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관리소장들의 현장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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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호 도시계획학 박사
(LH 주거복지센터장)
우리도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까? 이는 아파트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바람을 나타낸 말이다. 「공동주택관리법」에서는 주택관리 종사자를 세부적으로 분류하고 있지는 않지만 보통 공동주택인 아파트의 종사자들은 ‘주택관리사’인 관리소장, 사무직원, 경비원, 미화원, 시설관리직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관리소장은 주택업무와 관련된 사항의 총괄과 조정업무를 담당하며, 사무직원은 경리와 행정업무를 담당하며, 경비원은 공동주택 단지 내 공간의 순찰과 감시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차관리, 분리수거, 택배처리 등 여러 가지 부대업무도 함께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화원은 건물 내·외부의 청소와 위생상태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마지막으로 시설관리직원은 공동주택단지 내 각종 설비와 장비(기계설비, 전기설비, 수도시설, 정화조설비, 승강기, 홈 네트워크 설비 등)의 유지와 교체, 정기적 안전점검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2016년 현재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75%가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아파트 공화국’에서 주택관리는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이러한 주택관리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역할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2014년 ‘한국건물위생관리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주택관리 종사자는 주택관리사가 14,696명, 경비원이 150,543명, 미화원이 401,261명, 시설관리직원이 132,638명이다. 전체적으로 약 70만 명이 공동주택관리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주택관리는 이렇듯 이질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종사자들로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이들 아파트 노동자들은 각자 자신들이 처한 근무여건, 고용 관심사 등이 서로 상이하고 전반적인 근로환경 수준도 매우 열악하다.
‘한국주택관리연구원’(2018)의 연구 자료에 의하면 주택관리 종사자들의 업무 만족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반적인 업무만족도를 살펴보면, 관리사무소장이 100점 만점에 46.4점, 사무직원 54.9, 시설관리직원 53.6점으로 일반적인 직종의 종사자보다 약 2.5~21.0점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관리에 있어서 핵심은 역시 관리소장들이다. 그러나 주택관리사라는 정부가 공인한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입주자대표회의, 관리회사와의 관계에서 수임인 및 근로자의 지위를 갖고 있어 이러한 이중적인 법적 지위가 이들의 노동안정성을 해치고 더 나아가 전문가로서 소신 있게 업무를 수행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관리소장이 입주자대표회의의 횡포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과 사망, 연속되는 자살, 저임금, 고용 불안정, 모멸감, 직업에 대한 자긍심도 잃어가고 있다.
한국아파트신문의 2016~2017년 기획보도에 의하면 동대표의 부당한 업무간섭, 권한을 넘는 관리업무 개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사망에 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추정되는 관리소장이야기, 아파트관련 서류를 관리사무소 화장실에 갖다놓고 문을 잠근 입주자대표회장에 벌금 100만원을 법원이 부과한 이야기, 입주자대표회의가 기존 관리회사와의 재계약을 거절하여 공개경쟁입찰을 일방적으로 함으로써 주택관리회사 재계약에 실패하여 상실감에 빠진 관리소장들의 이야기가 ‘벼랑 끝에선 사람’으로 보도하여 공동주택 관리의 현장상황을 자세히 전하고 있다. 이런 현실 상황은 수년간의 성실한 관리노력을 수포로 만들어 버리는 일이고 고용불안을 부르는 일이다.
한 연구기관의 보고서에 의하면 관리소장의 평균임기는 1년에 불과하다. 부당한 대우, 열악한 처우, 위법한 관리행정의 강요와 묵인, 아파트관리 업무의 종사자들은 근로자의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아파트 노동자들의 근로분쟁 예방과 개선방안에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지원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미시적으로는 이들의 잠시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이 마련되어야 하고, 경비원들의 고용불안 해소와 교대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거시적으로는 입주민과 관리주체의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할 수 있는 제도와 정부가 위탁관리와 간접고용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아파트관리의 모범사례를 발굴하여 확산시키고, 지방정부의 공동주택에 대한 개입 기준과 절차를 강화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갈등과 비리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파트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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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종사자들이 실제로는 주차관리, 분리수거, 택배처리 등 여러가지 부대업무도 함께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