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기온이 많이 내려가 무척 춥기 때문에 경기도 가평의 화야산방에 오래 머물지는 못합니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은 서울보다 평균 3도정도 더 내려갑니다. 그리고 저의 화야산방은 설악면 평균기온보다 2도정도 더 하락합니다. 산 중턱에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서울 기온이 영하 0도일 경우에 화야산방은 영하 5도정도 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화야산방 주변에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립니다.눈이 많이 와서 설악면입니다. 강원도 설악산 주변에는 설악면이 없습니다. 한국에서 유일한 설악면은 경기도 가평군에 있습니다. 겨울에도 설악면 화야산방에 일주일에 한번 정도 가기는 하지만 며칠 머물기에는 너무 추워 서울로 도망치듯 돌아옵니다. 그러나 추운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일주일에 나흘이상 그곳에 가서 텃밭도 가꾸고 꽃님도 돌봅니다.
저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편입니다. 새벽 운동을 하기 위해섭니다. 설악면 화야산방에서는 동네 한바퀴를 돌고 서울의 화야산방에서는 주민센터 헬스장에 나가 운동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벽 5시정도에 일어납니다. 저녁에는 상대적으로 일찍 잠자리에 드는 편이어서 새벽에 그냥 눈이 떠지기도 하지만 조금 늦게 잘 경우나 밤중에 무심코 일어나 글을 쓰거나 책을 볼 경우 새벽에 핸폰에 저장된 알람이 저를 깨워줍니다. 어릴적 잠이 많았던 시절에는 조그만 탁상시계를 맞춰놓곤 했지만 번번이 끄고 다시 자는 바람에 숙제도 못해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지금 핸폰은 다시 울림장치가 돼 있어 그럴 우려는 없지 싶습니다.
설악면 화야산방에서는 핸폰 알람을 켜두지 않습니다. 새벽녁에 저를 깨우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바로 새님들입니다. 설악면 화야산방 주변에는 새님들이 참 많습니다. 위해시설물들이 전혀 없고 농약을 치는 경우도 많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특히 까치님와 까마귀님들의 바리톤식 발성에는 잠에서 깨지 않을 재간이 없습니다. 이웃집에서 키우는 장닭님의 테너소리는 더욱 대단하지요. 닭도 일종의 새종류 아닙니까.
새님들의 노랫소리에 일어나 밖으로 나오면 겨울철에는 아직 많이 어둡지만 여름의 경우 주변이 밝아오고 있고 봄 가을도 주변 물체를 어렴풋이 볼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그 시각 화야산방에 심어진 나뭇님들을 보면 이 친구들은 아직 자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러면 나뭇님는 언제 깰까요. 나뭇님의 새벽은 누가 깨울까요. 대부분의 나뭇님들은 햇님이 얼굴을 내밀면 그때 일제히 일어납니다. 바로 광합성을 하기 위해섭니다. 나뭇님은 햇님이 숨어버리면 광합성 작용을 할 수 없습니다. 그냥 쉬어야합니다. 그러나 햇님이 나오자 마자 일제히 광합성 작용을 하느라 분주해집니다. 물론 새님들이 가지에 앉아 흔들어 대면 잠시 깰 수도 있습니다.
설악면은 그야말로 시베리아 수준이지만 일단 햇님이 나오면 화야산방 주변은 금방 온기가 돕니다. 정남향이기 때문이지요. 여름철에는 조금 그렇지만 겨울에는 남향의 위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햇빛이 드는 곳과 그늘진 곳의 온도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햇님이 너희들 잘 잤니 하면서 미소를 보내면 화야산방의 풀님들도 기지개를 펴며 하루를 준비를 하곤 합니다. 물론 지금 겨울철에는 나뭇님도 풀님도 다 잠을 자고 있지만요.
갑자기 오늘 새벽 핸폰 알람 소리를 들으니 설악면 화야산방 주변이 생각납니다. 지금은 황량한 겨울철이어서 적막감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지만 두세 달 지나고 새봄이 오면 활기가 넘쳐 흐르는 멋진 낙원이 펼쳐지겠죠. 이제 겨울로 접어들고 아직 계절적 봄은 멀리 있지만 마음은 벌써 봄 한가운데 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성격이 많이 급하지요. 올해는 봄이 되면 해 보고 싶은 것이 참 많습니다. 정말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빨리 시간이 흐르는 것은 싫지만요. 오늘도 즐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2020년 1월 2일 서울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