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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황제(皇帝)의 서재(書齋) 어느덧 세월은 흘러 위소보가 궁안에 들어온지 두 달이 지났다. 그는 매일 도박할 돈이 있어서 그런대로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다. 한 가지 힘든 문제는 함부로 욕을 할 수 없다는 사실 이었다. 더군다나 황궁 안에서는 닭을 훔친다거나 남의 개를 훔쳐 잡아먹거나 껍질을 쓸 수가 없었다. 때로 그는 황궁에서 도망치려고 생각했지만 북경성 안에서는 그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 겁이 나서 그만 하루하루 황궁에 눌러 앉게 된 것이다. 위소보는 소현 자와 두 달 동안 시합을 하게 되었고 매일 만나게 되어 두 사람의 우정은 더욱 돈독해졌다. 위 소보는 이제 지는 데 습관이 들게 되어. 지고 이기는데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도박장에서 는 이기고 시합에서는 지기 때문에 별로 신경이 안써진 것이다. 그는 소현자와 똑같이 하루라도 시합을 안 하면 전신에 힘이 없어지게 되었다. 위소보의 무공 진전은 느렸지만 소현자 역시 진전이 느린 편이었다. 두달 동안 놀음을 한 끝에 온씨 형제는 위소보에게 이백 냥이라는 은자를 빚지게 되었다. 어느날 온가 형제는 서로 눈짓을 하더니 위소보에게 말했다. "소형제. 상의할 일이 있으니 잡깐 옆방에서 이야기를 하세." 위소보는 말했다. "좋아. 은자를 빌리고 싶은가? 가져가도록 하게." 온유방이 말했다. "고마워" 그리고 두 형제는 밖으로 나갔다. 위소보는 따라서 그들이 가는 옆방으로 갔다. 온유도가 말했다. "소형제. 나이가 어린데도 위인됨이 시원시원하군! 의젓하고 대단한 사람이야!" 위소보는 칭찬을 받게 되자 흐뭇해서 말했다. "원 별말씀을 다하는군. 다같은 형제끼리 서로 빌려 주고 받는게 어때. 빚을 갚는 사람이 더욱 훌륭한 사람이지." 두 달 동안 그는 궁 안에서 지내면서 북경성 말을 쓰게 되었고 간혹 양주의 시골말이 튀어 나왔으나 옆사람이 들을 때 별로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온유도는 말했다. "우리 형제가 두 달동안 운수가 없어 은자를 많이 빌리게 되었어. 소형제는 아무렇게나 생 각할지 모르지만 우리 형제는 여간 불안한 것이 아닐세." 온유방이 말했다. "은자를 빌리면 빌릴수록 더 많아지는데 소형제의 재수는 더 좋아지고 우리 형제의 운수는 나빠지니 이러다간 어느해 어느달에 은자를 갚을지 알 수 없군. 이같이 빚을 지고 있으니 사람 체면도 말이 아니고 말야."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빚을 지고 갚지 못하면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미리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어." 온유방이 말했다. "우리 형제가 소형제에게 빚진 것을 갚지 않는데도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위소보는 말했다. "바로 그래. 이백 냥이고삼백 냥 빚을 지면 어때?" 온유방이 말했다. "이삼백냥이 되면 그땐 우리의 목숨이 없어질거야." 그러더니 그는 고개를 돌려 형을 바라보았다. 온유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온유방은 계속해 서 말했다. "우리 형제들은 소형제의 윗 어른이 대단히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단 말이야." "해로공 말인가?" 온유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소형제를 다그ㅊ는 않겠지만 해로공은 우리 형제를 그냥 두지 않을거란 말이야. 그 어르신이 손가락 하나만 내밀어도 우리 형제는 야단난단 말이야. 그러니 우리는 방법을 강 구해서 빚진 은자를 어떻게 했으면 하는거지."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맞다 맞아. 해로공이라는 늙은이는 정말 귀신같이 짐작하고 있었구나. 무공을 연마하여 소 현자와 싸우느라고 서재로 들어가 책을 훔쳐내는 것을 깜박 잊고 있었군. 우선 그들이 무슨 말 을 하는지 들어보자.) 그는 묵묵히 듣기만 했다. 온유방은 말했다. "우리가 생각해 볼때 이 방법밖에 없어. 그것은 소형제가 너그럽게 빚진 은자를 없었던 것으로 하고 해로공에게 들먹이지 말아달라는 것이야. 그러면 우리 형제들이 돈을 따게 되었을때 은자를 갚도록 하지." 위소보는 속으로 욕을 했다. (빌어먹을. 두 후레자식이 이 위소보가 바지저고리인지 아나? 너희들이 언제 따서 그걸 다 갚을래?) 그는 즉시 얼굴에 난처한 빚을 띠우고 말했다. "나는 이미 해로공에게 말씀드렸어. 어르신은 은자를 언젠가는받아내야겠지만 날자는 상관 이 없다고 하셨어." 온씨 형제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더니 안색이 변했다. 두 사람은 해로공을 매우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온유도가 말했다. "그렇다면 소형제 이렇게 해줄수 없을까? 이후 돈을 따게 되었을때 그 돈을 해로공에게 갖 다 주면서....우리가 갚은 것이라고 하면 어떨까?" 위소보는 속으로 다시 욕을 했다. (이런. 제길. 껍질도 안벗기고 먹으려고 하는 구만. 날 세살 먹은 어린애로 아나?) "그렇게 하는 것도 ㄱ찮긴 한데... 그렇지만.....내가 너무 손해를 보잖아." 온씨 형제는 그의 말을 듣자 공손히 예를 했다. "부탁이야. 정말 부탁이야. 그렇게 좀 해줘." 온유방이 말했다. "소형제의 은혜를 우리 형제는 한평생 잊지 않겠어." 위소보는 말했다. "만약 그렇게 할 때 내가 두 분 형에게 한가지 일을 부탁하면 어떻겠어?" 두 사람은 재빨리 대답했다. "무슨 일이든지 들어줄께."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이 황궁에서 많은 세월을 보냈지만 황상의 얼굴을 본적이 없거든. 두 분은 서재에서 황상을 모시고 계시니 나를 데리고 가서 황상을 뵙게 해 달라는 것이야." 온씨형제는 서로 쳐다보며 난처한 표정을 짖더니 온유방이 말했다. "이.....이건......이건..." 그는 말을 끌며 말을 잊지 못했다. "내말은 황상에게 말씀을 드리자는 것이 아니고 서재에서 황상의 얼굴만 뵈올 수 있다면 복 이 아닌가? 복이 없어 못 본대도 두 분형을 탓하지 않을거야. 온유도가 재빨리 말했다. "그건 쉬워. 오늘 신시쯤에 내가 소형제를 데리고 서재로 가지. 그때 황상께서는 서재에서 시를 짓거나 글을 읽거든. 그러니 십중팔구 뵈올 수 있을거야. 다른 때는 황상이 대정에서 일을 처리 하니까 쉽게 만날수 없어." 그러면서 곁눈질로 온유방에게 눈을 껌벅였다. 위소보는 욕을 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이 빌어먹을 녀석들은 내가 황제를 보겠다고 하니가 얼굴이 이그러지더니만 금방 신시 쯤 에 황제를 만날 수 있다고 하니 그때는 틀림 없이 서재에 없을거야. 그들은 내가 황제와 만나게 되는 것을 주선 할수 없겠지. 내가 꼭 황제를 봐야 되는 건아냐.. 빌어먹을 황제가 나에게 뭘 묻 는 다면 대답을 할 수 있갰어? 마각이 들어나면 온가족이 몰살이 아닌가? 양주에서 어머니까지 끌려와 목이 베일지 모르지. 그런데 늙은이가 나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것은 제대로 가르치는 것인 지 알 수가 없군. 어째서 매일 싸워도 소현자를 이길 수 없을까? 내가 삼십이장경인가 사십이장경 을 훔쳐내면 그는 나에게 진짜 무공을 가르쳐 줄지도 모르지.) 그는 온형제에게 읍을 하고 말했다. "우리들이 황제폐하의 얼굴마저 못보고 죽는다면 염라대왕에게 멍청이들이라고 욕을 얻어먹 게 될거야." 그리고 그는 소현자와 무공시합을 한 후 거처로 돌아갔다. 매일과 같이 그 날의 무공 수법 을 이야기 했다. 그러나 온씨형제가 그를 데리고 서재로 간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책을 훔쳐와 해로공을 놀라게 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신시 때가 되자 온씨형제가 찾아왔다.온씨형제는 손짓을 하고 서쪽으로 나갔다. 위소보는 그 들의 뒤를 다랐다. 그는 지난 번 길을 잃은 적이 있기 때문에 가면서 지나가는 복도나 방들의 모양을 유심히 봐 두었다.그가 거처하는 곳에서 서재로 가는 곳은 놀음하는 곳보다 멀었다. 거의 차 한잔을 마실 시간을 걸었다. 그제서야 온유도는 나직이 말했다. "소형제 다왔어.모든일에 있어서 조심을 해야돼." 위소보는 말했다. "알고있어." 두 사람은 그를 후원으로 데리고 가더니 옆의 조그만 문을 열고 들어가서 다시 두 속의 조그만 화원을 가로질러 한칸의 커다란 방으로 데려갔다.그 방 안에는 줄줄이 서가가 놓여 있었고 서가 위에는 책들이 잔뜩 꽃혀 있었다. 도대체 몇천 몇만 권이나 되는지 알 수 없었다.위소보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제기랄, 서재라 하기에 책이 많은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군. 이렇게 많은 책을 쌓아두고 온종일 황제 나으리는 책만 보느라 놀음할 시간도 없겠군. 해로공이 찾는 몇권의 책은 어디가서 찾는담?) 그는 살아생전 서재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방안에 칠팔권의 책이 있으면 서재라고 생각했다. 칠팔 권의 책 중에서 사십이장경이라는 책을 찾기는 어렵지 않 을 거라고 생각했던건데 갑자기 그의 눈 앞에 수천 수만권의 책이 놓여 있으니 어지러워서 손발 을 어떠헥 움직여야 할지 몰랐다.마음 같아선 달아나고 싶은 심정이었다. 온유도는 나직이 말했다. "잠시 후면 황상께서 서재로 들어오실거야. 이 탁자에 앉아 글을 읽거나 쓸거야." 위소보는 그 탁자를 바라보았다. 귀한 자단목으로 만들어진 탁자였는데 매우 크고 탁자 위에는 금과 옥을 박아 장식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탁자 위에 황금과 백옥을 박았으니 가짜는 아니겠군. 빼내어 보석점으로 가져간다면 적지 않은 은자를 받고 팔 수 있겠다.) 탁자 위에는 한 권의 책이 펼쳐져 있었다. 왼쪽에는 벼루와 필통들이 놓여 있었는데 정교하 게 조각되어 있었다. 탁자 위쪽에 놓여있는 위자 위에는 비단보가 씌워져 있었고 그 보 위에는 한 마리의 금룡(金龍)이 수놓아져 있었다.위소보는 이와 같은 분위기에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을 금할 수 없었다. (제기랄! 황제는 정말 팔자 늘어지겠구나.) 그러고 보니 탁자 오른쪽에는 옛날 향로가 놓여 있었는데 그 향로에서는 짐승 모양의 입으 로 부터 모락모락 향연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온유방은 말했다. "자네는 여기 숨어서 살그머니 황상을 보면 될 것이야. 황상께서 책을 보거나 글을 쓰실 때 는 다른 사람이 소리를 내는 것을 금하셔. 그러니까 자네도 기침을 하거나 재채기를 해서는 않 되. 그렇지 않으면 황제가 노하게 되고 시위를 불러 자네를 끌어내 참수를 하게 될지도 모르지. " 위소보는 말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지. 기침이나 채재기를 못 할 뿐 아니라 방귀도 뀌어서도 안되지." 온유방은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소형제. 서재는 다른 곳과 달라. 공손하지 못한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되. " 위소보는 혀를 쏙 내밀고 더 말하지 못했다. 두 형제 가운데 한 사람은 걸레를 갖고 구석을 깨끗이 닦았다. 서재 안은 원래 께끗했다. 두 사람은 매우 조심스럽게 털고 닦았다. 온씨 형제가 방을 청소한 이후 온유도가 말했다. "소형제. 황상께선 아직까지 보이지 않으니 오늘은 오시지 않는거야. 나중에 시위대인께서 순찰을 돌게 되실텐데 자네의 낯선 얼굴을 보게 된다면 조사를 하려 들 것이야. 그러면 우리는 감당을 할 수 없게되지." 위소보는 말했다. "그러면 먼저 가게. 나는 좀더 있다가 가겠네." 온씨 형제는 대경실색해서 말했다. "안돼" "궁중의 규칙을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황상께서 이르시는 곳에 누가 시중들기로 정해져 있 는 만큼 전혀 이 규정을 무시해서는 안돼. 궁안의 태감과 궁녀들은 수천 명이나 되는데 만약에 어느 한사람이 황상을 뵙고 싶다고 스스로 황상앞에 나가게 된다면 무슨 체통이 서겠어?" 온유방은 말했다. "소형제. 우리 형제가 이 방을 들어와도 매일 반시진 정도 소제를 한 후에 깨끗이 물러나 야해. 솔직이 말해 자네는 고사하고 우리 형제도 시간이 지나면 나가야지 그렇지 않을시 시위대인 에게 발견이라도 된다면 죄가 무거우면 가족이 몰살당하게 되고 가볍다 해도 곤장을 얻어 맞게 돼." 위소보는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무서워?" 온유방은 말했다. "황상 곁에서 일어나는 일은 농담이 아니야. 소형제 황상을 만나는 일은 내일 다시 와서 한 번 부딪쳐 보도록 하세." 위소보는 말했다. "좋아, 돌아가지." 온시형제는 그제서야 무거운 짐을 벗어 놓은 듯 한 사람씩 위소보의 팔을 잡았다. 행여나 그가 고집을 부릴까봐 끌고 나가듯했다. 위소보가 갑자기 말했다. "두 분 형제들도 황상을 만나본적이 없지? 그렇지?" 온유방은 어리둥절해졌다. "너는....너는...어떻게...." 그는 네가 어떻게 아느냐고 말하려했던 것인데 그때 오유도가 재빨리 말했다. "우리가 왜 못 봤다고 생각해? 황상께서는 서재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셔. 그 광경을 종종 본다고."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매일 이시각에 너희들은 서재로 들어가 소제를 하는 것이고 소제 할때 황제가 서재로 들어 올 까닭이 없지. 너희 두 후레자식이 먼지나 털고 걸레질이나 하는 꼴을 황제께서 보고 싶다 하시겠어?) 온유도는 다시 말했다. "소형제는 해로공에게 은자를 갚는다고 했으니 우리 형제는 이후 반드시 보답을 할께. 황상 을 뵈옵는 일은 복을 타고 났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있어. 전생에 많은 덕을 쌓든가 하여 은덕을 쌓아야 한다느 말일세. 복을 타고 나야지 억지로는 되지 않는거야." 두 사람이 옆문으로 나갈때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다면 며칠 후에 데리고 와줘. 운수가 좋으면 볼수 있게 말이야." 온유방은 말했다. "좋아,좋아" 그 세 사람은 그대로 헤어졌다. 위소보는 재빠른 걸음으로 두 개의 복도를 지나 한쪽 문을 지나게되자 문 뒤에 몸을 숨겼 다.잠시 후 두 사람이 멀리 떠났을 때 위소보는 살그머니 문 뒤에서 나와 왔던 길을 되돌아 서재로 갔다. 서재는 이미 빗장이 걸려 있었다. 위소보는 생각했다. (잠시 동안인데 벌써 문이 잠겨 있군! 아마도 온씨 형제의 말이 맞는가 보군. 시위들이 순 찰을 돈 모양이지? 그들은 지금쯤 갔는지 모르겠군.) 그는 문에다가 귀를 대고 엿들었으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그는 다시 문틈을 살폈으 나 아무도 발견할 수 없었다.그는 신발 속에서 한 자루의 비수를 뽑아 들었다. 이 비수는 소계자 를 찔러 죽인 비수였다. 그는 황궁에 몸을 숨기고 있는만큼 도처에 위기가 서려 있다는 것을 알 고 그날 부터 이 비수를 몸에서 떼어 놓은 적이 없었다.그는 비수를 문틈으로 끼워 가볍게 몇번 빗장을 위로 들어올렸다. 문이 두치정도 열리게 되었을때 그는 문틈으로 손을 뻗어 빗장을 잡고 땅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그는 잽싸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빗장을 걸었다. 귀 를 기울였으나 방 안에선 아무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위소보는 두 걸음을 걸어 들어가서 안을 살폈으나 아무것도 없어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탁자 앞에 이르게 되었을 때 비단에 용을 수놓은 방석을 보게 되자 갑자기 충동이 일었다. (빌어먹을! 이 의자는 황제만 앉는 모양인대 나라고 해서 못 앉을 이유는 없지.) 그는 비스듬히 한 걸음 내질러 즉시 의자 위에 앉았다.처음 앉게 되었을때 가슴이 두근거 렸다. 그는 생각했다. (이 의자는 그렇게 편하지도 않군. 황제가 되는 것도 별거 아니구나.) 그는 감히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어 곧 서가 쪽으로 가서 사십이장경을 찾았다. 서가에는 수천권이나 되는 책들의 이름 가운데 한 두자 정도 알아볼수 있을 정도 였다. 그는 열심히 넉 사 (四)자를 찾았다. 넉사자를 찾는건 어렵지 않았지만 그 아래 쪽은 십(十)자나 이자가 아니었다.그 가 찾은 것은 사서(四書) 로서 사서집주(四書集註)이거나 사서정의(四書正義)같은 따위였다.그는 잠시 후 한부의 십삼경주소(十三經注疏)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십삼이라는 두자를 알아 보고 잠시동안 좋아했으나 끝내 그 책이 사십이장경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풀이 죽었다.그가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을때 갑자기 서재의 다른 쪽문 밖에서 발자욱 소리가 났다. 눈을 들어보니 문 이 활짝열린다.위소보는 깜짝 놀랐다. (본래 저쪽에도 문이 있었구나! 오늘 나는 멸문지화를 당하게 되었다.) 그는 빗장을 열고 문 밖으로 달아나려고 했으나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그는 벽에다 몸을 붙이고 한 줄의 서가 뒷쪽에 몸을 숨겼다. 두 사람은 들어오더니 물건을 들고 사방을 돌았다.얼마후 다시 한 사람이 들어왔다. 그러자 두 사람이 서재에서 물러갔다. 나 중에 들어온 사람은 서재에서 천천히 서성거렸다. 위소보는 속으로 외쳤다. (큰일났다. 틀림없이 시위들이 방안을 순시하는 모양이구나. 내가 빗장을 열고 들어온걸 그 들이 알까?) 그는 땅이 꺼저 버리는 것 같았다.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소리쳤다. "황상께 아룁니다. 오소보(吳小保)가 급한일로 황상을 뵙고자 밖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위소보는 놀람과 기쁨을 금할 수 없었다. (원래 방안에 온 사람이 황제였구나. 오소보라면 모형이 무공을 겨루겠다던 사람이 아닌 가? 이 사람은 만주 제일의 용사라고 했지. 정말 말처럼 위풍당당한지 훔쳐 봐야겠군. 그래야 모형 을 만나게 되었을때 자랑할 말이 생기지 않겠어?) 문 밖에서 발자욱 소리가 매우 무겁게 들리며 한사람이 들어오더니 말했다. "소신 오배가 황상께 문안드립니다." 그는 무릎을 꿇고 큰 절을 올렸다. 위소보는 머리를 내밀고 바라보았다. 체구가 우람한 한 대한이 땅바닥에 엎드려 큰 절을 하고 있었다. 그는 감히 더 쳐다보지 못하고 목을 움츠렸다. 오배가 고개를 쳐들때 자기를 볼까봐 두려웠던 것이다.그는 몸을 살그머니 움직여 오배를 마주볼수 있는 위치로 옮기고 생각했다. (너는 황제에게 큰 절을 했지만 나에게도 큰 절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만주제일 용사니 뭐 니 할 것이 없다. 이 위소보에게 큰 절을 올리는 형편이 아니냐?) 황제는 말했다. "그만 일어나시오." 오배가 몸을 일으키고 말했다. "황제께 아룁니다. 소극살합(蘇克薩합)은 다른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그는 대역무도하니 반 드시 극형에 처해야 될 줄 압니다." 황제는 좋다 나쁘다 말이 없었다. "황상께서 이제 막 정사를 돌보시는데 소극살합은 상소문을 올려 '친히 정사를 보게 되었기 에 엎드려 비옵니다. 신으로 하여금 숭황제의 능침(陵寢)을 돌보게 하시어 남은 여생이나마 부지 할수 있도록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하는 말은 바로 황상을 멸시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가? 황상께서 친히 정사를 돌보시면 그가 죽게 된다니까 이것은 황상께서 신하들에게 잔혹하게 대 했다는 말밖에 않됩니다." 황제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오배는 말했다. "소신과 대신(大臣)들은 회의를 했습니다. 모두들 소극살합이 스물 네가지의 죄를 지었다고 했습니다. 모두들 그 자는 간악한 마음을 품고 딴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나이 어린 주군을 멸 시하여 황상께서 친히 정사를 돌보시는 것을 원하지 않으니 실로 대역무도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청나라 조정의 대역율(大逆律)에 비추면 반드시 그와 그의 장자인 내대신(內大臣)찰극단(察 克旦)을 함께 능지처참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르고 있는 여섯 명의 아들과 손자 한명 형제 아들 두사람도 모두 참수형에 처해야합니다. 그 일족인 전봉령 통령(前鋒령 統領) 백이혁(白爾赫), 시위 액도(額圖)등도 참수해야 할 것입니다." 황제는 말했다. "그와 같이 죄를 다스린다는 것은 너무 무겁지 않소?" 위소보는 말했다. (이 황제가 말하는 소리는 어린애 같구나. 소현자의 음성과 비슷하 게 들리니 우습군.) 오배는 말했다. "황상께 아룁니다. 황상께선 나이가 어리시어 조정의 대사를 잘 모르시는 줄 압니다.이 소극 살합은 성황의 유명을 받들어서 소신과 함께 황상을 돌보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황 상께서 친히 정사를 돌보게 된 것을 마땅히 기뻐해야 될 줄압니다. 그런데 그는 상소문을 올려 황상을 비방했으니 엉뚱한 마음을 품고 있다고 해야합니다. 황상께서는 소신의 건의를 받아들여 그에게 무거운 벌을 내리도록 해 주십시오. 황상께서는 정사를 돌보는 처음부터 위엄을 보여야만 신하들이 두려움을 느낄 것입니다. 만약에 소극살합의 무도한 죄를 너그럽게 처리한다면 이후 신 하들은 모두 다 황상의 나이 어림을 업수이 여기고 불손한 언행을 함부로 하게 도리 것이며 황상께 서 처리하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위소보는 그가 말하는 어조가 매우 교만하다고 생각했다. (너 같은 후레자식이 먼저 불손한 언사를그리고 무례한 행동을 하는 구나. 황제가 어리다니 설마 어린애란 말인가? 그것 참 재미있긴 재미있다. 황제의 말하는 음성은 정말 소현자하고 닮았는데..) 이때 황제의 말이 다시 들렸다. "소극살합이 잘못을 저질렀다고는 하나 그는 조정대신으로서 그대와 같이 선황께서 중시하 는 사람이 아니겠어? 만약 짐이 친히 정사를 돌보는 이때 바로 선제께서 돌봐 주시던 중신을 죽 인다면 하늘에 계신 선황께서도 기쁘게 생각지 않을 것 같소." 오배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황상 그 말씀은 어린애같은 말씀입니다. 선호아께서 소극살합에게 정사를 돌보라 고 한 것은 그에게 황상을 잘 받들고 일을 잘 처리하라는 당부를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가 선황의 두터운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한다면 마땅히 온갖 힘을 다해 끓는 물 속이나 타는 불 속으 로라도 황상을 위해 뛰어들 것처럼 일해야 함이 신하된 도리라 할 것 입니다. 소극살합은 마음 속 에 원망하는 마음을 품고 공연히 황상을 비방하여 목숨을 빈다느니 하는 말을 한다는 것은 자기 의 생명은 중요하고 황상이 돌보시는 조정의 대사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밖에 안 되는 것입니다. 이거야 말로 선황께 잘못한 것입니다. 하하하." 황제는 말했다. "오소보, 뭐가 그리 우습소?" 오배는 어리둥절해지더니 말했다. "예,예. 아무것도 아닙니다." 위소보는 오배의 얼굴이 매우 겸연쩍게 일그러졌으리라고 상상했다. 황제는 한동안 잠자코 있더니 입을 열었다. "만약 소극살합이 잘못을 했다하더라도 지금 그를 죽인다는 것은 선황의 밝으심을 손상시키 는 것이 될것이오. 천하의 백성들은 짐이 사람을 잘못 죽였다고 말하던가 선황께서 사람을 볼줄 하는 능력이 없었다고 말할 것이오. 조정에서 소극살합이 스물 네 항목의 죄를 천하에 공포한다 면 모든 사람이 소극살합이 그토록 많은 죄를 지었다고 나쁜 자식하고 욕을 할텐데 선황께서는 그를 조정대신으로 삼아 오소보와 똑같이 대했으니 이야말로.... 너무나 견식이 없는 것이 아니 었다 하고 말하지 않겠소?"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어린 황제의 말씀은 퍽이나 일리가 있구나.) 오배는 말했다. "황상께선 한 가지만 아실뿐 두 가지는 모르십니다. 백성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마음대 로 하라고 하십시오. 그러나 그들이 감히 입밖으로 그 말을 꺼내지는 못할 것입니다. 누구라도 감히 황상이 옳지 않다는 말을 한다면 몇개의 목이 있다해도 성하지 못할 것입니다." 황제는 말했다. "옛 고서에도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냇물을 막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소. 어떤일이 고 무 작정 사람을 죽이고 백성들로 하여금 마음 속에 있는 말도 못하게 한다면 결국 좋을 것이 없을 것이오." 오배는 말했다. "한 나라 사람의 말을 절대 들어서는 아니 되옵니다. 만약 한나라 사람들의 말이 옳다면 어 찌 한 나라의 강산이 우리 만주 사람의 손에 굴러들어 왔겠습니까? 그러니 소신은 황상께서 한나 라 책들은 적게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나라 책이야 말로 볼수록 머리가 멍청해지는 것입니다." 황제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오배는 다시말했다. "소신은 태종 황제와 선제야를 모시고 동서남북을 정벌했으며 많은 공을 세웠습니다. 한나 라 글자를 하나도 모르나 적지 않은 남쪽 오랑캐들을 죽였습니다. 천하를 공격해서 천하를 다스 리는데는 역시 우리 만주 사람의 방법을 사용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황제는 말했다. "오소보의 공은 물론 지극히 크지. 그렇지 않다면 선황께서 오소보를 중용하지는 않았을 것이오." 오배는 말했다. "소신은 충성으로 황상의 일을 처리하고자 합니다. 태종 황제때부터 황상에 이르기까지 똑 같습니다. 황상, 우리 만주인들이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따지는 것은 사줄 것이 있으면 사주고 버 릴것이 있으면 버리고 충성심이 있는 자에겐 상을 주고 불충한 사람에겐 벌을 주는 것입니다. 소극살합은 큰 간신이니 중형으로 다스려야 합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빌어먹을 너의 음성만 들어도 나는 네가 엄청난 간신인 것을 알겠다.) 황제가 말했다. "기필코 소극살합을 죽이고자 하는데는 혹시 그대의 사사로운 원한이 있는게 아니고?" 오배는 말했다. "내게 무슨 원한이 있다는 말입니까? 소신에게 사심이라도 있단 말입니까?" 그 음성은 갈수록 크게 울렸고 그는 다시 날카롭게 부르짖었다. "소신이 위하는 것은 우리 만주인의 천하입니다. 태조 황제께서 고생고생 하시어 이룩하신 위업을 자손들의 잘못으로 인해 그르치게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황상이 그와 같이 묻는다면 소신은 진정 황상의 뜻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위소보는 갈수록 그가 거칠게 나오자 깜짝놀라 고개를 쑥 빼고 내다보았다. 그러자 한 사람 이 얼굴에 노기가 등등하게 두 눈을 부릅뜨고 다가오는데 두 주먹을 불끈쥐고 있었다. 소년의 ' 아'하는 소리가 들리자 위소보는 그 자리에서 벌떡일어섰다. 그는 소년이 슬쩍옆으로 돌아보는 순간 위소보는 자기도 모르게 앗 하는 놀란 비명 소리를 내고 말았다.이 소년황제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매일 그와 시합을 가졌던 소현자 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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