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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엘리베이터에 오른 11층 남자는 벽을 보고
"네~" 했다 그리고 거울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9층에서 여자아이 둘이 탔다
7층에서 중년 부부와 젊은 여자가 탔다
6층에서 유치원 남자아이가 탔다
4층에서 문은 투덜거리며 저 혼자 열렸다 닫혔다
틈과 틈 사이 비집고 들어선 발들이 한 발짝씩 물러설 때마다
거울은 남자를 한 발짝씩 밀어냈다
'비상 통화를 원하시면 버튼을 눌러 주세요'
안내판에 머리를 기댄 휴대폰에서 소거되지 않은 여자의 인트로음이 소리를 지른다
엘리베이터가 라인 사람들을 로비에 쏟아 놓자
11층 남자의 얼굴에서 빗금 두 줄이
대일밴드 밖으로 슬며시 붉은 꼬리를 내밀었다
어젯밤 위층에서
고양이처럼 정숙 보행하던 소음의 정체가 저 빗금이었나
수직으로 하강하는 사랑에는 속도란 없는 거지
수습되지 않는 난상들이 열렸다 닫힌다
<부산매일신문> 문화부 기자 역임. <월간 문학공간> 등단. 양산시인협회 회장. 계간문예 중앙 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집 「자작나무 숲에 들다」. 동인지 「구름에 새긴 얼굴」 「혹여 너를 부를 때면」 「바람따라 세월 따라」 등 다수.
김백 시인 ysilbo@ysilbo.com
https://www.yangsa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1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