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벨기에 티앙주(Tihange) 2호기·도엘(Doel) 3호기 원자로압력용기 결함
2012년 6월 벨기에 도엘(Doel) 원전 사업자 엘렉트라벨(Electrabel)은 3호기의 정기점검을 위해 초음파 센서를 이용한 검사를 진행하던 중 원자로 압력용기에서 미세한 수소 유입으로 추정되는 균열을 발견했다. 엘렉트라벨은 규제기관인 연방원자력통제청(Federal Agency for Nuclear Control, FANC)에 해당 내용을 보고했고, FANC는 예방 차원에서 다른 원자로의 균열 가능성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티앙주 2호기에서도 도엘 3호기의 균열과 유사한 균열 조짐이 발견됐다. 도엘 3호기는 1982년, 티앙주 2호기는 1983년에 각각 상업 운전을 시작했으며, 프라마톰(Framatome)사의 가압경수로(PWR)다.
도엘 3호기 및 티앙주 2호기 원자로 압력용기를 정밀검사한 결과 도엘 3호기에서는 8707개, 티앙주 2호기에서는 2011개의 균열이 발견됐다. 2기 원자로는 정밀 점검을 위해 가동 중단됐으며 압력용기 결함 원인이 제품하자로 추정됐다. 두 원자로의 압력용기는 파산한 네덜란드업체 RDM이 1970년대에 제조했다는 공통점이 발견되면서 이 회사가 제조한 부품이 사용된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미국 등의 일부 원전에서도 대대적인 점검이 진행됐다.8)
RDM사가 제작할 당시의 초음파 검사 결과는 당시 기술 기준에 의하면 수소 유입 관련 결함은 문제가 되지 않았고, 별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2013년 재가동 후 2014년 다시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 결과 문제가 된 부분의 결함 크기가 변하지 않았으므로 방사선 조사로 인한 결함이 아닌 제작 시 결함으로 결론을 내렸다. 당시 벨기에 정부는 규제기관을 통해 국내외 전문가 검토그룹에서 지원을 받은 바 있다.9)10)11)12)
2015년 11월 벨기에 정부는 2기 원자로의 재가동을 승인했으며, 도엘 3호기 및 티앙주 2호기는 각각 2022년 10월, 2023년 2월까지 운전 예정이다. 그러나 2016년 4월 독일 환경부는 벨기에 정부에 해당 원전에 대한 추가적인 안전성 검사를 위해 가동정지를 요구했고, 독일 원자력 규제기관은 벨기에 전문가와 협의한 결과 해당 원전들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2017년 티앙주 2호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세 균열이 발견되면서 이웃 국가들은 지속적으로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13)
5-2. 한빛 4호기와 격납건물 문제
한빛 4호기 격납건물 콘크리트 공극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16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수원은 한빛 2호기 정기점검 결과 두께 6mm의 격납건물 라이너플레이트(CLP·내부철판)에서 부식에 의한 1∼2mm 크기 구멍 2곳을 발견했다. 구체적인 원인을 찾지 못하던 중 한빛 1호기에서도 총 50곳의 철판 부식이 발견되자 원안위와 한수원은 '해풍'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두 경우 모두 바다 쪽 방향에서 부식 현상이 나타났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설계한 한빛 1·2호기와는 달리 한국 표준형 원전에서는 부식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한울 1호기와 고리 3호기에서 연이어 철판 부식이 발견되면서 염분 침투설은 설득력을 잃었다. 위치가 바닷가 방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철판 부식의 원인 중 하나로 콘크리트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 못한 채 결국 한국 표준형 원전인 한빛 4호기 격납건물에서 공극이 발견된 것. 격납건물 균열과 열화 현상, 부실시공 등을 총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정부 차원의 점검과는 별도로 2017년 6월 전남 영광에서는 민관합동조사단을 발족하고 자체 조사를 시작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깊이 8cm 이상의 공극 발생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전면 조사는 뒤로 미뤄왔다. 매설판 보강재 설치형상으로 인해 이론적으로 8cm 내외라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2018년 9월 한빛 4호기 상부 돔과 격납건물 상단을 제외한 점검 과정에서 깊이 30cm 공극을 포함한 14개소의 공극이 확인되면서 이런 주장도 무너졌다.14) 4호기에 이어 비슷한 시기, 동일 공법으로 건설된 3호기에 대해서도 추가 점검을 진행했더니 최대깊이 34.4cm 공극을 포함해 깊이 20cm 이상인 공극만 6개가 발견됐다.15)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3·4호기 모두 단순 공극만 발생한 것이 아니라 텐돈(tendon·강선)을 감싸고 있는 시스관(sheath pipe·외장관) 사이 '그리스(grease·윤활유)'가 누출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구조물 자체에 균열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초 누유 위치와 정확한 원인이 파악되지 못한 상태에서 만약 격납건물 내부 60cm, 1m 지점에 매설된 텐돈에서 누유된 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구조물 균열(박리)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훨씬 심각한 문제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또 4호기에서는 점검을 위해 공극 주변 콘크리트를 파쇄하는 과정에서 깊이 157cm 규모의 공극까지 발견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일었다.16)
2019년 10월 민관합동조사단은 약 2년간의 조사를 마무리 짓고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한빛 3·4호기를 중심으로 총 224개의 공극과 그리스 누유 38곳이 발견됐다. 1분과 콘크리트 구조물 안전성 검증은 '기술사컨설팅그룹'과 체코의 '체르벤카(Cervenka) 컨설팅'이 담당했다. 공극과 함께 그리스 누유 원인과 정확한 위치 파악이 핵심이었다.
3호기 격납건물 콘크리트 공극은 총 94개로, 매설판 주변에서 14cm를 초과한 공극 29개가 집중적으로 발견됐다. 매설판은 배관 등 구조물 설치를 위해 콘크리트 타설 전 설치하는 철판 보강재다. 매설판 보강재와 채널(ㄷ형강)이 직렬로 수평 설치돼 각 길이의 합에 해당만큼 콘크리트가 채워지지 않아 공극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또 폴라크레인 브라켓 하부 T형 보강재 끝단과 콘크리트 시공 이음부의 간격이 협소해 콘크리트 타설 시 유동 간섭이 발생했고, 이는 다짐 부족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3호기 그리스 누유는 총 29개다. 이중 표면에 흘러나온 곳은 12개, 윤활유가 고여있는 공극은 17개로 집계됐다. 건설 시 그리스는 고온·고압의 유동성 액체 상태로 주입된다. 그리스가 텐돈과 시스관 연결부를 통해 콘크리트 틈새로 누유된 것으로 조사단은 판단했다. 매설판 주변 공극 7개를 대상으로 누유 경로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콘크리트를 치핑(파쇄)한 결과 추가 누유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문제가 많았던 4호기의 경우 확인된 공극은 96개로, 4호기도 매설판 주변에서 대다수의 공극이 발견됐다. 공극 원인은 3호기와 같다. 4호기 그리스 누유는 8개로 표면 누유는 5개, 공극에 그리스가 채워진 상태는 3개로 확인됐다.
공극과 그리스 누유 원인은 △콘크리트 타설 시 매설판 등 보강재 간섭 △공기 단축을 위한 무리한 현장 설계 변경 △작업 관리와 감독 미흡 등 총체적인 부실시공 문제라는 진단이다. 또 3·4호기 격납건물 외벽과 CLP 내부 배면 콘크리트를 대상으로 100%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안전성 확보를 위한 구조물 건전성 평가가 필요하다고 봤다.
격납건물 시료 채취를 담당한 체레벤카 컨설팅의 얀 체레벤카는 "초기 공사 과정에서 콘크리트 다짐 미흡 등 잘못된 시공으로 공극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현재 기술로는 모든 공극을 다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향후 얼마나 많은 공극이 발견될지 지금 상황으로는 장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기술사컨설팅그룹 관계자는 "콘크리트 부실은 냉각재상실사고(LOCA) 등 중대 사고 시 안전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시공 이후 30년간 점검하면서 공극, 그리스 누유 등을 발견하지 못한 사업자도 문제다. 유지관리 프로세스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2분과 격납건물 CLP 점검은 '에이케이테크(구 어파브코리아)'가 실시했다. CLP 부식 원인은 1·2호기의 경우 건설 중 장기 대기 노출 기간 등 잘못된 관리로, 4호기는 건설 공법 오류로 인한 전면부식으로 판단됐다. 경년열화관리를 위한 체계적 대응과 종합누설율시험(ILRT) 과정에서 누설률을 낮추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에이케이테크 관계자는 "한빛 1호기 24차 예방정비 당시 격납건물 내부철판 수리 완료 후 ILRT를 실시한 결과 허용치에 거의 다다른 상황"이라면서 "이 상태라면 언제 누설될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한빛 1호기 ILRT 누설률은 △2000년 11월 0.5999 △2004년 10월 0.372 △2013년 10월 0.694 △2017년 3월 0.745 △2019년 3월 0.736으로 집계됐다. 종합누설률은 허용 누설률의 100분의 75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누설률을 낮추기 위한 대책과 함께 내부철판 종합 관리를 위해 상부 돔 추가 측정 의견도 나왔다.
부실시공 결론을 내리면서도 구조물 건전성 평가 등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시 합동조사단의 입장이었다. 사업자가 조사단 운영비를 제공했다는 점과 보안, 지적 재산권 문제 등으로 조사 활동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반쪽짜리 조사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한빛 3·4호기 문제는 같은 해 국정감사에 재차 등판했다.
지난해 11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빛 3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공극 보수 등을 완료했고 그리스 누유 경로를 확인한 결과 구조적 균열은 없다는 입장이다. 17) 반면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안전성이 제대로 담보되지 않았다며 재가동을 중단하고 폐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18) 4호기의 경우도 재가동을 위한 구조건전성평가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한수원은 제3자 검증 등을 통해 격납건물 건전성에 이상이 없음이 확인될 경우 규제기관 승인을 얻어 격납건물 외벽 보수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19)
<각주>
8) http://www.keei.re.kr/keei/download/nprd/WNPMI121002.pdf
9) https://www.koreascience.or.kr/article/JAKO201664656417701.pdf
<벨기에 Doel 3호기 및 Tihange 2호기 원자로 용기 결함에 대한 건전성 평가방법 및 결과> IAEA 리포트2016.8
10) https://www.dw.com/en/dangerous-neighbors-german-belgian-nuclear-agreement-doesnt-fix-problem/a-36840437
11) https://world-nuclear-news.org/Articles/No-increase-in-Tihange-2-hydrogen-flakes
12)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57236.html
13) https://www.dw.com/en/new-cracks-found-in-tihange-2-belgian-nuclear-power-plant/a-39204539
14) http://www.seoulfn.com/news/articleView.html?idxno=318232
15) http://www.seoulfn.com/news/articleView.html?idxno=326189
16) http://www.seoulfn.com/news/articleView.html?idxno=350350
17) https://www.yna.co.kr/view/AKR20201112162900017?input=1179m
18) https://www.yna.co.kr/view/AKR20201116109400055?input=1179m
19) https://newsis.com/view/?id=NISX20210421_0001413884&cID=13001&pID=13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