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오른 한라산!
겨울이면 좀처럼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백록담! 대박 터졌네! 참가회원 인물 짱! 멋짱! 산짱! 날씨 짱? 내 생에 극치의 한라산 눈꽃 산행 성공!
2008년 1월 28일. 연일 이어진 폭설로 한라산 등반 금지!
밤새 뉴스를 들으며 가슴을 조인다. 진달래 밭으로 밤새 70cm의 눈이 내렸다고?
한라산을 오르기위해 마음 비비며 여기까지 모든 사연 다 묻어버리고 31명의 회원이 여기까지 왔는데 어찌하나?
새벽 6시. 성판악 대피소로 전화를 쏜다. 허나 답은 대설 주의보가 아직 해제되지 않아 기다려 보라는 답. 가슴이 내려앉는다.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다시 전화를 쏜다. 와 ! 진달래밭까지만 등산이 가능하단다. 한라산을 바라만 보고 갈뻔 했는데 “가능”의 감동을 먹고 심장이 뜨거워진다.
서둘러 입구에 도착하니 발빠른 등산객들이 벌써 입구에 서서 비옷을 입느라 야단 법석이다. 8시 10분 아직도 진눈깨비가 휘날리며 앞이 잘보이지 않는 터라 준비를 재촉하며 길을 나선다. 그런데 출발하려고 보니 회원이 턱없이 부족? 화장실......, 도착한 지 30분이 지난 8시45분에 출발했다.
아! 한라산을 오르는 첫발을 내딛으니 드디어 움츠렸던 가슴이 뻥 뚫린다. 마치 속세와 선계의 경계인양. 인공적인 색상은 사라지고 순수한 자연의 빛깔만으로 채워진 또 다른 세상! 여기 저기서 나 보란듯 내미는 눈꽃의 향연들이 시새워 얼굴을 내민다. 그 사이길을 밟고, 만지고, 쉴틈없이 오르며 함박웃음을 터트리는 회원들! 서둘러 가노라니 한동운님이 아직 청춘임을 과시하신 듯 싱그러운 발걸음으로 앞서가신다. 사라대피소! 미인조 양귀비, 오훈, 최금녀, 김귀숙, 정은순, 변영숙, 이선재님과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희망조 김문주님과, 정원영, 김우희 학생, 제주도 출발전 술에 맞아 몸고생을 하면서도 산사랑에 빠져 함께해준 “김영수, 국경희” 부부와 “정만기”님과, 광주에서 올까 말까의 망설임으로 마음 무거워했던 “장미희”님이 환한 웃음을 가득 채우며 오르는 데 그 뒤로 멋쟁이 부부 “이환모, 박영희님 부부가 여유있게 눈꽃을 뒤집어 쓰고 온다.
31명 인원을 확인하고 다시 오른다. 멀고도 먼 울산에서 광주까지 와서 웃음조를 만든 “정봉숙”님은, “정봉례”, “신부용”, “이혜경“님과 눈꽃 세상에 홀랑 빠쪄 나뭇가지의 눈을 모두 녹여 떨어트릴것 같이 깔깔대며 웃어댄다. 마치 울산까지도 소식을 전하고 싶어한듯! 이에 뒤질세라 미인조 ”양귀비“, ”오훈“, ”최금녀“, ”김귀숙“, ”정은순“, ”변영숙“, ”이선재“님은 눈꽃 세상의 침묵을 깨트리지 않고 싶은 듯 방긋 방긋 웃음만 터뜨리며 선두를 지키고 오른다. 힘겨워 하면서도 이렇게 웃음과 마음을 나누며 설레임으로 오르다 보니 벌써 진달래대피소다. 선발대로 와서 11시에 도착한 “이돈현”, “장호익”, “김명자”님이 얼마 전부터 출입이 해제 되었다며 반갑게 우릴 맞이한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2.3km지만 경사가 심하고 허벅지 까지 눈이 쌓여 압도하는 눈길에 모두 멈칫거린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다른 팀도 몇 명을 제외하곤 포기한 채 하산할 계획인 것 같다. 그러나 우리팀은 멋대로! 맛대로! 선택하기로 결정하고 11시 40분에 나름대로의 길을 선택했다. 따끈한 라면을 먹을 욕심으로 오르지 않겠다는(밝힐 수 없는) 맛대로 조는 맛에 취해 버리고 싶단다.
지난 어느날 봄! 밤이슬에 흠뻑 젖은 풀숲을 헤치고 부질없는 생각을 접으며 백록담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풀숲을 간지럽히던 햇살이 형형색색의 나무들을 희롱하며 너울지듯 곡선으로 출렁이던 모습이 내 마음속에서 깨어나는가 했더니, 눈속에 푹빠져버린 진달래밭은 코끝을 찡하게하는 매서운 바람과 눈발을 휘몰아 또 다른 세상을 펼쳐낸다. 바로 눈꽃 페스티벌의 시작종을 울리고 있는 듯! 한발자욱 한발자욱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눈과 나무들이 서로를 껴안고 얼음꽃, 고드름꽃, 함박꽃, 좁쌀꽃, 볼륨꽃, 이슬꽃, 눈물꽃, 사다리꽃, 솜사탕꽃, 우장꽃, 삿갓꽃, 루돌프사슴뿔꽃, 소시지상고대 등 만물상을 연출해 놓고, 선과 볼륨과 골로 폼까지 내며 우릴 맞이한다.
눈이 만든 세상! 순백의 고요함! 천상의 세계! 모든것이 축복이요 극치의 예술! 턱까지 타오는 숨이건만 애써 소리를 줄여 이 기나긴 예술의 터널을 오르다 잠시 쉬노라니 어느새 은발의 머리가 되어 그 사이길로 두리누리 회원님들의 얼굴이 하나 둘씩 발그레 웃음을 짓다가 눈물을 흘리다가, 눈섶과 코끝자락에 고드름을 달고 언둥이가 되어! 힘겹게 오른다. 저렇게 예쁘고 별난 모습을 한 아름다움을 오늘 이 한라산이 아니면 어디서 볼 수 있겠는가?
정상이 가까워지자 눈과 농무로 뒤엉켜 한치앞을 볼 수 없고, 속옷까지 벗겨내는 듯 살을 에는 매서운 바람은 정상을 좀처럼 열어주지 않으려는 듯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13시. 한라산 정상! 백록담은 이미 두툼한 눈이불을 덮은 채 침묵하고, “한라산 동능정상”이라 표기된 기둥과 정상을 지키는 보초병이 눈보라를 힘겹게 이겨내며 우릴 맞이한다. 영하 21도, 체감온도 영하 29도, 모두들 꽁꽁 얼어버린 몸이지만 웃음의 만세를 부르며, 기념 사진을 남기려고 하는 데 후레쉬가 잘 터지질 않아 애를 먹는 모습이다. 항상 곁에 함께해주며 천국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부부인 ”장호익“님이 함께하지 못한 님에게 큰 선물이라도 남기려는 듯 대피소에서 따끈한 물을 마시고 와서 기어이 사진을 남긴다. “이돈현”, “장호익”, “한상선”, “조정아”, “신상구”, “김명자”님이 함께하는 선발대를 보내고 후발대로 올라오는 회원이 더 있을련지 몰라 기다리는 데 “박영옥”, “김현숙”. “오훈”, “양숙자”, “최금녀”, “박현송”님이 그 해맑은 웃음으로 눈보라를 녹이며 올라온다. 와락 껴안아 주고 싶었던 정상에서의 감격은 영영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시가 언어를 재료로 만드는 예술이라면 한라산은 눈을 재료로 만드는 찬란한 예술이 아닐까? 예술보다 더 아름다운 기부를 받고 골기 아닌 대자연의 향연속에 여백의 미를 담은 된비알을 만지작거리며, 우린 눈꽃 세상을 펼치는 한라산의 속살을 훔치며 정상에 올랐다.
시간을 깨트려버리고 몰아치는 눈보라속에 내 마음을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우고 왔으니, 이젠 편안히 그대(봄의 님)와 두손 아니 나혼자 그리워하는 마음을 마주잡고 꽃피는 봄을 기다리렵니다. 의미있는 일을 위해서는 돈도 낙엽처럼 태워버리는 멋스러움과 향기로 가득한 사람들에게 넘 사랑스러워를 외칩니다. 그리고 모든 것 다 버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하고 사는것이 행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남겨봅니다.
끝으로 이번 등반은 회원님들이 “들무새리더쉽을” 발휘해주었음에 그리고 예술적 향기를 발산하는 회원님들의 뜨거운 가슴이 한라산의 매서운 찬바람도 녹여내었기에 성공한것임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산은 정상을 오르기위해 가는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마음의 벽을 넘기위해서라는 진리를 다시한 번 깨닫도록, 한발자욱을 남기고 정상을 두고온 산꾼들의 지혜로움에 특히 큰 박수를 보내며 “회원님들 행복하세요”를 남기고 아래의 여백을 회원님들께 드립니다.
4시 25분에 출발하는 버스속에서, 파도를 삼키는 바닷가 고등어조리집 식당에서의 뒷이야기는!? 회원님들이 간단히 쓸 수 있도록 한 란입니다. 각자 써주세용.
☺ 쓰는 방법 : “두리누리”카페에서 한줄메모장에 남겨주셈 그러면 제가 카페에 함께 올려 드립니다.
☞ 우린 깔깔대는 웃음 천국조인 “정봉숙”, “정봉례”, “신부용”, “이혜경“이에요. “눈위에 벌렁 누워 우리들의 S라인을 남기고” 왔는 데 내려올 때 그 아름다운 라인 보지 않았어요?
☞ 희망조 “김문주”, “정원영”, “김우희”조에요
나는 진달래 대피소에서 그만 두자는 아이들 말에 현혹되기도 했지만 아니 우리도 가자며 따라 나섰단다. 중간쯤 왔을 때 왜 시작했나 싶을만큼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가는 것이 힘들었다. 다른 때 같으면 내가 먼저 힘들어 죽을 판인데 전혀 지치지 않은 것을 보면 책임을 지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가 싶다. 학원 가서 공부하는 것이 더 쉽다며 그냥 내려가자고 조르는 아이들을 고지가 저긴데 하면서 인상도 썼다가 달래도 보며 눈앞에 백록담을 두고 있었다. 한 발 앞서가셨던 등산인의 지존 고재섭 교장선생님께서 눈앞에 두고 멈추는 게 좋겠다 하신다. 꼭대기는 사진을 찍기도 어렵다고 했다. 눈사람이 된 채로. 정상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눈앞이 안보여 잘못하면 큰 일 나겠다 하시며 욕심 부리지 말자고 하신다. 결정은 내가 하라며. 아쉬웠지만 눈앞에 두고 멈출 줄 아는 절제와 지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으로 만족하고 고지를 눈앞에 두고 되돌아왔다. 총 20여km를 최선을 다해 다녀온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싶었다. 먼저 내려오신 분들에게 아이들은 박수갈채를 받으며 차 안에 들어와 못다먹은 점심을 먹고 이동하는 동안 잠속에 빠져든다. 아! 나도 나를 새롭게 느꼈는데, 우리 아이들도 분명 큰 것을 배우고 왔으리라 생각하니 참 뿌듯하다. 행복이란 의미를 부여한 것에 새롭게 도전하며 또한 접을 줄도 아는 것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