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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게으른산행(6월8일)은 1013m에 위치한 56번 국도 구룡령정상 백두대간 탐방지원소에서 출발하여
구룡령옛길정상(1089m)을 거쳐 명승길인 양양 갈천리방향으로 내려왔다.
1874년 일본이 백두대간 허리를 절단하여 비포장 56번 국도를 냈고, 1994년 포장도로가 되면서 구룡령
고갯길은 잊혀졌다. ‘구룡령정상(해발 1013m)’이라고 적힌 표지판은 애초엔 ‘장구목’이라 불렸다.
원래 구룡령 정상은 1.6Km 걸어서 해발 1089m지점(구룡령옛길정상), 백두대간 마루금 위에 있다.
일본이 신작로를 내면서 고개 정상 자리도 바꿔 버린 것이다.
구룡령고갯길은 백두대간에서 가장 산림이 울창한 지역이며 한국의 대표적 옛길로 원래 홍천군 내면 명개리
에서 양양군 서면 갈천리까지 6.46㎞ 이어진 길을 이르며 영서와 영동사람들이 설악산 점봉산 오대산 등 백두
대간 장벽으로 산지와 해안 지역을 오가는 것이 힘들었던 두 지역을 연결 해 준 유일한 통로였다. 그러나 2007
년 12월 17일 구룡령옛길이라는 이름으로 정상에서 갈천리까지 2.76㎞ 구간만 명승길 제29호로 지정되었다.
지금 우리가 가는 옛길은 그 원형이 수백년전의 모습으로 가장 잘 보존 된 길이다. 옛길은 영동지역의 소금,
간수, 고등어, 명태 등을 영서지방의 콩, 팥, 수수, 녹두, 깨, 굴밤쌀(도토리), 좁쌀 등으로 바꾸어 온 통로였다.
그래서 옛 어른들이 바꾸미길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바꾸미길 이름이 참 정겹다.
험준한 백두대간으로 갈라져 있는 영동과 영서를 잇는 고갯길들 가운데 구룡령옛길이 운두령(1,089m)과
같은 최고 높이의 고개다. 양반과 선비는 한계령(1,004m)와 대관령(832m)을 넘어 한양으로 가는 반면 서민은
주로 구룡령을 넘었다고 한다.
구룡령옛길은 해발 1,089m 높이의 고개를 아홉마리 용(구룡)이 승천하는 것처럼 구불구불하다고 하여 구룡령
이라고 이름하였다. 이 곳은 백두대간의 허리로서 아흔아홉구비 원형 길과 산림자원을 비롯하여 심마니, 숯,
철광 등 옛 산간민속이 살아 숨쉬는 곳으로 영서산지와 영동해안을 우마로 연결하던 교역로였다. 비포장도로
는 일제시대 목재와 철광석 등 자원을 수탈할 목적으로 일제가 만들어 놓은 길이다.
구룡령옛길 식생 : 백두대간에서도 설악산과 오대산 사이 가장 깊숙한 곳에 틀어박혀 있어서인지 구룡령 일대는
백두대간 자연 생태계가 오롯이 보존되고 있다.
구룡령 정상(백두대간지원센터) 1,018m부터 시작해서 1,089m 구룡령옛길정상으로 오르는 1.6Km 산길에는
고도에 어울리게 큰키나무로는 참나무중 신갈나무가 가장 많고 피나무, 박달나무, 거제수나무, 당단풍나무,
까치박달나무, 고로쇠나무, 갈매나무, 사시나무, 복장나무 등 활엽수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작은키나무와
떨기나무, 덩굴성나무로는 등산로를 따라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노린재나무, 산가막살나무, 물개암나무,
고광나무, 쥐다래, 미역줄나무 등이 수시로 눈에 띈다.
6월에 철쭉꽃을 이곳에서 볼 수 있을 줄이야. 옛길을 따라 철쭉꽃이 널려 있다.
구룡령옛길정상에서는 직진하면 조침령을 지나 설악산이고, 왼쪽으로 내려가면 홍천 명개리(3.7km), 오른쪽
으로 내려가면 양양 갈천리(2.9km)다. 명개리 길은 완만한 내리막 길이고 갈천리 길은 휘어져 있다기보다 차
라리 접혀 있다고 해야 하겠다. 고갯길이 바로 위를 향하지 못하고 구불구불한 모양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는
건 사람이 다니는 길이었지만 짐을 옮기는 길이었고 우리네 옛 조상들의 걸음이 그만큼 더디고 버거웠기 때문
이었으리라.
명개리로 내려가는 길은 식생이 풍부하고 원시림과 같은 활엽수 숲이 많이 우거져 있는 음의 코스(초본)
라 할 수 있으며 반면에 명승길로 지정된 갈천리 길은 양의 코스(목본)로 180년 금강송을 비롯한 침엽수가
우람하게 서 있고,
경복궁 복원을 위해 잘려나간 금강소나무의 밑둥
활엽수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숲으로 신갈나무를 비롯하여 서어나무, 박달나무, 거제수, 산벚나무, 팥배나무,
까치박달나무, 헛개나무, 박쥐나무와 작은키나무와 떨기나무로는 짝자래나무, 백당나무, 고추나무, 산앵도나무,
청괴불나무, 붉은병꽃나무, 딱총나무, 말발도리, 병조희풀, 회목나무 등이 동정되고 있다.
옛길 중간에 조릿대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옛길 마지막 주변에는 조록싸리와 국수나무가 늘어서 있다. 갈촌리 마을 어귀 개울 주변에 개회나무,
초피나무, 산사나무, 산딸나무, 고야나무, 고욤나무, 산개벚지나무, 곰딸기 등도 볼 수 있었다.
갈천리 냇가에서 족욕으로 6월 게으른산행을 마무리하였다.
일제시대 때 철광석을 캐어 운반했던 삭도의 모습이 남아 있다는 '옛날삭도' 팻말을 보니 마음이 착찹하다.
횟돌반쟁이 : 횟돌은 자연석으로 양양지역 장례풍속에서 하관시 횟가루로 땅을 다질 때 갈아서 썼다.
이는 양양지역의 독특한 매장문화로서 이렇게하면 나무 뿌리가 목관을 파고들지 못한다고 한다.
행인들이 쉬어 가던 이곳에서 횟돌이 나왔다고 하여 '횟돌반쟁이'라고 부른다.
솔반쟁이 : 반쟁이는 한자어로 반정(半程)에서 나온 말로 아흔아홉 구비의 반이라는 뜻.
양양 구룡령의 금강소나무는 우수한 목재로 알려져 경복궁 복원에 사용되었다. 이 곳의 울창한 산림은 양양의
자랑거리이며 송이를 비롯하여 산림자원도 풍부하다. 옛길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솔반쟁이'는 주변에
소나무가 많아서 그 이름이 붙여졌다.
묘반쟁이 : 조선시대의 양양과 홍천의 수령이 각자 출발하여 만나는 지점을 경계로 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 말을 들은 양양의 한 청년이 수령을 업고 빠르게 달려 홍천군 내면 명개리에서 만나 그 곳을 경계로 정했다.
그러나 그 청년은 돌아가는 길에 지쳐서 죽었기에 그 공적을 기려 묘를 만들었다고 하여 '묘반쟁이'라 했다.
금강소나무
나무의 둘레 270cm, 높이 25m, 나이 180년. 강원도의 백두대간 지역에 분포하는 소나무의 한 품종으로 수간이
곧고 재질이 뛰어나며 수관이 좁고 곁가지는 가늘고 짧다. 지하고(枝下高)는 높고 수피 색갈은 아래쪽이 거북등
모양의 회갈색이고 위쪽은 황적색. 연륜폭이 균등하고 좁으며 나무결이 아름답다.
초본류 : 민백미꽃, 나비나물. 단풍취, 광릉갈퀴, 노랑장대, 산외, 선갈퀴, 박새, 용수염, 민둥갈퀴,
꿩의다리아재비, 범의꼬리, 오리방풀, 말나리, 하늘말나리, 터리풀, 바디나물, 은대난초, 도깨비부채,
큰앵초, 단풍잎터리풀, 금마타리, 금강초롱, 감자난초, 여로, 개시호, 용둥글레, 초롱꽃, 작약, 곰딸기,
지느러미엉겅퀴 등
<<< 게으른산행 회원 여러분께서는 과연 몇개의 목본과 초본을 동정하셨나요?
동정한 수목 갯수가, 아는 수목 숫자가 제일 중요한게 아니란건 이미 알고 계시지요? >>>
〓》걱정마시고 게산 식구들과 함께 시나브로 한 10여년 천천히 느껴가면서 알아가 봅시다.
나비나물 : 턱잎이 나비 모양
민백미(白微)꽃 : 뿌리가 희고 가늘어서 백미꽃이라 부르고 순백색이어서 민백미꽃.
(야생 백미꽃은 꽃색이 흑자색, 선백미꽃은 꽃색이 연황색)
두릅나무 잎 : 잎줄기가 어긋나고 복복엽. 소엽은 마주나기. 소지에 가시가 있다.
노랑장대 : 줄기 윗부분의 잎새는 달걀형 또는 넓은피침형으로 잎자루가 짧다.
노랑장대 : 줄기 아랫쪽은 잎새가 새깃 모양으로 깊게 갈라져 결각이 거칠고 크다.
노랑장대꽃 : 십자 모양의 노란 꽃
산외 : 2개로 갈라진 덩굴손으로 감고 올라간다.
선갈퀴 : 세로로 난 1개의 잎맥이 뚜렷하다. 잎자루는 없다.
박새 :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어 야생의 박새가 훼손이 적어 군락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꿩의다리아재비 : 바람이 잘 통하고 서늘하며 햇볕이 잘 들어오지 않는 곳에 서식한다.
신갈나무
한 줄기의 신갈나무가 왜 2간주(幹柱)로 분리 되었을까? : 피소(皮燒 볕데기)현상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7월 게으른산행에서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피나무
산가막살나무
짝자래나무의 가시 : 가지 끝은 흔히 가시로 변한다. 꽃과 잎은 가지끝에 모여 난다. 어긋나기.
짝자래나무 암꽃 : 암수딴그루로 암술이 있으니 암꽃으로 동정. 암술이 퇴화되어 있으면 수꽃.
미역줄나무 줄기에 사각이 뚜렷하다.
말나리
까치박달나무
민둥갈퀴
범꼬리 : 줄기에 굵은 마디가 있다.
꽃이 범의 꼬리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
물푸레나무 복엽 모양과 소잎의 크기가 다름에 유의해 봅시다.(7월 게산에서 공부해 봐요.)
용둥글레
함박꽃나무
얼레지씨앗
고로쇠나무
숲에서 잎이 마주나기로 거목은 고로쇠일 확율이 크다.
백당나무
배암나무
구룡령옛길 정상에서 갈천리 방향으로 구비구비 내려오는길에서 만나는 식생들.
은대난초 : 은난초보다 키가 크고 포가 대나무 잎 모양이며 꽃차례보다 길다.(은난초는 포가 꽃차례보다 짧다)
은대난초 꽃은 활짝 피지 않고 반쯤 피다 만듯 하다.
큰앵초 : 높은 산, 깊은 산속의 나무 그늘이나 습한 곳에서 자란다.
단풍잎터리풀
단풍취
금강초롱
감자난초 : 하얀 꽃잎 끝이 주름이 잡혀 있다.
여로
박새와 여로의 비교 : 박새 잎이 2배이상 크고 넓다. 박새 잎은 잎자루가 없다.
어찌하여 저리 큰 금강송의 밑둥이 찢어져 넘어져 있을까? 죽은 나무가 있는 숲은 아름답다.
다시 자연으로, 흙으로 돌아가고 있는 나무들. 나무는 살아있는 동안은 가장 이기적인 삶을 살지만, 나무의 죽음
이후의 삶은 오롯이 자신의 모든 것을 숲으로, 자연으로 되돌리며 다른 생물들의 삶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쓰러진 나무가 완전하게 자연으로, 양분으로 재생산되는데 150년이 걸리다고 한다.
적어도 이 기간동안만은 토양동물들의 거처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쓰러진 나무는 수분 함량이 157%이다.
단지 5% 정도의 살아있는 세포로 유지되던 나무가 죽어서 40%이상의 살아있는 세포로 채워진다.
나무는 결코 죽은 것이 아니고 단지 사라질 뿐이나 그 과정은 자원을 되돌리는 과정일 뿐이다.
금강송의 뿌리
한쪽 줄기는 이미 죽었으나 살아있는 금강송을 지탱해 주고 있다.
금강송의 보굿
경복궁 복원시 잘려진 금강송 그루터기들
초롱꽃
금마타리
거제수 2그루와 까치박달나무
신갈나무의 물구나무서기 묘기 대행진 : 10년후 신갈나무는 어떤 모양으로 살고 있을까?
박달나무의 누드는 죽어서도 자기를 껴안고 있는 박달나무를 지탱해 주며 건재하다.
물관과 체관의 통로를 확실하게 보여 주고 있다. 뿌리의 모습이 정말 궁금하다.
박달나무 수피와 내수피의 무늬가 예술적이다.
외수피와 내수피가 전혀 다른 형태를 띄고 있다.
회목나무 꽃
긴 꽃자루에 3개씩 짝을 이루어 핀다.
(아래 사진은 다음에서 퍼옴)
다릅나무 수피
초피나무
하늘말나리
지느러미엉겅퀴
조록싸리
산딸나무
박쥐나무
곰딸기
고욤나무 ; 암수딴그루
고욤나무 꽃을 살펴보면 암술이 없으면 수꽃.
산개벚지나무 열매는 위로 곧추 서 있다.
산개벚지나무 수피 는 벗겨지는 특성이 있다.
고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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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틀린 내용이나 수정할 부분, 동정이 잘못된 수목은 댓글로 지적해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한 참 동안 읽고 감상하고
유식 박식해 졌습니다
게으른 산행의 진미를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기억을 짜내면서 읽게되는, 내공이 느껴지는 대단한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한두해 할 것도 아닌데 짜내지 마세요.
시나브로 천천히 올해 안면 내년에 하면 되지요.
대충 지나쳤던 부분까지 자세하게 글과 사진으로 정리 해주시는 내공은 정말 짱!!! 입니다
게으른 산행의 묘미와 맛을 살려 주는 훌륭한 정리~
감사합니다^^
점점 게을러지니 걱정입니다. 산행만 게을러야 되는데...
감동적인 해설입니다.감사합니다..
정샘의 예술혼을 어찌 따라 가겠습니까?
정말 잘 읽었습니다. 몇번 더 읽어야 겠습니다. 그 날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식물들의 특징 및 그들의 삶까지 느껴지는 글과 사진 공부 많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공부가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주왕산에서 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