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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억 (사)춘천역사문화연구회장 |
춘천시청사 건립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춘천시는 신청사를 현 위치에 짓기로 방침을 세우고 최근 ‘시민과 함께 짓는 시청사’ 제안 공모까지 마쳤다. 춘천시의회에선 임시청사 활용과 주차난 등의 여러 사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그 가운데 구 춘천문화원 건물을 보존하여 활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게 한다.
호반의 도시, 안개의 도시 등 낭만적인 관광도시로 불리는 춘천은 사실 역사적으로 볼 때 혹독한 전쟁을 치르면서‘기록이 없는 도시’로 회자돼 왔다. 고려 때에는 몽골 침입으로, 조선시대엔 임진왜란 등으로, 일제강점기 때엔 고의 방화나 강제 이전 등으로 춘천이궁 등 주요 건물과 자료들이 전소되거나 훼손됐다. 6.25전쟁 때 격전을 치렀던 춘천은 도심지 전체가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그래서인지 춘천에 남아있는 옛 건축물 중 지정 및 등록문화재는 소양정 조양루 위봉문을 비롯해 10 군데도 안 된다. 근대건축물이라고 해야 6.25 전쟁 이후 새로 지은 건물들이 대부분이다. 공공건물의 경우 1957년에 건립된 강원도청사와 춘천시 청사가 춘천의 근대 건축사를 대표할 만한 건축물로 남아 있다.
춘천시청 본청은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재까지 오로지 남아있는 관청 건물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 청사 뒤에 자리한 구 춘천문화원, 즉 강원도지사 구 공관의 경우 시청사보다 7년 뒤에 지었지만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등재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결론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현 춘천시 청사 본 건물과 구 춘천문화원 건물을 잘 살려 신·구가 어우러진 청사를 짓자는 게 나의 주장이다.
구 청사를 살려 도서관으로 활용하고 신 청사를 새로 지은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 청사다. 서울시도 당초 근대문화재로 등록돼 있던 구 청사를 헐고 새 청사를 지으려 했다가 문화재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옛 건물을 보존하기로 결정, 뒤쪽에다 신 청사를 건립했다. 수원시도 최근 문화재청으로부터 6.25전쟁 이후 건립된 구 수원시청사와 구 수원문화원 건물을 등록문화재로 등재 받는 등 근대건축물 보존에 적극적이다.
구 춘천문화원 건물 주변은 춘천시 중심지에서는 드물게 아름드리 은행나무 등 수목이 풍부해 시민들의 문화휴식공원으로 사랑받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 건물은 오래전부터 신청사 건립에 걸림돌이 된다고 하여 시청 내부에서도 건물 이전 논의가 끊이지 않았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문화재청이 2006년 발간한 ‘춘천문화원 기록화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구 춘천문화원건물은 보존 상태가 좋아 옛 강원도지사 공관으로 복원한 후 근대적인 요소를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또 ‘소양로 성당, 구 중앙감리교회, 강원도청사 등의 근대건축물과 연계하면 우리나라 근대건축물에 대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한 대목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전을 추진하기보다는 일본의 홋카이도 지사공관이나 부산 임시수도 기념관처럼 도지사 재임 당시 집무실과 식당, 접견실 등의 모습을 재현해 국내외 관광객이 시청을 둘러볼 때 들르는 필수코스의 하나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와 함께 춘천시는 현 본청건물을 주변지역에 규제를 주지 않는 제도인 등록문화재로 등재하는 한편 춘천시자료관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어느 디지털카메라회사의 광고 문구가 있다. 우리는 어릴 적 일기를 통해 까마득히 잊었던 기억의 실마리를 끄집어낸, 그러한 소중한 기억과 상징성을 간직하고 있는 문화유산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
첫댓글 옳은 주장입니다^^
기고가 되었군요!
춘천부 역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강원도 수부도시가 된 이래의 역사자료를 함께 보존하는 장소로 활용되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다 갈아치우고 편리함만 앞세우는 산뜻한 행정의 무식함이 연출되지는 말아야겠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