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류학자가 커피와 티를 구분하는 것을 보면 일리가 있다.
커피는 '브레이크'라는 말이 따라오는데 졸음을 쫒으려 짬을 내어 마시는' 음료기 때문이다.
차는 '타임'이라는 말이 따라온다. 차를 우리는 동안 마음을 가라앉히고 대화를 하며 '시간을 내는' 음료기 때문이다.
(이십대 때 소나기를 피해 들어간 다방에서 마신 커피가 복통을 일으켜 응급실에 갔었다.
나처럼 위가 약한 사람은 공복에 커피를 마셨다가 천공이 될 수 있다는 의사 말에 커피와 굿바이 했다.)
현대인의 기호음료인 커피의 어원은 아랍어 카파(caffa)로 ‘힘’을 뜻한다.
에티오피아 산악지대 목동 칼디는 염소들이 어떤 나무의 빨간 열매를 먹고 나면 흥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자신도 열매를 먹은 뒤 피로감이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인류가 처음으로 커피의 효능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커피는 십자군전쟁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됐다.
차는 커피보다 먼저 인류의 기호 식음료가 되었다.
BC 2737년 경 중국의 신농이 수 백 가지 풀의 약효를 시험하다 중독되어 정신을 잃었을 때
바람에 떨어진 나뭇잎을 먹고 해독되어 살아났다고 한다.
신농은 그 나무를 풀 초(草)와 나무 목(木) 사이에 사람 인(人)이 있는 차(茶)나무라 이름하고 해독의 효능을 전했다.
이후 차는 질병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져 가격도 비쌀 뿐 아니라 구하기도 어려웠다.
유비가 어머니에게 차를 사드리려고 2년간 자리와 발을 짜서 돈을 모았지만 차 한통 사기 어려웠다는
삼국지 내용으로 보아 차는 황족이나 귀족의 전유물인 것을 알 수 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왕명의 의하여 당에서 가져온 차 종자를 지리산 계곡에 심었다는 기록이 있다.
삼국유사에도 신라인들이 잎차를 갈아 가루로 만든 말차를 즐겼다고 기록되었다.
고려시대는 불교문화와 함께 차 문화가 가장 융성했던 시기이다.
17세기에 녹차는 아메리카 대륙에도 건너갔다.
동인도회사의 상선에 실린 녹차는 적도를 지나는 긴 항해로 산화되어 새카맣게 변해버렸다.
상인들이 아까워서 뜨거운 물에 우려내어 마셨다. 맛은 녹차보다 떫어도 향기가 좋고 뒷맛이 상쾌했다.
이때부터 붉은 색으로 우러난 홍차를 즐겨 마시기 시작했다.
차갑고 눅눅한 영국 날씨를 녹여주던 따끈한 홍차, 티타임과 함께 발달한 티푸드.
‘영국식 스토리텔링’을 탄생시킨 티룸과 자연주의 정원...
홍차는 오랜 세월 여유롭고 우아한 영국식 차 문화를 만들어 냈다.
첫댓글 봄은 꽃을 타고 ~~~~~ 봄이 눈과 입으로 솔솔 파고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