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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나무꾼과 선녀이야기
유 금 호
참 답답하기도 하요. 그 ‘선녀탕’이 세상에 어디 딱 한 곳만 있는 줄로 아시오? 팔도강산 곳곳, 산 깊고 인적 드문 골짜기에는 ‘선녀탕’이 한군데씩은 다 있을 것이요. 산세 좋고 물 맑아서 사람이 지 몸뚱이 담그기에 미안한 그런 계곡물이 있으먼 선녀가 목간하고 간 곳이다, 그리 되지라. 하기사 요새는 그런 우스개소리도 있습디다. 선녀가 목간을 하면서 아무리 기다려도 지 옷 보따리 감출 나무꾼이 안 오니 덜덜 떨면서 기디리던 선녀가 성질이 나서 옷을 찾아 입고 나무꾼 집으로 찾아갔다고 합디다. 낮잠 자는 나무꾼을 깨와서 어째서 시방까지 옷 감추러 안 오고 낮잠만 퍼 자느냐고, 욱박질렀더니 나무꾼이 그랬답디다. 나는 ‘그 나무꾼이 아니고, 이 도끼가 니 도끼냐?하는 그 나무꾼’이라고 그러더란 말이요. 우스개 소리제라.
토끼든 사슴이든 고것이 머 중요하겄소? 쫓기는 목숨 구해준 것으로 된 것이제라. 그 뒷이야기야 어디서나 다 같을 것이요. 그 이야기 모르면 다른 나라에서 온 간첩이것지라. 선녀가 저 앞 선녀탕에 몇 월 며칠에 목간하러 하늘에서 내려올 것이다, 그러니 소리내지 말고 가만히 숨어 있다가 옷 한 벌을 얼릉 숨카버래라. 목간 끝내고 나와 보면 지 옷만 없으니 어쩔 것이요? 아무리 하늘나라에서 온 선녀라 해도 옷이 없는디 뻘게벗고사 지가 어디로 갈 것이요? 날은 어두워지고 혼자 울고 앉었으먼 그때 나가서 우선 지 적섬이라도 벗어 대강 덮어준 뒤 살살 달래가지고 집으로 데리고 가서 데불고 살아불먼 된다, 이것이제라. 헌디 애기가 셋이 생길 때꺼정은 절대로 그 하늘나라 옷을 주먼 안 된다, 이것이 요점이거등요. 애기가 둘이면 고 선녀가 애기를 양쪽 겨드랑이에다가 한나씩 낑가갖고 날러고 불먼 그때부터는 나뭇꾼 고생이 시작되거등이라. 우리 이남(二男)이도 어벙벙 팔삭동이라해도 고 이치야 알고 있었제라.
저 골짜구 우로 한 20분 쭉 올라가먼 폭포 밑으로 선녀탕이 있거등요. 옛날 그 옛날부터 선녀들이 내려 와서 거그서 목간을 했응께 그런 이름이 생겼겄지라. 3년 전 삼복이었을 것이요. 우리 이남이가 밭둑 끝에다가 경운기는 세워놓고 낫 하나에 지게만 지고 죽은 나무 가지 모을라고 선녀탕 옆으로 올라갔던 모양이어라. 날은 덥고 땀은 나고 허니께 고 선녀탕에 가서 지도 훌렁 벗고 한바탕 씻을라고 안 했겄소? 서른 넘은 노총각이 어째 여자 생각을 안 하겄소? 반 귀머거리 어미에다가 반벙어리 지 신세를 아닝께 참고 살어 온 것이제라. 지 위로 성이 하나 있어서 그 놈이 일남(一男)이었제라. 지 에미 안 닮고 똘돌하고 밤톨 겉었는디, 사주가 안 좋았든지 군대에 가서 사고로 죽고 나서 팔삭동이에 반벙어리 이남이만 쳐다보는 늙은 어미 속이사 날이면 날마다 꺼멓게 녹이 안 슬었겄소?
이 더덕 막걸리가 우리 동네 특산 술이여라. 서울 양반도 쭈욱 잔을 비와 부리쇼. 맛이 괜찮지라? 나는 배가 불러붕게 여그다 쏘주를 한잔씩 섞어 마시는구만요. 우리 동네에서는 다 이리 마시구만이오. 이리 마시면 아래 배 냉한 사람도 여름 배탈이 안 난단 말이요. 배가 냉한 사람은 여름날 덥다고 막걸리나 맥주를 차게 해서 마셔 불먼 배가 부글거려갖고 잘못하먼 설사가 나고 한단말이요. 옛날에사 새참에 시장기 면할라고 막걸리를 마셨제만은 요새는 촌에서도 그리 배고프고 하지는 않소.
우리 촌에서는 서울 소식같은 거는 통 귀 막고 살고 그러요. 텔레비야 심심허니께 더러 보제라. 그런디 요새 축구중계 보고 있다가 속에서 열불이 나서 텔레비 코드를 뽑아내 버렸단께요. 돈도 억시게 들어갔을텐디 어째 축구라는 것이 점점 그 모양이 되가는가 모르겄습디다. 그러다가 혹시나 가뭄에 단비 온다는 그런 소식이라도 있겠거니, 또 텔레비 뉴스 틀었다가 이건 원. 친 아들놈이 생명보험 넣어놓고 지 애비, 에미를 때려 죽였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나, 택시 한번 잘못 탔다가 몸 뺐기고 돈 뺐기고, 목숨까지 뺏겨서 한강 물에 집어던져졌다는 젊은 여자들 소식에는 에라 이놈의 세상, 어디까지 갈라고 하느냐? 목침으로 죄 없는 텔레비를 박살내고 나서 뭐 할 것이요? 그냥 술이라도 벌컥거려야제.
말도 마시오. 아들놈이 서울 가서 좋은 직장 다닌다고 아래 동네 이장, 나오지도 않은 아랫배에 힘주고 다니드만 그 아들놈이 애비, 에미 세계일주 효도관광 보낼 돈 만든다고 전세금 빼내고 은행에서 마이나스 통장인가 그것 만들어서 주식인가 펀드라든가, 그런 거를 했다, 안하요? 며칠 만에 그 돈 몽땅 다 날리고 넥타이 끈으로 목을 메서 죽어가는 것을 옆집 사람이 119에 신고해서 살려놓았다고 안 하요? 그런 소리 들으면 이 산골에서 귀 막고, 눈 감고, 뻐국새 울고 소쩍새 우는 것 들으면서 한 세상 도토리묵에 한 잔 마시는 것이 신선노름이라 그 말이요.
우리 이남이같은 어벙벙한 한 팔삭동이야 지가 축구를 하겄소? 무슨 증권을 하겄소? 지 반벙어리 에미 이름으로 생명보험 들겄소?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어두워지니께 잠자고.... 헌디 사람이고 짐승이고 물 오른 나이가 되먼 누가 안 가르쳐줘도 천지만물 음양지도라는 게 있어가지고 심숭생숭 잠이 안 오고 하는 것이제라. 우리 이남이도 딱 그런 나이가 넘어가고 있던 참이었고만요.
맞소. 우리 이남이가 후다닥 옷을 벗고 선녀탕으로 뛰어들어 갈라던 참이었는디, 진짜로 그 선녀탕에 미리 내려 온 선녀 하나가 목간을 하고 있었단 말이요. 목간꺼정은 아니고 한쪽에 쭈그리고 앉어서 허푸허푸 낯을 씻고, 팔다리도 씻고 있더란 말이요. 나가 시방 꿈을 꾸는 것이냐, 싶어 이남이가 지 손등을 한번 물어보고 꿈이 아닌 것을 알고는 그 선녀가 벗어놓은 옷이 어디있는가, 찾았제라. 그런디 옷을 훌러덩 안 벗었으니께 옷은 없고 옷 있어야할 자리에 보따리가 한 개 있더라 그 말이구만요. 맞다, 저 속에 하늘나라 날개옷이 들었는갑다, 살금살금 무릎으로 기어가서 후다닥 보따리를 집어 들고 대여섯 걸음 물러 섰는디, 그때사 지 보따리를 든 떡대같은 이남이를 그 선녀가 보았을 거 아니요? 그 선녀가 얼굴이 벌개져서 손 발 다 저서가먼서 지 보따리 내놓으라고 했을 거 아니요? 그런디 요, 선녀 하는 말소리가 통 못 알어 묵는 소리를 하더라 그 말이요. 하늘나라 말하고 인간 세상 말이 틀릴 것이다, 하는 이치는 이남이도 짐작을 하고 지게 작대기로 저희 집 쪽을 가리킴서, 우리 집으로 가자. 우리 집으로...그렇게 더뜸 거렸겄제라. 말을 더듬기는 해도 어깨가 떡 벌어진 젊은 총각이 그 자리에서 저를 당장 해치지지는 않을 거 같으니께 선녀도 정신을 차리고 앞 뒤 생각을 했을 거 아니요? 아, 인적 없는 깊은 산 속에 두 사람만 뿐이니, 그 자리에서 멧도야지같은 젊은 놈이 바로 요절을 낼라고 하먼 꼼짝없이 당할 밖에 없는디 집으로 데리고 갈라고 하는 것만 해도 쪼께 맘이 놓았는지 어쩐지 모르제라.
어찌 했건 경운기에다가 그 선녀를 태워갖고 저 산골 외딴 집 마당으로 들어섰으니 허리 굽은 반 귀머거리 어무니가 어떻겄소? 앞뒤야 모르겄지만 젊은 여자를 떡 하니 경운기에다 태와 왔으니 꿈인지 생시인지 지 어미도 한참은 눈을 비볐을 거 아니요? 아들놈이 벌건 얼굴을 하고 어버버대먼서 이 선녀를 저기 폭포 밑에 선녀탕에서 데불고 왔다고 하니 저희 늙은 어무니야, 다 큰 아들 몽달구신 잘하면 면하겄구나, 얼시구, 우선 고 생각밖에 없었겄지라. 늙은 눈에도 어째 하늘나라 선녀치고는 인물이 좀 빠진다, 그런 생각을 쪼께 했을지도 모르고, 하늘나라 선녀라는 것이 낯바닥이 거무죽죽하고 콧날도 너부죽죽 내려 앉었다, 싶었기는 해도 고것이사 한 참 후에 생각한 것이겄제라. 워낙 귀가 어두워서 말 귀를 못 알아들으니 젊은 여자가 뭐라 뭐라 하는 말이 귀에 설어도 그것이 그것이었지라. 아마 짐작이 인자 좀 되는가 모르겄소.
고 선녀의 정체가 멋이냐 하면....요새 우리 농촌에서는 토종 젊은 여자란 것은 씨가 안 말라부렀소? 애기 울음소리 듣는 것이 전설이 고향이 되었구만요. 여그서 얼마 안되요마는 옆 면에서 20년 만에 딸 쌍둥이 낳은 새댁에 있어갖고, 되야지 잡고 송아지꺼정 잡어 동네잔치에 군수꺼정 금 일봉 들고 안 찾아 왔소? 인자는 단일민족이고 백의민족이고 그런 말도 다 없어진 말이어라. 보시요마는 동네 들어오먼서 허연 옷 입은 사람 하나나 봤소? 늙은이고 젊은이고 인자 흰 옷을 안 입제라. 그러니 백의민족도 다 옛날 소리고, 우리 촌에서는 인자 토종 여자도 40이나 50넘은 나이 든 사람이나 남어 있을 것이요. 어느 집 며느리 봤다 해도 저 연변서 오는 조선 여자는 그래도 났제라. 삘린핀이다, 태국, 월남, 저 머시냐, 옛날 쏘련 땅, 우즈베키스탄인가 그런디서 신부를 구해오는 것이 우리 시골서는 당연지사로 아는디 무슨 단일민족이겄소?
맞소. 이 청양고추가 진짜 고추제라. 말이 한참 옆으로 갓구만이요. 이남이가 선녀탕에서 경운기에다 실고 온 여자가 그러니께 월남 큰애기였다, 이렇게 되는고만이라. 물설고 낯 설은 땅에 와서 아들 낳고 딸 낳아서 잘 사는 사람도 많이 있제만도 되야지 새끼 씨받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사람이란 것이 그리 쉽게 인연이 안 되기도 안 하겄소? 잘은 몰라도 결혼회사 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못된 사람들도 있어가지고 농촌 늙은 총각들 돈만 뜯어가고 신부는 오자마자 도망을 가서 실성한 총각들도 있다고 하더라니께요.
그런디 그것이 여자 쪽으로 생각하면 또 그렇제라. 한국으로 시집가면 친정 식구들도 다 잘 살게 해주고 한국 남자들은 텔레비전 나온 것 맨키로 잘 생기고 그런 줄로만 알었다가 어찌 어찌 낯 선 땅에 와서 보니 신랑이란 것이 고향 집 지 애비보다 더 늙은디다 몸조차 성치 못한 반송장이다 해보시오. 아이고, 내일 죽는 일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내일 일이고, 우선 이 밤을 이대로는 안 되겄다 싶어 앞 뒤 안 돌아보고 뒷문 박차고 뛰어나가는 일도 안 생기겄소? 처음부터 도망갈 그런 계산하고 오는 여자도 있다고 하고, 어찌 어찌 속아서 오는 사람도 있고 워낙 여러 일이 있다 보니 아매 그렇게 도망부터 치고 보는 여자도 있는갑디다.
선녀는 하늘나라로 갈라먼 날개옷이 있어야 하는디, 이 여자들도 도망을 가더라도 여권이 있어야 안 하겄소? 우리 이남이가 선녀탕에서 저것이다, 싶어서 딱 채서 저희 반벙어리 어미한테 꼭꼭 농짝 밑에 잘 숨카두라고 준 보퉁이 속에 그 여자 그런 것들이 들어 있었지라.
나가 이 동내 이장이고 청년회 회장이랑께요. 환갑 나이에 청년회 회장하는 놈은 대한민국에 나 말고 몇 없을 것이요. 촌이란 디가 다들 70, 80, 90객들이어서 손등이고 얼굴이고 저승꽃이 훤하게 핀 사람들 뿐인디, 60이면 우리 동네에서는 아직 젊은 축이지라. 그래도 이 말을 할라먼 명치끝이 묵지근하고 울화가 치밀어 오요. 군대갔다온 몇몇 젊은 것들은 군대라는 디가 그것도 바깥세상이라고 바깥바람 쐬고보니, 우선 촌에 묻혀 잇시면 장가부터 못가 몽달귀신이 될 성 하니 대처로 다 튀어 나가고, 기집아이들이사 더 일찍 엉덩이도 벌어지기 전에 후다닥 도회지로 다들 나가 부리니 이 촌이라는 곳이 이남이같이 얼벙벙한 총각 놈 들이나 몇 하고, 기운 없는 늙은이들 밖에 안 남어 있거등요. 그래도 아무리 얼벙벙이 총각 놈이라해도 저희 부모보기로는 귀한 자식이니 종자나 받아볼라고 남양군도면 어떻고, 월남이면 어떻겄소? 종자 받을 밭만 빌려주어도 쓰겄다 싶으니 논마지기 팔어서 무슨 혼인회사에다 돈을 갔다주지라. 맞소. 어디라고 안 그러겄소만 그 혼인회사라는 디도 다 나쁜 거는 아니겄지라. 그래도 여자 하나를 어찌 데불고 와서는 여차여차 도망을 나오그라, 그래 가지고 또 다른 홀애비한테 돈만 받고 보냈다가 또 빼 내어오는 그런 불한당도 있다던께요.
천지만물 조화 중에 음양의 조화맨치 이상한 것이 또 있을까, 이번 우리 이남이 하고 고 샥씨하고 간에 일어난 일을 가만히 보먼서 그 생각이 들드만요. 가방 끈 좀 있는 사람들은 사주팔자에 궁합이 어쩌고저쩌고 해쌓고, 성격이 안 맞고 피차 대화가 어쩌고 해쌓제, 실상은 말이요 그런 것은 다 배가 부르고 할 일 별로 없는 사람들이 맨들어 내놓은 것이제, 천지만물 음양조화라는 것은 양이 있으면 음이 있고, 하늘이 있으면 땅이 있는 것이다, 이말이구만요. 생각해 보시오. 아, 교회 다니는 사람들도 그 소리 합디다. 옛날 그 옛날, 사람이라고는 천지간에 거 머시냐, 맞소 그 ‘아담’이라는 사내하고 ‘이브’라는 샥씨 딱 음양이 하나씩 밖에 없는디 즈그들이 어디서 궁합보고, 요새말로 대화하고 필이 꽂히고 하겄소? 이 산골짜기도 마찬가지여라. 더구나 아래동네도 아니고 저 골짜구 끄트마리에 사람이라고는 하늘 아래 우리 이남이 하고, 샥씨하고, 귀머거리 할망구밖에 없는디 따지고 자시고가 어디 있것소? 옛말에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가 참말 고파 보시오. 무슨 입에 맞는 밥 찾고 반찬 찾고 하겄소? 옛날부터 어른 들이 한 말들이 다 빈 말이 아니어라. 깊은 산 속, 젊은 음양이 딱 하나씩만 있는디, 거그서 뭐가 더 보탤 것이 있겄소? 자세한 사정이사 댁같이 가방 끈 있는 사람들이 생각할 일이고라, 산짐승 한 쌍이라고 하는 것이 맞겄지라. 세상이 말이라는 것이 맨들어져 갖고 여러 가지로 복잡해졌제, 옛날 그 옛날, 말이라는 것이 없었을 때사 산짐승들 맹키로 킁킁 피차 냄새 맡아보고, 어루어보고 그러다가 한 몸이 되고 하제라.
아무튼 이 두 젊은 것들이 처음에는 한 동안 해가 지고 깜깜해지면 할 일도 없고 하니 누가 안 가르쳐줘도 그 음양지도라는 알게 되는 것인께 같이 붙어 있고 했던 것 겉은디, 낮에도 인적이라고는 없는 골짜기다 보니 밤은 밤이고 또 낮에도 누가 말릴 것이요? 그걸 누가 못하게 할 것이요? 노상 음양지도에 빠져 있었지 싶당게요. 그러면서도 샥씨는 샥씨대로 더러는 월남말로 시부렁대기도 했겄지라. 시부렁대어 보아야 들어줄 사람이 없으니 혼자 시부렁대다가 말았을 것이고 또 우리 이남이도 뭐라 뭐라 혓바닥 짧은 소리로 어벙벙 소리를 냈겄지라, 할망구야 귀가 어두우니 아들이나 샥씨가 내는 소리나, 도야지가 꿀꿀거리고 닭이 꼬꼬댁대는 것이나 다를 것이 뭐 있겄소? 생각해 보면 이 말이란 것이 멩그러져 가지고 세상이 성가시고 불량하게 되고 그런 생각이 들드만요. 피차 말이라는 것이 지나고 보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그런 것인디, 그 말로 해서 우리 사는 것이 더 복잡하고 어렵게 되어 부렀을 것이요. 그 젊은 것들이야 한창들 몸이 더울 나이이니 말이 없어도 눈으로 서로 속을 다 들여다 보는디 말이 무슨 소용이 있겄소?
우리 동네가 동네 들어서먼서 보았을 것이요만 옛날부터 하우스 오이 농사를 많이 짓소. 오래 되었제라. 매일 매일 오이를 골라 따서 밭둑에 내놓으면 아침에 추럭으로 모아다가 서울 가락동 시장으로 내고 하제라. 이남이네도 하우스가 큰 것이 두 동이거등요. 고 샥씨 눈치가 있어서 이남이 하는 것 보고 저도 같이 오이를 따고 했겄지라. 그런디 산 속에서 저희들만 살다보니 대낮에 오이를 따다가다 샥씨가 큼직한 오이를 따들고는 얼굴이 벌게지고, 벌개진 샥씨 얼굴을 옆에서 보다가 금방 이남이 제 놈도 해불죽하게 입을 벌리고 하우스 흙바닥에 그대로 자빠지고 했던 모양이어라. 오이 실으러 아침에 추럭 몰고 올라간 장씨 아저씨도 몇 번 그 꼴을 보고 민망해서 오이도 못 싣고 내려오고 했다면 할 말이 없겄지라. 그렇다고 딱히 그것들 하는 짓거리가 깊은 산속 지들 둘 일인디 누가 탓을 할 일도 아니제라.
어찌되었건 여름이 다 가고 가을이 되었부렀지라.
멀고 먼 남쪽 나라 더운 곳에서 살던 샥씨라 초가을부터 덜덜 떨기 시작했던 것 같습디다. 우리가 인자 징상스러운 여름도 갔는게비다, 모기도 입 삐뚤어졌고 그러니 좀 살겄다, 하는 때부터 이남이 샥씨는 슬슬 추웠던 모양입디다. 이남이는 어떻게 하든 저의 색씨 안 춥게 할라고 초가을부터 온돌방이 절절 끓게 군불을 때고는 지도 샥씨 곁에 붙어서 할 일이 있겄서요? 또 낮이나 밤이나 방에서 같이 궁글었지 싶구만요.
그렇게 해갖고 이듬해 봄날에 드디어 애기가 태어났지라.
고것도 쌍둥이 아들이 나왔으니, 혹시 자조 남녀가 교합하면 쌍둥이가 생기는 것인가, 아니다, 그건 낮에 고추밭에서 고추 따다가 흙바닥에서 교접을 해야 건강한 쌍둥이 사내가 생긴다, 어짜고 그런 술자리 헛소리들도 우리동네에서는 농으로 하고 그러구만요.
떡대겉은 고추를 그것도 한꺼번에 둘을 놓아주었시니 늙은 시어미와 우리 이남이가 얼매나 좋았겄소? 메누리 들어 온 것도 하늘에서 내린 복인디 1년 만에 인자 손자꺼정 둘이나 한꺼번에 생겼으니 세상이 다 자기 것들 같았겄제라.
이 시어미가 굽은 허리도 몰라라, 하고 사방팔방 다니면서, 우리 메누리가 손주를 고것도 쌍둥이로 낳았네. 자랑하면서 미역이다, 찹쌀이다, 구해서 며느리 구완에 정신이 없고 이남이란 놈도, 앉으나 서나 입을 반이나 헤불죽 벌리고 좋아했을 거 아니요? 거그다 우리 면장님 귀에꺼정 쌍둥이 사내가 내어났다는 소리가 들어갔으니 공사다망하신데 손수 미역을 사 가지고 이 산골 꼭대기까지 들어오셨다니께요. 참 그 말을 빼 먹었네. 우리 호적계 정 주사. 참 사람이 그리 반듯하고 영리하고 인정 많은 젊은이도 없을 것이요. 면내에서 그 정 주사 모르면 간첩이제라. 인사성 밝고 남 사정 다 잘 봐 주고, 면내사람들 그 누구나 부부송사꺼정도 정주사가 들면 풀릴 것이라고 하요. 나도 참말 막둥이 딸만 하나 있었으면 그 정 주사를 훌렁 보쌈을 해 와서라도 사위삼어 내 식구 맨들었으면 하는 젊은 사람이 있어라우. 참말로 나라에서 이런 촌구석에도 그리 똑똑하고 참한 공무원이 있다는 것을 알먼 위로 데려다가 큰일을 시켜도 될 것이랑게요. 그런디 다 지나놓고 생각이제만 우리 정 주사같이 경우 밝고 똑똑하고 좋은 사람, 옳은 일만 골라서 하는디, 그 좋은 일이 세상사람한테 다 좋은 일인가, 그 생각이 무식하게 들 때가 있당께요.
아무튼 우리 정 주사 그 사람이 면장님을 모시고 이 깊은 산골짜기로 찾어 왔제라. 나도 명색이 이장인디 면장님이 오셌으니 같이 동석이 되었구만요.
그런디 세상만사라는 것이 해가 비치다 보먼 그림자가 생기고, 호사에 다마라, 인생사가 다 그렇지 싶구만요. 아까도 그 이야기 했구만도 사람이란 것이 말이라는 것이 애초에 없었시면 세상살이가 더 편했을 것이다, 했소만 어찌보면 세상 목숨 있는 것들 다 지 사는대로 두는 것이 제일 좋은 일일 것이다, 그 생각이 자주 드는만요. 골짜기 한 쪽에 피고 지는 꽃이나 풀을 캐다가 마당에다 심과놓고 날마다 물주고 거름 주어서 잘 살게 해주겄다, 그런 생각이 틀린 것이다, 그 말이제라. 암요. 한 잔 더 들어 부시오. 이 술이 곡주로 담가서 아무 탈이 없당게요. 나는 쐬주를 한 잔씩 타 묵든 버릇이 되야놓아서 나 묵던대로 묵을라요.
이 골짜구까지 찾어 온 면장님도 사람이 원래 호인이고 경우 바른 사람이어라. 인제 애기까지 둘을 낳았으니 늦기는 했어도 호적 정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정 주사가 좀 도와 줘야겄다고 그리 말씀이 계셨지라. 당연한 이야기제라. 나도 그때꺼정 선녀탕에서 색씨를 데려다 같이 사는 것은 알았어도 고 색씨에 대해서 깊은 속은 몰랐구만요. 말하자면 이장으로써 청년회 회장으로써 나가 그 일에 대해서 쪼께 직무 유기를 한 셈이제라. 나가 그 무렵 집 사람이 병원 들락거려 갖고 통 다른 일에 신경을 못 썼던 것도 이장 직무유기 조건이 될 것이구만요. 정 주사가 그러드만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해도 그 선녀 하늘 주소가 있을 것이고라요. 나는 하늘나라 주소, 어째 고 생각을 안 해봤는디 똑똑한 사람들은 말을 해도 돌려서 그리 알어듣게 하드만요. 그런디 서로 말이 통해야제라. 여자는 여자대로 뭐라고뭐라고 그러고, 이남이는 원래 혀가 짧아놓으니 어버버만 하고, 늙은 시어미야 귀가 잘 안 들리니 누가 듣던 말든 혼자서만, 우리 메누리가 쌍둥이를 놓았당께. 그것도 아들 쌍둥이란 말이여.... 그래서 그날 그 선녀탕에서 집어온 뒤로 어미 쓰는 안 방 장롱 받침이 되야서 감추어 두었던 보따리가 등장 한 것이제라. 애기 셋 낳을 때꺼정은 절대로 내놓으면 안 된다는 그 보따리를 정 주사가 풀렀구만요. 그 보따리 말이 나오자 이남이는 두 팔을 흔들먼서 지금 내놓으면 안 된다고 고개를 젓고, 시어미도 계속 도리도리를 했는디, 그래도 나가 이장인디 알아듣게 천천히 그 보따리 속을 보아야 며느리고 손자고 면사무소 호적에다 정식으로 올린다고 간신히 간신히 뜻을 전했지라.
아짐씨, 도토리 묵 한 접시 더 무쳐보실라요? 이 산 속에서는 도토리 묵만한 안주도 없당께요. 한 점 들어보시오. 서울서 잡숫던 거하고는 다를 것이요. 서울 도토리 묵이 다 도토리 묵인줄 아시오? 그러제라, 텁텁 쌉쓰레한 이 맛이 진짜제라. 생각하면 서울 사람들이 가방끈도 길고해서 뭘 잘 알 것 같어도 멍청한 것은 더 멍청합디다. 자연산 산더덕이라고 비싸게 주고 서울사람들이 사는 산더덕말이요. 그것도 열 중 아홉은 중국 것이구만요. 국산이라 해도 도라지고 더덕이고 깨끗하고 허연 것은 다 하이타이에다 담가놓은 것이요. 요새 서울에 친척 없는 사람이 없응께 서울나들이야 다 하제라. 서울갔다 온 사람들 다 그 소리하고 웃소. 서울 사람들 미련한 것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고 말이요. 튀밥 알제라, 아 저 깡냉이 튀밥 말이요. 여그 촌에서도 펑 하고 튀겨 묵제라. 우리 촌 튀밥은 누리끼리하고 서울 것은 백설같이 허옇단 말이요. 그것이 어째 그러냐, 서울서는 허옇게 해야 팔리니께 강냉이 튀길 때 거그다 표백제를 한 숟가락 넣어서 펑 부린단 말이요. 우리 면에서도 강냉이 튀기던 사람 서울가서 시방도 장사하요.
여자 이름이 꺼이 푸옹(Cay phuong). 좀 어렵제라? 나이 스물 셋이고, 월남 북쪽 하노이에서 한참 들어간 깡촌이 고향이라고 합디다.
그 다음부터는 모든 것을 우리 정 주사가 알어서 다 처리했구만요. 무허가 엉터리 결혼회사 소개로 속아서 한국으로 왔던 모양인디, 와서 보니 신랑이란 사람이 저희 할아부지만하게 늙은디다가 언제 죽을지 쿨룩쿨룩 하는 것을 보고는 첫 날 밤에 도망을 해서 산 속에서 이틀을 헤메고 다니다가 우연히 우리 이남이를 만나 애기까지 낳은 사연이 대강 밝혀졌구만요.
그 늙은 홀애비도 늦장가 간다고 회사에 돈을 안 뜯겼겄소? 그 모든 것을 정 주사가 중간에 서서 이남이네 돈 한 마지기를 팔어서 그 돈을 건네주고, 엉터리 결혼회사는 고발을 하고 다 그렇게 한 다음에 호적에다가 그 선녀하고 애기들 까지 올려주고 했제라.
여그까지는 좋았어라. 훗날 여유가 생기면 각시하고 애기들도 데불고 월남 어딘가 그 촌에 있는 처갓집도 다녀오고 그리하라고 모든 것을 것을 해결했구만이라.
그때부터 여자도 전보다 얼굴에 화색이 더 돌고, 우리말도 몇 마디는 배와서는 동네 아짐씨들하고도 말을 하고 지내고 그리되었구만요.
사단이 일어난 것은 나라에서 외국며느리들을 모아다가 공부시키는 일에서 시작되었구만요. 원래 생각은 옳았지라. 그런디 그것이 그리 사단이 날 것을 누가 알었을 것이요?
쌍둥이 아들 둘을 양 옆구리에다 낑가갖고 하늘로 날러가 부렀다, 그래서 나무꾼이 하늘로 그 선녀를 찾으러 가서 안즉 안 돌아온다, 이야기가 그리 되물먼 너무 간단하제라. 선녀가 애기 둘을 그냥 놔두고 혼자만 날러가 부렀다, 그러니 문제가 되는 것이지라. 이틀을 밤낮없이 울기만 하다가 우리 이남이가 새벽 참에 잠시 눈을 부치고 있는 사이에 선녀가 날러가 가부렀다, 그 말이오.
사형(死刑)을 없이해야 된다, 어쩌고 하는 사람들, 나는 넋 나간 사람들이라 생각허요. 사람이 사람이어야 사람이제, 사람이 아닌 것들은 법이고 뭐고 바로 그 자리에서 탕탕 죽여부러야한다, 그 말이랑께요. 생각해 보시오. 지가 사람인 것을 포기한 것들은 사람대우를 할 필요가 없다, 그것이구만요. 친 애비, 어미 죽인 것들, 살인강도에다 강간에다가 그런 것들은 빨리 없에부러야한다, 그 말이요.
그대로 둬도 다 살어갈 것인디 우리나라 말에, 예절에, 음식에 그런 걸 가르친다고 한 생각도 날 넘었다 그런 생각이요. 말이 안 통해도 그대로도 잘 들 살어라. 법 한줄도 몰라도, 호적 그런 거 없어도 말이요, 산 속에서 같은 식구끼리 말이 안 통해도 탈 없이 사는 사람들을 뭐한다고 데려다가 이것저것 가리칠라고 할 것이요?
쉽게 말해서 면사무소에서 다른 나라에서 얻어온 메누리들을 여럿 데려다가 한글도 가르치고, 절하고, 제사지내는 것, 김치 담그는 것 가르치는 일이야 기본적으로 좋은 일이제라. 그 여자들도 낯설고 물설은 데 와서 한숨에 눈물에 여러 밤 괴로웠을것인디 과부 속 과부가 안다고 피차 신세타령도 나누고 좋은 일이제라.
그런디 이 촌구석에 마을버스가 시간마다 다닐 것이요? 그렇다고 비싼 택시타고 집에 갈 처지도 못되고....공부 마치고 늦은 밤에 달 보고 걸어가고, 별 보고 걸어가고 그리 집으로 갈 것 아니요? 그런디 당장 목을 쳐죽여도 시원찮을 못된 놈들이 달도 없이 어두운 밤, 집으로 가는 여자를 밭둑에다 눕혀놓고 요절을 내 놓았으니,...암 그런 놈들은 잡은 즉시 바로 그 자리에서 쏴 쥑여야 한다니께요. 그날 밤도 이남이가 이제나 저제나 지 각시 돌아오는가 큰 길까지 여러 번 나와 봤다가, 지도 무슨 낌세가 왔든지 경운기를 몰고 면사무소 자치회관 쪽으로 각씨를 찾아 나섰는갑디다. 그러다가는 길가 으슥한 밭둑 귀퉁이에 엎어져서 통곡을 하는 지 샥씨를 알어보고 어찌어찌 경운기에다 태와서 집꺼정 갔던 것이지라. 그런디 뭐라, 뭐라, 못 알어 묵을 소리만 하다가 울고, 잠도 안자고 밥도 안 묵고 또 울고, 이틀을 그러다가 지 서방 잠시 코고는 사이에 첨 들고 온 보따리 찾어 들고 하늘로 올라가 버렸단께요. 인자 짐작이 가시오?
시골 출장길에 알뜰하게 밭에서 직접 국산 참깨를 사신 모양인디 잘 하셨소. 그런디 그것이 국산 참깨다하는 것을 어찌 알겄는가, 그 소리요. 맞소. 촌 토종 할마이가 밭둑에 주끄리고 앉어서, 털고 난 깻대 옆에 몸베에 수건쓰고 팔고 있었응께 이것은 진짜다, 그리 믿으면 되었제라. 서울 가시면 사모님한테 칭찬 들을 것이요. 그런디 말이요. 소금 알제라? 요것도 중국 것이 하도 많이 들어온께 사람들이 천일염 직접하는 염전까지 가서 진짜 국산을 산다, 그 말이요. 그런디 사실은 바로 그 전날 밤에 중국서 수입한 소금 푸대를 염전에다가 부서놓고는 이튿날 손님들 보는 앞에서 그 소금을 걷어 새 푸대에다 담아준다, 이런 일도 있다 이말이여라. 하기사 그 바닷물이 그 바닷물잉께 그것이 그것이것구만요. 직접 천일염하는 염전까지 가서 사온 것이다, 하고 기분 좋으면 되었제라.
아니 그 참깨도 그럴 것이다,는 아니고 그럴 수도 있다, 그말이구만요.
서울 사람들이 바보노릇 한 가지만 더 가르쳐드릴게라. 서울 사람들 4,50년 전만해도 생선회를 안 묵었소. 그런디 요새 서울에 횟집이 많이 생겨가지고 살도 안찌고 영양가 높다고 서울 양반들 생선회를 많이들 묵는 모양입디다. 그 생선들 100이면 90이 양식인 것은 다 알제라? 하기야 그건 상관이 없는디, 동해 바다로 밤 차 타고 생선회를 묵으로 가요. 밤 내 달려서 동해 바다 해 뜨는 것도 보고, 바닷물 소리 들음서 아침에 잡어 온 회 두어 접시 묵고 오먼 멋진 일이지라. 헌디 오징어야 동해 바다에서 잡히니 상관이 없제마는 서울 가락시장에서 밤 10시면 산소통 달고 동해로 떠나는 생선차가 많다, 이 말이요. 그 차가 해 들 때 동해 쪽에 도착해서 고기를 풀어놓으면 그 고기가 동해 바다에서 금방 잡어올린 고기로 둔갑을 한다 이 말이요. 아, 그 생선차 고기야 다 양식이지라. 그런디 그것이 국산만 있는 것이 아니고, 중국 것, 일본 것도 같이 있다 그 말이요. 일본 아들은 기술이 좋아 때깔을 곱게 키우고 중국 것은 가격도 떨어지고 생긴 것도 미끈하지 못한디, 웃기는 일은 손님 중에 누가 좀 아는 척 나서서, 이거 양식 고기지요? 하면 횟집 주인이 맞소. 양식 아니면 날마다 어떻게 물량을 대겄소? 해놓고는 중국서 들어 온 못난 놈들을 가리키면서, 여기 자연산이 있기는 헌디 조금 비싸지라, 나가 시방 뭔 이야기 하는 지 짐작이 가제라. 이런 소리 잘못 내었다가 횟집 주인들한테 맞어죽을지도 모르겄소마는 때깔이 덜 깨끗한 중국 것이 자연산으로 더 비싸게 팔리기도 한단 말이요. 손님이야 이왕 자연산이다, 생각하고 돈 좀 더 쓰고 가도 기분 좋으면 그만이제라. 헌디 키우는 동안 중국 것은 독한 항생제를 사료에다 물에다 사정없이 집어넣어 놓는다니 그걸 많이 먹으면 어떻게 되겄소?
나 하는 말은 이 세상에 진짜하고 가짜하고가 통 구별이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 이것이만요. 돈만주고 받은 엉터리 박사들도 요새 참 많이도 나옵디다. 그런디 그 가짜들이 설치기는 더 설치고 시끄럽게 사는 것이 문제다, 이 말이요. .
시방까지 나가 한 이야기, 반은 진짜고 반은 보태서 말했다고 생각하고 잘 챙겨서 들어부시오. 나사 가방끈 짧어서 어디까지 진짜고 어디까지 보태고 그것도 늘 잊어불고 그래라. 나가 내년이면 환갑인디 뭐 정신이 얼마나 맑것소? 그래도 나가 청년회 회장이고 이장이어라. 이장이야 그렇다쳐고 이 나이에 아직꺼정 청년회 회장인 걸 보면 이 동네 사정을 대강 집작하겄지라. 이런 걸로 책 맨들어 먹고 사신담서 잘 챙겨서 들어야 할 것이구만이라우.
이남이 이야기 마져 끝낼라요. 각시 없어지고 나서 이남이가 두 눈에 시퍼런 불을 켜 가지고, 퍼렇게 잘 갈은 낫 한 자루 들고는 날이면 날마다 며칠을 지 마누라 엎어져 있던 밭둑에 나가서 앉어 있는디 감히 누가 그 옆에 범접도 못했다니께요. 여차하면 누구라도 찍어 후빌 것 같았제라. 우리 정 주사가 소식을 듣고 어찌 어찌 말을 붙여서, 그 나쁜 놈들은 경찰에서 책임지고 잡어서 감옥에 처넣었다가 목 졸라 쥑일 것이니 진정해라, 진정해라, 해 가지고 월남 가는 비행기에 태웠다니께요. 주소 하나 달랑 들고, 수 천리 이국땅에 가서 이남이가 지 마누라를 찾기는 찾을런지, 찾는다 해도 데불고 올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제라
우리 이남(二男)이가 시방 월남 어디 가 있는지, 지 어무이 말마따나 하늘나라 은하수 옆에 가서 기웃 기웃 지 각시를 찾고 다니다가 만났는지는 시방 나도 확실히 모르겄소만 월남가는 비행기 탄 것은 확실허요. 그것도 우리 정주사가 이것저것 알어서 표를 끊어주고 했응께 무슨 결말이 나긴 나겄지만 그 샥씨가 아무리 지 새끼가 둘 있다고 해도 한국 땅, 더러워서 다시 안 밟을란다, 그리 될지는 나도 모르겄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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