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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5년 4월 遊修道山吟咏(유수도산음영) 김지익(金之益,1685~1746)
◼김지익(金之益,1685~1746) 본관 상산. 字겸숙(謙叔). 號열락재(悅樂齋). 김천 농소면
열락재유고 2권 P67~P81
遊修道山吟咏
乙丑(1745) 四月 김지익(金之益,1685~1746)
乙丑之夏四月念三 余在書齋, 鄕友金大卿 金慶雲 宋殷卿 三人 竹杖芒鞋 忽然來到 說雙溪海印勝要與共逰. 余遭一家喪慽不久意况不佳 實無逰賞之貞 而修道伽倻固所願逰 而不得者吱今不逰餘日無 多且三友之請既勤 不敢以事兑遂. 手一笻遊三友 而老脚軟無力 日行不過二三十里. 遇樹而休臨 流而濯 緩步徐行. 此距雙溪 不滿宿舂之程 而所自期者 不以時月也. 其間所徑 景物無窮 巨細難悉 而試以團辞 拙語略記粗敍. 漏萬掛一 以爲行中忘勞之資云
을축년(1745) 여름 4월을 거듭 생각해보니, 나는 서재에 있었는데 고향 친구인 김대경 김경운 송은경 세 사람이 죽장에 짚신을 신고 홀연히 와서 쌍계 해인의 승지를 유람하는데 함께 가자고 설득하였다
나는 집안에 상(喪)이 있을 것 같은 걱정에 뜻이 아름답지 않았고, 여행의 올바름에 대한 실익이 없었지만, 수도와 가야는 전부터 여행을 원하였었고, 지금 하지 못하면 남은 생에 갈 날이 없으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거듭된 세 친구의 청이 은근하여 이를 이기지 못하고 기쁘게 따르기로 하였다.
손에 지팡이를 잡고 세 친구와 여행하는데, 늙은이의 다리가 연약하여 힘이 없어 하루에 이삼십 리를 가지 못했다. 나무를 만나면 쉬고, 개울을 만나면 발을 씻고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쌍계까지의 거리는 하룻밤 묵을 거리에도 못 미쳤지만, 처음 기약한 때의 달이 지났다.
그 경로의 경치가 무궁하여 크고 작은 걸 빠짐없이 구술하기가 어려워, 시험 삼아 전체를 말하고자 졸렬한 글로 거칠고 간략히 기술하면서 수만 가지는 생략하고 한 가지만 내세워, 여행 중의 노고를 잊지 않는 바탕으로 삼고자 한다.
*固所願(고소원) : 진실로 바라던 바 *宿舂(숙용) : 하룻밤 묵을 거리 *時月(시월) : 때와 월 *巨細(거세) : 크고 작음
出書齋洞口大卿呼韻
서재를 나서며 동네 입구에서 대경과 운을 부르다
步出書齋下(보출서재하) 서재 아래로 걸음을 옮기니
雲溪近午天(운계근오천) 안개 낀 개울은 오전이 되어가는데
爲探風景好(위탐풍경호) 좋은 풍경 찾아서
遊友過前川(수우과전천) 유람하는 벗들과 앞의 내를 지나네.
*書齋(서재) : 김천시 농소면 율리(밤실)에 위치 *午天(오천) : 정오, 한낮
又景雲吟云
다시 경운과 운을 부르다.
脚下瀑瀑水(각하폭폭수) 발아래는 콸콸콸 물이 흐르고
眼中點點山(안중점점산) 눈 속에는 점점이 산이 보이네.
浮世爲歡少(부세위환소) 인생에 즐거움 적지만
始偷半日閑(시투반일한) 반일의 한가함 비로소 훔쳐내네.
暮到高方寺. 星山諸老友 朴會源 都慶餘 宋濟萬 朴淸源 其他諸賢己先到. 不期而會 天與其便也. 况雙溪一畨之逰 曾與朴會源父子有的 此行不可無此友. 故發行之初 先送從弟于其家 相告相要于中路矣. 朴兄父子己到于此寺 亦又扎簡于我, 上來來路 逢僧見簡 己知朴兄父子之來待此寺矣. 倘所謂, 詩人意思同 而同聲相應者非耶. 來寺與諸賢咸集幸也 而從弟巧達不來 尙有少一之嘆. 翌之午 從弟又自發谷來此寺 一處畢會 實是奇遇異事也. 病忽生 天又雨 滯留于此寺. 苦待明朝 當向雙溪 而病漸欲蘓 雨又欲霽. 人事天時 可謂相參, 將得觀覽之富 庶副平生之願 庸非吾脩脩幸耶.
날이 저물어 고방사에 도착했다. 성산의 박회원 도경여 송제만 박청원 등과 다른 제현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기약 없이 만났지만 하늘이 그 편의를 보살펴 주었다. 하물며 쌍계로의 여행은 일찍이 박회원 부자가 실마리를 분명히 하였기에 이번 여행에는 이 친구가 없어서는 안 되었다.
그래서 처음 출발할 때 종제를 그 집에 먼저 보내고, 여행 중에 서로 알려 주고 서로 요청하기로 하였다. 박형 부자는 이 절에 이미 도착하여 나에게 서찰을 보냈는데, 올라오는 길 도중에 승려를 만나 서찰을 보여주어 박형 부자가 이미 와서 이 절에서 기다리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 일러 시인은 뜻이 같기에 같은 소리로 서로 응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절에 와서 여러 제현과 모두 모인 것은 행운인데 종제는 공교롭게도 오지 못했기에 당연히 조금의 아쉬움이 있었다. 다음날 정오에 종제가 골짜기에서 출발하여 이 절로 와서. 마침내 한 곳에서 만나게 되니 실로 뜻하지 않은 일이었다.
병이 홀연히 생겼고, 또 비가 내려 이 절에 머물게 되었다. 날이 밝기를 기다려 쌍계로 향하게 되었는데, 병이 조금씩 나아지려 하였고 비도 개는 기미가 보였다. 사람의 일과 하늘의 때가 서로 참작하는 것이라 이르니, 장차 구경거리가 풍성하고 평생의 소원에 부합할 것이기에 내 유유함이 행운이 아니겠는가.
*소일지탄(少一之嘆) : 객지에서 형제를 그리는 것. 왕유(王維)의 ‘9월 9일 산중의 형제를 그리는 시[九月九日憶山中兄弟詩]’에, ‘홀로 타향에 나와 나그네 되니, 가절 만날 적마다 어버이 생각 갑절 나네. 알괘라 형제들 높은 곳에 올라, 산수유 돌려가며 꽂는데 한 사람 적을 것을.[獨在異鄕爲異客 每逢佳節倍思親 遙知兄弟登高處 遍揷茱萸少一人]’ 하였다. *용비 : 어찌 ~이 아니겠는가 *유유 : ①옛날 처음으로 스승을 뵐 때 드리는 예물 ②길고 아름다운 모양
入寺景雲吟韻
절에 들어가 경운과 운을 부르다.
山水無新面(산수무신면) 산수는 새로운 모습 없지만
親朋摠舊顔(친붕총구안) 친척과 벗들은 모두가 구면이네.
對談情未極(대담정미극) 이야기와 정은 끝없이 이어지고
携手更相看(휴수갱상간) 손잡고 다시금 서로를 살펴보네.
謝同行鄭生台明畵扇面梅月
동행한 정태명이 부채에 매화와 달을 그려주어 사례하다.
不虧終不落(불휴종불락) 그림속 보름달에 매화꽃 떨어지지 않아
梅月兩相宜(매월양상의) 매화와 달이 서로가 잘 어울리네.
無聲勝有聲(무성승유성) 소리 없는 그림이 읊어내는 시 보다 나으니
慚愧冩吾詩(참괴사오시) 내 시를 옮겨 놓기 참으로 부끄럽네.
*불휴(不虧) : (일식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뜻 *참괴(慙愧) : 부끄러워하며 괴로워 함
高寺滯雨
고방사에서 비로 길이 막히다
零雨霏霏逹數晨(영우비비달수신) 이슬비 부슬부슬 여러 새벽 이어져
雖無門戶亦關人(수무문호역관인) 비록 문은 없지만 사람을 가두었네.
天翁若助逰觀興(천옹약조유관흥) 천옹이 만약 유람을 일으킨다면
洗出江山物色新(세출강산물색신) 강산을 씻어내고 물색을 새롭게 하리.
*비비(霏霏) : 부슬부슬 내리는 비나 눈 *관인(關人) : 관문에서 사람이 가로 막히다는 뜻?
高寺觀花柱設戱
고방사에서 단청기둥에 줄타기 놀이를 설치한 것을 보다
長繩高柱白雲連(장승고주백운연) 높은 기둥에서 백운에 이어진 긴줄에
俄見倡優戱而前(아견창우희이전) 광대 놀음 나아가는 걸 보니
側足倒懸魚躍水(측족도현어약수) 걸음걸이 위태롭다 거꾸로 매달려 물고기 뛰어 오르는 듯하다
翻身上去鳥飛天(번신상거조비천) 몸을 뒤집어 올라가니 하늘에 새가 나는 듯하네.
雖操末技猶如此(수조말기유여차) 서툰 기예 부려도 오히려 이 같으니
能透道關亦必然(능투도관역필연) 도의 경지 통하는 것 역시 필연 이겠지만
重利輕生堪可戒(중리경생감가계) 이익에 생명을 가벼이 하는 걸 경계하니
若知正命豈爲焉(약지정명개위언) 정명(正命)을 안다면 어찌 그리 하리오.
*화주(花柱) : 암술의 씨방과 암술머리를 연결하는 둥근기둥 모양의 가늘고 긴 부분. 꽃기둥 *창우(倡優) : 악공(樂工)이나 기인(伎人) 등을 가리킨다. 《사기(史記)》 범수전(范睢傳)에 “鐵劍利則士勇 倡優拙則思慮遠”이라는 말이 있다. *측족(側足) : 두려워서 바로서지 못함 *도현(倒懸) : 거꾸로 매달림. 위험이 절박하여짐. *번신(翻身) : 몸을 한번 뒤집음 *말기(末技) : 변변치 못한 기술이나 기예 *정명(正命) : 천수(天壽)를 다하고 죽거나 정의(正義)를 행하다 죽는 것을 말한다. 《맹자(孟子)》 진심 상(盡心上)에 “그 도(道)를 다하고 죽는 것이 정명(正命)이다.” 하였다.
滯雨貽獘冩懐戱僧
비로 길이 막혀 폐를 끼쳤기에 감회를 적어 놀이한 승려에게 주다
捫蘿攀木漸登登(문라반목점등등) 덩굴과 나무를 잡고 조금씩 올라서
寺在靑山最上層(사재청산최상층) 절이 있는 청산의 꼭대기에 오르니
緑樹陰中扶杖客(녹수음중부장객) 지팡이 짚은 나그네 푸른 나무 그늘 속에 있고
白雲深處閉關僧(백운심처폐궐승) 폐관한 스님은 백운 깊은 곳에 있네.
雨裏糧絶寧無慍(우이량절녕무온) 빗속에서 양식 끊기니 어찌 온정이 없겠는가.
飯後鐘鳴悠被憎(반후종명유피증) 식후에는 종을 울린 저 스님 생각하여
寄語緇徒須勿薄(기어치도수물박) 스님에게 ‘싫지 않았다.’고 말을 전하고
木蘭續句亦吾能(목란속구역오능) 시 짓기 이어가며 향을 올리네.
*목란(木蘭) : 향나무의 종류. 향기를 밖으로 강하게 풍기기 때문에 사람들이 분향용으로 가져다가 태운다는 말로, 당고의 화를 당한 사람들을 비유한 말이다.
簫寺雨中 憶書齋羣弟子
쓸쓸한 절의 빗속에서 서재의 여러 제자를 생각하다.
吟病山齋雨未休(음병산재우미휴) 병 앓는 산재에 비가 그치지 않아
客懷惘悵自生愁(객회망창자생수) 나그네 회포 창망하여 저절로 시름 생기네.
緇帷未闢今多日(치유미벽금다일) 치유를 열지 못한 지 여러 날 되어가니
無乃靑衿放浪逰(무내청금방랑유) 유생들 어찌하고 방랑 유람 하는가.
*망창(悵望) : 창망 *치유 : 검은 휘장(공자가 제자를 가르치던 숲을 말함 *청금 : 『시경(詩經)』의 「靑靑子衿」에서 온 말로 儒生을 달리 이르는 말.
書示同行
동행에게 글을 보여주다
昔日交情非不足(석일교정비부족) 지난날 사귄 정도 부족하지 않지만
今同逰翫倍相親(금동유완배상친) 지금 같이 놀고 구경하며 친밀을 더하네.
風襟月袍常開處(풍금월포상개처) 풍월을 품고 안아 언제나 열어두니
瀟洒俱無一點塵(소쇄구무일점진) 맑고 깨끗하기가 한 점 티끌도 없네.
*逰翫(유완) :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함
金大卿又呼韻
김대경과 또 운을 부르다
汨役生涯不蹔暇(골역생애불잠가) 한 평생 일하느라 한가함이 없었는데
與君今日好懷開(여군금일호회개) 자네와 오늘은 좋은 마음 열고자
雙溪海印周觀後(쌍계해인주관후) 쌍계와 해인을 두루 보고난 후에
又自花林鳳谷來(우자화림봉곡래) 또 화림에서 봉곡으로 왔다네.
*鳳谷(봉곡) : 향우 김대경 이란 표현으로 김천시 농소면 봉곡리.
用景雲韻 謝旭上人餽飯
경운의 운을 사용하여 욱상인이 밥을 보낸 것에 사례하다
雨中糧槖絶扵陳(우중량탁절어진) 우중의 양식 주머니 진번은 끊어내는데
漂母如今子是真(표모여금자시진) 표모는 지금도 자네처럼 진실하네.
一飯酬恩知有曰(일반수은지유왈) 밥 한 그릇 주는 은혜, 아는 바를 말한다면
請看范叔入西秦(청간범숙입서진) 수가(須賈)는 범숙을 청하여 보고 서진에 돌아갔네.
*절진(絶陳) : 친구들과의 교유가 끊어짐을 말한다. 후한 때의 고사(高士)였던 예장 태수(豫章太守) 진번(陳蕃)은 빈객(賓客)을 전혀 접대하지 않았으되, 다만 당대의 고사였던 서치(徐穉)가 찾아오면 특별히 걸상 하나를 내다가 그를 정중히 접대하고, 그가 떠난 뒤에는 다시 그 걸상을 걸어 두곤 했던 데서 온 말이다. 《後漢書 卷53 徐穉列傳》 *漂母(표모) : 한나라 개국 공신으로서 삼걸(三傑)의 하나인 회음후(淮陰侯) 한신(韓信)을 소재로 하여 지은 시이다. 이 제목은, 한신이 빈궁해서 끼니를 잇지 못할 적에 ‘빨래터의 아낙네〔漂母〕’가 밥을 먹여 주었는데, 이에 한신이 감격해서 언젠가 반드시 크게 보답하겠다고 하자, 그 아낙네가 “대장부가 끼니도 해결 못하기에, 내가 왕손을 불쌍히 여겨서 밥을 주었을 뿐이니, 어찌 보답을 바라겠는가.〔大丈夫不能自食 吾哀王孫而進食 豈望報乎〕”라고 말한 고사가 있다. 《史記 卷92 淮陰侯列傳》 *范叔(범숙) : 전국시대 위나라 사람 범수를 말함. 범수(范睢)가 일찍이 위(魏)나라 수가(須賈)의 문객으로 있다가 진(秦)나라로 망명해서 이름을 장록(將祿)으로 고치고 재상의 지위에 올랐는데, 수가(須賈)가 진나라에 사신으로 온다는 말을 듣고 범수가 일부러 허름한 행색으로 그를 만나자, 수가가 “범숙이 지금까지도 이렇게 춥게 지낸단 말인가.” 하고는 명주 솜옷을 입혀 주었다는 고사가 있다. 범수의 자(字)가 숙(叔)이기 때문에 범숙이라고 한 것이다. 《史記 卷79 范睢列傳》
發向雙溪路中 次金泉督郵贈山僧韻
‘쌍계로로 출발하면서’ 김천 독우가 산승에게 준 운을 차운하다.
此會非前期(차회비전기) 이 모임을 전에 기약한 게 아닌데
萍逢㧾舊知(평봉홀구지) 떠돌다 만나니 모두가 옛 친구네.
主賓皆俊羙(주빈개준미) 주인과 손님들 모두가 준걸이고
少長不差池(소장부차지) 어른과 아이는 차질이 없네.
山暗雨初歇(산암우초헐) 산속의 거센 비가 비로소 멈추었는데
寺殘日屡移(사잔일루이) 산사에 남은 해는 매번 자리 옮기네.
双溪遙指點(쌍계요지점) 쌍계 아득히 가리키며
出洞白雲隨(출동백운수) 골짜기 나서자 흰 구름이 따라오네.
*督郵(독우) : 지방 행정을 감찰하기 위해 나온 관원이다. *差池(차지) : ① 착오 ② 의외의 일 ③ 잘못 ④ 불의의 변
高寺洞口景雲呼韻
고방사 계곡의 입구에서 경운과 부른 운
雨餘天不熱(우여천불열) 비온 뒤라 하늘이 덥지 않아
四月若淸秋(사월약청추) 사월인데 맑은 가을 같고
遠訪雙溪路(원방쌍계로) 멀리서 쌍계로 방문하고자
行行溯碧流(행행소벽류) 푸른 물결 거슬러 가고 또 가네.
過薪谷朴孝娘旌閭
신곡 박효랑 정려를 지나면서
孝女閭前過(효녀려전과) 효녀의 정려문 앞 지나니
淸風洒客襟(청풍쇄객금) 맑은 바람 나그네 옷깃을 씻어내네.
輝煌三大字(휘황삼대자) 휘황한 세 개의 큰 글자
負起後人心(부기후인심) 후인의 마음 일깨우네.
*薪谷(신곡) : 김천시 감천면 도평리에 박효랑 정려각 있음. 당시에는 감천면 도평리가 성주군 신곡인 듯. *朴孝娘(박효랑) : 조선후기 숙종38년(1712) 山訟 사건 발생. 1713년(숙종39) 9월에 영남의 의성사람 생원 김이달(金履達,1656~?)이 소두(疏頭)가 되어 영남, 호남, 호서, 경기 네 도의 유생들과 함께 박문랑을 위한 상소문을 올림. 당시 통문 초안이 장서각 >미출간고문서 >봉화 법전 진주강씨 고암 강임 후손기 > 1714년 金履達 통문 이 있음. 1742년 정려문이 세워짐.
訪樓陛金友礪童家
누폐의 김려동 집을 방문하다
吟筇懶着溯清溪(음공라착소청계) 시 읊으며 느릿느릿 맑은 계곡 거슬러가니
修道山髙日欲低(수도산고일욕저) 수도산 꼭대기로 해가 기울고
處處停行行不得(처처정행행부득) 곳곳에서 걸음 멈추어 가는 길 다 못갔는데
故人家在水東西(고인가재수동서) 동서로 물 흐르는 곳에 친구의 집이 있네.
*樓陛(루폐) : 동서로 물이 흐르는 곳인 루계는 다락골 등의 지명이 남아있는 현재의 성주군 금수면의 후평리 부근 수몰 지구로 추정됨. 이동경로는 고방사 - 김천시 감천면 도평 - 조마면 대방리 - 살티재 - 성주군 금수면으로 추정됨, *懶着(라착) : 느긋하게. 느릿느릿하게
次金礪童韻
김려동 운을 잇다
碧洞幽深玉瀑飛(벽동유심옥폭비) 푸른 계곡 유심한 곳에는 구슬 폭포 날리고
銀鳞薇蕨雨餘肥(은린미궐우여비) 은어와 고사리는 비 온 뒤에 살이 찌네
釣鮮採美惟吾分(조선채미유오분) 낚시하고 나물캐는 나의 분수 생각하니
紋繡膏粱素願非(문수고량소원비) 비단옷과 고량진미 소원이 아니라네.
*採美(채미) : 나물 캐다 *膏粱(고량) : ‘고량진미’의 줄인 말
猫項村 宿李守黙,守垕家
묘항촌 이수묵, 이수후 집에서 자다.
在陳糧告乏(재진량고핍) 진나라에 있을 때 양식 부족하자
立路點炊烟(입로점취연) 길에 서서 밥 짓는 연기 점검하고
能濟賓旅急(능제빈여급) 손님의 여행 중 위급을 구제하니
多份主人賢(다빈주인현) 주인의 어짊이 많이 빛나네.
*在陳(재진) : 공자(孔子)가 진(陳)ㆍ채(蔡)에서 양식이 떨어져 군색함을 당했던 일을 말한다. 《論語 衛靈公》
立巖(입암)
奇巖千尺入雲高(기암천척입운고) 천척 기암이 구름 속에 높이 솟아
人未攀躋鶴欲巢(인미반제학욕소) 사람은 오르지 못하고 학이 둥지 틀고자 하네.
屹立狂瀾終不屈(흘립광란종부굴) 거센 물결에 우뚝이 서서 굽히지 않으니
男兒若此是雄豪(남아약차시웅호) 남아가 이 같으면 영웅호걸이라네.
*立巖(입암) : 성주군 금수면 ‘무흘구곡’에 있는 바위. 위치비정은 <한강집> <서계집> 등을 참조할 것. 선바위 건너편 냇바닥에는 ‘使君臺 西坡’라고 새겨져 있음. *攀躋(반제) : 높은곳을 나무뿌리 등을 잡고 더 위로 오름 *狂瀾(광란) :거세게 일어나는 물결
次礪童韻
려동의 운을 잇다
雲根誰斲闢開初(운근수착벽개초) 바윗돌 누가 깎아 처음으로 열었는지
直立山嶺聳碧霄(직립산령용벽소) 곧게 선 산 줄기 푸른 하늘에 솟아있네.
當年若使秦皇見(당년약사진황견) 그때에 만약 진시황 보게 했다면
萬世鴻功此可書(만세홍공차가서) 만세토록 큰 공을 이곳에 쓰게 했으리.
*운근(雲根) : 벼랑이나 바윗돌을 뜻하는 시어(詩語)이다. 두보(杜甫)의 시에 “충주 고을은 삼협의 안에 있는지라, 마을 인가가 운근 아래 모여 있네.[忠州三峽內 井邑聚雲根]”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 주(註)에 “오악(五岳)의 구름이 바위에 부딪쳐 일어나기 때문에, 구름의 뿌리라고 한 것이다.” 하였다. 《杜少陵詩集 卷14 題忠州龍興寺所居院壁》 *벽개(闢開) : 처음 열다 *홍공(鴻功) : 어떤 목적을 이루는 데에 들인 크나큰 노력이나 수고
使君臺
사군대
文章千古跡(문장천고적) 문장의 오랜 자취
一片使君臺(일편사군대) 한 조각의 사군대.
物色分留去(물색분유거) 물색을 남겨두고 가버렸지만
詩屳幾往來(시선기왕래) 詩仙이 얼마나 오고 갔는가.
*물색분유(物色分留) : 앞사람들이 시로 모두 읊어버려서 더 이상 그 경치가 시의 소재로 적당하지 않다 하더라도, 워낙 시상(詩想)이 뛰어난 곳이란 의미. 두보(杜甫)의 시에 “송공이 쫓겨난 뒤 벽에다 시 지어 붙이고는, 물색을 남겨 주어 이 노부를 기다렸군.[宋公放逐曾題壁 物色分留待老夫]”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杜少陵詩集 卷22 嶽麓山道林二寺行》
※사군대 관련 기록 정리 : 성주군 금수면 중리 동쪽 냇가에 기이한 바위가 있어서 ‘선바위’라고 불리게 되었다. 바위에는 ‘立巖 崇禎紀元後 八十九年 丙申’이라 새겨져 있는데 이는 1716년 목사 윤헌주(尹憲柱)가 충청도감사로 떠나면서 선비들과 연회를 즐기며 새긴 것이다. 선바위 건너편 냇바닥에는 ‘使君臺 西坡’라고 새겨져 있는데 이것은 목사 오도일(吳道一)이 1694년 이조참의로 떠나면서 선비들과 연회를 즐기며 새긴 것이다.
獨松亭(독송정)
松作千人盖(송작천인개) 소나무 그늘 천 사람을 덮고
石爲百尺臺(석위백척대) 바위는 백척의 대를 이루었네.
夏日能不熱(하일능불열) 여름날씨에도 무덥지 않고
淸風滿林來(청풍만림래) 청풍이 숲 가득이 밀려오네.
*독송정 : 성주군 금수면 대가천 변에 있었으나 국도 확장과 2002년 태풍 루사 때 유실됨.
途中吟(도중음)
도중에 읊다
嘉木繁陰雨後新(가목번음우후신) 나무숲 무성한 그늘이 비 온 뒤에 새로워
淸和景物勝花春(청화경물승화춘) 사월의 경물이 꽃 피는 봄보다 낫구나.
逢僧輒問雙溪路(봉승첩문쌍계로) 승려를 만나서 쌍계로를 거듭 물으니
遙指靑山綠水濱(요지청산녹수빈) 청산의 녹수 가를 아득히 가리키네.
愁送臺 次安陰愁送臺韻(수송대 차안음수송대운)
‘수송대’ 안음 수송대운을 차운하다
高臺愁又送(고대수우송) 높은 대에서 근심을 또 보내니
風景倍前佳(풍경배전가) 풍경은 배가되어 전보다 아름답네.
昔過丹楓映(석과단풍영) 옛날에 지날 때는 붉은 단풍 비쳤는데
今來綠樹埋(금래녹수매) 오늘은 오게되니 푸른 나무에 묻혀있네.
地傳千古勝(지전천고승) 땅은 천고의 승경을 전하는데
人寫一時懷(인언일시회) 사람은 한 때의 회포를 그려내다
下訪招提路(하방초제로) 절간의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니
更綠絶壁厓(경록절벽애) 절벽 벼랑이 다시금 푸르르네.
*招提(초제) : 절 또는 승려의 이칭이다. 여기서는 절을 가리킨다. 두보의 유용문봉선사(遊龍門奉先寺)에 “이미 초제를 따라 노닐었고 다시 초제의 경내에 유숙한다.〔已從招提遊 更宿招提境〕” 하였다.
※석과단풍영 : 1743.7 안음 방문 후 거창-용산-목통령-장전리-쌍계사-개령으로 돌아 왔음을 추정.
入雙溪洞口
쌍계계곡의 입구에 들어가면서
緩踏青山色(완답청산색) 천천히 청산 물색 밟으며
閑穿綠樹中(한천록수중) 한가하게 푸른 나무 숲속을 뚫고 나오니
有寺知不遠(유사지불원) 멀지 않은 곳에 절 있다고
風便数聲鐘(풍편수성종) 바람결에 몇 줄기 종소리 부쳐오네.
百川橋(백천교)
永棄人间多少事(영위인간다소사) 영원히 인간의 크고 작은일 버리고
願從屳子共淸逰(원종선자공청유) 신선을 따르고자 청유를 함께 하며
百川橋下雙溪水(백천교하쌍계수) 백천교 아래 쌍계수에
滌盪胷中萬古愁(척탕흉중만고수) 가슴속 오랜 근심 씻어내네.
*백천교(百川橋) : 증산면 옥동에서 장전으로 가는 돌다리. 증산-장전-거창군 가조면 용암리로 연결되는 옛길 있음. *영기인간사(永棄人間事) : 주희가 무이산(武夷山) 창주정사(滄洲精舍)에서 지은 악부시(樂府詩) 〈수조가두(水調歌頭)〉에 “영원히 인간 세상일을 버리고, 나의 도를 창주에 부치려 하노라.〔永棄人間事 吾道付滄洲〕”라는 말이 나온다. 《晦菴集 卷10》 *원종선자 : 갈암집에 願從仙子學吹笙라는 비슷한 구절 있음, *척탕 : 씻어내다
玉流洞雲鶴臺 次崔相國錫恒萬歲樓懸板韻
‘옥류동 운학대’상국 최석항의 만세루 현판 운을 차운하다
洞噴玉流知穢滌(동분옥류지예척) 뿜어내는 옥류는 더러움 씻어내는 걸 알겠고
臺臨雲鶴覺身輕(대림운학각신경) 운학대에 이르니 몸이 가벼운 걸 깨닫네.
詩屳墨客幾徑過(시선묵객기경과) 시선과 묵객이 그 얼마나 지나갔는가.
水色山光尙不更(수색산광상불경) 물색과 산빛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네.
*최석항(1654∼1724) 문신. 조부는 崔鳴吉이고, 영의정 崔錫鼎의 아우로 소론 4대신으로 불림. 증산에 진을 쳤다는 기록 있음. <손와유고>에 증산면 쌍계사, 사군대 관련 시가 3편 있음.
雙溪萬歲樓(쌍계사 만세루)
甑山虎伏窺琳宇(증산호복규림우) 증산에는 호랑이 엎드려 절간을 엿보고
二水龍囬抱石橋(이수용회포석교) 이수에는 용이 돌며 돌다리 안고 있네.
風景欲粧粧不得(풍경욕장장부득) 풍경을 꾸미고 싶지만 꾸미지 못하고
沉吟樓上步逍遙(침음루상보소요) 루상에서 서성이며 나지막이 읊조리네.
*침음 : 깊이 생각하다. 낮게 읊조리다
次前度遊客韻
이전에 도착했던 여행객의 운을 차운하다.(1)
身遂浮雲任去來(신수부운임거래) 몸은 구름 따라 마음대로 오가고
名區隨處好懷開(명구수처호회개) 명구는 이르는 곳마다 좋은 감회 열리네.
奇觀亦在雙溪寺(기관역재쌍계사) 기이한 볼거리는 쌍계사에도 있지만
風景何如學士臺(풍경하여학사대) 학사대 풍경은 어떠하던가.
次前度遊客韻
이전에 도착했던 여행객의 운을 차운하다.(2)
無限風光到處新(무한풍광도처신) 끝없는 풍광 이르는 곳마다 새로워
詩料酒興不爲貧(시료주흥불위빈) 시 재료와 술 흥취가 빈약하지 않도록
冷冷脚下雙溪水(냉냉각하쌍계수) 다리 아래 쌍계수 냉냉하게 흘러가며
洗盡心中萬斛塵(세진심중만곡진) 심중의 많은 티끌 모조리 씻어내네.
*만곡 : 아주 많은 분량
武屹途中
무흘 가는 길에
雙溪㶁㶁流山外(쌍계괵괵류산외) 쌍계수 콸콸대며 산 밖으로 흘러가고
茂屹蒼蒼入望中(무흘창창입망중) 무흘계곡 창창하게 눈 속에 들어오네.
天公不欲眞機露(천공불욕진기로) 하늘은 진기가 젖는 걸 원치 않아
水色雲光萬壑籠(수색운광만학롱) 물빛과 구름이 수만 골에 담겨있네.
*무흘구곡 : 회연서원~쌍계사~수도리 비정하는 통설 ↔ 쌍계사에서 수도리로 이어지는 구간으로 비정하고 있음.
*쌍계사 : 김천시 증산면 소재지에 있었음. *괵괵 : 물이 갈라져 흐르는 소리 *진기 : 천성. 본성. 우주의 근본 기틀. 현묘(玄妙)한 도리.
武屹觀瀾臺(무흘 관란대)
觀瀾臺下坐(관란대하좌) 관란대 아래에 앉으니
道無体悟窮(도무체오궁) 도는 형체 없고 깨달음은 궁하네.
遺芳猶未己(유방유미기) 남길 향기 아직도 이루지 못했는데
松檜灑淸風(송회쇄청풍) 소나무와 잣나무 청풍에 씻기네.
*관란대 : 증산면 평촌리 만월담 부근 개울건너편 언덕에 위치하여 있다. 한강 정구선생이 무흘구곡에서 제7곡인 만월담(滿月潭)을 경영하면서 주위에 관란대를 설치한 것으로 생각됨. *유방 : 죽은 뒤에 남긴 빛나는 명예
藏書閣(장서각)
白雲鎻靑山(백운쇄청산) 백운이 청산을 가두고
人亦鎻藏書(인역쇄장서) 사람 역시 장서를 가두었네.
古跡今無見(고적금무견) 옛 자취 지금은 볼 수 없어
後生恨有餘(후생한유여) 후생은 한을 남기네.
*장서각 : 한강선생의 무흘강도지를 말하는 듯. 김천시 증산면 평촌리 670번지에 있음. 1604년 한강선생이 직접 거주하면서 저술과 제자 양성에 힘쓰면서 서책과 저서를 보관하였다 함. ※무흘장서 : 한강 선생이 ‘무흘정사’를 짓고 자신의 저작물과 서책을 보관하였음
(藏書閣) 次前度逰客韻 三首
이전에 도착했던 여행객의 운을 차운한 삼수(1)
未陪當日杖屨逰(미배당일장구유) 당시에는 장구 여행 모시지 못했지만
今到空齋感自悠(금도공재감자유) 빈 재실에 도착하니 감회가 절로 이네.
百世淸風吹不盡(백세청풍취부진) 백세토록 청풍이 끝없이 불어대니
高山蒼鬱水長流(고산창울수장류) 고산은 울창하고 물은 멀리 흘러가네.
*장구(杖屨) : 지팡이와 신발. 여기서는 어른에 대한 경칭(敬稱)으로 사람을 직접 가리키지 않고 그 사람에게 딸린 물건을 들어 존경하는 뜻을 표시 *창울 : 울창하다 *산고수장 : 영원히 전해질 고결한 인품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송(宋)나라 범중엄(范仲淹)의 〈엄선생사당기(嚴先生祠堂記)〉에 “구름 낀 산 푸르고 푸르듯, 저 강물 곤곤히 흐르고 흐르듯, 선생의 풍도 역시 산고수장이로세.[雲山蒼蒼 江水泱泱 先生之風 山高水長]”라는 말이 나온다
(藏書閣) 次前度逰客韻 三首
이전에 도착했던 여행객의 운을 차운한 삼수(2)
景仰高山慕古賢(경앙고산모고현) 높은 산 우러르고 옛 현인 숭모하여
尋眞今日到齋前(심진금일도재전) 진리 찾아 오늘은 재실 앞에 도착하니
杖屨猶在人己去(장구유재인기거) 사람은 떠났지만 유품은 남아있어
風景俙依似昔年(풍경의희사석년) 풍경이 어슴푸레 예전과 흡사하네.
(藏書閣) 次前度逰客韻 三首
이전에 도착했던 여행객의 운을 차운한 삼수(3)
茂屹千層岳(무흘천층악) 무흘 천 층 산에
眞儒百載前(진유백재전) 백 년 전에 진유 있었는데
入山修道日(입산수도일) 입산수도한 날은
避世養眞年(피세양진연) 세상 피해 진리를 닦던 해이네.
洙泗淵源接(수사연원접) 주수와 사수에서 강하던 연원을 이어서
羲皇羙俗全(희황양속전) 희황시대 아름다운 풍속을 온전히 하고자
今來齋舍下(금래재사하) 지금 재실 아래에 와서
傴僂拜先賢(구루배선현) 허리 굽혀 선현에게 절하네.
*백년전의 진유 : 한강 선생을 말하는 듯 *입산수도일(入山修道日) : 한강 선생이 무흘정사를 지은 1604년을 말하는 듯 *주사(洙泗) : 중국의 洙水와 泗水 근처에서 공자가 강학 활동을 하였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공자의 도를 지칭하는 것으로 전칭됨 *구루(傴僂) : 허리를 굽힌다는 뜻이다. 左傳 소공(昭公) 3년에 “정고부(正考父)가 세 번 명을 받았는데 받을수록 공손하여 첫 번째 명을 받아서 누(僂)하고, 두 번째는 구(傴)하고, 서번째 받아서는 기어서 담장 밑으로 달아났다.”고 하였다
靑巖洗塵岩(청암사 세진암)
半生身世任探眞(반생신세임탐진) 반 생의 자유로운 몸 마음껏 찾아나서니
隨處風光雨後新(수처풍광우후신) 이르는 곳 풍광은 비 온 뒤에 새롭네.
最是靑岩岩下水(최시청암암하수) 가장 먼저 청암사 바위 아래 물에서
霊臺洒落洗無塵(영대쇄락세무진) 마음을 흩뿌리며 티끌 없이 씻어내네.
*洗塵岩 : 청암사 입구의 석각바위의 이름이 세진암 *靈臺 : ①중국에서 옛날 황제가 망기(望氣)하던 대. ②마음. 심령 *洒落 : 흩뿌리다
靑巖寺 次星山逰客韻
‘청암사’성산의 여행객 운을 차운하다
落日靑岩寺(낙일청암사) 청암사에 해가 지니
洞門一逕深(동문일경심) 동문의 오솔길 깊어지는데
飛流皆白至(비류개백지) 나는 듯 흐르는 물 하얗게 부서지고
坐佛揔黃金(좌불총황금) 좌정한 부처는 황금빛 발하네.
眼底千般景(안저천반경) 눈 아래에 천 갈래 풍경 펼쳐지지만
胸中萬古心(흉중만고심) 가슴속은 변함없는 마음이라
分留物色去(분류물색거) 남긴 물색 가고 나면
來者更誰尋(래자갱수심) 오는 이들 다시 누구와 찾으리오.
靑岩寺雨宿 看諸僧禮佛
청암사에서 비로 인해 머물면서 여러 승려가 예불하는 것을 보다
年一作歲仰 -김지익 p77
叉手燒香禮佛僧(차수소향예불승) 두 손 공손히 향 올리는 예불승
風爲鐘磬月爲燈(풍위종경월위등) 바람은 종소리 되고, 달빛은 등불 되네.
入山修道幾經年(입산수도기경년) 입산수도 하면서 몇 년을 보냈는가.
極樂天堂次第登(극락천당차제등) 극락과 천당에 차례대로 오르네.
*차수 : 손을 마주 쥐는 것 *경년 : 해를 보냄 *천당 : 극락세계
※당시 청암사에는 직지사 운수암에 있었던 정혜대사, 관징대사등이 이거하여 그 전해에 정혜대사가 입적하였음.
靑岩瀑布(청암폭포)
廬山曾噴瀑(려산증분폭) 여산에도 일찍이 폭포를 뿜어내어
岩洞又龍泉(암동우용천) 암동에 또 용천을 만들었네.
不是三千尺(불시삼천척) 비록 삼천척이 아니어도
亦如落九天(역여락구천) 역시 구천에서 떨어지는 듯하네.
*여산(廬山) : 이백(李白)의 시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를 염두에 둔 듯. 동진(東晉)의 고승 혜원(惠遠)이 여산(廬山)의 동림사(東林寺)에서 유유민(劉遺民)ㆍ뇌차종(雷次宗) 등 명유(名儒)를 비롯하여 승속(僧俗)의 18현(賢)과 함께 염불 결사(念佛結社)를 맺었는데, 그 사찰의 연못에 백련(白蓮)이 있기 때문에 백련사(白蓮社)라고 일컬었다는 고사가 있다. 《蓮社高賢傳 慧遠法師》 현재 청암폭포 주변에 여산폭포, 호계등의 각자가 있고 백련암이 있는 거에 유의 *구천(九天) : 고대 중국에서, 하늘을 아홉 방위로 나누어 이르던 말
定慧大師遺像
정혜대사유상
大師亦乙丑生 堂号晦暗 대사 역시 을축생으로 당호는 회암이다
嗟我南逰晚(차아남유만) 아. 내가 남쪽 유람 늦게하여
未君西往前(미군서왕전) 자네가 극락왕생하기 전에 만나지 못하고
松形終莫覩(송형종막도) 신선 모습 끝내 보지 못하고
綃幅但依然(초폭단의연) 비단 폭만 부질없이 의연히 바라보네.
犻立人百世(독립인백세) 홀로이 한 평생 살면서
仰事極樂天(앙사극락천) 극락 하늘 우러러 섬겼네.
何須論異道(하수논이도) 어찌 도가 다르다고 논할 필요 있으리오.
不可語同年(불가어동년) 동년이라고 말 하지 않을 수 없네.
*정혜대사(定慧大師,1685~1741) : 1730년 조현명이 경상도 관찰사로 무신란 이후 피폐해진 영남 남인을 무마하고 기민(饑民)의 구제에 진력하고자 한 연회에 정혜대사가 참석했던 인연으로 1744년에 조현명이 글을 짓고, 서명균이 쓰서 청암사에 회당비를 세움. 문집 및 부도 등에는 晦庵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주자의 晦庵을 피해 晦暗, 晦堂으로 표기하고 있음. 말년에 청암사에 주석하여 저술활동에 주력함. 열락재유고 3권 p73-80 「유황악산록」에 1740년 초파일에 정혜대사를 만나로 갔으나 보지 못했다는 기록 있음. *송형 : 소나무의 굽은 모습을 노인에 비유. 신선을 상징 *초폭 : 비단 폭 *하수 : 구태여 ~할 필요 있겠는가?
靑岩洞口別 同行諸友送修道庵(청암동구별동행제우송수도암)
청암계곡 입구에서 동행했던 여러 친구들이 이별하다. 수도암으로 가는 것을 전송하다
道山分一半(도산분일반) 길과 산이 가는 사람 반으로 나누어지지만
風景屬諸邉(풍경속제변) 풍경은 여러 곁에 있네.
仁智方能樂(인지방능락) 인과 지를 두루 즐길 수 있기에
逰觀悠從然(유관유종연) 여행 일정 유연하기만 하네.
*청암사-수도암 : 청암사에서 수도암으로 가는 소로길 있음
靑岩回路 未訪修道霜菊師(청암회로미방수도상국사)
청암에서 돌아오다. 수도사의 상국 선사를 방문하지 못함
非徒景物勞形役(비도경물노형역) 일행과의 여행이 피로에 영향받지 않기에
與子靑山一共逰(여자청산일공유) 자네와 더불어 함께 청산 유람려 했으나
咫尺屳區終未到(지척선구종미도) 지척의 신선 땅에 끝내 이르지 못하니
雲光水色亦爲愁(운광수색역위수) 구름 빛과 물색 또한 서글퍼하네.
*상국 : 1726년에 조성된 함양 법인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하단탱 조성서기에 상국 스님의 이름이 보임. <전략. 比丘 緣化秩 證師永休 比丘 霜菊 比丘 持殿景和 坦湖 比丘 誦呪智學 <후략> *형역 : 마음이 육체나 물질의 지배를 받음
靑岩別澄大師(청암별징대사)
청암사에서 징대사와 이별하다.
白衲紅袈瑞氣凝(백납홍가서기응) 흰 장삼 붉은 가사에 서기가 어리어
前身應是佛圖澄(전신응시불도징) 전신이 바로 불도징 이었기에
大珠脫點塵機淨(대주탈점진기정) 큰 구슬 티를 벗고 세속 기미 깨끗이 하고
明月當空道眼弘(명월당공도안홍) 밝은 달은 하늘에서 도안을 넓히네.
天地腐儒吾未兑(천지부유오미태) 천지간의 고루한 선비에서 나는 벗어나지 못했는데
伽藍宗釋子爲能(가람종석자위능) 가람의 종통을 자네는 이루었네.
沙門一別仙凡属(사문일별선범속) 사문에서 헤어지면 신선과 범부가 되리니
回首靑岩屹萬層 회수청암흘만층) 청암사로 고개 돌리니 만 층으로 우뚝하네.
*징대사(澄大師) : 1735년의 직지사중창기에 관징대사의 이름이 보임. <열락재유고1권>‘유황악사음영’에 관징대사를 만난 기록 있음. *불도징(佛圖澄, 232~348) : 불도등이라고도 한다. 부도징(浮圖澄)은 후조(後趙)시대에 활약한 서역승(西域僧)이다. "술은 입에 대지 않았고 정오가 지나면 음식을 먹지 않았으며 계율이 아닌 것은 행하지 않았고 욕망도 없고 구하는 것도 없다고 했다. 그의 수업을 받고 추종하는 사람이 항상 수백명에 달했고 전후로 문도의 수만도 거의 1만에 달했다. 진(晉)나라 고승(高僧) 불도징(佛圖澄)이 바람도 없이 맑은 날에 탑 위의 풍경 하나가 저 혼자서 울리는 것을 보고 풍경이 뭔가 말을 해 준다면서 그 말을 해석하였는데 나중에 모두 그 말이 들어맞았다는 고사가 전한다. 《晉書 卷95 藝術列傳 佛圖澄》
次韻留別房中諸上人(차운유별방중제상인)
별방에 머무는 중 여러 상인의 운을 차운하다
靑衿白衲淡相對(청금백납담상대) 유생과 승려가 담담히 마주보며
岩下淸流滌世塵(암하청류척세진) 바위 아래 맑은 물에 세상 티끌 씻어내니
一榻爽情顔若舊(일탑상정안약구) 한 자리의 시원한 정은 오래 만난 얼굴 같고
萬山風景面皆新(만산풍경면개신) 만산의 풍경은 모두가 새로운 모습이네.
造廬遠訪今何憚(조려원방금하탄) 여막 짓고 멀리 여행하는 걸 지금 어찌 삼가리오.
結社從逰古亦親(결사종유고역친) 무리지어 여행 하는 건 옛날에도 가까이했네.
月在西峯無窮夜(월재서봉무궁야) 달이 뜬 서쪽 봉우리는 밤이 깊어 가는데
草堂遙憶水雲身(초당요억수운신) 초당을 멀리서 회상하니 뜬구름 같은 신세라네.
龜城歷問姻弟李贊甫病(구성역문인제이찬보병)
구성에서 인척 동생 이찬보의 병을 묻다
好姻兼好友(호인사호우) 좋은 인척이고 좋은 친구지만
異姓即天倫(이성즉천륜) 성이 다른 것은 천륜이네.
見病還相別(견병환상별) 병을 살펴보고 서로 헤어져 돌아가니
消魂倍昔辰(소혼배석진) 근심이 지난밤보다 더해지네.
*소혼(消魂) : 넋이 나갈 만큼 심하게 근심함
知坪途中(지평도중)
지평을 지나는 길에
大壑雲歸盡(대학운귀진) 큰 골짜기에 구름 걷히니
山川面目新(산천면목신) 산천 모습 새롭고
竹筇芒鞋客(죽공망혜객) 죽장에 짚신 신은 나그네
天地一閑人(천지일한인) 하늘 땅 사이에서 홀로 한가하네.
*지평(知坪) : 김천시 구성면 미평리 부근인 듯
龜城途中慮羣弟子廢學(구성도중려군제자폐학)
구성을 지나는 길에서 여러 제자들이 공부를 하지 않을 것을 걱정하며
-김지익 p79
此日逰觀意(차일유관의) 이날 여행하는 뜻을
諸君亦未知(제군역미지) 제군들 역시 알지 못하네.
非爲景物役(비위경물역) 경물에 끌리는 것이 아니라
將欲性靈頤(장욕왕령이) 성령을 기르고자 하여
山水看看好(산수간간호) 산수는 보면 볼수록 좋기에
冠童處處思(관동처처사) 어른과 아이들을 이르는 곳마다 생각하네.
勿歸須待我(물귀수대아) 돌아가지 말고 모름지기 나를 기다리며
不輟着工冝(불철착공의) 그치지 말고 마땅히 공부 하게.
行中思家(행중사가)
여행 중에 집을 생각하다
山水觀難盡(산수관난진) 산수 구경 간신히 끝내니
光陰走馬如(광음주마여) 시간이 달리는 말과 같이 지나가네.
家鄕音久属(가향음구속) 집과 고향 소식 오랜만에 들으니
逰子意還悽(유자의환처) 여행객 뜻한 바가 처량하게 돌아오네.
婦必常舍慍(부필상사온) 아내는 언제나 집에서 원망하고
兒應不讀書(아응부독서) 아이는 글 읽지 않고 응석만 부리는데
探眞雖謂樂(탐진수위락) 진경을 찾는 것이 비록 즐겁다고 말하지만
莫若早還居(막약한환거) 일찍이 집에 돌아가는 것만 못하네.
寒松亭 次呂鑑湖韻(한송정차여감호운)
‘한송정’ 여감호의 운을 차운하다
水一作樹耶 / 水자를 처음 지을 때는 樹자 이었다
翼然高閣傍松水(익연고각방송수) 활짝 펼친 높은 누각 옆에 솔숲과 개울 있어
三伏疑如九月寒(삼복의여구월한) 삼복에도 마치 구월처럼 시원하네.
地勢雖非吳楚闊(지세수비이초활) 지세는 비록 오초 땅처럼 광활하지 않지만
風光宜把岳陽看(풍광의파악양간) 풍광은 마땅히 악양루에 기대어 보는 듯하네.
*여감호 : 여대로(呂大老)(1552~1619) 지금의 김천시 구성면에서 태어sktj 남명(南溟) 조식(曺植)의 문하생에서 수학 함. 1582년(선조 15)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하고 이듬해에 문과(文科)에 급제한 후 정구(鄭逑)·장여헌(張旅軒)·정경세(鄭經世) 등과 교의(交誼)를 맺었다.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고향에서 의병을 일으켜 김면(金沔)·곽재우(郭再佑)·권응성(權應聖) 등과 지례 전투에서 공을 세웠다. *익연 : 새가 날개를 편 것처럼 좌우가 넓은 모양.
龜城上院聞再從嫂訃(구성상원문재종수부)
구성 상원에서 재종 형수의 부음을 듣다
再從嫂回病(재종수회병) 재종 형수님 병이 다시 도져
吾非翫景時(오비완경시) 내가 경치 구경 할 때가 아니지만
始探山水勝(시탐산수승) 처음 찾는 산수의 좋은 경치에
聊寫我心悲(료사아심비) 내 슬픈 마음 풀어냈었네.
滯雨歸難及(체우귀난급) 비로 막혀 돌아가는 길 어려운데
在途訃又隨(재도계우수) 도중에 부음이 또 이르니
愴懷寬不得(창회관부득) 서글픔에 느긋하지 못하고
欲哭且吟詩(욕곡차음시) 울고 싶어 또 시를 읊네.
*상원(上院) : 김천시 구성면 상좌원리 *완경(翫景) : 경치 구경을 함
雙溪萬歲樓 歎逰賞未盡(쌍계만세루탄유상미진)
‘쌍계 만세루’유람이 미진했던 걸 탄식하면서.(1)
甲子(1744) 秋九月 秣馬時 / 갑자년 구월 말에게 꼴을 먹이면서 짓다
落日雙溪寺(낙일쌍계사) 해질녁에 쌍계사에 이르러
徐行渡石磎(서행도석계) 천천히 석계를 건너니
琳宫山上下(림궁산상하) 임궁은 산 따라 위아래에 놓여있고
村落水東西(촌락수동서) 촌락은 물 따라 동서로 이어지네.
客踏秋光到(객답추광도) 나그네 가을빛에 가볍게 거니는데
僧攀樹色躋(승반수색제) 스님은 나뭇가지 잡고서 오르네.
坐樓塵想絶(좌루진상절) 만세루에 좌정하고 속세 생각 끊으니
不覺夕陽低(불각석양저) 석양이 저무는 걸 알지 못했네.
*좌루 : 쌍계사에 있던 루가 만세루임.
又
雙溪萬歲樓 歎逰賞未盡(쌍계만세루탄유상미진)
‘쌍계 만세루’유람이 미진했던 걸 탄식하면서.(2)
昔聞雙溪寺(석문쌍계사) 쌍계사에 대해서는 오래전에 들었는데
今來半日逰(금래반일유) 오늘 반나절 유람와서
淸流儳濯足(청류참탁족) 맑은 계곡에 탁족을 하지 못하고
列岳乍凝眸(열악사응모) 늘어선 봉우리 눈길 모아 바라보네.
未盡胸中願(미진흉중원) 흉중에 원하던 바 미진하여
難消世上愁(난소세상수) 세상 수심 없애기 어려웠기에
慇懃僧與語(은근승여어) 은근히 스님과 이야기 나누기를
明歲後期留(명세후기류) 다음 해에 후인들과 머물기를 기약하네.
*탁족(濯足) : 발을 씻음 *응모(凝眸) : 응시하다. 주시하다
回路過金泉市
김천시를 지나 돌아오면서
白日中天大市開(백일중천대시개) 한낮에 큰 시장 열리니
金陵佳麗鑑湖隈(금릉가려감호외) 금릉의 아름다운 곳 감호의 물굽이에.
東南寶賄隨風至(동남보회수풍지) 동남에선 보배와 예물이 바람 따라 이르고
山海珎藏遂水來(산해진장수수래) 산해의 감춰진 보물은 물길 따라오는구나.
懋遷有無繮頭會(무천유무강두회) 사고, 팔 물건 들 머리 위에 동여매고
交易重輕棹臂囬(교역중경도비회) 교역의 경중이 노 젓듯 돌아가는데
壚上醉眠人莫識(로상취면인막식) 주막에서 취해 졸며 사람을 알지 못하니
魚監誰擧佐王才(어감수거좌왕재) 어감은 누구를 천거하여 왕의 재신 보좌케 하리.
*무천유무(懋遷有無) : 《서경》〈익직(益稷)〉에, 우(禹)가 순 임금에게 말하기를 “후직과 함께 파종하여 여러 곡식과 생선을 제공하고, 힘써 있고 없는 물품을 교역하게 하였습니다.[曁稷播, 奏庶艱食鮮食, 懋遷有無.]”라고 한 대목이 있다. *두회(頭會) : 사람의 머리 수로 세금을 거두는 것. 곧 가혹하게 세금을 거둠을 이름. *어감(魚監) : 감영ㆍ통영ㆍ수영의 관속들이 군관(軍官)을 내보내어 선박을 통제하는 관리를 진소어감관(眞蘇魚監官)이라 함 *왕재(王才) : 왕의 재주있는 신하.
市邊逢龜城諸李姪
시장 변에서 구성의 여러 이씨 집안 조카를 만나다
重逢曾不意(중봉증불의) 다시 만나는 걸 일찍이 생각하지 못했는데
扵此見諸君(어차견제군) 이곳에서 제군들 보게 되네.
襟照靑帘影(금조청렴영) 청렴의 그늘에 옷깃을 비추며
錢估白酒醇(전고백주순) 주막서 돈을 주고 백주를 사 왔네.
居齋寧遌市(거재녕악시) 재실에 있다가 시장에서 만나 문안하니
款語勝論文(관어승논문) 다정한 말들이 글 논하기보다 좋은데
惆悵翻成别(추창번성별) 근심하고 슬퍼하다 이별할 때 이르니
西峯日己曛(서봉일기훈) 서쪽 봉우리에 이미 노을이 지고 있네.
*청렴(靑帘) : 한 해의 액(厄)을 물리치기 위하여 초봄에 지붕의 귀퉁이에 세워 놓는 청백색의 旗. *백주(白酒) : 흰 빛깔의 술. 고량주 *거재(居齋) : 향교 등의 기숙사에서 거처하며 공부함 *관어(款語) : 터놓고 다정하게 이야기 함 *추창(惆悵) : 근심하고 슬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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