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마두 성모성지
스리랑카에는 동북부 지방에 마두(Madhu) 성모성지가 있다. 400년이나 된 이 성지는 스리랑카 가톨릭 신앙의 중심지다. 1980년대부터 25년이나 이어진 동북부 타밀족 반군과 정부군 사이의 내전 중에 이곳은, 일종의 중립지역 또는 성소로서 피난민들이 교회의 보호를 받으며 안전하게 머무르는 곳이기도 했다.
반군은 이슬람교이고 정부군은 불교인데, 가톨릭은 반군과 정부군 양쪽에 다 있었던 점도 작용했다. 내전 말기에는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성지 안에 폭탄이 떨어지는 등 피해도 입었다.
이 성지는 8월 15일의 성모 승천 대축일을 축일로 삼는다. 지난 5월에 내전이 정부군의 승리로 끝난 뒤 올 8월이 첫 축일이었는데, 8월 6일부터 8월 16일까지가 공식 순례기간이었다. 정부는 반군 잔당의 움직임을 걱정해 보안을 강화하였는데, 성지에서 50km나 떨어진 검문소에서 모든 순례객이 신분증 등을 검사받아야 했다.
성지 안의 우물과 연못에 독을 타지 않았는지 검사했고, 마두 병원에는 특별 의료팀이 대기했다. 몇 년 동안 켜지지 않았던 성지 주변의 가로등은 불이 들어왔다.
시설이 부족해서 순례자들은 각자 음식과 침구류를 가지고 와야 했지만 약 50만 명이 참여했다. 내전이 막바지로 치달아 동북부 지역이 정부군에 완전 봉쇄됐던 작년에는 겨우 500명이 순례를 할 수 있었다.
[경향잡지, 2009년 10월호, 박준영 요셉(아시아 가톨릭 뉴스(UCAN) 한국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