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의 일이다. 일본의 나라시(奈良市)를 방문했다. 동대사, 흥복사를 관람하고 사슴공원 부근에 있는, 건물 2층에 위치한 카페에 들어갔다. 두 사람이 일하고 있었는데 40대의 부부처럼 보였다. 홀에서 일하는 남자가 우리 테이블로 다가와 메뉴판을 내밀고 주문을 기다렸다. 메뉴판을 이리저리 훝어보다 '카페오레'에 눈이 멈추었다.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한번도 마셔본적이 없는 커피였다. 나는 그를 주문했다. 꽤 시간이 지난 후 그 남자가 커피를 가져왔다. 120~130ml 크기의 작은 잔은 거친 우유거품으로 덮혀있었고 거품사이에 갈색의 커피가 배어있었다. 한모금 마셔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아주 맛이 있었다. 나는 주방으로 달려가 남자에게 물었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만들었느냐?"
그는 모카포트를 번쩍 들어보였다.
공방을 찾는 고객 중에 언제나 라떼를 주문하는 분이 계시다. 그런데 우유를 조금만 부어달라고 요청한다. 내가 쓰는 라테잔은 200ml 크기다. 그래서 170ml의 우유를 스티밍하여 잔에 부으면 넘칠 듯 잔에 담긴다. 자리로 가져가는 동안 엎질러지기 때문에 우유를 테이블까지 들고가 눈 앞에서 붓는다. 좋은 볼거리다. 손님들은 라테아트의 기교를 기대하지만 난 아직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우유를 조금만 부어달라고 요청하는그 단골에게도 눈 앞에서 우유를 따르며 그가 '그만됐다'는 말을 할 때까지 천천히 붓는다. 몇 번을 해보니 이제 양을 안다. 통상 덥히는 우유의 절반 정도가 그가 원하는 정량이다.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합쳐 120~130ml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나라에서 마셨던 카페오레를 떠 올리게 되었다.
카페오레는 프랑스어라고 한다. 그 커피와 유사한 이탈리아식 커피는 마끼야또다. 그런데 마끼야또는 액체상태의 우유가 아닌 카푸치노처럼 우유포말을 만들어 잔을 채운다. 또 우유포말을 먼저 붓고 그 위에 에스프레소를 붓는다고 한다.
그 단골을 위해 멋진 유리잔을 준비했다. 그리고 예의 그 라떼를 주문할 때 그 라떼와 더불어 마끼야또를 내밀었다.
"한번 맛 보세요. 마끼야또라는 건데 어떤 것이 더 입에 맛는가?"
동행 들은 유리잔에 담긴 마끼야또에 환호했지만 그는 예전의 라떼가 더 맛있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그를 위한 마끼야또를, 우유포말이 아닌 액체상태의 우유를 에스프레소위에 부은 커피를 만들게 되었다. 어쨋거나 이렇게해서 또 하나의 메뉴가 추가되었는데 마끼야또인지, 카페오레인지 누군가 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