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은 없다. 모 아니면 도
2019.05.21. 마음을 잇는 소통의 창
광동고등학교 1학년 4반 구본민
1학년 4반과 함께한지 78일, 매번 느끼는 거지만 우리 반, 인생이 무지개와 유니콘으로 가득한 아이들이 참 많다. 하루하루가 신나고 즐거운 듯하다. 하지만 가끔씩 선을 넘을 때가 있다. 교과서와 수업 준비는 쉬는 시간에 해야 하는 일이고 종이 치면 자리에 앉아야 하는데 우리 반, 마지막 교시가 되면 행복에 가득 차버릴 때가 종종 있다.
반 분위기가 업 되어있는 와중에 오늘도 최고 존엄 권향연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국어 수업이 주로 오후 수업에 분포되어 있어서 나는 항상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의 수업은 왜인지 모르게 항상 내가 기분이 좋아져 버린다. 매번 그날의 힘듦이 가시게 해주니 하루 종일 기다려진다.
그날따라
2019.05.21 구본민.hwp
태규가 선생님을 놀라게 해 드리겠다며 교탁 앞 선생님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교실에 들어오신 권향연 선생님은 놀라지 않으셨다! 그리고 웃으면서 태규가 바로 자리에 돌아가게 만드셨다. 멋있었다.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잠시 후, 해프닝이 마무리되고 소란스러운 것이 사라지자 반장이 인사를 했다. “차렷, 공수, 인사” 이것도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우리 반 어딜 가나 기본적으로 인사는 정말 잘 하는 것 같다. 인사까지 끝난 후, 선생님은 가장 먼저 수업일지 쓸 학생들에게 오늘 기록 담당이라며 일러주셨다. “2번↗↗?” 하고 부르셔서 두근거렸지만 수업일지 이야기였다. 선생님이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으실만한 향연선생님 관찰 보고서 같은 글을 쓰자고 다짐했다.
선생님께서는 바로 수업을 시작하셨다. 내가 향연선생님 수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본문을 질질 끌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가끔씩 본문 읽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선생님이 계시는데, 오후 시간에 본문을 천천히 읽는 것만큼 큰 곤욕은 없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진도를 물어보시고 나서 깜짝 놀라셨다. “뭐어???? 아직 거기 나가고 있다고???? 우리 여기도 안 했어????”라며 선생님 특유의 최고 놀란 액션을 취하셨다. 그리고 곧장 24페이지를 피시고 “책 속에 길이 있다”의 본문을 읽기 시작하셨다. 빠르지만 귀에 쏙쏙 박히도록 읽으시면서 중요한 부분과 요점을 체크해 주셨다. 진도를 나가다가 “생각의 비늘”이라는 표현이 나오자 선생님은 밑줄을 그으라고 하시며 뜻풀이를 해 주셨다. 비늘은 무언가의 얇은 막이다. 아예 불투명해서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를 통해 뭔가를 보았을 때 있는 그대로 보이지는 않는다. 마치 “색안경”과 같다고 생각했다. 결국 “생각의 비늘”이라는 표현은 어떠한 과거의 경험(직접, 간접)을 바탕으로 앞으로 마주할 사실이나 선택에 있어서의 판단을 흐려지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의 비늘”은 우리가 없애고 싶다고 없애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생님께서는 “사람의 인생은 선택의 갈림길의 연속이에요. 끊임없이 무언가를 선택함으로서 인생이 정해지는 거죠. 이 모든 선택에는 ”생각의 비늘“이 있어요. 우리가 뗀다고 뗄 수가 없는 거죠”라고 말씀 하셨다. 듣고 나니 뭔가 소름이 돋았다. 사람의 인생의 선택의 연속이라니. 듣고 나니 그렇다.
그러면서 선생님 선배의 전 강원도 남자친구 이야기를 해 주셨다. 모든 강원도 남자가 이상한 남자인 것은 아니지만, 선배분의 이상했던 모든 구남친들이 강원도 남자였기 때문에, 선배분은 “강원도 남자들은 이상해!”라는 생각의 비늘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일상에 충분히 있는 일이다. 또한 소설 “테스”의 이야기를 해 주시며 사람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생각의 비늘이 함부로 나타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이야기 해 주셨다. 사람을 단면적인 모습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꼭 새기고 살아야 할 것 같다.
본문이 끝난 후, 소 2단원 마음을 잇는 소통의 창 진도를 나갔다.
여기서 우리는 소통의 방법과 종류, 매개체에 대하여 배웠다. 먼저 선생님은 우리가 사용하는 소통의 매체를 이야기해보자 하셨다. “TV요!” “말이죠! 아 행동도요!” “어 수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매체가 나왔다. 선생님은 나온 매체들을 세가지 종류로 구분해 주셨다. 그러면서 지금이 “매스 미디어 시대”이며, 이는 1대 1뿐만 아니라, 1대 다수, 다수 대 다수 등의 소통의 참여에 제한 수가 없는 시대라고 하셨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 유튜브등이다. 한동안 이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여기에서 우리는 매체의 개념과 유형을 정리할 수 있었다. 선생님과 수업을 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제는 아예 몇몇이 엎드려 자고 있었다. 얘들아 차라리 졸아....... 나는 너무 슬펐다. 모두가 국어시간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조금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십년 전쯤에 일어난 ‘광화문 교보문고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어떤 아이가 교보문고 푸드코트에서 한 여성분께 달려들어 아이와 여성분이 화상을 입은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아이가 여성분과 충돌하고 화상을 입은 채로 CCTV 밖으로 퇴장한 것이 전말인데, 이 사건은 이 날 이후 아이의 어머님이 SNS에 “어떤 여자가 자신의 아이에게 뜨거운 국물을 붓고 사라졌다”며 글을 게시해 가만히 있다가 아이 탓에 화상을 입은 여성분을 ‘국민 악마’로 몰아가 유명해졌다. 여성분에 대한 누명은 그 분이 직접 경찰서에 가서 진실을 털어놓기 전까지 벗겨지지 않았다고 한다.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입장에서 글을 씀으로서 그 분이 자백(?)하기 전까지 받았을 상처는 짐작할 수도 없다. 우리는 여기서 매체 자료를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수동적이고 비판적, 사실일까? 하는 자체적 검열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충분히 일어나고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상상치 못할 만큼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일이므로, 우리는 주의하고 또 주의해야 한다.
오늘 수업은 내 생각을 꽉꽉 채워주는, 나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수업이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내 생각과 의견을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