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 수호지 - 수호지 6
한편, 정가의 아내는 고소장을 써서 노달을 관가에 고발하였다.
관가에서는 노달을 급히 체포하라는 공문을 각처에 보내는 한편 노달의 나이, 인상 등을 적어
현상금 1천관을 걸었다.
위주를 떠난 노달은 황망하여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가야할지 스스로도 모른 채,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어언간 달포나 지나서 마침내 안문현이란 지방에 이르렀다.
노달이 시가 구경을 하면서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리는데 한곳에 사람들이 모여 무슨 방문을 읽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본래가 일자 무식이었다.
눈 뜨고 보아야 알 턱이 없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곁의 사람이 읽는 것을 들어보니 그것은 바로
노달 자기를 잡으라는 글이었다. 어느 틈에 자기의 머리에 일천 관의 상금이 걸려 있는 것을 알고,
노달이 은근히 놀라고 있을때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아니, 장 대인 아니시오 ? 여기는 어찌 오셨소 ?"
노달은 자기더러 장 대인이라는 사람이 누군가 하고 돌아보았더니 바로 정가놈의 손아귀에서 도망가게
길을 터준 바로 김 노인이었다. 김 노인은 노달의 팔을 잡아끌고 골목길로 들어갔다.
"나으리는 참 대담도 하십니다. 그게 바로 나으리 잡으면 상금을 주겠다는 현상방문인데,
그걸 보고 있었단 말입니까 ?"
김 노인은 서둘러 노달을 어느 집으로 안내했다.
"얘야, 은인 나리 오셨다 !"
그러자 김 노인의 딸이 나와 노달을 안방 윗자리에 앉히고 절을 올렸다.
노달이 어리둥절해하자 김 노인이 웃으며 그동안의 일을 설명해 주었다.
"나리 덕분에 이곳에 와서 이런저런 일을 하고 지내다가 딸아이가 이 지방의 갑부인 조원외라는 사람의
소실이 되었습니다. 저희 부녀가 지금은 아무 걱정 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저희 부녀가 어떻게 은혜를 갚을 날이 있을까 생각해 왔는데 이렇게 뵐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염려 마시고 여기서 쉬십시오."
김 노인은 노달을 융숭하게 대접했다.
노달은 김 노인이 워낙 간청하는 바람에 그 집에서 며칠 동안 쉬기로 작정했다.
그런데 어느 날 김 노인이 허겁지겁 달려오더니 노달의 귀에 대고 뭔가 속삭였다.
"이웃 사람들이 나리를 이상한 눈초리로 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여기에서 몸을 피하시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저에게 좋은 수가 있습니다.
여기서 30리 되는 곳에 오대산이란 산이 있고, 그 산 위에 문수원이란 절이 있는데 지금 주지로 계신
지진장로와는 각별한 사이라 저의 청이면 거절은 안 할 것입니다. 출가하여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
몸을 숨기는 데는 그만이라 생각됩니다마는 .... "
노달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역시 그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을 것 같았다.
그는 마침내 산으로 들어가 중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이튿날 노달은 김 노인과 함께 오대산 문수원에 당도하여 지진장로의 허락을 받아 길일을 택하여
삭발식을 엄숙히 거행하고 중이 되었다. 지진장로는 노달에게 지심이라는 법명을 내렸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깎고 먹물옷을 입었다 해도 스님 치고는 참으로 우락부락하게 생긴 스님이었다.
그 뒤 마침내 겨울이 가고 산중에도 봄이 찾아들었다.
그 사이 출입을 도무지 않고 있던 노지심은 오랜만에 바깥 바람이 쐬고 싶어 산문을 나섰다.
정자가 있는 데까지 내려와 잠시 다리를 쉬고 앉아 있으려니까, 바로 산 아래 어디 대장간이라도 있는 듯,
망치질하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려 왔다.
그는 대장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주인을 불러 물었다.
"좋은 쇠가 있소 ? 선장과 계도 한 자루씩을 맞추고 싶은데 ...."
선장이란 스님이 쓰는 지팡이로서 때에 따라 무기로 쓰기도 했다.
"무게는 어느 정도가 좋겠습니까?"
"한 백근 되면 좋겠지."
"백근 요 ? 백 근짜리를 어떻게 쓰시려고 그러십니까 ? 관운장이 쓰던 청룡도도 82근이었는데요,
4, 50근만 돼도 무거울 겁쇼?"
"원 별 소리를 다 듣겠군. 관운장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이야. 그럼 나도 82근짜리로 만들어 주슈."
"무겁기만 하면 좋습니까 ? 너무 크면 모양도 흉하고 쓰시기도 불편하죠.
정 그러시다면 62근짜리로 만들어 드릴 테니 잘 쓰십시오."
노지심은 마침내 대장장이의 말을 쫓기로 하고 값을 정한 다음에 그곳을 나서서 술집을 찾아갔다.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술과 고기를 시켜 실컷 먹었다.
술이 잔뜩 취해 절에 들어간 노지심은 승려들을 희롱했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후에 장로가 나타나 노지심을 자기 방으로 데리고가 꾸짖었다.
"네 이놈 ! 여기를 어디로 알고 이러느냐?"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든 노지심은 황망히 장로 앞에 부복했다.
"지심아, 아무래도 너는 이 절을 떠나야겠구나, 동경에 있는 대상국사로 가거라.
그곳의 주지 지청선사는 나와 가까운 분이시니 내가 편지를 써 줄 테니 그분을 찾아가도록 하거라."
노지심은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용서를 빌었으나 장로는 문수원에서는 더 이상 머물 수 없음을 설명하고
노지심에게 떠나도록 타일렀다.
하는 수 없이 노지심은 이튿날 장로에게 아홉 번의 예를 올리고 오대산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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