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창덕여고 23기 졸업 50주년 기념 축시 고혜련
< 창덕, 萬方, 萬歲의 향기여라 >
아, 언제였던가 우리 첫 만남!
아득하여라! 빛 바랜 사진 속 티 없는 아이들
거친 세월의 물살 헤쳐 오늘 여기 다시 모였네
지난 1966년 그러니까 56년 전
열망의 푸른 꿈 안고 재동거리로 모여든 나이 어린 소녀들,
이제 자신을 빼 닮은 해맑은 손주 둔 칠순 노년이 돼
여기 다시 모였네
아, 세월은 정녕 겁없고 무참하네
사정없고 인정없어라
잊을 수 없는 2002년, 우리 30년 만에 다시 만나 서로를 껴안았었네
사랑에도 빠졌었네
그 기억 아직도 생생한데 폭풍같은 20년 더 흘러 오늘이어라
아득한 세월이 말해주네 우리 질긴 인연, 필연이며 숙명인 것을
사랑과 미움, 기쁨과 아픔을 함께 체험하며
우연과 필연이 직조된 긴 세월, 우리 그 기적에 감탄하네
그 기적, 우리 사랑하지 않을 수 없네
세월은 늘 그런거라며 발빠른 행보를 지속하네
시간은 누구에게나 늘 공평한거라며
그 시간, 그 공평의 깊이와 폭을 넓히는데 우리 남은 20년 손잡고 나가세
친구여, 사랑하는 그대들이여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 더 아름다워야하지 않겠는가
더욱 더 슬기로워야 하지 않겠는가
그동안 부지런히 갈고 닦은 세월이 그런 결실을 허용하지 않겠는가
아름답고 슬기롭고 부지런하라는 그 가르침, 창덕인을 관통하는 유전자여라
우리 남은 세월 기도하는 마음, 실천하는 자세로 살아가세나
우린 서로를 체험하며 배우고 더욱 성숙해지리라
시간은 우리에게 간간히 말을 건네네
이보시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그러니 더 침잠해 더 성숙해지라고
상대의 다름을 그저 포용하라고
세상에 정답은 없으니 남의 말에 귀기울이라고
그토록 원하는 행복은 마음을 단련한 산물이라고
나이에 붙들리지 말고 씩씩하고 쾌활하게 주위를 밝히라고
그래야 남은 20년, 풍진 세월의 강을 승승하며 건널 수 있으리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보고있어도 보고 싶은 사람들이여
고운 얼굴에 시간의 그림자 깊숙이 일렁여도 그저 아깝기만한 그대들이여
겁없는 세월의 마지막을 함께 할 어쩔 수 없는 내 사람들이여
우리 그 필연, 그 기적, 사랑하지 않을 수 없네
우리 그 순연한 사랑에 숙연하지 않을 수 없네
우리 사이, 정녕 서로를 비추는 찬연한 빛이었구나
우리 사랑, 정녕 순간을 스쳐간 사랑이 아니었구나
우리 병고와 이별의 아픔 속에서 맨 처음 떠올려 위로받는 이,
여기에 모인우리, 서로이게 하소서
그리고 우리 말하게 되리라
그대들이 있어 우리들의 삶이 정녕 따듯하고 아름다웠노라고
우리, 앞선 선배들의 정기를 이어받아 오롯이 전달해주세
후배며 선배인 우리들, 든든한 창덕의 기둥과 뿌리가 되세
길이 昌성하여라
면면히 德스로워라
창덕의 연인들, 영원한 불꽃들이여
결코 사라지지 않을 萬歲, 萬方의 향기여라
그래, 우리 다 잘 될거야
오늘 지금 이 순간, 이 자리도 이리 아름답고 참 좋지 않소!
첫댓글 아직 많이 부족하고 덜 익은 제 시를 격려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정진하겠나이다.
아유 얼마나 멋진데~~여고시절부터 꿈결인 듯 지나간 우리의 시간들부터 미래로 나가는 마음까지 충분히 공감하여 찌잉 울리는 소리도 듣고있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