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원] 강호거상 江湖巨商(1권) 6. 이 년 수업(受業)

[ㅎHㅅiㅅi]

제6장 이 년 수업(受業)


언제부터인가?
강호에는 은밀한 공포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은 치밀하고 철저하게 강호 깊이 파고들었으며,  언제부터인가 그것은 대륙의 강호계를 
목조르는 열 개의 악마수(惡魔手)로 화하고 있었다.
그 열 개의 손은 교묘하게 얽히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 소속되어 있는 사람이라 하더
라도 자신들이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심정이었다.
일컬어 악마십화(惡魔十花).
실로 치밀하게 남북(南北) 구만 리(里)의 이권(利權)을 장악하기 시작한 무사 집단들이다.
그들은 강호의 모든 밤(夜)을 지배하기  시작하였으며… 구파일방(九派一幇)이 주도하는 백
도무림계(白道武林界)는 상부자들을 잃었는지라, 그들의 발호를 가로막을 수 없었다.
예를 들어 개방만 해도 그러하다.
그들은 본시 방대한 정보망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잠룡대산에서 구결제자(九結弟子) 하나
가 죽고 팔결제자(八結弟子)  일곱, 칠결제자(七結弟子) 스물다섯이  쓰러졌는지라 내부적인 
몰락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개방은 강호계에 어떠한 일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그 일에 개여하지 못할 형편이었다.
청방이 그러하고, 흑의검회(黑衣劍會)도 그러하다.
강호계를 장악하고 있던 방파들은 빠른 속도로 몰락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들 열 송이 악마화는 그 공백기를 이용하여 득세하기 시작한 것이다.

울화림(鬱花林).
꽃들의 집단이다.
일명, 예자림(藝者林).
지부(支部) 노릇을 하는 기루(妓樓) 쾌활림(快活林)이 천하도처에  퍼져 있고, 그 숫자가 오
백에 달한다.
대가만 준다면 관능(官能)과 환락(歡樂)을 무한히 제공하는 꽃들의 방파, 울화림! 그들의 세
력은 십대악마화 가운데서 가장 번창하다 할 수 있었다.

－ 와서… 가지세요!
－ 그대는 이 곳에서 신선(神仙)이 될 수 있습니다!

웃음과 관능을 파는 미희(美姬)들.
그네들은 강호의 청년무사들을 유혹하였으며,  설마설마 하면서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울화림을 찾은 무사들은 울화림을 한 번 방문하는 것으로 울화의 노예가 되고 말았다.
가장 자극적인 방중술(房中術)에, 마약(麻藥)이며 아편(阿片)이 무한정 제공된다.
어디 그뿐이랴?
거기서 무슨 짓을 하든, 어떠한 일을 벌이든 간에 비밀은 철저히 유지가 된다.
강호청년들은 울화림에 가기 위해 자파의 비급(秘 )을  훔쳤으며, 의원(醫員)의 후예는 비전 
약방문(藥方文)을 품에 넣고 울화림으로 들어가기를 서슴지 않았다.
울울한 꽃밭 가운데, 서시(西施)나 양귀비를  능가하는 절세미인들이 꽃뱀처럼 버티고  있었
다.
대체 어떠한 사내가 그들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단 말인가?하여간 울화림은 십대악마화 가
운데서도 가장 대표적인 세력으로 화했으며, 다른 아홉 송이의 꽃은 울화림처럼 화려하지는 
않되 치밀하고 무자비한 방법 가운데 악마의 아성(牙城)을 확장시켜 나갔다.
장천마교(藏天魔敎).
거기 가면 누구든 장생불사(長生不死)한다고 한다.
노인은 소년이 되고, 추악한 사람은 미남자로 변화한다고 한다.
그들은 불사계(不死界)로 들어가는 비방을 알고 있다고 하며, 장천마교의 교도가 되는 자는 
장생불사하는 신선이 된다는 것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거기 가면 천하의 모든 불치병(不治病)을  낳게 하는 만능의 묘약(妙藥)을  얻을 수 있으며, 
백치는 천재가 되고, 소년은 즉시 어른이 된다는 것이었다.
장천마교는 환상의 장소로 소문나게 되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은 환상을 이룩하기 위해 장천
마교 사람들을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천마혈천(天魔血天).
역시 악마화 가운데 하나이다.
그 곳은 강호무사(江湖武士)들을 유혹하는 장소이며, 삼류무사(三流武士)들에게는 동경의 장
소로 화해 갔다.

천마혈천에 가면 세 가지 기연(奇緣)을 얻는다.
만 권(卷) 비급이 보관되어 있는 장경고(藏經庫)에 들어가, 보고 싶은  비급을 무한정 볼 수 
있는 것이 첫째 기연이며… 내공을 급증시키는 신단(神丹)을 복용하는 것이 둘째 기연이다.
셋째 기연은, 절세고수(絶世高手)들을 교두(敎頭)로 섬기고 가공할  무공을 직접 전수받는다
는 것이다!천마혈천의 상징은 혈랑(血狼)이었다.
날개를 가지고 있는 핏빛 이리. 흑포에 혈랑문을 새겨 놓고 있는 무사를 본다면, 그를  천마
혈천의 혈랑수(血狼手)라 여기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를 따라나선다면, 반년 안에 일류무사로 화신할 수 있다.
천마혈천은 그러한 소문 가운데 세력을 팽창시키고 있었다.

또 하나의 집단.
그들은 월하마궁(月下魔宮)이라 불리며, 거기 들어가는 사람은 과거에 어떠한 얼굴이었든 간
에 가림없이 절세용모의 소유자가 된다는 것이었다.
즉, 지극히 추한 사람이 월하마궁에 들어가 비법을 전수받는 가운데 절세미남이나 절세미녀
로 화신하게 된다는 것이다.
용모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월하마궁으로 들어가라.
그것은 수많은 청춘남녀들을 긴장케 했으며, 피끓게 했다.

천독곡(千毒谷),구음혈전(九陰血殿),빙하지곡(氷河之谷),태극마번(太極魔幡),그리고  마왕탑(魔
王塔), 영웅검막(英雄劍幕).
너무나도 찬란하게 피어난 꽃들이다.
그것은 바로 살아난 전설(傳說)이며, 고서(古書)에서 튀어나온 신화(神話)였다.
누구든 그 곳에 들어가면 신(神)이 될 것이며, 그로부터 그는 절대로 굴복하지 않게 될 것이
다.
악(惡)의 힘이란 어떠한 경우, 정의의 힘보다 위대해진다.
의협심을 지니고 있던 검협군호(劍俠群豪)들이라 하더라도,  열 송이 악마화가 뿌리는  짙은 
향기에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십대악마화는 수많은 사람들을 영입하는 데 오랜 시일을 소모하지 않아도 되었으며, 그들의 
기세는 떠오르는 태양처럼 팽창되어 가기 시작했다.
대체 누가 그 짙은 악마의 향기를 거부하겠는가?
대체 누가……?

악마동맹(惡魔同盟).
그들은 천하도처에 악마의 꽃을 피우게 하는 장본인들이었다.
그들은 잠룡비전에서 정사쌍도(正邪雙道)의 기인들을 폭발 가운데 죽게 하였으며,  무림천하
를 암중 장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본시 대원황실(大元皇室)을 부활시켜야 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으되, 악마동맹을 이끌
고 있는 악마무후(惡魔武侯) 사엽풍(史葉風)은 휘하세력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는 십일 년 전에  안배된 잠룡대업(潛龍大業)을 자신의 아성  구축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악마동맹에는 일후(一侯), 십공(十公), 십장(十將)이 있소이다. 그들은 이십일존(二十一尊)이
라 불리며, 잠룡비전에서 영재들을 길렀던 교두들과  더불어 악마동맹의 상부층을 형성하고 
있소이다."흑야노사, 그는 능조운도 채 모르고 있던 잠룡비전의 배후 세력에  대해 이야기하
기 시작했다.
악마동맹은 원을 적대시하는 무림고수들을 척살하기 위해 꾸며진 비밀 세력이다. 과거, 원의 
황제는 악마동맹을 구축하느라 원의 모든 잠재력을 쏟아 부은 바 있다.
그는 악마무후 사엽풍을 태상호법(太上護法)으로 선택하였으며, 그에게 거대한 힘을  전했던 
것이다.
"악마무후는 야망이 큰 자로, 악마동맹의  태상호법으로 머물기보다 악마동맹을 장악하고자 
계획하였소이다.""으음……!"
능조운의 눈빛이 약간 흐트러졌다.
그의 두 눈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면, 실로 처절한 핏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아성구축에 방해가 되는  양대세력을 동시에 붕괴시킬 계략을 이룩했던  것이
고, 그 장소로 선택된 곳이 바로 잠룡비전이었소.""양대세력?"
"무림기인들과 악마동맹의 진짜 고수들! 바로 잠룡비전에서 불귀객(不歸客)이 되어 버린 잠
룡교두(潛龍敎頭)들을 말하는 것이오.""으음, 교두들까지……."
"그렇소. 악마무후는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잠룡교두들을 
처치하고자 했던 것이오."실로 처절한 계략이었다.
악마무후는 뛰어난 병법가(兵法家)로서, 그 누구도 추측하지 못할 가공스러운 파멸극을 꾸몄
던 것이다.
능조운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가 보이는 모습은 이제까지 보이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그는 흑야노사가 악마동맹에 대한 것을 세세히 말하기를 기다렸다가 문득 입술을 떼었다.
"한 가지, 물을 것이 있소!"
"헛헛… 무엇이든 물어 보십시오."
흑야노사는 껄껄 웃었다.
능조운은 입술을 질겅질겅 씹다가 두 눈에서 한광을 폭사해 냈다.
"초옥린(超玉鱗)이라는 인물은 어찌 되었소?"
초옥린! 잠룡비전에서 청랑(靑狼)을 타고 탈출한 기린아(麒麟兒)이다.
그는 원황실(元皇室)의 피를 이어받고 있으며, 계보상으로 따진다면 그야말로 악마동맹의 진
정한 주인이었다.
"초옥린이오?"
흑야노사는 눈썹을 찌푸렸다.
이어, 그는 신중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벌렸다.
"속하가 알기에, 그는… 제거(除去)되었소!"
"제거되다니?"
능조운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지난해 악마십공(惡魔十公)이라 불리우는 인물들이 악마무후에 의해 제거되었소. 그들이 제
거된 이유는, 악마마후를 제거하고 초옥린을  맹주(盟主)로 삼고자 했기 때문이오."악마십공
은 마지막 교두들로 불린다.
그들은 잠룡십재(潛龍十才)들에게 최후의 마공을 가르치도록 안배된 사람들이었다.
잠룡비전이 붕괴되지 않았더라면, 능조운을 포함한 천재들은  악마십공을 마지막 교두로 삼
고 악마백팔화식(惡魔百八花式)이라 불리우는 고금제일의 마공을 전수받게 되었을 것이다.
"더 이상 자세한 것은 모르오.  사실… 그 정도의 정보를 알아  낸 것만 하더라도 기적이나 
다를 바 없는 일이외다. 그러한 사실을 알아 내기 위해… 실로 막대한  희생이 있었소이다."
"……."
"죄송하오."
암흑노사가 그렇게 말할 때였다.
한참 동안 석고상처럼 경직되었던 능조운의 입매가 야릇하게 풀렸다.
웃는 것일까?
그는 꽤나 기이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입술 사이에서는 이러한 말소리가 새어 나왔다.
"죽다니… 너답지 않군!"
초옥린과 능조운은 잠룡비전에서 서열 일이 위를 다투던 천재 중의 천재들이었다.
그들은 강한 경쟁심을 갖고 있었으며, 동시에 너무나도 뜨거운 우정(友情)을 지니고 있었다.
"너는… 죽지 않을 놈이다. 나는 안다. 너의 집요함과  천재성을큿큿크! 악마무후가 나를 죽
이지 못했는데, 어이해 너를 죽였겠느냐?"능조운의 목소리는 아주 나직했다.
흑야노사는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으나, 그의 말을 귀담아 들을 수 없었다.
하나, 그는 능조운의 몸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한기(寒氣)에 의해 몸이 오싹거리는 것을 느껴
야만 했다.

계절은 순환한다. 녹원에서는 계절이 느끼어지지 않았으나, 계절은 바뀌어 가고 있었다.
우르르르릉－!
회오리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대사막 한가운데, 일 년 하고도 육 개월 전에 그 곳에서는 회오리바람이 일어났으며… 그것
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그 곳이 대륙상가가 보유하고 있는 비밀 장소 가운데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곳임을 아는 사
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늘(天).
녹원 가운데 선다면, 푸른 하늘이 아니라 잿빛의 하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기문진세가 하늘빛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한낮이라 하더라도 하늘의 빛은 회색일  뿐이었
다.
하지만 능조운만은 푸른 하늘을 늘 바라볼 수 있었다.
그의 내공은 폐쇄되었으나, 그의 안력(眼力)만은 건재했다.
그러하기에, 그는 진운(陣雲)을 뚫고 창궁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 다시 날리라.'
그는 폐부 가득히 숨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언제고 다시 검을 잡는다면, 절대… 꺾이지 않으리라.'능조운은 어느 새 청년(靑年)이 되어 
있었다.
안색이 창백하고, 표정이 우울해 보인다. 키는 헌칠한  편이었으며, 조금 여위게 느끼어지는 
체격이다.
전체적으로 우수에 뒤덮인 모습이다.
하나, 그의 입가에 흐르고 있는 미미한 미소는 어떠한 것으로도  빼앗아 버리지 못할 듯 보
였다.
'악마무후… 나를 죽인 다음에야 웃거라. 나를 흙으로 만들어 버리기 전까지는… 웃을 자격
이 네게 없다.'능조운은 잃어버린 투혼을 회복하고 있었다.
어찌 여긴다면, 그와 천하거상 석대숭 사이의 줄다리기에서 석대숭이 승리를 거뒀다고 해야 
좋을 것이다.
"내가 졌소, 노야(老爺). 그대께서 나를 꺾은 것이오. 훗훗…!"
기문포진학(奇門布陣學),신복지학(神卜之學), 풍수지리학(風水地理學).
능조운은 쉬지 않고 지혜를 축적시켜 나갔다.
그가 야망을 회복했기 때문인지, 그의 지식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늘어가게 된 것이다.
이십사 번째의 교두.
그는 필법교두(筆法敎頭)로서, 능조운에게 천하의 고대문자(古代文字)를 비롯한 모든 문자를 
일러 준 인물이었다.
그는 능조운이 한 달 사이, 자신이 지니고 있는 모든  지식을 완벽하게 습득한 것을 확인하
고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속하를 비롯해 이십사공(二十四公)은 소주에게 지혜를 전수한  것을 일생의 영광으로 여길 
것이오. 헛헛……!""과찬이오."
능조운은 여유 있게 웃고 있었다.
병약하고 파리한 얼굴이기는 하나, 웃음이 지어지는 회수가 많았다.
그를 증오하는 인물이라 하더라도, 그의 입가에 떠오르는 웃음을 보고는 그에 대한 살심(殺
心)을 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헛헛… 하여간 이 년의 수업은 모두  다 마친 것이오. 지난 오백 년  간, 소주만한 학문(學
文)을 지닌 사람은 하나도 없었을 것이오.  물론 일도(一道)에 있어서는 천하대가(天下大家)
가 된 사람은 많을 것이되……!"그는 몹시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능조운은 이십사 대가들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전수받은 것이다.
설사, 그가 무공을 회복하지 못하더라도 그를 제거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 날 밤이었다.
사막의 하늘로 신월(新月)이 떠오르고 있을 때였다.
능조운은 서재(書齋)에 머물러 있다가 아주 큰 새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끄으으으윽……!
구천(九泉)을 들썩거리는 포효 소리.
그 소리는 먼 하늘 위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나의 금빛 구름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 속도는 가히 섬전을 방불케 했으며, 능조운은 
창을 통해 금색조의 동체를 보고는 입술을 질끈 물었다.
"황금신붕(黃金神鵬)… 이 년 만이군!"
황금신붕은 대막청랑(大漠靑狼)과 더불어 천하쌍대신수(天下雙大神獸)로 불리고  있었다. 그
리고 그것은 대륙상가의 가주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황금신붕은 능조운을 태우고 녹원으로 날아든  지 정확히 이 년째 되는  날, 녹원의 하늘로 
나타난 것이다.
황금신붕의 등 뒤에는 목궤 하나가 놓여 있었다.
능조운은 천하거상 석대숭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그는 오지 않았다.
다만 그가 친히 적은 친필 서한 한 장이 목궤 안에 들어 있었다.
능조운은 자시(子時) 즈음에 그것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비록 개자(芥子)의 씨앗만한 성취일지언정, 그것을 모두 다  얻었다는 것을 멀리서나마 축
하한다.>
첫 마디부터 석대숭다웠다.
그는 칭찬이 지극히 적은 인물이었다.
그는 이 년에 걸친 극한의 수업을 개자의 씨앗만한 성취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책(冊)이 가르쳐 주는 것은 그리 많은 것이  아니다. 훗날 세상(世上)에서 보다 많은 것을 
얻게 되리라. 그 말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대상(大商)의 길은 멀고도 험한 길이다. 그 길은 천하제일검이 되는 길 이상으로 길고도 의
로운 길이다.
친히 가서 너를 만나고 싶었으나, 이 곳에 몇 가지 일이 있기에 애조(愛鳥) 금아(金兒)만 네
게 보내는 것이다.
일단 중원(中原)으로 들어와라!
대륙상가를 관장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을 것이나, 어떻게든 시작해야 한다.
하나의 별원(別園)이 마련되어 있다. 그 곳에 한 달 간 머물러 수학(修學)을 완성시켜라. 그 
곳에서 몇 가지 인생공부(人生功夫)를 해야 한다. 그 이후에 너를 노부 앞으로 부르겠다! 그 
때, 노부를 실망시킨다면 당장에 너를 다시  그 곳으로 쫓아 이 년이 아니라  이십 년 내내 
수학하게 하겠다.>
석대숭은 일상 웃음을 잃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강호계는 위대성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석대숭, 그는 천하를 막후
에서 움직이고 있는 극소수 인물 가운데 하나로 부족함이 없었다.
"중원… 훗훗! 너무나도 오랜만에 그  곳에 가게 되는군."능조운의 입가에 웃음꽃이  피어났
다.
'내가 태어난 곳, 그리고 내가 묻힐 곳. 나는 그 곳에 가야만 한다.'어딘지 모르게  느긋하고 
편한 웃음이다.
그것은 석대숭이 늘 짓곤 하였던 그러한 웃음이라 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새벽.
연보라색 안개가 자욱이 퍼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능조운은 황금신붕의 등에 매달린 안장에 올랐으며, 황금신붕은 거대한 금빛 날개를 퍼득대
다가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집채만한 몸뚱이가 치솟아 오르며 모진 바람이 일어났다.
꾸우욱……!
길게 울어제치는 울음소리. 그리고 황금신붕은  일순 하나의 금빛 점으로 변화했다.  이십사 
인의 대가들은 그 곳을 떠나지 않았다. 아마도 그들은 훗날  언제고 능조운이 다시 그 곳을 
찾을 때 전수할 것을 새롭게 연구하기 시작할 것이다.

[덕산]

잘 보고 갑니다.