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일런스.
사진: 영화 사일런스 배경지 고토와 소토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로드리게스(앤드류 가필드)와 가르페(아담 드라이버) 신부는 그들의 스승인 페레이라 신부(리암 니슨)가 일본 선교 도중 배교를 했다는 소문을 듣고 목숨을 걸고 일본에 밀입국 한다. 로드리게스와 가르페 신부가 건너간 17세기 당시, 일본은 가톨릭 금교령으로 신앙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던 시기로, 수많은 신부들과 신자들이 신앙을 지키려다 끔찍한 죽음으로 순교 당하는 박해시대였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지만 배교를 한 키치지로(쿠보즈카 요스케)를 따라 일본에 잠입한 로드리게스와 가르페 신부는 키치지로가 진정한 기리시탄(크리스천)일까? 의심하지만 다행히 로드리게스와 가르페 신부는 키치지로의 인도 하에 무사히 일본의 기리시탄들이 모여 사는 마을(고토)에 당도했고, 신부를 애타게 기다리던 일본 신자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한다.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을 영화화한 <사일런스>(2016)는 가톨릭에 대한 박해가 혹독했던 17세기 일본에서, 목숨을 걸고 선교 활동에 나섰던 예수회 신부들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고문 도중 배교를 했다는 페레이라 선배 신부의 소식을 들을 때부터 로드리게스와 가르페 신부는 끊임없이 하느님의 침묵을 의심하고 다시 그 마음을 거두는 고통을 반복한다.
자신들 때문에 수많은 그리스도 신자들이 고초를 겪을 때마다 `제가 과연 이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배교를 해야할 것인가 아니면 그것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신앙을 지켜야 될 것인가` 신부들은 하느님께 간절한 기도를 드리고 하느님의 응답이 있으시길 바란다. 그러나 신부들의 간절한 외침에도 하느님의 침묵은 이어지고, 로드리게스 신부는 고통과 번민을 거듭한다.
로드리게스 신부는 결국 그의 스승인 페레이라 신부를 따라 배교를 택한다. 그리고 이노우에 수령(이세이 오가타)과 일본 관료들이 원하는 대로 그리스도를 배격하는 충실한 불자로 살아간다. 하지만 페레이라, 로드리게스 신부가 정말로 예수 그리스도를 배신한 것일까 하는 데는 많은 의문점을 남긴다.
예수 그리스도와 로드리게스 신부를 여러 번 배신하면서도, 그때마다 로드리게스 신부에게 고백성사를 청하며 자신의 죄를 씻길 원하는 키치지로를 이 영화 에서는 매우 비중 있게 다룬다.
처음에는 키치지로를 이해하지 못하던 로드리게스 신부도 살기 위해 배교를 밥 먹듯이 하는 키치지로를 서서히 이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리스도를 배신한 사람도 하느님의 품에 안길 수 있느냐?”는 키치지로에게 여러 번 고해성사를 주고 그의 죄를 씻어주고자 노력했던 로드리게스 신부도 어느 순간 그 물음의 답에 대한 확신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많은 선교사와 신자들이 순교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해진다는 점을 파악한 이노우에 수령과 일본 관리들은 이간질을 통한 교묘한 방법으로 로드리게스 신부를 순교 시키는 대신, 그가 보는 앞에서 신자들을 무참하게 죽이는 선배이자 스승인 페레이라 신부를 배교시킬 때 사용한 방식으로 그에게 배교를 강요 한다.
결국 자신 때문에 끊임없이 죽음을 맞는 신자들의 고통을 마냥 지켜만 볼 수 없었던 로드리게스 신부는 신자들을 살리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예수의 얼굴을 밟는(배교) 선택을 하게 된다.
끝까지 신앙에 대한 믿음으로 괴로워했던 로드리게스 신부가 신앙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침묵으로 일관하시던 하느님의 음성이 비로소 로드리게스 신부의 귀에 들린다. "나를 밟아도 좋다."
고통 속에 울부짖는 자녀들의 통곡을 침묵으로 일관하시는 하느님에 대한 의심과 회개를 반복하며 비로소 하느님의 존재를 증명한 선교사의 갈등을 그린 영화 “사일런스”는 믿음(신앙)에 대한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