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정보
감독(각본) : 김민주
장르 : 가족 드라마
국가 : 한국
상연 시간 : 102분
개봉 : 2023년, 12월 6일
출현 : 한선희, 최미경, 한채아, 송지현
제목만 봐도 느낌이 좋은 영화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 '교토와 편지'가 눈에 들어왔다. 교토는 일본의 수도였으며 경주처럼 수많은 사적과 사찰이 있는 곳이라 내가 좋아하는 도시다. 부산 영도가 배경이 되는 영화였다. 무조건 보고 싶은 영화였다. 소설 '파친코'의 주인공 선자가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곳도 영도였다. 극장에서 보는 것을 놓치고 Netflix에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이 영화 각본을 쓰고 촬영한 '김민주 감독'도 영도에서 나고 자랐다. 고향 부산에 대한 향수를 담은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감독은 부산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배우들과 이 영화를 만들었다. 엄마 역을 한 '차미영, 한선화, 한채아' 모두 부산 출신 배우들이다. 그래서인지 실생활에서 보여주는 사투리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좋았다. 오랜만에 듣는 고향 말에 영화 보는 내내 많이 웃었다. 영화는 영도에서 모두 촬영되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영도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서울에서 온 손님을 두 번째 영도 다리 아래로 데리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곳이 가장 영도스러운 곳이라 말하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집안의 집안을 책임지고 있는 첫째 혜진은 영도를 떠날 수가 없다. 공부를 잘했던 둘째 혜영은 서울로 유학 가서 공부했다. 졸업 후 작가의 꿈을 키웠지만 실패하고 가족이 있는 영도로 돌아온다. 셋째 혜주는 늘 바깥세상이 궁금하다. 가족 몰래 춤을 배우며 서울에 가는 것이 소원이다. 엄마 화자는 일찍 남편을 잃고 세 딸을 키우며 영도에서 모든 세월을 보낸다. 도시락 공장에서 일하며 어떤 물건이든지 잘 버리지 못하는 화자는 어머니가 일본인이며, 어렸을 때 아버지를 함께 한국으로 왔으며 그 후로 어머니를 만나지 못한다.
작가를 꿈꾸었던 혜영이가 갑작스럽게 집으로 오면서 엄마의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어느 날 엄마의 방에서 발견한 일본어로 쓰인 편지 한 통이 발견된다. 교토에서 사는 '화자'의 어머니로부터 온 편지였다. 사실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화자는 국민학교 4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왔다. 그 시절 일본 출신이라는 것을 숨겨야 했었다. 그렇게 50년간 자신의 고향인 일본에 한 번도 돌아가지 못했고 일본어도 거의 잊어버리고 살아왔다.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된 혜영과 혜진 은 엄마의 기억이 더 흐려지기 전에 외할머니의 흔적을 쫓으려고 한다.
"엄마에게서 편지가 왔었지, 근데 10년이 지나니까 끊겼어."
"근데(그런데) 엄마는 일본 사람은 아니제?"
"일본에서 태어났고, 아버지는 한국 사람이고 엄마는 일본 사람이야."
성인이 된 딸들은 엄마의 자랑이자 울타리가 되어준다. 이제 좀 여유가 있으려니 치매 진단을 받는다. 점점 기억력은 흐려져서 손에 열쇠를 쥐고서도 집에 들어가지 못해 바지에 오줌을 싸기도 한다. 허망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가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열망이 하나 있다. 일본에 있는 엄마를 만나는 일.
"엄마... 교토에 가고 싶다.“
세 딸과 함께 화자는 엄마가 보내 준 손수건을 꼭 쥐고 일본 '타카미야 병원'에 도착했다. 고향에 온 화자의 얼굴은 꽃처럼 환하게 밝아졌다. 일본 말을 거의 잊었지만 일본어로 천천히 간호사에게 말했다.
"저의 엄마 이름은 '야마모토 마사코'입니다."
"너무 오래되어서 환자 기록이 남아있지 않는 것 같아요."
엄마가 보낸 사진에는 이 병원 나무 벤치에 앉아있는 엄마의 모습이 있었다. 엄마의 기록과 흔적을 찾지 못한 하나코(화자)와 그녀의 딸들은 실망하면서 병원을 걸어 나온다. 하나코는 숲을 향해 힘껏 엄마를 불러본다.
"오카상!! 오카상!!“
다시 영도로 돌아온 가족은 일상을 살아간다. 다행히 화자의 치매는 약으로 좋아졌고, 혜진은 소원대로 해외여행도 다니고 '표드로(러시아인 남자친구)와 잘 되어가는 것 같고, 혜영이는 부산에서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서 글을 쓰며 지낸다. 막내는 서울로 입성해서 원하는 대로 춤을 추고 있다. 서울에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고 불평하면서. 이 영화는 수미상관 형식을 취한다. 아버지 제사로 첫 장면을 시작하고, 마지막 장면도 아버지의 제사로 가족이 모이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와 이별하고 온 화자는 세 딸의 엄마이기 전에 누군가의 딸이었다. 화자의 엄마 '마사코'는 어린 딸을 한국에 보내고 얼마나 그리워하며 살았을까. 그 절절한 마음을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죽을 때까지 자신의 딸을 보지 못하고 외롭고 쓸쓸한 마음으로 살았을 것 같다. 그 마음을 이해했던 타카미야 병원 의사도 엄마(마사코)가 죽기 전에 화자에게 편지를 보냈다.
'하나코 양, 어머니를 찾았습니다. 간 밤에 하나코 양을 찾겠다고 병원을 나갔지만 다행히 타카미야 경찰이 병원 앞 숲길에서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엄마도 어린 시절이 있었고 외할머니께 소중한 딸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살며 잘 알지 못한다. 우리 엄마는 참 아름다운 여자였다. 동네에서 많은 총각들의 짝사랑 대상이었다고 이모들은 말했다. 젊었을 때 사진을 보면 엄마의 아름다운 모습은 눈이 부실 정도다. 엄마는 늘 자신의 외모를 닮지 않은 딸 때문에 속상해하셨지만 많은 사랑을 주시면서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주셨다.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계신다. 엄마가 돌아가실 때 병원에서 하신 마지막 말이 '엄마'였다.
나는 부산이 고향이고, 영도는 내가 근무하던 학교가 있던 곳이다. 대학 졸업 후 발령받은 학교가 영도 언덕에 위치한 고등학교였다. 첫 수업에 떨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는 흘러가는 세월 속에 추억으로 남아있다. 영도에는 아버지가 선원인 아이들이 많아서인지 사연있는 부모님들이 많았다. 부산을 떠난 지 오래돼서 부산 이야기만 나오면 무조건 그립다. 찝질한 바다 냄새, 뱃고동 소리, 바람, 거친 사투리, 밤이 되면 바다 건너 반짝이던 불빛, 자갈치 시장, 초량 텍스촌의 은은한 불빛, 산복 도로, 등등. 시간 내어 부산을 한 번 다녀와야겠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지난번에 보여 주신 잘 쓰신글 퇴고란에 올려보시면 어떨까요?
잔잔하게 감동이 밀려오네요.
'엄마가 돌아가실 때 병원에서 하신 마지막 말이 '엄마'였다.'
이 구절에서 울컥했습니다.
가끔은 선생님에게서 어른아이의 모습이 느껴지는 건 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씩씩 하입시더. ~~~
양주샘께 '엄마'라는 말은 특별하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언제 쯤 양주샘처럼 쓸 수 있을까요? 양주샘이 부럽습니다.
네!! 씩씩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연교(모밀)
부끄럽습니다.
항상 작품을 시작할 때면 처음 그 자리에 서 있는 기분입니다.
작품을 통해
제 인생의 한 꼭지 한 꼭지
스스로에게 던지고 싶었던
질문과 해답을 찾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잘 되든 못 되든, 그것만으로도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한 작가가 되입시더. ~~
역시 좋은영화, 교토에서 온 편지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의 엄마, 엄마의 존재를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노르워이 빙산계곡(24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