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보산(Mount Nebo) 모세기념 성당 -요르단-
1. 성경에서의 느보 산
느보 산(Mount Nebo, 아랍어-Jabal Nibu)은 요르단 왕국 마다바 시에서 북서쪽으로 약 10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파이사리야(Faysaliyah) 마을 근처에 있다.
트랜스요르단 고원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느보 산은 3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835m의 니바(Ras al-Niba) 봉우리가 가장 높고 두 번째는 무카야트(Khirbetel-Mukhayyat) 봉우리가 790m 그리고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산인 시야가(Ras Siyagha) 봉우리가 710m 높이 이다.
신명기 마지막 장에서 모세는 ‘피스가 정상에 있는 느보 산’으로 올라갔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히브리어로 피스가(פסגה, pisgah)는 ‘꼭대기’를 의미한다.
신명 34,1 모세는 모압의 평야에서 느보 산으로 올라가 에리코의 맞은편에 있는 피스가의 정상에 있는 느보 산으로 올라갔다.
전승에서는 모세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스라엘에게 약속된 가나안 땅을 바라보기 위해 오른 느보 산이 바로 세 번째 봉우리인 ‘시야가’ 산이 라고 한다.
실제로 시야가는 가나안 땅을 바라보기에 가장 좋은 천연의 전망대였을 것이다.
느보 산 전망대에 서면 왼쪽으로는 사해의 북단과 서북쪽에 있는 쿰란 유적지가 한눈에 들어오며 정면으로는 요르단 강 양쪽으로 푸르른 농경지가 보이고 요르단 강 너머에는 오아시스 도시인 예리코가 내려다보인다.
요르단 강 계곡과 예루살렘 사이로는 유대 광야가 펼쳐져 있고 동북쪽으로는 요르단의 수도인 암만과 주위 언덕들이 보인다. 매우 맑은 날은 아무런 보조 기구 없이 베들레헴과 헤로데의 요새인 헤로디온의 뾰족한 봉우리와 예루살렘의 올리브 산꼭대기에 있는 건물들을 훤히 바라다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시야가 봉우리이다.
모세는 하느님으로부터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인들의 손에서 구해 내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이끌라는 소명을 받았다.
탈출 3,8-10 그래서 내가 그들을 이집트인들의 손에서 구하여, 그 땅에서 저 좋고 넓은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곧 가나안족과 히타이트족과 아모리족과 프리즈족과 히위족과 여부스족이 사는 곳으로 데리고 올라가려고 내려왔다. 이제 이스라엘 자손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나에게 다다랐다. 나는 이집트인들이 그들을 억누르는 모습도 보았다. 내가 이제 너를 파라오에게 보낼 터이니,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어라.
느보 산은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 종살이에서 이끌어 내어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과 계약을 맺으시고 40년간의 광야 생활을 거친 후 도달한 출애굽 여정의 마지막 장소였다.
모세가 느보 산 피스가 꼭대기에 올라가자 주님께서는 그에게 유다의 온 땅을 눈으로만 보게 하시고 그 땅으로 건너가지 못하게 하셨다.
모세는 백스무 살의 나이었으나 아직 눈이 어둡지 않았고 기력도 없지 않았지만 하느님의 뜻이었기에 이곳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다(민수 27,12-14; 신명 32,48-52; 34,1-7).
느보 산에서 가장 상징적인 작품이 있다면 그것은 이태리 조각가 지오반니 판토니(Giovanni Fantoni)의 ‘청동 뱀 십자가’일 것이다.
이 작품은 이스라엘 백성이 반역하여 불 뱀에 물려 죽은 사건과 인류 구원을 상징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상징화한 작품으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향하여 서 있다.
마치 모세는 죽어 하느님의 손에 이곳에 묻혔지만 가나안 땅으로 들어간 이스라엘 백성들의 구원을 염원하면서 눈감지 못하고 그 자신이 구원의 구리 뱀이 되어 서 있는 것 같다.
40년간 동고동락했던 그는 누구보다도 이스라엘 백성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곧‘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들어가 배불리 먹고 살찌게 되면 다른 신들을 섬기고 불륜을 저지를 것’이기 때문이다(신명 31,16.20 참조).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을 하자 하느님은 불 뱀들을 보내어 물려 죽게 하였는데 모세의 간청으로 구리뱀을 쳐다보는 사람은 살아나게 하였다(민수 21,4-9 참조).
민수 21,4-9 그들은 에돔 땅을 돌아서 가려고, 호르 산을 떠나 갈대 바다로 가는 길에 들어섰다. 길을 가는 동안에 백성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래서 백성은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하였다. “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은 이제 진저리가 나오.”그러자 주님께서 백성에게 불 뱀들을 보내셨다.
그것들이 백성을 물어, 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죽었다. 백성이 모세에게 와서 간청하였다. “우리가 주님과 당신께 불평하여 죄를 지었습니다. 이 뱀을 우리에게서 치워 주시도록 주님께 기도해 주십시오.” 그래서 모세가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였다.
그러자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불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아라.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그리하여 모세는 구리 뱀을 만들어 그것을 기둥 위에 달아 놓았다.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