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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pcar의 성공에는 스티브 케이스(Steve Case)라는 걸출한 인물이 배경에 있다. 그는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인 AOL의 CEO 출신으로 2000년 1월 10일, AOL을 타임워너와 합병시키면서 $165B에 이르는 거대한 미디어 기업으로 재탄생시킨 작업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그가 AOL을 떠난 이후의 행적은 더욱 놀랍다. 현재 전 세계에 1조원이 넘는 맨션들을 소유하고 이런 별장들을 공유하는 회사인 Revolution을 설립하였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공유 서비스인 Zipcar와 전 세계 4500만 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는 소셜 커머스 업체인 리빙소셜(LivingSocial)에도 투자를 하면서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 나가는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 거듭났다.
소유와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를 가장 중요한 경제원리로 생각하는 현대사회에서 공유경제는 여전히 혁명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적게 소유하되,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할 수 있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새로운 공유경제의 가치는 인터넷과 소셜 웹의 확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증폭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회사들은 경제위기 이후에 알뜰하고, 실속을 챙기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입소문과 소셜 웹을 통해서 급속하게 성장을 하였다.
스티브 케이스가 처음으로 투자를 했던 Exclusive Resorts의 경우 매우 단순한 계산을 통해 투자가 이루어진 경우다. 한 때 미국에서 열풍처럼 불었던 별장 구입이 실제로는 부동산 자체의 구입 이외에도 유지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에 착안하였다. 휴가지에 고급 별장을 짓기 위해 매년 대출금과 보험, 그리고 관리비용을 모두 합하면 10만 달러 이상이 소요되지만, 실제로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1년에 17일에 불과하였다. 이는 하루에 6천 달러에 해당하는 것으로, 최고의 호텔의 스위트 룸에서 지내는 것보다도 많은 비용이다. 만약 이런 별장들을 모아서 실제 이용되지 않는 350일에 가까운 날들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사업의 요지였다. Exclusive Resorts는 럭셔리 콘도와 하우스들을 목표로 해서 사업을 진행했고, 스티브 케이스가 인수한 이후 이 회사의 가치는 3년 만에 100배나 증가하였고, 자산가치는 10억 달러에 이르게 되었다. 최근에는 이 회사의 모델과 유사하지만 자신들이 소유한 집을 민박처럼 내놓고 엮어내면서, 호텔 및 모텔 수요를 대체하는 AirBnB라는 회사가 크게 성장한 것도 이런 잉여자원에 대한 공유자원화를 효과적으로 지원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하나의 자원에 대한 "소유권"을 강하게 주장하기 보다는 해당 자원의 "사용성"에 초점을 맞추어 "공유"를 하도록 개방하여 사회적 가치를 증폭시킨 것이다.
스티브 케이스는 이렇게 공유경제가 크게 성장할 수 있음을 깨닫고 그 다음 목표를 찾았다. "집과 같이 사기에는 비싸지만 꼭 이용하고 싶은 것"에 어떤 것이 있을까? 여기에 생각이 미치게 된 것이다. 마침 2005년의 어느 날 그는 Flexcar와 Zipcar라는 회사들에 대해서 알게 된다. 그러나, 멋진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한 이 회사들은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내는데 실패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 스티브 케이스는 지체없이 이 회사들을 사들여 합병을 시키고 이 사업을 가장 잘 운영할 수 있는 경영진들을 투입하게 되는데, 이렇게 해서 탄생한 회사가 바로 세계 최고의 공유차량 서비스를 제공하는 Zipcar이다.
Zipcar 사업은 그렇게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차량을 공유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고, 또 한가지 문제는 보험회사와의 협상이었다. 특히, 가장 많은 잠재고객들이 있다고 판단한 대학 캠퍼스에 차량을 놓아두는 것에 대해 보험회사들의 저항이 심했다. 그렇지만, 이런 난관을 뚫고 대학 캠퍼스에 제공되기 시작한 Zipcar의 차량들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사업의 성공가능성을 비추기 시작한다. 현재 Zipcar는 14개 도심지와 230개 대학 캠퍼스에서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공유경제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끌어나가자 Revolution 내부에서도 혁신가가 나타났다. 팀 오셔네시(Tim O'Shaughnessy)라는 직원이 상거래에서도 이런 철학이 적용될 수 있다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스티브 케이스는 그를 지원하면서 용기들 북돋아주었다. 팀 오셔네시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과 맥주들을 자랑할 수 있는 페이스북 앱을 먼저 개발하였다. 그런 그에게 Revolution은 초기자금을 지원하며 독립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데, 이렇게 해서 탄생한 회사가 그루폰(GroupOn)과 함께 소셜 커머스를 대표하는 리빙소셜(LivingSocial)이다. 처음에 만든 앱이 인기는 있었지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팀 오셔네시는 온라인 바우처를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이었지만, "친구에게 한잔 사라(Buy Your Friend a Drink)"는 앱이 나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로컬 바에서 공짜 드링크를 마실 수 있는 웹 쿠폰을 발행하는 앱이었는데, 이 쿠폰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쿠폰을 지원하는 바에 몰려들게 만들면서 커다란 성공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이후의 스토리는 모두가 알다시피 엄청난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다. 현재 리빙소셜은 전 세계 4500만 명의 사용자들이 이용하는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하였다.
이들의 성공가도를 보면 공통의 원칙을 찾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산업의 틀을 깨는 파괴적인 공격을 한다. 그리고, 낭비적인 요소가 큰 부분을 찾아서 바로 가치사슬에 연계시킨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원칙은 사람들이 "소유(ownership)"하고 있다는 것에 집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용(utility)"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매년 10만 달러의 비용을 내고 17일을 이용하는 별장이나, 수천 만원을 들여서 구입한 뒤에 보험료와 주차료를 지불하며 하루의 대부분을 가동하지 않는 상태로 놓아두는 자동차,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보관되다가 버려지는 매일 수십 조원에 이르는 각종 먹거리들. 이들은 모두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 지구의 소중한 자원이지만 이용되지 않고 사라지는 가치들이었다. 이렇게 버려지는 가치를 "공유"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재발견하는 것이 바로 공유경제의 핵심이다.
앞으로 이런 새로운 변화의 패러다임은 더욱 많은 영역에서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공유경제는 근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적은 비용으로 보다 수준은 높지만 효율적인 소비를 하도록 한다. 수백만, 수천만의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덜 구입하고, 가지고 있는 것을 조금씩 더 공유하기 시작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시장이 팽창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의 소유를 중심으로 하는 구매와 폐기가 이루어지면서 지속적인 성장에 익숙해져 있는 경제시스템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변화일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가치의 매우 적은 부분만을 가져가는 대다수의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효율적이고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수단이 많아지는 것이 훨씬 살아가기 편하지 않을까? 공유경제는 축소지향적인 경제모델이라면서 크게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그동안의 자본주의의 발전을 통해 우리가 얻은 성장이라는 과실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고, 과거와 비교할 때 우리가 얻은 수치적인 성장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었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How Steve Case and His Company Are Driving the Sharing Economy
지난 12월 쏘나타 하이브리드 차량 100대가 제주도에서의 카쉐어링 사업에 제공된다는 뉴스가 있었다. 사업은 쏘카(SoCar)라는 업체를 통해 제공되는데, 주택가나 시내 주차된 쉐어링 차량을 주유비와 보험료가 포함된 가격으로 시간당 대여하는 차량이용 서비스이다. 제주 시내 30여 곳과 유명 숙박시설을 중심으로 주차존을 설치하고 여행객에게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하는데, 선진국에서 이미 성공한 "공유경제" 모델이 국내에서도 정착될 수 있는지 시금석과도 같은 프로젝트라 관심이 간다.
쏘카의 사업모델은 사실 미국의 짚카(ZipCar)라는 회사의 서비스를 그대로 벤치마킹한 것이다. 짚카는 현재 전 세계 50개 도시에서 60만 명이 넘는 멤버를 가지고 있는 초대형 서비스로 성장했는데, 올해 매출액이 1억 3천만 달러를 넘는다. 이렇게만 보면 엄청나게 성공한 서비스를 벤치마킹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짚카의 역사를 보면 그것이 그렇게 순조롭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쏘카의 경우 짚카의 성공사례가 있고, 제주도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상당히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는 "공유경제"가 자리잡는데 있어 중요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서비스가 잘 안착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짚카는 1999년에 시작한 12년차 서비스이다. 첫 해에는 단 75명 만이 가입을 했다고 한다. 일단 차량을 확보하는 것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그만큼 믿고 맡기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시작한지 4년이 지난 2003년에도 짚카가 확보한 멤버는 6,000여 명에 도시도 3개 정도만 커버할 수 있었다. 이렇게 부진했지만, 짚카는 이들의 미래를 읽은 미국 벤처캐피탈의 펀딩으로 서비스를 지속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지만, 결국 초기 창업자였던 로빈 체이스(Robin Chase)는 이사회에 의해 쫓겨나고, 하이테크 스타트업에서 사업을 해온 스캇 그리피스(Scott Griffith)에게 CEO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스캇 그리피스는 짚카의 비즈니스 디자인을 바꾸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용가능한 차량과의 거리였다. 차량을 구하기 위해 5분 이상을 걸어야 한다면 실제로 사람들이 이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 문제는 이런 요구를 만족시키려면 그만큼 차량이 많아야 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스캇 그리피스는 이 문제를 밀도를 높이는 것으로 접근한다. 다시 말해 너무 넓은 지역에 차량을 드문드문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확보가 용이하고 잠깐잠깐 차량이 필요한 지역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차량을 선택할 때에도 신중함을 보였는데, 기술과 새로운 사업모델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젊은 층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지역 별로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다르다는 점도 고려하였다. 예를 들어, 같은 보스톤 지역이라도 환경에 대해 민감한 캠브리지 근처에는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를 배치하고, 전통적인 것을 선호하는 비콘 힐에는 볼보와 BMW를 배치했다. 이런 식으로 좁은 지역에 차량을 집중배치하는데 성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짚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고, 이들은 자주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열광적인 팬들이 되는데, 이를 짚스터(Zipster)라고 부른다. 일단 짚스터가 만들어지자 그 다음은 쉬웠다. 크게 성공한 지역의 바로 옆 지역에서 짚카 서비스가 성공을 하였고, 그 다음에는 그 옆의 지역이 성공하였다. 입소문으로 짚카가 서비스가 알려지자, 그 다음으로 그리피스가 선택한 전략은 대학 및 기업과의 파트너십이었다. 학생과 교수들을 위해 차량을 지원하기 시작하였고, 중소규모의 기업들을 위한 차량대여 서비스도 성황리에 자리를 잡았다. 이미 미국의 150개가 넘는 대학이 짚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기업 및 대학의 가세로 초기에는 저녁 시간과 주말이 위주가 되었던 사용자들의 층이 거의 모든 시간대로 확대가 되었다. 현재 8,500개가 넘는 기업들이 짚카의 고객이며, 전체 매출의 15%가 여기에서 나온다고 한다.
초기에 짚카는 환경을 중시하는 깨어있는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렇지만, 이제는 짚카의 서비스가 실제로 편리하고 가격도 저렴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짚카의 차량은 주기적으로 세차와 정비, 그리고 RFID 및 GPS 기술의 도입, 깔끔한 보험처리 등의 문제가 될만한 부분을 모두 완벽하게 지원하면서 기존의 렌트카 비즈니스의 강자들인 Hertz와 Avis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짚스터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아서, 일단 짚카 서비스를 한 번이라도 사용한 사람들의 88%가 다른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권유하며, 80%가 이 서비스를 "사랑한다"는 답변을 얻어낼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이 서비스는 우리 사회 전체의 부를 늘리고, 비용을 줄인다는 또다른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차량을 직접 구매해서 타고 다니는 사람들에 비해, 짚스터들은 비슷한 수준으로 차량을 운전할 수 있음에도 연간 수천 달러를 절약하고 있다. 여기에 주차나 차량관리와 수리, 보험과 같은 복잡한 것들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됨은 물론이다.
짚카와 같은 "공유경제" 모델은 기본적으로 신뢰가 바탕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이와 같은 서비스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그렇기에, 제주도에서의 쏘카 서비스가 멋지게 성공을 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각을 바꾸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이런 모델이 성공한다면, 다양한 공유경제 모델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들이 더욱 많이 등장할 수 있으며, 이는 양극화와 일자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에도 신선한 청량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The Zipcar Case: Zipping From Very Good To Magnet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