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하운 문학관 파랑새 제7집 출품 원고
(1)
내 마음 달래기
허신행
내 안에서 울고 있는 애달픈 소리
명실에 둘둘 묶어서
자루에 담아
한여름 내내 매미 울던 느티나무에
매달아 놓고
경역(境域)이 한눈에 굽어 보이는 산을 향해
외마디 소리라도 질러 보고 싶어졌다
단지 내 안에 나를 불러 보고 싶어서
자분참 산길로 들어서니
의란(漪瀾)과 같은 골짜기 바람만이
반겨 주는구나.
※ 주석(註釋), 명사
명-실(명사) : 솜을 자아 만든 실
경역(境域) 명사 : 경계 안의 지역, 경계가 되는
구역.
자분참(부사) : 지체 없이 곧.
의란(漪瀾) 명사 : 잔물결과 큰 물결.
==============================
(2)
어느 여인의 독백
허신행
거울 속 내 나이 동갑내기를 보면
너도 내 나이 사느라 힘들었구나
흰 머리도, 주름살도 닮았구나
거울 속 홍안이 언제였던가
달마다 피우던 붉은 꽃이
가시처럼 아파하던 때
그때가 토실토실 살이 오른
젊은 날이었던가
이제는 하얗게 등이 굽어가는 할미꽃
향기마저 멀어져 가는구나
그래도 세상에서 제일 이쁜 꽃이라고
어루만져주는 그대 하나가 있어 좋구나
숨이 멎는 그 날까지 듣고 싶은 그 말
그대의 말은 거짓이어도
나에게는 모든 게 선물이 되었구나
달마다 피는 붉은 꽃은 없어도
더 나이가 들면
또 지금의 모습을 그리워하겠지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느끼고
사랑해야 하는가 보다.
=============================
(3)
어시장 시식대(試食臺)
허신행
앞치마 신발 끝에 걸릴까
조심스레 동여매고
어시장 손님들 오가는
길목 시식대(試食臺) 위에
정갈한 접시 위에다
말갛게 단장한 소담스러운
꽃송이를 올려놓으면
어제는 연둣빛 향기로
오늘은 진분홍 향기로
달콤한 눈요기 향기에
임들 발길 멈추고
엄마 손 잡은 아이 먼저 달려와
손끝에 빨간 단물 들이며 오물 데는
어린아이 유혹의 덫이었을까
어시장 손님마다
한입 두입 마법에 걸리면
꽃다발 한 아름 안고 돌아간다.
==============================
(4)
출근 시간
허신행
출근 시간
신발장 앞에 발이 바쁘다
현관문 넘어
어수선한 바람이 바쁘다
단장을 마친
한 켤레 구두가 쑥스럽게 쳐다본다
세월이란 참 신기하기도 하지
나는 그대가 되고
그대는 내가 되었으니 말이다
한껏 단장된 구두를 신고
한 발짝 뗄 때마다
정장 차림 어깨가 봉긋하고
입가에는 엷은 웃음을 그려 넣어본다.
==============================
(5)
콩밭을 지나면서
허신행
콩밭을 천천히 지나갑니다
아침 햇살은
구름을 밀어내지 못하고
물안개만 불러들입니다
오늘도 아낙은 밭에 나와
앉아 있습니다
완두콩이 작년 가을 뽑지 않은
못난 고춧대 등걸을 타고
아래로는 열매를
위로는 꽃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못난 지지대에 손을 뻗어
기세 좋게 꽃을 피우고
주렁주렁 열매가 맺혀있는
모양새들을 보니
거친 손 못났다고 타박도 하고
부족하다고 심통도 부렸을
남편이나, 아버지가
거친 등을 내어 주었기에
지금의 삶을 이어가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수많은 가정이 꽃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닌지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
허신행
1960년 7월 3일생
중앙대학교 철학과 졸업
1983년 대학로 상록수 등단
시집 :: 새벽닭, 흔적, 시국 등
대한교육신문 시 부문 우수상 수상 외 다수
문학신문 신춘문예 2020 당선
산해정인성문화진흥회 남명시화전 인성상 수상
2021(사)대한방송 언론기자연합회 세계참좋은 인재 대상 한국문학발전부문 대상 수상
현 신정 문학회 부회장(충청 지회장)
현 대한 시문학협회 이사
현 아태문화예술총연합회 부회장
칼럼니스트
미주예총 작가초대전 전시작가
남가주문인협회 시화 출품작가
서울 비엔날레 작품전 전시작가
2022프랑스 파리 시화전 에콜어워드 문학대상 수상 및 심사위원 위촉
2023 네팔 카트만두 히말라야 유명인사 시화전
초대 전시작가
표창장 UN NGO 문학대상
허신행
충북 음성군 음성읍 문화16길 5
신동아 103-303호
010-3552-2151
sin5461okkk@daum.net
첫댓글 허신행 시인님 반갑습니다.
이렇게 귀한 작품을 기고해 주셔서 매우 기쁜날입니다.
격조 높은 작품을 "파랑새"에 실을 수 있어 한하운 시인도 크게 기뻐하실 겁니다.
금실로 잘 꿰도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