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제가 5년전인 2018년에 쓴 글입니다. 요즘 계란값이 무척 비싸다고 하는데 매일 계란을 낳는 우리집 닭들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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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직장을 쳇바퀴 돌 듯하는 오늘이 어제 같은 일상에 뭔가 변화를 주고 싶어 뒷마당을 내다 보다 문득 닭을 키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햇볕이 잘드는 양지 바르면서 오후에는 시원한 그늘이 지는 곳에 터를 닦고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Chicken Coop 입니다. 닭들이 밤에 잠을 자고 알을 낳는 곳입니다. 재료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4 ft x 4 ft 로 했습니다. 실내 페인트는 Lowes 에서 사람들이 리턴한 oops ! paint 를 사용해서 비용을1/3 로 줄였습니다. Navy Gray 인데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나무는 마침 이웃에서 큰 건물을 짓는데 프리 우드로 쓸만한게 많아서 제법 도움이 됐습니다. 나머지는 홈 디포에서 구입.
Chicken coop 의 뼈대를 완성하고 바닥에는 청소가 쉽게 리노륨을 깔았습니다. 리노륨은 Lowes 에서 팔고 남은 롤을 사서 비용을 줄였습니다.
Chicken coop 이 거의 완성되었습니다. Exterior paint 는 거금 30불을 들여 비바람에도 오래 견딜 페인트로 칠했습니다. 왼쪽의 아치형 문은 닭들의 출입문. 정면의 정사각형 문은 인간이 Maintenance 를 위한 출입문, 그리고 그 밑의 직사각형은 slide 식 Tray 를 집어넣어 배설물을 치우는 문이 되겠습니다. 오른쪽의 대각선형 공간은 산실입니다. 알을 낳을 곳이지요.
Chicken coop (침실 및 산실) 이 얼추 끝나고 닭들이 낮에 뛰어 놀 Chicken Run 의 뼈대를 만듭니다.
4ft x 12 ft 입니다. 제법 넓직합니다.
지붕을 올리고 철망으로 감쌌습니다. 가장 신경써야 했던 부분이 래쿤 같은 짐승들로부터 밤에 닭들을 보호하는 일이었습니다. 1/2 인치 철망으로 꼼꼼히 막았습니다.
래쿤들은 땅을 파고 들어오기 때문에 사진과 같이 2인치 간격의 철망을 땅에 2 피트 정도 수평으로 묻었습니다. 수직으로 2 피트 묻어도 되는데 땅을 파기 너무 힘들고 수평으로 묻어도 충분히 방지할수 있습니다.
닭들은 최소 14시간 이상 빛을 봐야 산란에 지장이 없어서 해가 짧은 겨울이라 이렇게 타이머를 달아 전등이 켜지는 시간을 조절했습니다.
닭들이 밤에 자러 들어가는 문과 계단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올라가는 길을 그냥 밋밋한 판자를 대주었더니 올라가며 내려 올 때 미끄러지고 난리 부르스를 춰서 계단식으로 보완했습니다.
침실문이 닫혀있는 상태입니다. 혹시라도 밤에 닭장을 뚫고 짐승들이 들어 올까봐 처음 며칠은 밤마다 닫아주었는데 워낙 요새같이 튼튼해서 그냥 열어놓고 잡니다.
침실로 향하는 문은 이렇게 도르래를 달아 열고 닫고 합니다.
Chicken coop 과 알을 낳는nest box 입니다. nest box 는 세칸으로 만들어 닭 셋이 한번에 알을 낳을수 있습니다.
Chicken coop 내부 입니다. 실내에도 전등을 설치해 14시간의 빛을 확보했고 닭들은 습성이 어두운 곳에서 알을 낳기 때문에 산실에 비닐로 된 커튼을 설치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닭들은 잠을 잘 때 본능적으로 높은곳에서 자기 때문에 roosting bar , (횃대라고 하죠) 는 nest box 보다 높아야 합니다. 반대일 경우 닭들이 nest box 에서 잠을 자는데 그려면 산실이 닭똥으로 뒤덮히는 불상사가 생기며 계란도 지저분해 집니다. 바닥은 wood shaving 으로 깔아 주었고 벽위로는 환풍을 위해 망으로만 만들어서 냄새를 없애주었습니다.
Nest box 를 외부에서 본 모습입니다. 덮개를 만들고 알을 꺼낼 때 굳이 닭장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밖에서 알을 꺼낼수 있습니다.
닭들의 모이도 밖에서 줄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4인치 드래인 파이프로 만들어서 위에서 부으면 중력으로 자동으로 밑으로 내려갑니다.
이런 식입니다. 닭모이의 낭비도 없고 깔끔합니다.
식수 공급 시스템입니다. 5갤런 버켓에 PVC 파이프와 chicken nipple 을 연결하여 항상 깨끗한 물을 먹을수 있습니다. 자동 모이 시스템과 식수 시스템이 있으면 일주일간 집을 비워도 문제 없습니다.
닭들은 호기심의 동물입니다. 처음에는 주저주저 하더니 빨간 꼭지를 쪼아보고 물이 나오니까 바로 마십니다. 트레이닝하는데 반나절 걸렸습니다.
닭장을 만들기 시작한 한달째 드디어 2017년 6월 24일 독수리 5자매가 도착했습니다. 품종은 ISA Brown 입니다. 키우기 쉬우면서도 다산의 여왕으로 유명한 종 입니다. 크래그 리스트에서 마리당 15불씩 주고 구입했습니다. 예쁘지요. 10주 정도 되었는데 두어달 후면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싱싱한 알을 먹을 기대에 잔뜩 부풀어 매일 들여다 봅니다.
생김새가 다들 비슷해서 도무지 구분이 안가길래 발에다 컬러 링을 채워주고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닭장 이름은 Chick Inn 과 Motel Chicks 사이에서 고민하다 Chick Inn 으로 결정하고 이름과 함께 직책을 부여 했습니다. 아무렇게나 직책을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루씨는 처음부터 리더 노릇을 했고 (군기반장입니다) 우리집 닭장에 온 최초의 여성이라 루씨라고 했습니다. 하우스 키핑 낸시는 호기심도 많고 늘 분주합니다. 똑같이 보여도 신기하게 다들 성격이 다릅니다.
요렇게 발에다가 컬러링을 채워 구분합니다.
그리고 매일 들여다 보기 시작한지 두달이 되어가던 어느날 , 짜잔 ! 최초의 알을 발견 했습니다.그날이 8월 21일 개기일식 날입니다. “정말 간절히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 는 503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사진은 제 허접한 갤럭시 5로 찍은 일식 사진입니다.
처음 낳은 계란입니다. 5 자매중 누가 낳았는지는 영원한 미스터리입니다. 그저 루씨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그로부터 6개월 지난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알을 낳습니다. 어느날은 6개를 낳은적도 있습니다. 그런날은 오버타임 페이로 특식을 줘야합니다.
요렇게 들어앉아 알을 낳습니다. 사랑스럽습니다.
햇살이 좋은 날은 닭장을 나와 마당을 가로 질러 가을 수확이 끝난 텃밭으로 잡초도 제거할 겸 놀러 나갑니다.
가을 걷이가 끝난 밭에서 놀기도 하고 벌레도 잡아 먹기도 합니다. 너무 좋아들 합니다.
그리고 해가 서산에 걸릴쯤이면 보람찬 하루일과를 마치고 아내를 따라 닭장으로 돌아갑니다.
작년 8월 21일 이후로 오늘까지 825개의 계란을 낳았군요. 모아야할 마일은 안모으고 계란을 모으고 있습니다. 저희는 개나 고양이는 맞벌이를 하는지라 키울 자신이 없는데 닭들은 키우기도 쉽고 알도 주기 때문에 (가까운 친지들 선물로 제격입니다.) 나름 키우는 재미가 있습니다. 때로는 닭들에게 말을 거는 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처음 닭을 키운다고 하니까 쓸데 없는 짓 한다고 시쿤등하던 아내가 요즘은 나보다 더 챙깁니다. 참고로 아내는 input 담당, 저는 닭장 청소 및 output 담당입니다.
첫댓글 와우~ 대단하십니다
치킨님이 오성급 호텔에 기거 하시네요
그래서인지 닭 벼슬이 반짝 반짝 윤이 납니다
알도 커 보이고 ㅎㅎㅎ
멋진 가족들입니다
직장 다닐때 없는 시간 쪼개며 닭장 지었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이 다되갑니다. 워낙 튼튼하게 지어서 망가지지 않고 닭들도 편히 지내고 있습니다. 사료값도 많이 올랐어요. 작년에 50파운드 한 백이 15불 정도였는데 지금은 25불입니다. 그래도 아침마다 신선한 계란 먹는 맛에 키웁니다.
정말로 청산님께서 손재주가 있는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꼼꼼하게 완벽하게 빈틈없이 지어진 닭장 아니 고급 닭 호텔은 처음 봅니다 그 집에 사는 닭들은 너무 행복할것 같아요
요즘은 계란이 귀하다고해서 공주님처럼 귀하게 모시고 있습니다. 계란 열심히 낳으라고 비싼 간식도 주고.. 그래서 그런지 저희식구들만 보면 졸졸 쫒아다닙니다.
ㅎㅎ
닭 집이 예븐 팬션같아요
ㅎㅎ
호화 주택에 호화 간식에
귀한 몸값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