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 년 전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1원전 부지를 해발 35m보다 25m 낮은 곳에 건설한 것이 운명을 결정했다. 비용 절감을 위한 결정이 대재앙을 부른 셈이다. 냉각수인 해수를 35m 높이까지 끌어올리는 펌프 비용이 비쌌기 때문. 해발 10m에 원전을 건설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지적이다. 2011년 사고 이전에도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지하수 유입 문제는 원전 운영의 골칫거리였다. 매일 850t의 지하수가 원자로로 흘러들었고, 도쿄전력은 원자로/터빈 건물 내 유입되는 물을 퍼내기 위해 주변에 우물을 설치했지만 2011년 쓰나미에 손상됐다.
후쿠시마 1원전에서 생성되는 방사능 오염수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유형은 원자로 건물 내 오염수(체류수)며, 두 번째는 1~3호기 핵연료 파편을 식히기 위해 쏟아부은 냉각수, 빗물·지하수가 원자로 내로 유입돼 핵연료와 체류수 및 냉각수와 접촉하면서 발생하는 오염수다.
후자의 경우 냉각수로 이용되는 고준위 오염수, 즉 순환주수(반복해서 들어가는 물)는 기름과 물을 분리한 후 쿠리온(Kurion), 사리(Sarry)사의 흡착탑 등을 이용해 세슘과 스트론튬, 염분 등을 제거하고, 담수화 장치를 거쳐 노심의 냉각수로 재이용된다. 나머지 오염수는 탱크에 저장됐다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다시 다른 탱크에 보관된다. 일본정부가 해양에 방류하겠다는 오염수는 ALPS 처리 후 탱크에 보관된 것으로 현재 매일 140t 정도의 오염수가 축적되고 있다.
오염수 증감은 후쿠시마 1원전의 폐로 방식 및 절차와도 맞물려 있다. 오염수의 단순 처리량을 늘리는 것이 아닌 유입되는 지하수를 줄여야 하는 작업이 필수인데, 폐로하지 않는 이상 오염수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오염수 발생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거나 억제,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일본정부는 오염수를 버릴 생각만 하고 있다"며 "기존에 설치된 약 1.5km이 동토벽은 그대로 운영하되 추가로 광역 차수벽을 설치하면 지하수가 차단되고 추가적인 오염수 발생이 억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14)
당초 도쿄전력은 40년 내 폐로를 완료하고 부지를 복원한다는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사토 엔지니어는 자연 복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사용후핵연료 보관 및 처리 문제로 1원전은 핵폐기물 장기저장소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외무성과 도쿄전력 등에 따르면 핵연료 인출 작업은 4호기의 경우 2014년 12월, 3호기는 올해 2월 28일에 회수 완료한 상태다. 이어 1호기(2027~2028년)와 2호기(2024~2026년)에서 핵연료를 인출하고, 1~3호기에서 용융된 핵연료 파편을 수거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22일 도쿄전력은 2호기 원자로에서 핵연료 잔해(데브리)를 빼내는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가 장치 설비 문제로 연기한 바 있다. 장치 파이프 정렬 순서가 한 달 가까이 잘못된 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인데, 도쿄전력 등은 작업 착수 당일까지 한 번도 현장에서 파이프 순서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2021년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3년 가량 늦춰졌다. 이후 지난 10일 반출 작업이 재개됐고, 3g 미만의 핵연료 잔해를 반출할 계획이다.15)
ALPS 오염수를 비롯해 해결해야 하는 또 다른 종류는 원자로 건물 내 ‘체류수’다. 원자로에 주입된 냉각수는 격납용기 내부에 흘러갔다가 원자로 건물 지하의 응축 수조(Torus room)에 축적된다. 2019년 3월 도쿄전력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2·3호기 응축 수조에는 알파 핵종(플루토늄, 아메리슘 등)이 포함된 고농도의 오염수(호기당 6000㎥로 추정)가 들어있다. 0.1마이크론 필터를 사용해 대부분 분리했지만 시료 안에는 0.1마이크론 이하의 입자와 이온 원소가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각주>
14) 후쿠시마 오염수, 버리지만 말고 차단부터 하라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15) 日도쿄전력, 후쿠시마 핵연료 반출 작업 전 '단 1번'도 현장 확인 안 해 - 뉴스1 (news1.kr)
일본, 후쿠시마 원전 핵연료 잔해 반출 재시도···첫 실패 19일 만 - 경향신문 (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