알레그로는 유
쾌하고 강렬한 댄스 리듬을 토대로 한다. 반면에 시칠리아나에서는 현과
오보에의 대화가 애상적이다. 이 우울한 무드는 마지막 알레그로의 첫부
분에서 일소되어 장난스럽고 유쾌한 무드로 대치된다.
●마르첼로/오보에 협주곡 C단조
오랫동안 베네데토 마르첼로의 곡으로 알려져 왔지만 사실은 베네데토
의 형 알레산드로 마르첼로가 작곡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전주의 양식의
협주곡. 1악장에서 쳄발로가 강한 리듬감을 더해주는 가운데, 두 개의 솔
로 악기와 총주가 이루는 대비가 자못 생생하다. 가운데 악장 아다지오
는 그 선율의 아름다움이 아주 특별한 곡이다. 이 아름다움은 생생한 기
쁨이 일렁이는 마지막 알레그로와 함께 이 곡을 그 시대 최고의 오보에
곡으로 꼽히게 만든다.
●비발디/오보에 협주곡 RV 455, 452
비발디는 하나 혹은 두 대의 오보에를 독주악기로 하는 협주곡을 모두 50
곡이나 남기고 있다. 이는 비발디가 오보에를 특별히 좋아해서라기보다
는 피에타의 여학생들의 교육과 연습을 위해 모든 종류의 기악곡이 필요
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 중엔 리코더나 바순 협주곡을 고쳐 쓴 것들도
있다. 그의 오보에 협주곡 중 RV 455와 RV 452 두 곡은 모두 비발디 협주
곡의 전형을 보이는 작품. 즉 빠른 악장은 생생한 주제가 뚜렷히 부각되
면서 리토르넬로 형식을 취하고, 느린 악장은 맨 처음 주제의 변주곡들
로 이뤄진다. 이 느린 악장의 선율은 독주 악기로서의 오보에의 매력을
더할 수 없이 완벽하게 드러내준다.
●슈만/로망스 작품 94
낭만주의 시대의 얼마 안 되는 오보에 작품 중 슈만이 쓴 ‘오보에와 피아
노를 위한 3개의 로망스’는 그 희소성뿐만 아니라 음악적 가치로도 중요
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우울증으로 고통을 겪던 슈만의 증세가 호전되
면서 창작력이 되살아났던 1848년에 작곡된 곡. 각기 연주시간 3-4분 정
도의 짧은 곡들이지만 슈만의 낭만과 섬세한 시정이 매력적으로 새겨져
있다. 호른 곡으로 씌여졌으나 역시 오보에로도 연주되는 ‘아다지오와 알
레그로 작품70’도 같은 해에 작곡되었다.
●벨리니/오보에 협주곡 Eb 장조
아주 화려하면서도 독창성이 두드러지는 걸작. 1악장 마에스토소 데치소
의 화려함, 이어지는 2악장 라르게토 칸타빌레를 채우는 간절한 선율의
오보에 음색은 거의 인간의 목소리를 연상케 한다. 마지막 알레그로는 19
세기에 대단히 유행했던 폴로네즈 리듬의 곡으로 솔로이스트는 자신이
가진 비르투오시티의 다채로운 면들을 유감없이 펼쳐보일 수 있다.
●생상/오보에 소나타 D장조 작품166
85세에 이른 생상이 마지막 열정을 기울여 쓴 목관악기를 위한 소나타 3
곡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 자주 연주되지는 않지만 20여 년 후의 풀랑의
곡을 예견케 하는 의미있는 작품. 고전주의 소나타의 3악장 형식. 일체의
비르투오시티를 삼가고 신고전주의적인 단아함을 유지한 점이 두드러진
다. 오보에 독주부가 가장 선명하게 도드라지는 악장은 두번째의 알레그
레토 악장. 이에 비해 1악장은 전원 풍경을 스케치하는 듯한 부드러움이,
3악장은 타란텔라의 리듬이 배어 있다.
●R. 슈트라우스/오보에 협주곡
20세기에 씌어진 가장 중요한 오보에 작품 중의 하나. 이 곡의 선율과 화
성 특징에서는 슈트라우스 말년의 모습을 읽을 수 있는데, 감상에 빠지거
나 자만하지 않는, 맑게 씻은 듯한 투명함으로 지난날을 돌이켜 보는 시
선이 느껴진다. 또 하나 이 협주곡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은 독주 오보에
가 전하는 풍부한 선율이다. 어찌보면 장황하다고도 할 수 있는 작곡가
의 다변이 조금은 의외로우면서도 친밀감을 갖게 한다.
●풀랑/오보에 소나타
풀랑의 말기 작품으로 어둡고도 매혹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아주독특한
곡이다. 그의 ‘피아노와 오보에, 바순을 위한 트리오’에서와 마찬가지로,
오케스트라 악기로서는 현악기를 좋아했지만 독주 악기로서는 색채감이
보다 더 다채로운 관악기에 이끌렸던 풀랑의 기호를 여기서도 새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