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최상으로 인격적(개별적, personnel)이기에
창조의 개념이 하나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쟈크 마리탱, 『앎의 등급들, Les degrés du savoir』, 중에서
사람들은 신에게 인격성(personnalité)을 부여한다고 비판을 한다. 하지만 인격적인 신을 말한다고 해서 신에게 인간적인 어떤 특성을 부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이해이다. 엄밀히 말해서 인간이 신에게 인간의 어떤 모습을 투영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어떤 특성들을 신성으로부터 규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인간이 ‘인격성’이라는 특정한 개념을 산출하는 것은 인간을 규정함에 있어서 신의 신성을 통해서 유추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신이 인간을 닮은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닮은 것’이다. 그래서 쟈크 마리텡은 신을 ‘최상으로 인격적인 존재’로 보고 있다.
신이 최상으로 인격적인 존재라고 말한다는 것은, 신이 곧 창조주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인격의 첫 번째 특성이 ‘개별자(la personne)’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 개별자는 다른 존재들과 구분 된다 혹은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들이 개별자 이지만 의존하는 존재들이라면 신은 절대적으로 개별적인 즉 절대적으로 분리된 존재로서 다른 모든 의존하는 것의 원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다 인격적인 존재는 보다 개별적인 존재이다. 최상의 인격적인 존재는 최상으로 분리된 자이다. 그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존재하는 자, 즉 완전히 혹은 절대적으로 자립적인 존재가 신이다. 보다 자립적인 존재는 보다 창조적이고, 보다 신비적이다. 분리된 존재는 타자에게 없는 것을 산출하는 자이고, 타자가 알 수 없는 실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인격을 가진 존재라는 것은 곧 자립적일 수 있고, 창조적일 수 있는 존재이며, 결코 끝까지 알 수 없는 심연을 가진 신비로운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중세의 신비가 마리-마들렌느는 “인간을 보지 않고서는 신을 알 수 없고, 신을 보지 않고서는 인간을 알 수 없을 만큼 인간은 신을 닮았다”라고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