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누
가. 놀이의 개관
바둑이나 장기의 원시적인 형태로 땅이나 마루, 목침 등에 놀이판을 그려놓고 말을 놓거나 옮기며 승부를 겨루는 놀이이다. 놀이판의 형태와 그에 따른 놀이 방법이 다양해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널리 하던 놀이이다.
놀이시간과 장소, 연령에 구애됨이 없어 누구나 할 수 있고 놀이하는 과정에서 지능이 발달되는 유용한 놀이이기도 하다.
나. 놀이의 유래
고누는 지역에 따라 ‘고누, 고니, 꼬니’(경기), ‘꼰, 꼬누’(전라), ‘꼰’(경상), ‘꼰짜’(제주)라고 불리운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명칭은 ‘고누’이고 한자로는 ‘지기(地碁)’라고 하며 땅에 그리고 천한 사람들이나 논다고 ‘땅장기’라고 낮춰 부르기도 했다.
천하게 여겼기에 기록하는데 소홀히 해서 자세한 놀이방법이 소개된 책은 없지만 <물보박희>에 ‘우물고노’라는 기록이 보이고 속담에 “우물고누 첫수”란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오래 전부터 널리 행하던 놀이로 보인다. 그밖에 100여년 전에 지은 <<소쇄원>>이란 옛 건물에 1평짜리 방과 마루가 있는데 그 마루에 고누가 그려져 있고 황해도 봉천군 원산리 청자 가마터(10세기 초)에서 참꼬누판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최소한 고려 시대 이전부터 있었던 놀이로 파악된다.
놀이방법의 측면에서 보면 바둑의 원시적인 형태로 파악되며 바둑이 삼국시대에 여러 기록에서 보이는 점을 들면 삼국시대 이전부터 하던 놀이로 발생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김홍도가 그린 ‘꼬니(지기도)’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누를 두는 것이 아니라 밤윷을 두는 그림으로 많은 자료에서 고누를 설명할 때 인용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 여겨진다.
다. 놀이방법
고누는 그 형태와 방법이 다양한데 이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하나는 우물고누와 호박고누와 같이 상대방의 말을 움직이지 못하게 가두면 이기고, 다른 하나는 줄고누와 참고누와 같이 상대방 말을 다 따내면 이기게 된다.
많은 놀이 가운데 몇가지만 자세히 소개한다.
1)우물고누(샘고누, 강고누)
말을 움직여 상대방이 더 움직일 수 없도록 가두면 이기는 놀이로 고누의 기본이 된다. 그리는 형태는 크게 두 가지인데 놀이방법은 모두 같다.
놀이판을 그리고 바둑돌이나 구분되는 자기 말 두 개를 위 그림의 ㉠,㉡ 또는 ㉢,㉣에 놓는다.
먼저 하는 사람은 ㉠이나 ㉣에 있는 말을 먼저 움직일 수 없는데 움직이면 바로 놀이가 끝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물고누 첫 수’란 속담이 생겨난 것이다.
자기 차례가 되었는데 어느 말도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지게 된다.
2)호박고누(돼지고누)
우물고누와 마찬가지로 번갈아 말을 두다가 상대방이 더 이상 말을 움직일 수 없게 되면 이기는 놀이이다. 우물고누보다 다양한 수가 있다.
아래와 같이 땅이나 종이 위에 고누판을 그린다. 그다음 바둑돌이나 구분되는 자기 말 세 개를 ㉠,㉡,㉢과 ㉣,㉤,㉥에 놓는다. 원 안에서는 선을 따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지만 말이 놓여 있던 자리나 상대방 집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 우물고누와 같이 자기 차례가 되었는데 어느 말이든 움직일 수 없게 되면 지게 된다.
3)넉줄고누
놀이판을 그리고 말을 각자 6개씩 놓는다. 말들은 서로 한발씩 움직여 나가는데 자기 말 2개가 나란히 놓이고 상대편의 말이 바로 옆에 있게 되면 잡게 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모두 따 내면 이기게 된다.
4)바퀴고누(물레고누, 자동차고누)
말을 각자 4개씩 놓고 시작하는데 말을 움직이는 방법은 한 칸씩 앞, 뒤, 좌, 우로 갈 수 있지만 대각선으로는 가지 못한다.<그림1>
네 개의 원이 자동차의 바퀴인데 가다가 바퀴가 시작하는 곳에 닿으면 여러 칸 갈 수 있다.<그림2>
바퀴를 돌았어도 직선으로만 가야 하고 <그림3> 자기 말이 막고 있으면 바로 그 앞자리나 그 길 아무 곳에 세워 놓는다.<그림4>
따 먹는 방법은 바로 앞에 상대말이 있다고 따먹는 것은 아니라<그림1> 반드시 바퀴를 돌아야 따 먹을 수 있다. 즉 바퀴를 돌아 여러 칸 가다 상대편 말이 있으면 따먹고 자기 말은 상대말 자리에 놓는다.<그림2> 상대방 말을 모두 따 먹으면 이긴다.
5)팔팔고누
그림처럼 각자 8개의 말을 놓고 시작한다. 말은 한칸씩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직선으로 전후좌우 어느 방향이든지 여러 칸 갈 수 있다. 단 대각선으로는 가지 못한다. 말을 움직이다가 자기 말 사이에 상대말이 끼면 따 먹는다. 더 이상 따 낼 말이 없으면 이긴다.
6)패랭이 고누
판에 말을 각각 여섯 개씩 놓고 시작한다. 아무 말부터 움직여 10번째에 해당하는 말을 따내고 그 자리에 자기 말을 놓는다. 만약 10번째 지점에 자기 말이 있으면 떼지 못하고 출발점에 되돌아 놓아야 한다. 처음에는 말이 가득 들어차서 쉽게 따 낼 수 있으나 점차 빠져나가면 어떤 말을 움직여야 10번째 상대말이 있을까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 움직이려고 든 말로 상대방의 따낼 말이 없다고 처음으로 되돌아가 다시 시작하지 못하게 규칙을 만들기도 한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검정말은 왼쪽으로 움직여 10번째 흰 말을 따냈고 흰말은 오른쪽으로 움직여 검정말을 따낸 것이다.
7)포위고누
상대편의 말을 포위하여 떼내는 방법으로 승부를 겨루는 놀이이다. 말을 6개, 7개, 12개 가지고 놀기도 하는데 도형과 말을 놓는 형식만 다를 뿐 놀이 방법은 같다.
왼쪽 그림과 같이 6개의 말을 가지고 노는 방법은 말을 놓고 한 번에 한 발씩 움직여 상대편 말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포위된 말을 따낸다. 때문에 말 2개를 가지고는 상대편 말을 포위할 수 없으므로 4개의 말을 떼이면 더 이상 놀이를 계속 할 수 없기에 진 것으로 한다.
8)꽃고누(참고누, 곤질고누, 꼰고누)
다른 고누와 달리 말을 한 개씩 번갈아 놓아가며 두는 이 고누는 놀이방법이 가장 복잡하고 여러 가지 묘수가 나오기에 가장 재미있는 놀이이기도 하다. 따라서 고누 중에 가장 으뜸이란 의미에서 참고누, 꽃고누라 이름하였다. 먼저 놀이판을 그리고 각각 12개씩의 말을 가지고 시작한다.
보통 실력이 위인 사람이 대개 흰 말을 갖고 검은 말을 가진 사람이 먼저 하는데 이를 약자선수라고 한다.
자기 차례가 되면 24개의 교차점인 밭에 말을 한 개씩 놓는다. 놓을 대 나란히 3개가 되면 꼰을 만들 수 있기에 3개가 되도록 놓아야 하고 반대로 상대는 3개가 놓이지 못하도록 놓아 간다. 3개를 나란히 놓는다고 삼형제 꼬니라고도 한다.
그러다가 세 개가 나란히 놓이게 되면 ‘꼰’이 되는데 꼰이 되면 ‘꼰’이라 외치고 상대방 말 중에서 한 개를 골라서 따낸다. 말을 떼어낸 자리에 ☆표를 하는데 ☆한 곳에는 아무도 놓지 못한다.
더 이상 놓을 곳이 없을 때부터 놓인 말을 움직여 꼰을 만드는데 이때는 ☆표 한 곳으로 가도 된다.
자기가 유리하게 판을 짠다고 해서 ‘짤고니’라고 하고 말 하나를 움직여서 두 곳에 꼰을 만들 수 있다고 ‘양수꼬니’, ‘풀딸꼬니’라고 이름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말 하나를 이쪽으로 움직이면 꼰이 되고 저쪽으로 움직이면 또 꼰이 되는 경우를 ‘들랑꼬니’라고 하는데 들랑꼬니가 만들어지면 상대편은 어쩔 수 없이 지게 된다.
상대방의 말을 다 떼어내거나 상대 말이 3개가 안되게 하면 이긴다.
라.교육적효과
종류가 다양하여 놀이하는 사람의 연령과 발달수준에 따라 즐길 수 있고 바둑이나 장기처럼 지능발달에 도움을 준다. 또한 내 말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유리할까 생각하게 되고 다음 수를 미리 예측해서 놀이하기에 추리력과 예측력이 길러진다.
이 놀이는 놀이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놀이가 성립되지 않기에 놀이규칙을 잘 지키는 가운데 공정성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이겼을 때의 승리감은 생활에 큰 활력이 되기도 한다.
마.기타
‘고누’란 놀이이름은 어떤 뜻을 가지고 있을까? 유래에서 설명한 <물보박희>에 ‘우물고노’가 나오는데 이 우물고노는 오늘날 ‘우물고누’의 옛말임을 알 수 있다. 이 고노는 ‘고노다’란 동사에서 온 것으로 <소학언해>에 “높프며 낫가옴을 고노와 막히다‘라는 기록이 있다. 여기서 ’고노와‘는 무엇을 ’꼬눈다‘는 말이고 따라서 ’고노다>고노>고누‘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을 뚫어지게 볼 때 ‘꼬나 본다’라고 사용하는데 이 놀이에서도 놀이판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꼬나보기 때문에 붙여진 ‘꼬누, 고누’라 이름 붙여진 것이다.
<<참고문헌>>
심우성, 『우리나라 민속놀이』, 동문선, 1996.
이상호, 『전래놀이 101가지』, 사계절, 1999.
김종만, 『아이들 민속놀이 백가지』, 우리교육, 1993.
경희대 민속학연구소, 『서산민속지』하, 서산문화원1987.
과학원/고고학 및 민속학 연구소, 『조선의 민속놀이』, 푸른숲, 1988.
***놀이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문화원형 콘텐츠에 가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