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이야기 6
생물의 섹스 시리즈 ㅡ6
붕어와 미꾸리의 '동적이고 강렬한' 구애행위
구애행위를 전희(前戱)행위라 불러도 될 것이다. 동물들은 교미를 하기 전에 여러 형태의, 나름대로 다 다른 전희라는 의식(?)을 한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상대를 흥분시켜서 암놈에게 산란을 서둘게 하는 것이 전희의 목적이다.
사람에서도 서로 붙들고 몸을 만지고, 입을 빨고 하는 행동 따위는 다 산란을 촉진시키기 위한 것이렷다! 붕어는 암수의 산란행위가 요란하기로 이름이 나 있다.
다음의 '붕어사랑' 이야기는 전북대학교 김익수 교수가 관찰한 것을 옮겨온 것이다.
붕어는 수온이 올라가는 5월경에 주로 산란을 하니, 때가 왔다 싶으면 흩어져 살던 놈들이 물살이 거의 없는 물가로 몰려든다. 어느 동물이나 짝짓기를 할 때면 암수가 한 곳에 떼를 지으니 그럼으로써 암수가 쉽게 만날 수 있게 된다.
"이른 새벽 5시쯤에 암놈이 앞 달려 나가면 수놈들이 뒤따르는 산란행위를 시작하여 9시가 다 되도록 물살을 가르면서 쫓고 쫓김을 쉬지 않는다. 얼마나 세차게 달려 나가는지 물방울이 소나기 오듯 튀어 오른다." 자식들, 힘도 좋고 사랑의 시간도 길기만 하다.
진이 다 빠지고 나면(아니, 흥분이 극에 달하면) 암놈들은 수초의 잎이나 뿌리에 알을 심고 수놈들은 뒤따라가 정기를 불어넣는다.
배불뚝이 아주 큰 암놈 한 마리가 물경 15만 개의 알을 여기저기에 낳는다고 하니 그것을 다 뿌리고 나면 홀쭉이가 되고 만다. 아기를 낳은 산모의 배처럼 말이다.
정기를 받은 수정란이 20℃ 근방의 온도에서 일주일 정도를 보내면 벌써 앙증맞은 새끼가 살랑거리면서 사방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얼마나 그 눈엔 이 세상이 신비롭게 보일까.
나중에는 이 세상이 얼마나 험한지를 알게 되겠지만.
미꾸리와 미꾸라지 놈들의 사랑은 어느 동물보다 동적이고 강렬하다.
이 동물은 암수가 따로 있는데, 가슴지느러미 가장자리 끝이 뾰족한 것이 수놈이다.
그런데 암수에 차이가 나는 것은 절대로 우리를 위함이 아니다.
서로가 이성을 알아내므로 쉽게 짝을 찾기 위한 것으로, 동성의 것들을 피하거나 쫓아버리기 위해서 성의 분화, 즉 이차성징(二次性徵)이 나타나는 것이다.
두 해만 자라면 이들은 성적으로 완전히 성숙하여 산란을 한다.
산란기(4월에서 7월)가 되면 암놈 주변에 몰려온 여러 마리 수컷들은 주둥이로 암놈의 항문이나 아가미, 봉긋 솟은 가슴빼기, 탱탱하고 불룩한 배 바닥을 스쳐 문지르는 구애행위를 계속하고, 그러다 보면 내내 심드렁하던 암놈이 스르르 홀려 수면(水面)으로 천천히 떠오른다.
'세상을 다 얻은' 수놈은 잽싸게 암놈의 항문을 중심으로 온 몸을 칭칭 감고 세차게 조여 들어간다.
저것 죽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게 또 더 세게 꽈배기를 꼰다.
허 참, 비늘이 없어 그렇게 미끄러운 놈들이 어떻게 저리 몸을 감고 비빌 수가 있담?
그렇지, 그럼 그렇지! 수컷은 가슴지느러미 아래에 골질반(骨質盤)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것을 암놈의 배에다 고정하여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교미가 끝난 암컷의 배에는 푹 파인 홈이 남는다고 하지 않는가.
큐피드의 화살이 배를 찔렀기 때문이다. 혈흔(핏자국)이 남는 수도 있다니 그것이야말로 '검은 상처'다.
아무튼 그러고 나서 암놈이 이내 알을 낳으면 수놈은 서둘러 알에다 유전자 씨를 뿌린다.
'희망의 유전자'를 심는 것이다. 이런 행위는 2~3분 간격으로 여러 번 되풀이되고, 이어서 벼 포기나 수초에다 알을 갖다 붙인다(미꾸리는 진흙이나 모래에 묻음).
이렇게 뜨겁고 아찔한 사랑의 광경을 목도하고는, 이 녀석들이 정력에 좋겠다고 생각하여 추어탕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유감저술(類感呪術)이란 말이 있다.
이야기한 추어탕이 그렇고, 물개 수놈 한 마리가 여럿의 암놈을 거느리니 정력이 셀 것이라 하여 해구신(海狗腎)을 찾고, 개는 교미 시간이 길다하여 신(腎)을 찾고 탕을 먹는 것이 그렇다.
아들이 많은 집 여인의 속곳을 훔쳐 가지면 아들을 낳고, 돌부처의 코를 갈아먹으면 득남한다는 이런 생각이 유감저술이다. 아서라, 죄다 어림없는 소리다. 헛소리다.
불로불사(不老不死), 불사영생(不死永生)이 어디 있더냐. 하지만 어쩌랴. 물에 빠져 지푸라기 안 잡는 사람 없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