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사원
박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나는 몰랐다
구부러진 길을 갈 때 몸은 휘어졌고
발자국이 짓밟고 지나간 자리에는
꽃과 풀과 새의 피가 흘렀다
바람이 옆구리를 휘젓고 가면
돌멩이 속 갈라지는 소리를 듣지 못했고
바람의 늑골 속에서 뒹구는 날이 많았다
바람이 옆구리에 박차를 가하고 채찍질을 하면
바람보다 더 빨리 달릴 수밖에 없었다
질주본능으로 스스로 박차를 가했던 시간들
옆구리의 통증은 잊은 지 오래
일어나지 못하고 버려졌던
검은 몸뚱이를 감싼 싸늘한 달빛
그날 이후
내 몸을 바람의 사원이라 불렀다
(책나라, 2024년)
시적 묘사는 설명이 아닌 상징과 암시이다. 박순 시인의 시들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도전정신과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시창작의 예술성을 높이 사고 있다. 소재가 다양하고 말 부림의 재능과 재치가 엿보이며 함축된 깔끔한 말맛이 박 시인 시의 특징이라 하겠다.
-지은경(시인 ·문학평론가 · 문학박사)
「바람의 사원」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층적으로 탐구하면서,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문제들—자아 탐색, 삶의 목적, 자연과의 조화—에 대해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이 시는 풍부한 상징과 메타포를 통해 독자에게 강력한 시각적 이미지와 함께 감정적 공명을 불러일으키는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시적 표현은 독자에게 자신의 내면과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탐구하게 하며, 이는 결국 자아실현과 성찰로 이어진다.
박순 시인은 언어의 리듬과 구조를 통해 읽는 이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자극한다. 특히 반복되는 "바람"이라는 단어 사용은 시 전체에 걸쳐 일관된 주제와 모티프를 유지하면서, 바람이 가지는 여러 의미—변화, 힘, 자유—를 효과적으로 탐구한다. 이는 자연이 단순히 물리적 환경을 넘어서 인간 감정과 정신 상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인간의 삶과 자연의 불가분 관계를 인식하고, 이를 통해 개인의 내면세계와 외부 세계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바람의 사원」은 박순 시인의 뛰어난 언어적 감각과 깊은 철학적 사색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복잡한 관계를 세심하게 탐구하는 시다. 이 시는 독자에게 자연과의 관계를 재고하고,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시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귀중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는 작품이다.
-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박순
계간 『시인정신』 신인문학상 수상(2015)
시인정신 우수작품상 수상(2021)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 표창(2023)
제2회 서울시민문학상 본상 수상(2024)
시집 『페이드 인』 『바람의 사원』
시인정신 사무국장
문학청춘 기획위원
한맥문학 편집위원
한국여성문예원 편집위원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 작문교실 강사
노원문인협회 회원
인사동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