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점심 식사 후 숙소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아 함덕 해변에서 가보고 싶었던 카페인 델문도에 가기로 했다. 델문도는 마치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것 같은 오션뷰로 유명한 카페였다. 역시나 유명 카페답게 사람이 너무너무 많았다. 생각보다 날씨가 많이 춥지 않아 우리는 카페의 야외로 나갔다. 바로 앞으로 제주의 파란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겨울바다라 그런지 에메랄드빛이 아니어서 아쉬웠지만 역시나 제주의 바다는 너무 아름다웠다. 우리는 사진도 찍고 푸른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며 물멍도 즐겼다.
함덕에 숙소를 잡은 큰 이유 중 하나는 차박 때문이었다. 함덕 해변 근처에 주차장이 있는데 근처에 화장실도 있고 맛집 등 상업시설이 많아 차박의 성지로 유명했다. 이번에 차를 선적해서 가니 여태 미뤄왔던 차박을 하기로 하고 차박 용품도 사서 실어 갔다. 처음 계획으로는 하루 정도는 해변가에 차를 주차해 테이블을 펴고 맛집에서 음식을 테이크아웃하여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도 하고 밤에는 차에서 잠을 자는 정말 차박을 하려 했었고 나름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차박지가 그러하듯 샤워를 할 수도 없는 데다가 화장실 이용도 불편하니 그냥 해변에 차를 세워두고 음식 정도만 먹고 물멍만이라도 즐기기로 계획이 축소되었다. 하지만 12월의 미친 칼바람을 생각지 못했다. 너무나도 추운 날씨 탓에 밖에서 차박을 즐기려는 생각은 미친 짓이었다. 그래도 차박 용품을 들고 간 게 아까워 매트를 깔고 커튼을 달고 10분 정도 차박하는 느낌만 내다가 추워추워를 연발하며 예약해둔 숙소에 체크인을 했다.ㅋㅋㅋ
둘째 날 숙소는 함덕 해변이 바로 앞에 펼쳐진 오션뷰 맛집 야호비치하우스였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찾은 숙소였는데 1박당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아 가성비가 좋고 근처에 맛집도 많아 위치적으로도 좋았다. 다행히 가려는 날에 방이 딱 하나 남아있어 냉큼 예약을 했다. 이 숙소의 매력 포인트는 2층 침실에서 보이는 함덕해수욕장 뷰였는데 인스타에 다 이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길래 우리도 한컷...ㅋㅋ 하지만 예쁜 뷰를 즐길세도 없이 나이가 든 뚱뚱이 오빠는 낮잠을 때려줘야 한다며 잠을 자기 시작했다.
둘째날 저녁 식사로 뭘 먹을지 정하지 못한 상태였는데 때마침 함덕을 지나면서 숙성도가 생긴 것을 보았다. 숙성도는 요세 제주에서 핫한 고기집으로 웨이팅이 어마어마해서 기본 3~4시간은 기다려야 했다. 숙성도는 제주시와 중문에 있어서 중문의 호텔에 묵는 날에 중문점에서 웨이팅을 해볼 참이었는데 우연찮게 함덕점이 생긴 것을 발견하고 오늘은 숙성도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함덕점은 생긴지가 2주정도 되어 중문이나 제주시내점보다는 웨이팅이 적을 것으로 예상 되었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 없었다. 테이블링 어플로 원격 줄서기 예약을 해야하는데 17시부터 예약이 열렸다. 17시 땡하면 예약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나마저 깊은 잠에 빠져버리면 예약을 못해서 숙성도를 못먹을까봐 잠이 제대로 오지 않았다. 하멜 치즈몽에 이어 웨이팅 맛집에 진심인 나는 비장한 각오로 알람을 맞춰놓고 잠에 들었다.
둘째 날 저녁 식사로 뭘 먹을지 정하지 못한 상태였는데 우연히 함덕을 지나면서 숙성도가 생긴 것을 보았다. 숙성도는 요새 제주에서 핫한 고깃집으로 웨이팅이 어마 무시해서 기본 3~4시간은 기다려야 했다. 숙성도는 제주시와 중문에 있어서 중문의 호텔에 묵는 날에 웨이팅을 해볼 참이었는데 우연찮게 함덕점이 생긴 것을 발견하고 오늘은 여기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함덕점은 생긴 지가 약 2주밖에 되지 않아 중문이나 제주시내점보다는 웨이팅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 없었다. 테이블링 앱으로 원격 줄서기가 가능했는데 17시부터 예약이 열렸다. 17시 땡 하면 예약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마저 깊은 잠에 빠져버리면 숙성도를 못갈까봐 잠이 제대로 오지 않았다. 하멜 치즈몽에 이어 웨이팅 맛집에 진심인 나는 비장한 각오로 알람을 여러 개 맞춰놓고 잠에 들었다.
뚱뚱이가 세상모르고 깊은 잠을 자고 있는 17시가 되자마자 나는 강박적으로 일어나 예약을 위해 테이블링을 주시했다. 함덕점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지 예약이 생각보다 빨리 차지 않았다. 아직 배가 충분히 고프지 않아 앞에 대기가 17팀 정도가 되었을 때 예약을 걸고 숙소에서 나갈 채비를 하였다.
숙성도는 숙소에서 500m 정도 떨어져 있어 충분히 걸어서 갈 수 있었다. 대기를 기다릴 겸 부른 배도 꺼트릴 겸 함덕 해변에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바다는 까맣게 변했지만 여기저기서 켜지는 조명 때문에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음식 먹을 때 진지해지는 오빠는 이번에도 최선의 선택을 위해 유튜브로 숙성도에서 먹어야 할 것들을 꼼꼼히 공부를 했다.
숙성도에서 유명한 메뉴는 뼈등심인데 한정수량만 팔아서 우리 입으로 올 것까지는 없을 거라며 삼겹을 먹을지 목살을 먹을지 항정살을 먹을지 오빠는 한참을 고민했다. 나는 목살보다 삼겹살을 좋아해서 삼겹살을 먹고 싶다고 하니 그럼 삼겹 2, 목살 1로 주문을 하자고 했다가 또 유심히 핸드폰을 보더니 목살 2, 삼겹 1을 먹자고 하더니 나중에는 다양하게 먹고싶다며 목살 1, 삼겹 1, 항정 1을 하자며 갈팡질팡했다.ㅋㅋㅋ
드디어 우리 순서가 되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밖에는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니 꼭 뭔가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ㅋㅋ 숙성도 안은 역시나 맛집답게 들어가자마자 기분 좋은 돼지기름 냄새로 진동했다.
고기를 주문하는데 우리에게까지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뼈등심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냉큼 뼈등심을 주문했고 삼겹보다는 무조건 목살이라는 직원의 말에 팔랑귀가 되어 삼겹을 빠르게 포기하고 목살을 주문했다. 술은 역시나 한라산을 주문했고 숙성도에서 만든 숙성 맥주가 있다고 하여 맥주도 주문했다.
드디어 메인메뉴인 고기가 나왔는데 두툼하니 역시나 때깔이 좋았다. 게다가 고기를 정말 잘 구워주기도 했지만 직원이 설명 해 준 숙성도만의 기발한 조합 덕분에 더욱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특히 고기에 고사리를 올려 먹는 것이 특이했는데 고사리를 극혐하는 나도 고사리를 끊임없이 찾게 만들었다. 찐으로 맛있기도 했지만 시끌시끌하고 즐거운 분위기와 한라산 덕분에 기분 좋게 취해 연신 존맛을 외쳤고 그런 틈을 타 오빠는 음흉한 눈빛으로 삼겹살까지 먹어야 한다며 바로 삼겹살까지 시켰다. 추가 주문한 고기가 나오자 오빠는 본인이 잘 구울 자신있다며 나대다가 집게를 직원한테 뺏기기도 했다.ㅋㅋ 삼겹살까지 맛있게 먹은 후 배가 불렀지만 고깃집에서 고기만 먹고 가는 건 하수들이나 하는 행동 아니겠음? 그래서 식사 메뉴 중 고민을 하다 갈치속젓 볶음밥을 시켰는데,, 하 이게 진짜 미친놈이었다.ㅠㅠ 적당히 짭짤하면서 갈치속젓 향이 자극적이지 않게 입안을 맴돌다 못해 코 안까지 은은하게 퍼지며 감칠맛이 나는데... 너무 맛있어서 한 숟갈 한 숟갈 먹을 때마다 감탄하며 먹었다.ㅠㅠ 하.ㅠㅠ 이거 먹으러 숙성도 한 번 더 가고 싶잖아요ㅠㅠ 광안리에 생겼다던데 가야게따아ㅠㅠㅠ
숙성도에서 신나게 고기도 먹고 술도 마시고 나니 졸리기 시작했다. 마음같아선 우리는 숙소에 들어와 돼지 부부처럼 또 열심히 잠을 잤다.
뭔가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벌써 세 번째 날이 밝았다. 이날의 계획은 드디어 오름을 가는 것이다. 제주도에 왔으면 1제주도 1오름은 해줘야 하지 않겠음? 제주도 올때마다 오름 뿌시기를 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뿌실 곳을 찾았고 이번에는 안돌오름에 가보기로 했다. 오름 가는 길에 우연히 오드랑 베이커리를 지나치게 되었다. 원래 함덕 왔을 때 이 빵집을 꼭 가려고 했었는데 완전 까먹고 있다가 오빠가 "오드랑 베이커리다!!" 라고 알려줘서 운 좋게 갈 수 있었다.
오드랑 베이커리는 마농 바게트로 유명한 곳이라 마농 바게트만 사려 했는데 빵돌이 출신인 오빠가 빵들을 보더니 눈이 뒤집혀 다른 빵도 사야 된다며 고집을 부렸다. 이미 빵들을 보고 눈이 돌아버린 오빠에게 정신 차리라고 말하며 여기는 마농 바게트가 유명하니 다른 빵은 사지 말자고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한참을 빵 사이로 배회하였다. 결국 마농 바게트 2개, 오빠가 고른 빵 1개를 구매했고 배가 고파 차안에서 빵을 먹었다. 마농 바게트는 역시나 소문대로 너무 맛있었다. 안에 마늘 소스가 가득 들어있어서 입안을 향긋하고 달콤한 마늘 소스로 채웠다. 오빠는 느끼한 맛이 나는 이상한 빵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이 없었는지 괜히 샀어.. 하면서 빵을 꾸역꾸역 먹었다.ㅋㅋ 오빠는 왜 자기를 안 말렸냐며 내 탓을 했고 나는 오빠를 엄청나게 말렸다고 하니 소히가 마농 바게트 1개만 사는 줄 알고 순간 눈이 뒤집혔었다며 계속 내 탓을 했다.ㅋㅋ
안돌오름으로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인데다 군데군데 구덩이가 있어 차가 심하게 흔들렸다. 차가 너무 흔들려서 20~30km/hr의 속도로 기어가지 않으면 차가 옆으로 넘어질 것만 같았다. 길도 이상하고 차도 별로 다니지 않아 제대로 가고 있는게 맞는 건가 의심이 들 때쯤 갑자기 줄지어 주차된 렌터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맞게 온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안돌오름으로 가기 전에 나온 곳은 비밀의 숲이라는 사유지였다. 처음에 비밀의 숲을 지나야 오름이 나오는 줄 알고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비밀의 숲은 이름에 걸맞게 높은 나무들로 둘러싸인 비밀 같은 곳이었다. 나무들이 줄지어 곧게 뻗어있었고 중간중간 포토 스팟들이 있어 사진 찍기에 좋아 보였다. 생각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숲 안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고 웨딩촬영을 하는 커플도 보였다. 우리도 이에 질세라 푸릇푸릇 한 숲을 배경으로 삼각대를 놓고 사진을 찍었다.
비밀의 숲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은 후 안돌오름으로 가려고 하니 도통 길을 알 수가 없었다. 한참을 숲에서 헤매다가 매표소 직원한테 물어보니 오름은 숲 밖으로 나가 더 깊이 들어가야 나온다는 것이다. 오름 가려고 입장료까지 지불한 것이었는데 그 소리를 듣자 멍청 비용을 쓴 것 같았으나 덕분에 예쁜 숲도 구경했다며 정신승리를 했다.
안돌오름은 제주의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그런지 인적이 드물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올라갔는데 점점 높이 올라갈수록 경사가 가팔라져서 힘들고 무섭기 시작했다.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이 보이지 않아 내려갈 길을 걱정하던쯤에 고지가 보이기 시작했고 힘들게 올라가 위에서 본 풍경은 진짜 말도 안 되게 아름다웠다. 갈색 억세들이 바람에 하늘하늘 움직이고 있었고 그 광경이 360도 서라운드로 펼쳐져 있어 한동안 넋 놓고 바라만 보았다. 사진을 열심히 찍어보았지만 사진으로는 그 아름답고 경이로운 광경이 10%도 담기지 않아 나중에는 사진 찍는 시간이 아까워 눈으로 열심히 담았다. 힘들었지만 정상에 오르니 오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하나의 오름을 뿌셔서 행복했다. 오름을 내려갈 때는 가파른 만큼 내 도가니도 갈려나갔다.
아침에 먹은 거라고는 마농 바게트 밖에 없는 데다가 열심히 오름도 올라서 배가 무척이나 고팠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얼큰한 해물라면이 땡겼다. 열심히 검색 후 셋째 날 숙소랑 가까운 노라바 제주 해물라면으로 가기로 했다.
애월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손님이 많을 때는 웨이팅도 있다고 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브레이크 타임이 바로 끝난 직후라 웨이팅 없이 바로 들어가 라면을 먹을 수 있었다. 해물 라면과 문어 라면을 주문했는데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배가 고파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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